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이유영의 정체에 시선이 집중된 까닭

OCN 주말드라마 <터널>은 이 채널이 일관되게 그려왔던 스릴러 장르물이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그를 잡으려는 형사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적인 틀과는 다른 <터널>만의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 그것이 이 스릴러 장르물이 가져온 타임리프라는 장치에 숨겨져 있다.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1986년에서 현재로 시간이동한 주인공 박광호(최진혁)의 주변에 포진한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그것이다. 

'터널(사진출처:OCN)'

박광호의 30년을 뛰어넘는 타임리프가 그저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는 점은 과거 그가 추적했던 연쇄살인이 현재까지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걸 새로운 사건들로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야산에서 발견된 토막살인의 신체일부에 찍힌 다섯 개의 점이 그 단서다. 30년 전 그가 추적하던 살인범이 피해자들의 발에 남긴 점이 일종의 살인의 순서라는 걸 밝혀냈지만 찾지 못했던 다섯 번째 희생자가 30년 후 사체로 발견됐다는 점이 그렇다. 죽은 걸로 알았던 희생자가 30여 년을 숨어 살아왔다는 걸 말해주는 이 대목은 하필이면 그 사건이 박광호 앞에 놓여 있다는 점으로 인해 그의 타임리프와 30년을 넘어 이어지는 연쇄살인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박광호가 궁금해 하는 이 타임리프와 연관된 연쇄살인범의 소재와 함께 이 드라마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그것은 그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1988년생 박광호가 도대체 누구이고 또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는 점이다. 그가 태어난 시점으로 보면 1986년 당시 임신을 했었던 박광호의 아내로 미루어 짐작해 그가 박광호의 아들이 아닐까 싶지만 아직 드라마는 그 구체적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스터리한 인물들은 또 있다. 즉 박광호와 한 팀이 되어 수사를 하고 있는 김선재(윤현민)와 수사 고문으로 임명된 냉철하지만 어찌 보면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섬뜩함을 안겨주는 신재이(이유영)가 그들이다. 시청자들 중에는 그래서 박광호 2세가 김선재이거나 신재이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실로 박광호의 타임리프 사건이나 그가 쫓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추격전만큼 흥미진진한 면이 있다. 그것은 그 독특한 캐릭터에서 나오는 관심과 기대감이 상당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어찌 보면 박광호는 저 <시그널>이 보여줬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아날로그 형사의 전형처럼 보여지만, 그와 대비되어 이른바 과학수사라는 이름으로 미디어와 CCTV, 유전자 감식 같은 정보들을 당연하게 활용하는 김선재는 우리 사는 모습의 자화상처럼 그려진다. 그가 활용하는 과학들은 이제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지만, 그 옆에 박광호라는 인물을 세워놓으니 그게 새삼스러워진다. 편리하긴 하지만 어딘지 차갑고 쓸쓸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김선재보다 더 독특하고 신선한 캐릭터는 신재이라는 인물이다. 범죄심리학 교수지만 어딘지 연구를 하다 범죄자의 마음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듯한 섬뜩함이 그녀에게서는 느껴진다. 물론 그래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마치 자기 마음처럼 알고 그래서 현장과 사진 몇 장을 갖고도 범행의 동기나 용의자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해내지만 그런 정확함이 그녀까지도 검게 물들여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범죄 심리 분석가와 범죄자 사이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다는 점은 이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도대체 김선재와 신재이는 어떤 인물들일까. 시청자들의 추측대로 그들 중 과연 박광호의 2세가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들은 박광호와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는 것일까. 이 궁금증은 고스란히 박광호가 왜 30년의 세월의 터널을 통과했는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어쩌면 범죄 그 자체보다도 더 흥미로운.

‘무한도전’이 귀를 열자, 국민들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걸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이 보여준 건 고구마 현실에 대한 사이다 대안이었다. 국회의원들을 초빙해, 국민들이 발의한 법안 아이디어를 들어보는 시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척박한 현실들이 참여한 국민의원들의 목소리에 묻어나왔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실로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야할 목소리였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첫 번째 시간으로 고용, 환경, 노동 법안 분야에 대한 제안을 듣는 시간에, ‘칼퇴근법’을 제안한 시민은 무려 일주일 내내 22시간씩 일하면서 2달 동안 고작 7만 원을 받았다고 해 듣는 이들마저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열정페이’. 그건 퇴근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기본인권에 해당되는 문제처럼 보였다. 여기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그 문제가 ‘포괄임금제’라는 비정상적인 근로계약에서 비롯된다는 걸 지적했다. 

이어진 ‘멘탈털기 금지법’을 제안한 다른 국민의원의 이야기는 그 비정상적인 근로상황이 어떤 심각한 문제까지 야기하는가를 말해줬다. 프로그래머로서 월급보다 야근수당을 더 많이 받을 정도로 야근을 해왔다는 그녀는 그런 스트레스 많은 환경으로 인해 그걸 풀기 위한 괴롭힘도 많아진다고 했다. 차별적 발언들은 물론이고 성희롱까지 생긴다는 것.

이정미 의원은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 1주일에 1번 이상씩 6개월간 지속적으로 상사나 직장 내 관계 안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이 16% 정도 된다”며 이러한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도 “산업재해”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을 넓히다 지금은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시민은 ‘알바근로보호법’을 제안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린 친구들이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사업주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니들이 알아서 해결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억울해도 잘리지 않기 위해 자기 잘못도 아닌 걸 스스로 감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 

이 문제에 대해 이정미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벌어지는 갑질이 사업주가 가진 ‘과잉 친절, 과잉 서비스’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지 인격을 팔지는 않는다”고 갑질하는 손님에게 얘기해줘야할 사업주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했느냐며 화를 낸다는 것. 결국 이 과정에서 직원은 손님과 사업주 양자 모두에게 갑질을 당하는 셈이 된다. 

국회 환경미화원이고 밝힌 국민의원은 ‘청소 노동자 쉼터 설치법’을 제안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일하는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는 것. 잠시 쉬려고 해도 제대로 된 쉼터조차 없어 계단 밑이나 협소한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이정미 의원은 청소노동자분들이 일주일만 일을 안 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며 이 분들을 공공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국민들이 제안한 법안들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지만 그 안에 담겨진 진심만은 심지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얼마나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왔는가가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가고 합리적이라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다. 

성차별, 성희롱까지 받으며 지냈다는 한 국민의원을 굳이 스튜디오 가운데로 모셔 정준하가 뺨까지 내주는 상사 역할을 하며 일종의 정신 치료 드라마를 연출하는 장면은 왜 <무한도전>이 국민의원 특집을 했는가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났다. 그렇게라도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 위로라도 주겠다는 것. 하지만 그 작은 위로는 꽉 막혀 답답했던 속을 풀어주는 커다란 사이다가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의 이러한 귀를 여는 모습, 그것이 이 특집이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장범준, '벚꽃 좀비' 현상은 우연도 기적도 아니었다

“이 영화는 좀비물입니다.” 장범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다시, 벚꽃>의 유해진 감독이 던진 농담에 시사회장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이른바 ‘벚꽃 좀비’라고도 불리는 장범준의 ‘벚꽃 엔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MBC <휴먼다큐 사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해진 감독은 TV다큐멘터리가 일회적인 속성을 갖고 있어 그 아쉬움 때문에 영화에 도전하게 됐다며 <다시, 벚꽃>이 쉽게 지지 않고 계속 피어나는 그런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그 농담에 섞었다. 

사진출처:영화<다시, 벚꽃>

우리에게는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시즌송, ‘벚꽃 엔딩’의 주인공 장범준. <다시, 벚꽃>은 버스커버스커로 데뷔했던 장범준이 솔로로 1집을 낸 후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나서 2집을 통해 다시금 우뚝 서는 그 과정을 담았다. <휴먼다큐 사랑>에서 유해진 감독이 보여줬던 인물에 대한 충실함은 고스란히 이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유해진 감독은 장범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가 어떻게 음악들을 만들었고, 자신의 부족한 점들을 채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으며, 그러면서도 타인들과 음악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해왔는가를 담담히 영상에 담아넣었다. 

장범준에게 음악이란 일상 그 자체였다. 그가 ‘벚꽃 엔딩’이나 ‘골목길 어귀에서’ 같은 곡들을 만든 건 애초부터 앨범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일상의 기록으로서 마치 일기를 쓰듯이 그 때 그 때 느꼈던 감성들을 노래로 적어뒀을 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장범준이 자신이 예전에 자취했던 학교 근처를 둘러보며 노래의 배경이 됐던 장소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그에게 음악이 얼마나 삶 그 자체인가를 잘 보여줬다. 

떠오르는 음률을 입으로 읊조리고 그것을 즉석에서 기타로 치면서 노래를 만들어왔던 그가 보여준 음악은 ‘음학’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한 작곡자들이 그 틀에 얽매이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장범준은 그 틀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벚꽃 엔딩’이나 ‘여수 밤바다’ 같은 명곡을 만든 그는 이제 음계를 공부하고 더 정교한 연주를 위해 기타를 연습한다. 이전에는 다른 이들의 연주에 자신이 노래를 했지만, 2집 앨범을 준비하는 그는 스스로 기타를 치며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른다. 함께 2집 앨범을 작업한 프로페셔널 세션들은 그의 기타 실력이 굉장히 늘었다며 이제 그 누가 대신 그 기타를 연주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그만이 자신의 곡에 대한 느낌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음악을 다시금 공부하게 된 까닭은 그러나 틀에 갇히기 위함이 아니다. 좀 더 정성을 들인 노래를 선보이기 위해 다른 음악인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뿐이다. <다시, 벚꽃>이 보여주는 건 그래서 우리가 흔히 쉽게 젊은 날의 행운처럼 장범준의 ‘벚꽃 엔딩’을 ‘벚꽃 좀비’나 ‘벚꽃 연금’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질문처럼도 보인다. 물론 그런 표현에 장범준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그 기분 좋음을 보여주지만, 이 다큐 영화가 보여주는 그의 남다른 노력은 이런 그의 성취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영화는 그의 일상과 음악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기분 좋은 이야기들을 그저 담담히 담아낸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흐르는 그의 음악들은 이 담담한 이야기들과 어우러져 때론 웃음을 주고 때론 먹먹한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 음악이 어떻게 탄생하고 완성되어가며 그것이 타인들과 어떻게 소통되는가를 느끼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거기 장범준이라는 아티스트가 어떻게 탄생했고 성장하고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2집 앨범을 자신의 20대 마지막을 담는 노래라고 말했다. 하지만 30대에도 또 40대에도 그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할 것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걸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며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그것이 장범준의 벚꽃이 지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벚꽃은 그저 때 되면 피어나는 기적이 아니다. 매순간 피어나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기에 다시 피어날 수 있는 결과일 뿐이다. 아직 피어나진 않았지만 언젠가 피어날 수도 있는, 모두에게 존재하는 저마다의 벚꽃을 위한 헌사. 그것이 <다시, 벚꽃>이 장범준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청춘은 물론이고 모든 마음의 청춘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는 이들에게 ‘좀비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윤식당’, 주문받고 음식 내주기만 해도 빠져든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주는 몰입감이 예사롭지 않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섬에서 작은 한식당 하나를 오픈해놓고 찾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주문받고 요리를 내주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또 그 내주는 요리라고 해봐야 불고기 단일 메뉴를 누들과 햄버거 그리고 덮밥으로 변신시킨 세 종류가 전부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이런 몰입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윤식당(사진출처:tvN)'

그 몰입의 전제는 출연자들이다. 나영석 PD 예능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대중들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출연자들이 포진되었다. <윤식당>의 사장님 윤여정은 시원시원하게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소탈하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큼 소통에 열려 있는 인물이고, 이서진이야 나영석 PD의 페르소나(?)가 될 정도로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를 거쳐 그의 예능에서 진화해온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야채 손질 정도는 빛의 속도로 척척 해낼 정도가 된.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정유미는 <윤식당>에 한 마디로 ‘윤기’를 더해준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밝음과 맑음, 그리고 윤여정을 살뜰히도 챙기고 이서진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긴박한 순간에는 똘똘한 선택을 내놓는다. 집으로 찾아든 고양이에게 우유를 챙기거나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바닷바람 맞으며 장을 보러 다닐 때면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윤여정이나 새로 합류한 신구를 챙기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타인을 대하는 착한 인성이 드러난다. 정유미는 그래서 윤식당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풍경의 조도를 몇 도는 밝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마법을 만들어낸다. 

나영석 PD의 비밀병기(?)로 투입된 알바생 신구의 등장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입인 줄 알았더니 회장님이 오셨다는 이서진의 반가운 투정 속에 담겨있듯이 신구는 마치 영화 <인턴>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 로버트 드니로가 오히려 사장 앤 해서웨이를 인턴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삶의 경륜을 <윤식당>에 덧붙인다. 무엇보다 그는 <꽃보다 할배>에서 배낭여행 하는 한 청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예우를 해줄 정도로 자신을 숙일 줄 아는 인물이 아닌가. 

누구나 한 번쯤 가고픈 그런 어느 남쪽 나라의 작은 섬에 누구나 한 번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픈 바닷가 식당을 오픈하고 거기에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을 세워 놓았으니 <윤식당>에서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여한 일일 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이 마법 같은 몰입감의 시작은 이제 오픈한 식당을 찾는 손님들과의 교감에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저 한 끼 식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일 수 있는 그들이 사실상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그들의 면면들이 하나하나 기억난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음료를 마신 가족은 물론이고, 첫 불고기 메뉴를 주문한 계속해서 김치를 더 달라고 했던 한국요리 마니아였던 두 여성, 선베드에 자리를 하고는 불고기 햄버거와 이서진이 만든 주스를 마시고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식 믹스커피까지 맛나게 먹으며 여자친구와 친구에게도 그 맛을 보여준 외국인 남성, 무언가 식당이 신비롭다며 정유미에게 귀엽다를 연발하고 이서진에게 잘생겼다고 말한 일본인 커플, 식사하는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요리가 맛있다는 둥,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했던 프랑스 가족들. 

<윤식당>은 그래서 이들 손님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면면들이 섞여져 똑같이 내놓는 불고기 라이스에 햄버거, 누들이지만 저마다 다른 미션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첫 요리가 주는 감흥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2인분을 만들었을 때, 또 동시에 5인분을 주문받고 멘붕에 빠졌을 때 등등의 다채로운 재미들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 

마치 내가 영업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윤식당>에서 느끼게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니다.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배치된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장소가 그렇고 그 곳을 오픈하고 운영하는 인물들이 그러하며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그렇다. 단 2회 만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윤식당>. 나영석표 예능의 새로운 진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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