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무려 3천억 원을 들여 졸작을 만들다니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어느 정도의 혹평이 따라붙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이니 평가들도 보기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이 시리즈를 계속 연출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세계 흥행 기록에서 우리나라의 흥행실적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사진출처:영화<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하지만 이번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 성격이 다르다. 진심어린 혹평이다. “스토리도 엉망이고 기억나는 장면도 없고 돈이 아깝네요.”, “예고편만 수십 편 보고 나온 느낌”, “그냥 로봇 만화 실사판 수준” 같은 평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보다 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말이다. 상상이 가는가. 끊임없이 터지고 깨지고 무너지고 지구가 종말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는 장면들이 쏟아지는데도 졸음이 온다는 것이. 

그래서 설마 그 정도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진 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실제로도 영화가 졸립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영화 전반부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 인물들이 마구 뒤섞여서 나오는 바람에 관객들은 누구에 몰입해야 할 지를 알지 못한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로봇들의 액션이 터지지만 몰입 대상이 없는 액션은 산만의 극치다. 그래서 그 한 시간은 즐겁기 보다는 정신없기 마련이다. 

그나마 괜찮게 보였던 아서왕과 트랜스포머를 연결시킨 도입부분은 현재 시점으로 들어오면서 지리멸렬해진다. 액션 신들을 잡아놓고 스토리를 연결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스토리를 잡아넣다 보니 그 연결고리가 허술해진 것인지, 영화는 끊임없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관객이 몰입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인물들은 상황설명을 하고 있으니 영화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몰입이 떨어지게 되면 <트랜스포머> 같은 CG 기반의 영화는 졸지에 만화 같은 느낌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신의 창조주에 의해 인류의 적으로 돌변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정신을 되찾고 되돌아와 “오토봇들이여!”하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 갑작스런 변화와 과한 진지함에 실소가 터진다. 세상에 옵티머스 프라임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라니.

트랜스포머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 정도니 다른 인물들은 더 심각하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안소니 홉킨스 같은 대배우가 출연하고 있지만 그 역시 영화 속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고아 소녀 이사벨로 모너는 간간히 멋진 장면을 연출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는 바람에 중간에 사라졌다 마지막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그녀는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무려 제작비 3천억 원을 들인 대작이라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그 과잉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졸작이 되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기보다는 스토리가 과잉이라 어떤 캐릭터에도 몰입이 되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둬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 시리즈도 그런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썰전’ 나가 TV조선에 둥지 트는 전원책에 대한 우려

JTBC <썰전>이 문재인 정부 출범 40일을 평가해보는 자리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은 그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유시민 작가는 “40일 동안 입법 없이 새로운 법률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운영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예외적인 40일이었다”며 “똑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권한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다르면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썰전(사진출처:JTBC)'

하지만 전원책 변호사는 그 말에 “어폐가 있다”며 “변화가 되게 많은 것 같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단정했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3무회의(사전결론, 계급장, 받아쓰기 없는 회의)’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하면 그것이 “금과옥조가 되는 건 여전히 불변”이라고 했다. 

그래도 잘한 점은 무엇이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전원책 변호사는 ‘권위주의 타파’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철폐를 하려고 가장 애쓴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판을 받았던 지점은 (필요한) 권위마저 없애버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 야당 측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반대의 이유를 듣고 의견을 수렴하든지 아니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실 탄핵에 의해 갑자기 치러진 조기대선이었고 그렇게 당선된 후 겨우 40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니 그 짧은 기간 안에 전원책 변호사가 말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인선 과정에 있어서 야당의 끝없는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잘못된 행적들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나오는 비판들이지만 사실 국민들에게는 이런 비판에 대한 공감대가 별로 없다. 과거 정권 시절에 벌어졌던 인사청문회를 떠올려보라. 더 심각한 사안들이 넘쳐났지만 그대로 강행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유시민 작가가 얘기한 것처럼 그 40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어떤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전한 건 적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하지만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권위는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고 또 스스로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국민들 앞에 낮추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그 자세에서 오히려 부여받는 것일 뿐이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최근 1년 동안 이토록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우리가 MBC <100분 토론> 등에서 봤던 전원책 변호사와 <썰전>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으니 말이다. 보수냐 진보냐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권위적인 모습이 <썰전>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썰전>이 가진 예능이라는 틀이 만들어낸 힘이다. 편집과 자막은 전원책 변호사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고, 특히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조금은 권위를 내려놓고 아재개그를 던지는 모습 또한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썰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있었다. 때론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다른 의견도 경청해주는 유시민 작가가 있어 전원책 변호사의 이야기들도 조금은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권위를 부여받은 것이 바로 <썰전>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원책 변호사가 과거의 이미지와는 달리 <썰전>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받기도 했던 이유다. 이제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을 떠나 TV조선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향후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필요한’ 권위라고 받은 것이 ‘권위주의’로 흐르는 건 시간문제다.

‘7일의 왕비’, 연산군이나 중종 아닌 폐비 신씨를 다룬 까닭

이토록 슬픈 비운의 인물이 있을까. 진성대군 이역(연우진)과 연산군 이융(이동건) 사이에 서게 됨으로써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하는 인물. KBS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는 역사적으로 중종의 정비였지만 단 7일 간만 왕비로 있다 폐위된 단경왕후 신씨, 채경(박민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7일의 왕비(사진출처:KBS)'

실제 역사 속의 단경왕후는 연산군을 밀어내고 중종이 보위에 오르지만 아버지 신수근도 잃고 남편 중종도 잃었던 비운의 인물이다. 중종반정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신수근을 끌어 들이려 했으나 이에 반대하자 그를 죽였고, 이것이 후환이 될 것을 두려워한 반정의 실세들이 그녀를 폐위시켜버린 것. 

<7일의 왕비>는 이 역사적인 비운의 주인공을 소재로 절절한 비극적 운명의 사랑이야기를 덧입혔다. 연산군 이융과 진성대군 이역 그리고 채경은 사적으로는 형제(이융과 이역), 연인(이역과 채경), 그리고 오누이(이융과 채경) 같은 관계를 갖고 있지만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이들의 사적인 관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역과 이융은 대립하게 되고, 죽을 위기에 수차례 처하게 되는 이역을 채경은 돕게 되며 그로 인해 그녀는 붙잡혀 이역을 잡기 위한 볼모가 되어버린다. 

옥사에서 이제 모든 죄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한 채경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역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그가 그립다. 그에게 절대로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7일의 왕비>가 담고 있는 건 그래서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 사이에서 또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며 스스로 희생의 길로 걸어간 채경의 눈물겨운 사랑을 담고 있다. 

지금껏 연산군을 다루는 사극들을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또 중종 역시 사극의 주된 소재로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어째서 <7일의 왕비>는 이 역사적 사실에서 연산군도 중종도 아닌 폐비 신씨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을까. 그것도 단 7일 간 왕비로 살다 폐위되어 평생을 중종을 그리워하며 살다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던 인물을. 

이 부분은 아마도 현재의 시각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보인다. 역사라고 하면 왕들의 역사가 대부분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간 무수한 인물들은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역사가 그저 조연으로 취급했던 폐비 신씨의 이야기를 애써 주인공으로 담아내려 한 건 대중의 시대가 바라보는 새로운 역사관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런 역사를 보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7일의 왕비>는 멜로라는 장르적 틀을 엮어 해나간다는 점에서 절절한 비극의 성격을 부여한다. 사실 최근 드라마에서 운명적인 비극의 이야기는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다. 사랑을 바라보는 시대적 정서가 달라짐에 따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멜로의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만에 보게 된 <7일의 왕비>라는 비극의 비장함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물론 그 무게감이 아직까지 대중적인 호응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7일의 왕비>가 그런 비극으로 꺼내놓은, 실제로 역사를 만들어간 인물이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인물을 드라마를 통해 재조명한 부분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쌈마이’ 박서준, 무심한 듯 애틋하고 웃긴데 설레는

이쯤 되면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에서 박서준 파워를 인정해야 할 듯하다. 아예 남녀 관계에 있어 쑥맥이라 그런지 그것이 우정인지 정인지 아니면 사랑인지도 헷갈려하는 고동만 역할을 박서준이 이토록 잘 소화해낼 것이라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 작품이었던 <화랑>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다. 물론 당시에도 무명 역할을 연기한 박서준의 연기가 나빴다고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사극의 그 이미지가 박서준에게 잘 어울리지 않은 면이 있었을 뿐이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쌈마이웨이>의 박서준이 돋보이는 건 고동만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무심한 듯 애틋하고, 웃긴데 설레는 그 면면들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지원의 공 역시 적지 않다. “그러지 마. 나 자꾸 설레”라고 말하는 그녀가 있어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고동만이 “어쩌냐. 이젠 우는 것까지 예뻐 보이니.”라고 하는 대사가 확 살아난다. 

온 시청자가 다 알고 있지만 두 사람만 모르는 것 같은 연애감정이다. 그래서인지 드디어 고동만의 “썸이고 나발이고 키스 했으니 오늘부터 1일이다”라는 직진 멘트를 하고 공식적으로 사귀는 걸 인정하는 그 순간, 시청자들 역시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귀니까 또 하자”는 그 말에서는 고동만이라는 인물의 순진함과 순수함이 묻어난다. 

오래도록 친구 사이로 지내 자신들도 모르게 남사친, 여사친 관계가 되어버린 그들이 보여준 건 사실상 썸이나 마찬가지였다.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썸. 그래서 최애라(김지원)의 아버지에게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잤다는 걸 들켰을 때 고동만이 “애라하고는 무인도에 가도 원숭이나 원주민처럼 지켜줄 수 있는 사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여러 감정들을 수반한다. 

그런 말이 웃기기도 하지만, “뭘 지켜주냐”며 발끈해하는 최애라에게서는 서운함이 묻어나고 최애라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우리 딸이 뭐가 모자라서?’ 하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그렇게 애써 변명을 하고 있는 고동만도 슬쩍 한 발 물러나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하는 그 속내를 숨길 수 없다. 바로 이런 지점이 <쌈마이웨이>에서 박서준과 김지원의 멜로가 갖는 남다른 묘미다. “썸이고 나발이고”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들은 그 이상의 썸을 보여줘 왔던 것.

하지만 일단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하는 게 바로 고동만의 스타일이다. 이런 남자다움은 친구 사이에서 갑자기 연인 사이로 훅 들어오는 그 순간의 가슴 두근거림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박서준이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는 건 사실 <그녀는 예뻤다>의 지성준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확인된 바 있다. 거기서도 친구였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연인으로 다가올 때의 그 설레는 순간을 그는 제대로 연기해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쌈마이웨이>에서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의 밑그림으로서 현실에 날개가 꺾였지만 그래도 고개 숙이지 않고 살아가려는 당당한 청춘의 자화상까지 덧붙여 놓았다. 

<쌈마이웨이>의 고동만이라는 캐릭터에 그래서 시청자들은 사랑과 꿈 두 가지가 모두 성취되기를 바란다. 동생 수술비 때문에 포기했던 꿈을 격투기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얻기를 바라고, 힘들 때 항상 옆에서 친구처럼 지지해줬던 최애라와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지금의 힘겨운 청춘들에게 기원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박서준은 그 청춘의 초상을 제대로 연기해 보여주고 있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