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밥 한 끼의 정이 이토록 그리웠던가

제주도에서 엑소와 함께 한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사실 제주도라는 장소도 특별하고 밥 동무로 엑소의 수호와 찬열이 함께 한 점은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모든 특별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이 프로그램이 집중한 건 역시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물론 무대에서 보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초인종 앞에서 “저 가순데요.”라며 버벅대는 수호의 모습과, 초능력을 발휘해 문을 열게 해달라는 이경규의 소망과는 달리 누르는 족족 소리가 나지 않는 초인종만 만나게 하는 이상한 능력(?)을 보여준 찬열의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꺼이 문을 열고 푸짐한 한 끼 밥상을 내주는 집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건 따뜻한 마음으로 뭐든 더 챙겨주시려는 주민분들이었다. 수호와 강호동은 의외의 민물장어 구이와 직접 담가 10년 묵힌 복분자주에 푹 빠져버렸고, 찬열과 이경규는 열무김치와 옥돔구이, 고등어조림 게다가 역시 오래 묵힌 인삼주까지 대접받으며 황송해했다.

사실 어찌 보면 그분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서로 젊은 날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결혼해 가정을 이루며 살아오신 분들의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며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 같은 감정들은 그 곳을 찾은 엑소나 이경규, 강호동도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 그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연거푸 복분자주를 마시며 함께 식사를 내준 분들과 식구 같은 느낌으로 동화되어가는 수호나, 젊은 시절 여자들이 많이 따라 아내분의 마음고생을 좀 시켰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아내를 챙기는 남편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오래된 인삼주를 나누는 찬열은 그래서 그 화려한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따뜻한 밥 한 끼로 나누는 정이 그 어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보여줬다. 

엑소가 앞에 있는데도 야구팬임을 자청하며 이정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아저씨와 그 아저씨에게 자신이 이종범과 친구라며 이정후가 입던 유니폼을 선물하겠다는 강호동. 그 한 마디에 반색하는 아저씨에게 강호동이 묻는다. 앞으로의 소망이 무엇이냐고. 그러자 이 소박한 부부가 하는 말은 ‘지금처럼만’ 계속 살아가는 거란다. 

칠순의 나이에 지금은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며 설거지를 자신이 도맡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걸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다는 아저씨. 아내분에게 서운한 점은 없냐고 이경규가 묻자, 그녀는 “서운한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이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족할 것 없는 행복이라는 것. 

아마도 이런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한끼줍쇼>에 시선을 빼앗기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제주도까지 가서도 또 엑소 같은 대형 스타가 밥 동무로 들어와도 <한끼줍쇼>에서 주목되는 건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소박한 삶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밥 한 끼의 정이 이토록 그리웠던가.

흙수저도 메이저, ‘쌈마이웨이’의 든든한 위로

“네가 있는 곳이 메이저야!”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사회로부터 마이너 취급을 받는 청춘들. 본래 하고 싶었던 일과 갈수록 멀어져 꿈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 드라마는 그런 사회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 곳이 바로 메이저라고.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화려한 삶은 항상 저편에 있다. 동생 병원비 때문에 부정경기를 치르고 꿈이었던 태권도를 접게 된 고동만(박서준)은 마치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렇게 영영 무도의 길을 떠나 잊고 살아가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의 시간은 김탁수(김건우)에게 경기를 일부러 져주던 그 날에 멈춰 있었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꿈이었지만 그 꿈이 꺾어진 자리에 자신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격투기가 있었다. 그는 결국 그걸 선택했고 그 안에서 그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본래 꿈이 백지연 같은 아나운서였지만 현실은 백화점 안내원으로 살아가던 최애라(김지원)에게 아나운서 박혜란(이엘리야)의 삶은 메이저였다. 그래서 결국 백화점을 그만 두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러다니던 그녀는 의외의 장소에서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일을 발견한다. 격투기장에서 선수들을 소개하는 아나운서. 그녀는 그 곳을 자신의 메이저로 삼겠다 마음 먹는다. 

백설희(송하윤)는 꿈이 엄마다. 그래서 6년째 사실혼 관계로 사귀고 있는 김주만(안재홍)을 마치 엄마처럼 자신을 희생해가며 돌본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할 즈음, 의외의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다. 자신이 담근 매실액을 블로그로 본 사람들이 주문을 시작한 것. 그녀의 엄마라는 꿈은 그래서 그 마음을 담은 음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된다. 물론 그렇게 스스로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김주만과의 관계 또한 회복된다. 

<쌈마이웨이>의 청춘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처럼 본래 하려던 꿈을 그대로 이룬 것이 아니다. 그들은 꿈에서 살짝 비껴난 곳에서 또 다른 꿈을 이어간다. 그것이 세상에서 보기엔 메이저가 아니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바로 메이저라는 걸 알게 된다. 

드라마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해피엔딩을 보여주지만 아마도 현실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쪼대로 살아보는 거야”라고 외치는 고동만의 목소리는 적어도 흙수저라고 꿈마저 흙수저일 수는 없다고 믿는 많은 청춘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고 사고를 쳐야 청춘”이라고 말하는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보는 내내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현실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 난공불락의 저들만의 세상에서 그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이 던지는 발차기와 외침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사는 다세대주택의 옥상에 마련된 남일바의 정경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가진 정서를 한 풍경으로 담아낸다. 어딘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그 곳 평상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던 곳. 달동네의 빽빽한 집들이 밤이면 아름다운 불빛들을 배경으로 제공해주는 그 곳은 어두워도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작은 드라마였지만 그 어떤 블록버스터 드라마보다 더 울림을 준 <쌈마이웨이>가 그러하듯이.

‘비긴 어게인’이 발견한 록바보 윤도현의 매력

낯선 아일랜드의 비 내리는 거리에 있는 펍. 비를 피해 들어와 맥주 한 잔씩을 마시며 시끌벅적한 그 곳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아마도 제 아무리 베테랑 뮤지션이라 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자리일 게다. 하지만 록앤롤을 구호처럼 외치며 나서는 이가 있다. 바로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이다.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웅성대는 펍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간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선 윤도현은 일단 자신이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린 후 열창을 한다. 의외로 뜨거워진 반응들. 그러나 그의 노래인 ‘타잔’을 부르자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다시 차가워진다. 그러자 그는 노래 중간에 ‘타잔’이란 곡을 소개한다. 한국 노래라 낯설 수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즐겨달라는 것. 그가 이렇게 소개하고 타잔 특유의 소리를 내자 외국인들은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미소를 짓는다. 

사실 이건 콘서트장이나 행사장에서 무대가 열리기 전 이른바 ‘바람잡이’들이 올라와 사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던 그 화려한 ‘록앤롤 베이비’가 기꺼이 그 쉽지 않은 무대에 먼저 나선 건 같은 팀 동료들을 위한 배려였다. 다음 곡이 준비되어 있는 이소라는 그런 무대 자체가 처음인데다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 윤도현이 나서주자 용기를 얻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도현이 만든 분위기 위에 이소라가 부르는 ‘Moon river’와 ‘Over the rainbow’ 그리고 ‘L-O-V-E’의 메들리 곡은 펍을 가득 메운 외국인들을 정지화면으로 만들었다. 웅성대던 손님들 사이로 이소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들은 스스로 ‘쉬잇’을 해보이며 노래에 집중하고 빠져들었다. 음악 하나가 이역 타국에 사는 타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 기적같은 순간이 주는 감동. 그 새로운 경험에 이소라조차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물론 이소라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여운으로 남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윤도현의 듬직함이었다. 물론 본인도 떨린다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펍에 있는 외국인들을 밀고 당기며 부르는 노래는 역시 그가 베테랑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은 록스피릿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이 보여주는 매력의 원천은 그가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다. 그 매력은 급하게 결성 되었지만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비긴어스’라는 팀을 위한 헌신에서 나온다. 그가 하는 노래는 물론이고 행동이나 말 속에는 항상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음악에 있어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이소라를 위해 직접 ‘청혼’ 반주를 무한정 연습하는 모습이 주는 진정성 같은 것.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는 장소를 선정하는 바람에 관객도 별로 없고, 바닷바람으로 악보가 날아가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첫 번째 버스킹. 팀원들은 여러 모로 부족했다고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윤도현은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서 어떤 최악의 상황이든 즐겁게 깨쳐나갈 수 있는 듬직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 그건 아마도 오래도록 밴드를 해오며 체득된 것이 아니었을까. 록바보 윤도현이 있어 <비긴 어게인>의 버스킹 여행이 즐겁고 훈훈하다.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더 반짝이는 건

“되게 신기하지 오빠. 계속 보고 있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반짝이지? 나도 오빠가 계속 봐주면 더 반짝인다.” 불을 끄자 하늘을 가득 메운 별천지를 올려다보며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그렇게 말한다. 자신이 사는 밤하늘 저 위로 저토록 많은 별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발견했다는 듯, 이효리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다. 그 순간 그녀는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누군가 반짝 반짝 빛나는 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를 응시하고 있어서라는 걸.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직원으로(?) 오게 된 아이유는 모든 것이 낯설다. 16살에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친구도 많지 않고 쉴 때도 주로 집에 있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 민박집에 온 김해의 동년배 손님들의 살가움에 반색한다. 이효리가 말했듯 자신은 새벽 2시에 전화해 집에 데려다줘 라고 말할 친구가 없다고 했다. 그건 아마 아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그래서일까. 서먹함을 특유의 발랄함으로 뚫고 들어오는 김해 친구들에 그녀는 즐거워진다. 며칠 더 묵으며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한다. TV 속에서만 보던 아이유를 친구의 시선으로 응시해주니 그녀가 새롭게 반짝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은 아이유에게는 일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일 속에서 그녀는 오히려 많은 걸 얻는 느낌이다. 활동을 하며 정신없이 바빴을 그녀는 이 민박집에서의 2주간이 잠시 간의 정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민박집에 오자마자 장을 보러 나간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덕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된 아이유는 멍 때리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그건 아마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샐러리맨들에게도 공감 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달콤함이란.

아이유는 특기가 ‘멍 때리기’라고 했다. 그래서 자주 정지화면이 되어 멍한 상태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이효리는 이상순과 잘 맞을 거라고 말한다. 그 역시 멍 때리기 선수라고. 그러자 이상순은 자신이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가끔 ‘뇌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아마도 아이유의 ‘멍 때리기’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활동들 속에서 스스로 찾아낸 회복법이 아니었을까. 

<효리네 민박>은 사실 대단할 것 없는 민박집의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그 곳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사건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카메라들을 대놓고 들여다보니 그 대단할 것 없는 집 구석구석,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부터 말, 표정 하나하나, 하다못해 같이 거주하는 반려견, 반려묘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특별하게 반짝거린다. 이효리가 말하는 응시와 반짝거림을 <효리네 민박>은 그 장면들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응시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저 아이유가 간간히 스스로를 위해 하는 ‘정지 상태’가 필요하다. 그렇게 멈춰선 지점에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통에 발견하지 못했던 ‘반짝거림’을 드러내준다. 이효리는 서울 살이의 그 고단함을 훌쩍 벗어나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느꼈을 것이다. 정지와 응시가 바꿔버리는 진짜 삶의 향기와 소리들을.

<효리네 민박>이 비춰주는 이효리와 아이유의 모습은 우리가 화려한 무대에서 봐왔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눈이 부신 조명들에 비춰진 그녀들의 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그것만이 진짜 드러나는 그녀들의 진가가 아니다. 오히려 이 빛을 꺼버린 자연 상태 그대로에 잠시 멈춰서 보여지는 그녀들의 모습이 더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얼마나 내 바로 옆에 있는 바라보기만 해도 반짝일 많은 존재들을 응시하지 못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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