<썰전>은 풍자도 격이 다르다

 

최순실씨가요 해도 해도 너무한 게 간섭 안한 곳이 없어요. 되게 바빴어.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었어. 여기저기 먹어야 되지, 간섭해야지 인사도 해야 되지. 그리고 원수도 갚아야지. 연설문도 고쳐야 되지. 천도제도 지내야 되지.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했나 몰라. 딸 말도 태워야지.” “아 그리고 무당 찾아가서 굿도 해야지.”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최순실이 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유시민이 해도 해도 너무했다며 그 사안들을 줄줄이 늘어놓자 전원책 변호사도 한 마디씩 끼워 넣으며 빠진 걸 채워 넣어준다. 사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것. 하지만 뉴스로 이런 사안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그러면서도 당사자들은 부인을 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마치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유시민과 전원책은 시원스런 이야기를 던져준다. <썰전>의 유시민과 전원책 변호사는 그래서 일종에 국민의 대변인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런 사안들은 <뉴스룸>을 통해 공식적인 보도의 형태로 방영된 것들이다. 하지만 그 공식 보도에 빠져 있는 한 조각은 그걸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이다. <썰전>이 이번 사태에 즈음해 그 존재의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낸 게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 그 답답한 속을 대신해 낱낱이 풀어보겠다는 것.

 

지난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이 100만 명이 아니라 26만 명이라고 발표한 경찰청의 집계에 대해서 바로 그 경찰청의 기준을 들어 계산을 하나하나 해보고 왔다 간 시민까지 계산하면 100만 명이 맞다고 굳이 꼼꼼히 따지는 건 그것이 바로 지금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 계산 방식을 상세히 설명한 후 경찰청에서 자기 기준에 따라 제대로 했는지 구글맵이랑 항공사진 가지고 잘 판독해 보라고!” 일갈했다. 거기에 전원책은 이번 주에는 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까지 포함해 비가 오거나 영하 5도가 되지 않는 한 100만 명이 또 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처방 논란이 불거진 김영재 의원과 차움 병원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유시민은 논리적인 접근으로 왜 국민이 그런 의심을 하게 됐는가를 분석해주었다. 프로포폴투약에서 전부 사용되지 않고 반납되어야 할 약물이 빼돌려지는 일이 잦았고 이 두 병원이 특히 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련해서 문제가 많은 병원이었다는 걸 알려준 후,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실은 관계가 없는 거여야 되는데. 항간의 의혹이에요. 최순실씨 일가가 출입을 자주 했던 병원이고, 대통령이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게 아니냐는 억측, 추측, 소문들이 번져 있는 거예요.”

 

<썰전>의 이야기들이 뉴스와는 다른 시원시원함을 담고 있는 건 사안에 대한 이야기에서 마치 보통 사람들이 하는 목소리로 이어지는 풍자가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차은택 두 사람은 학력을 포장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수준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드는 회사 이름마다 이름의 해석이 안 되는 ‘The Playground communications’ 이거 뭘 의미하는 겁니까? 운동장에서 통신하자는 겁니까?” 전원책이 이렇게 쓴 소리를 던지자 유시민이 슬쩍 한 마디를 덧붙인다. “측근들의 놀이터. 그게 청와대를 의미하는 거예요.” 그러자 전원책이 아 그게 그런 깊은 뜻이!”라며 갑자기 개그계의 김병조 선생님의 유행어로 자신의 심경을 얘기한다. “나가 놀아라앙- 정말 그러고 싶어.”

 

전원책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장관해줘요 하면 장관해주고, 청와대 교문수석 해줘요 하면 교문수석 해주고, KT 임원 해줘요 하면 임원 해주고, 대사 해줘요 하면 대사 시켜주고...” 그러면서 자신이 몸통이라는 말을 안 좋아하는데 할 얘기는 해야겠다며 말한다. “계속 이런 결과가 나오면 이 전체 게이트는 박근혜 게이트고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내일 내가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이 말을 해야 되요.”

 

새누리당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역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감정을 두 사람은 풍자로 풀어냈다. “누런 황태나 버쩍 마른 북어나 퍼등퍼등 살아있는 생태나 명태인 것은 똑같습니다. 그 인간들이 그 인간들이라는 얘기에요.”라고 전원책 변호사가 일갈하자, 유시민은 그래도 생태와 코다리는 맛이 좀 다르기는 하죠.”라고 말했고 그러면서 어느 걸 더 좋아하냐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썰전>의 풍자는 웃지 못할 현 시국에 사이다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국민들의 마음은 지난 광화문 집회의 1백만 촛불로 전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부인하고 심지어 그 순수한 촛불의 마음을 왜곡시키는 발언들까지 나오는 시대착오를 보며 국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혹자들은 지금의 시국을 우울증에 걸린 듯한 나날이라고 표현한다. 만일 지금 같은 고구마 시국에 <썰전> 같은 사이다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푸른바다>, 왜 하필 어우야담의 인어이야기일까

 

넌 좋은 사람이야. 내 손 놓고 갈 수 있었는데 잡았잖아 여러 번.” 인어 심청(전지현)의 한 마디에 순간 허준재(이민호)의 눈빛이 흔들린다. 늘 입만 열면 거짓말만 늘어놓는 머리 좋은 사기꾼 허준재는 여자에게도 진심보다는 허세와 너스레만 늘어놨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달콤한 거짓말에 넘어가던 여자들과는 달리, 심청의 말은 너무 진심이라 오히려 그를 뜨끔하게 만든다.

 

'푸른바다의 전설(사진출처:SBS)'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이 굳이 어우야담에 수록된 담령과 인어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이런 전설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현재에 새로운 인어이야기를 이어가려한 이유는 뭘까. 그건 어째서 동서양을 망라해 어디서든 인어의 전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왔고 그 전설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어란 인간과 바다의 경계에 선 존재다. 거기에는 인간의 세계와 바다의 세계가 교차한다. 인어 전설이 말하는 것은 바다가 가진 자연 그 자체의 순수함과 대비되는 인간 세계의 욕망이고 그 부딪침과 상생의 길이다. ‘어우야담에 기록된 담령의 이야기에서도 나오듯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인어를 잡은 양씨(성동일)인어에게서 기름을 취하면 무척 품질이 좋아 오래되어도 상하지 않는다날이 갈수록 부패하여 냄새를 풍기는 고래 기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자연을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욕망을 채워줄 물질로 바라보는 시각.

 

그래서 인어 전설에 등장하는 인간과 인어의 사랑은 어찌 보면 단순한 연애담이라기보다는 자연을 대변하는 인어라는 존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그려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을 묻는 심청에게 허준재는 사랑은 위험한 것이라며 그건 항복이고 지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욕망 자체가 없는 순수한 영혼의 심청에게 이기고 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녀는 바로 허준재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 말이 또 허준재의 가슴을 파고든다.

 

거짓말만 늘어놓지만 그 때마다 툭툭 던지는 심청의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를 흔들어 놓는다. 즉 허준재라는 사기꾼이 이 욕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들의 삶의 방식이라면, 자연을 대변하는 존재로 나타난 심청은 그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진심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짐으로써 그 삶의 방식이 어딘지 잘못되었다고 알려준다.

 

요즘 같은 시국이 보여주듯이 말이라는 것은 진심을 담기보다는 진실을 가리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처음 등장한 심청이 말을 하지 않고 표정과 행동으로 마음을 전한다는 건 그런 의미일 게다. 그녀의 말 없는 진심은 허준재라는 사기꾼의 말 많은 거짓과 대립한다. 그러면서도 이 심청이란 존재는 허준재의 속 깊은 곳은 아직 남아있는 순수한 한 지점을 믿고 그걸 끄집어낸다.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주고는 도망치려 했던 허준재의 발길을 돌려놓은 건 다름 아닌 그의 기억 속에 담겨진 어린 시절 엄마와의 기억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는 세상의 끝에서 자신에게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가버린 엄마에 대한 기억. 그 아픈 기억은 그에게 세상의 끝같은 고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최소한 간다는 말이라도 해주기 위해 심청에게 돌아온 허준재의 그 마음 한 자락은 그래서 그 거짓으로 포장된 그에게 남아있는 순수한 한 지점을 드러낸다.

 

심청이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허준재의 장면은 그래서 자연을 대변하는 인어가 가진 순수의 세계와 거기서 떠나왔던 인간의 세계가 손을 맞잡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허준재에게는 세상의 끝으로 여겼던 삶이 다시 바다로 이어지는 세상의 시작이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인간이 사는 육지의 끝이 인어가 사는 바다의 시작이라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물론 <푸른바다의 전설>1600년대에 쓰인 어우야담의 한 대목을 가져와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엮어놓은 작품이다. 그래서 인어의 순수함은 바보스러움이거나 늑대처녀같은 말들로 표현되며 웃음을 주지만, 순간순간 그 인어가 꺼내놓는 진심에 가슴이 서늘해지는 건 이 작품이 웃음 이면에 숨겨놓은 진지함이 그럴 때마다 슬쩍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말의 시대, 욕망의 시대 그리고 상실의 시대.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순수함이란 전설로나 불리는 어떤 것이 되었다

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웃찾사>도 빠질 수 없다, 민심 담은 풍자 개그

 

대통령이 인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 아무리 친하다고 사적인 감정으로 청와대를 마음대로 출입을 시켜 인마? 그건 절대 안 되는 거여. 그거는.” 아마도 마침 채널을 돌렸는데 이 대사를 듣게 됐다면 SBS <웃찾사>가 현 시국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건 내 친구는 대통령이라는 한 코너에서 청와대 구경 좀 하자는 친구 김진곤의 말에 대통령 역할인 최국이 안된다며 던진 대사일 뿐이다.

 

'웃찾사(사진출처:SBS)'

물론 이런 콩트 설정을 통해 이 코너가 풍자하려는 이야기는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에둘러 풍자한 것. 신랄한 풍자는 계속 이어진다. 게이트볼 구장 지으려는데 돈이 모자란다며 사장님들한테 돈 좀 모아서 도와달라는 김진곤의 말에 최국은 또 발끈한다.

 

아주 큰일 날 소리하고 있어 지금. 대통령이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해가지고 게이트볼 구장을 만들어 이 자식아. 그건 대통령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여 인마. 세상에 그런 대통령이 어딨어?” 최순실이 나서서 대기업들을 상대로 엄청난 자금을 모았던 현 정황이 결국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뉘앙스가 이 대사 속에는 담겨져 있다.

 

게다가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 촛불의 이야기가 역시 개그의 소재가 된다. 같이 온 친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소개하면서 김진곤은 그가 광화문 옆에서 양초를 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쩍 던져 넣는 수십 만 개가 팔린댜. 이래도 되나 싶게 팔린댜.”라는 대사 속에는 은근한 촛불에 대한 지지가 담겨 있다.

 

피날레는 최국이 자신의 심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채워진다. 김범수의 지나간다를 개사해 최국은 마치 지금 현재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하듯 노래한다.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상황의 끝을.” 그리고 노래 너무 못부른다는 친구의 한 마디에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유행어를 덧붙인다. “음치란다.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드네?”

 

살점이라는 코너는 영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하면서 현 시국의 문제를 풍자로 담아냈다. 김구라 흉내를 내는 박종욱의 진행으로 이어진 이 코너에서 황현희는 한국인이 뽑은 100선의 영화를 이야기 하며 시류를 반영해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가씨><말 타는 아가씨>, <미녀는 괴로워><그녀는 괴로워><검사외전><검사 외저래>로 바꿔야 된다는 것. 그저 말장난 개그처럼 보이는 내용들도 시국이 담기자 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바뀐다.

 

황현희와 함께 나온 김정환은 영화를 소개한다면서 시국을 환기시키는 기묘한 방식의 풍자 개그를 던진다. <킹스스피치>왕인데 연설을 잘 못해 그래서 얘가 연설하는 걸 도와주고 고쳐주는내용이라고 하고, 애니메이션 <라푼젤>공주가 성 안에 갇혀 있어요. 외부랑 단절되어 있어요. 유일하게 왔다 갔다하는 게 마녀예요라고 설명한다. 또 영화 속 명대사라며 <테이큰>에서는 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딸만은 건드리지 마라.”라는 대사를 또 <광해>에서는 뭐라구요? 왕이 두 명이라구요?”라는 대사를 소개한다. 짐짓 본인은 모른 척 하지만 이를 듣는 박종욱과 황현희가 이건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는 장면들이 관객들을 빵빵 터트린다.

 

사실 <웃찾사>의 이런 풍자개그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이를테면 <LTE뉴스>가 그렇고, <뿌리 없는 나무>, <역사 속 그날> 같은 코너들이 그렇다. <내 친구는 대통령> 같은 코너 역시 훨씬 이전에 만들어졌다 내려진 것이지만 이번 시국에 맞춰 부활했다. <LTE뉴스>도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시국이 워낙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코너들까지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방식은 <개그콘서트> 역시 시도해볼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꽤 많았던 현실 공감과 직설적인 시사 풍자 코너들이 부활한다면 그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졌던 <개그콘서트> 역시 어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한번쯤 참고해볼만한 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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