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첫 회만 봐도 우리 시국의 밑바닥이 보인다

“법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도적을 법비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법률회사 태백은 법비라고 하더군요. 도적떼나 되려고 법 배운 게 아닙니다.” 대놓고 시국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라도 하려는 걸까. SBS 새 월화드라마 <귓속말>의 첫 회는 현 탄핵 시국을 맞은 우리네 현실의 적나라한 시스템을 화두로 던졌다. ‘법비(法匪)’. 지금 이 단어를 인터넷 검색 창에 치면 우리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이른바 ‘법꾸라지’로 지칭되는 이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귓속말> 첫 회 대쪽 같은 판사 이동준(이상윤)은 자신을 회유하려는 로펌 태백 대표 최일환(김갑수)에게 바로 이 ‘법비’라는 표현을 썼다. 

'귓속말(사진출처:SBS)'

법비 로펌 태백은 정관계까지 광범위하게 권력을 뻗치고 있는 시대의 악. 태백의 최일환은 방산비리가 드러날 위기에 놓이자 그 진실을 추적하던 기자를 살해하고 그의 선배 해직기자였던 신창호(강신일)를 살인범으로 몰아 사건을 덮으려 한다. 그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증거도 나왔지만 태백의 힘은 막강하다. 판결을 맡게 된 대쪽 같던 판사 이동준마저 그 신념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만큼. 판사 임용을 저지하고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내겠다는 위협 앞에 이동준은 결국 소신을 저버린다. 

이 과정에서 신창호 살인죄로 형이 확정되고, 그의 딸인 형사 신영주(이보영)은 형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법이 무고한 서민들을 지켜주기는커녕, 권력자들이 마구 휘두르는 칼날이 되어 서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현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네 참담한 법비들이 활개치는 현실이 드러난다. 아버지의 도움마저 물리칠 정도로 소신 있던 이동준 판사가 결국 무너지는 그 과정은 우리네 사회가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말 안 듣는 소신 있는 판사는 재임용 심사에서 누락시켜버리고, 그 싹마저 밟아버리기 위해 사찰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선 일을 판사의 권력 남용으로 몰아세운다. 갖가지 비윤리적인 일들을 해온 법비는 이동준 같은 판사를 끌어들여 이미지 세탁을 하려 한다. 위협과 함께 회유책도 따라온다. 태백에 무릎을 꿇으면 이동준을 사위로 삼고, 그의 아버지를 대통령 주치의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소신을 버리는 순간, 권력을 쥐게 되는 시스템의 구조. 게다가 충격적인 건 이들의 악행은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까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악은 성실하다.” 탄핵 시국 속에서 법망을 피해가려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하는 그 과정들 속에서 대중들은 이 대사가 실감났을 게다. <귓속말>이 첫 회에 보여준 건 그래서 이토록 성실하게 악행을 준비하고 처리해가는 그 우리네 현실의 밑바닥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을 첫 회에 드러낸 이유 또한 명백하다. 그 곳에 내버려져 더 이상 잃을 것조차 없는 신영주 같은 인물들이 온 몸을 던져 법비와 대항해가는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귓속말>이라는 제목에 담겨진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거꾸로 우리네 현실이 이런 소소한 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적이 없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저들이 방산비리를 일삼으며 자신들의 권력의 배를 채우고 있을 때 소소한 서민들이 쓰러져 나갔다는 사실을 큰 소리로 듣지 못하고 그저 작은 소리로 치부하는 현실. 하지만 그 작은 귓속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우리는 또한 이번 시국에서 느끼지 않았던가. 드라마 <귓속말>이 보여줄 시국과의 한판 승부에서 과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초심 찾은 ‘1박2일’, 여행의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이게 바로 <1박2일> 본연의 맛이 아닐까. 1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해장국 로드. 사실 KBS <1박2일>이 찾아 나선 길들도 부지기수이고, 그 길에서 만난 음식들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해장국이라는 단일종목(?)으로 그것도 1번 국도를 따라서 새로운 맛집 지도를 그린다는 건 새로운 시도다. 

'1박2일(사진출처:KBS)'

그리고 이런 시도를 <1박2일>은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국도여행 프로젝트’.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떠나는 7번 국도 조업로드’, ‘강원도 오지 산길 따라 떠나는 42번 국도 고립로드’... 유일용 PD가 미리 못 박은 이 장기 프로젝트는 그간 게스트 출연에 게임에 더 빠져 어딘지 엉뚱한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은 <1박2일>이 제 길을 찾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것도 아니고 ‘해장국’이었을까. 전국 곳곳에 갖가지 해장국들이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는 그 지역의 특징들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1번 국도의 끝까지 달려가 새벽부터 찾아간 목포의 뼈 해장국집은 그렇게 일찍부터 속 풀러 온 손님들의 부지런한 일상들이 묻어난다. 푸짐한 뼈다귀 해장국에 반찬으로 생굴이 올라오는 진풍경은 이 곳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무안에서 굳이 연포탕을 찾는 까닭은 그 곳이 낙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잡은 신선한 낙지를 그대로 넣어 끓여낸 연포탕은 그래서 피곤한 서민들의 속을 풀어주는 그 곳의 해장국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또 여의도 한 복판에서 최수종이 밤새 드라마를 찍고 사우나에 들렀다가곤 했다는 해장국집은 알고보니 김준호가 무명시절 값싸게 속을 풀러 왔던 북엇국집이었다. 역시 방송국 사람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는 그 해장국집에는 여의도 특유의 풍경이 겹쳐진다. 

즉 해장국집만 찾아가도 그 곳의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그 독특한 지역 정서까지 느껴진다는 점이 이 아이템이 가진 소소해보이면서도 의외로 강력한 힘이다. 무엇보다 해장국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서민적인 냄새는 <1박2일>이 가진 어딘지 ‘촌스러운 정감’과 잘 어우러진다. 항구 도시 목포에서 24시간 해장국집을 알려준 어느 택시기사분의 그 잠을 잊은 노동이 그 해장국 한 그릇 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무안의 연포탕집 아주머니가 한때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불렀다는 노래 한 자락의 흥겨움 속에 해장국처럼 서민들의 속이 풀린다. 

‘속 쓰린 서민들의 속을 달래주는 본격 위장 힐링 방송’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 ‘속 쓰림’이 어찌 전날 마신 술과 과했던 노동 때문 만이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단함은 그래서 때로는 어느 인심 좋은 국밥집 아주머니가 내주는 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더 그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왜 이렇게 싸요?” 여의도의 해장국집에서 지금도 4천원에 파는 북엇국에 대해 김준호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렇게 손님들이 와서 먹는 모습들이 그저 좋았다고 말한다.

여러모로 이번 ‘해장국 로드’는 그래서 <1박2일>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게스트 출연이나 복불복 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출연자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인 여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게임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그게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1박2일> 특유의 서민적인 정서를 감성적으로 잡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해장국 로드’가 비로소 보여준 것처럼.

웬만한 영화보다 낫다..OCN 무비드라마 빛 보나

OCN 새 주말드라마 <터널>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첫 회 2.8%(닐슨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2회 만에 3%를 넘겼다. 같은 시간대의 OCN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보이스>가 첫 회에 2.3% 그리고 2회에 3%를 넘긴 후 5%가 넘는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이어졌던 걸 생각해보면 <터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터널(사진출처:tvN)'

<보이스>가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본격 스릴러 장르로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비슷한 스릴러 장르를 갖고 있는 <터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즉 OCN이 무비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0여년 간 지속해왔던 본격 장르물에 대한 투자가 이제 그 빛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스릴러 장르를 통해 보여준 <보이스>의 성공은 그만한 시청층이 이미 존재한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중요한 건 <터널>이 <보이스>와 유사한 스릴러 장르를 그리고 있으면서도 <보이스>가 갖고 있던 단점들을 상당 부분 보완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보이스>는 한번 보면 절대 눈을 뗄 수 없는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와 구성은 호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잔인한 살해 장면들이 반복됨으로서 지나친 자극으로 흐른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터널>의 경우, 여전히 연쇄살인범의 끔찍한 살인이 보여지긴 하지만 <보이스>처럼 자극적인 느낌은 덜 하다. 이런 차이는 드라마가 갖는 시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이스>가 보다 자극적이고 끔찍한 느낌을 줬던 건 살인자나 피살자의 시점을 자주 차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널>은 같은 살인장면이라고 해도 그 시점이 사건을 추적하는 박광호(최진혁)에 주로 맞춰져 있다. 

여기에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박광호라는 형사 캐릭터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본격 스릴러물이라면서도 <터널>이 어떤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tvN <시그널>이 스릴러 장르를 그리면서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형사들의 절절하고 뜨거운 이야기들이 드라마적 감성을 다르게 만들어줬다는 것. 

<터널>은 또한 박광호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연쇄살인범을 쫓게 되는 이야기로 타임슬립 설정이 되어 있다. 타임슬립 설정은 자칫 그 시간여행 장치에 지나치게 빠져 게임처럼 활용되어 버리면 이야기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터널>은 이 부분에서도 적절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즉 타임슬립을 장치적 재미 자체로 보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벌어지는 인물의 감정선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으로 와버린 박광호와 1986년에 있는 그의 아내 사이의 거리와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터널>에는 중요한 정서로 깔려있다. 

지금이야 영화 같은 드라마들이 많아졌지만 처음 OCN이 무비드라마를 주창하고 나왔을 때만해도 시청자들은 그런 영화 같은 드라마가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졌다. 만일 <보이스>에 이어 <터널>까지 어떤 성취를 가져가게 된다면 이로써 OCN드라마의 브랜드는 의외로 공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 스릴러 장르 드라마하면 먼저 OCN이 떠오를 지도.

입대하는 황광희, 빈자리 꽉 채워준 양세형

이제는 양세형의 존재감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사실 양세형은 아직까지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라고 소개된 적이 없다. 그저 언젠가부터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무한도전>에 서 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멤버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지만, 양세형은 어느새 <무한도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온 <무한도전>은 광희의 군 입대 소식과 함께 어떤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주고 있는 양세형이 존재한다는 건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양세형이 없는 상황에서 광희마저 군 입대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다섯 명 체재로도 쉽지 않은 <무한도전>은 네 명 체재로 돌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이러한 앞으로 닥칠 상황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양세형을 차근차근 <무한도전>의 한 자리에 세워두고 자연스럽게 그 적응과정들을 겪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시간은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은 물론이고 양세형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나아가 프로그램과 늘 함께하는 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광희가 ‘식스맨 특집’이라는 아예 내놓고 하는 검증시스템을 거쳐 <무한도전> 멤버로 들어왔다면, 양세형은 그런 거창한 특집이 아니라 차라리 프로그램에 실전 투입해 겪는 일종의 인턴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양세형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하하와도 약간 겹치는 면이 있지만 양세형이 다른 점은 ‘전문 패널’이라는 별칭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듯한 리액션과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이다. 제법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어린이 같은 캐릭터는 그 진지함마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는 <무한도전>에서도 그렇지만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 누구보다 재밌는 리액션과 패널 같은 맛 설명으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떤 게임이나 대결에 들어갔을 때 양세형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건 유치할 정도로 상대방을 놀리고 감정을 건드리는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대결에 불을 붙인다는 점이다.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와 <무한도전>이 보여준 ‘하나마나 대결’ 특집에서 양세형이 특히 도드라졌던 건 그래서다. 

그는 끊임없이 뭐든 잘 한다는 식의 허세를 드러내며 상대방 팀을 약올렸지만 유재석과 함께 연거푸 게임에서 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대결이지만 그 대결을 팽팽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양세형의 ‘도발’이 꽤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 철인3종경기 대결에서 양세형은 수영 종목에서 말도 안되는 접영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었고 끝까지 아슬아슬한 대결 속에서 광희가 마라톤 주자로 나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입대하는 광희를 향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헹가래가 이어졌다. 광희와 양세형의 성공적인 이어달리기를 보는 듯한 그 광경은 마치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빈자리 없이 계속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광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떠나는 그 빈자리를 양세형은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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