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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돈더미 앞의 금나라 혹은 연예인들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드라마 ‘쩐의 전쟁’은 마동포(이원종)가 사무실 지하비밀금고에 숨겨둔 돈더미로 첨예한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의 두 욕망이 부딪치면서 시청자들은 돈에 대한 은밀한 쾌감을 만끽하는 중이다. 마동포가 숨겨놓은 돈이 몇 장의 수표도 아니고, 은행계좌의 수치도 아닌, 만 원짜리 돈더미란 점은 금나라(박신양)가 그 돈을 찾는 이야기를 자본주의라는 섬에서 보물을 찾는 이야기로 환원시킨다. 돈 다발이란 구체적인 돈의 형태는 수치로 포장된 자본주의 사회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그것은 보물이 아니고 돈이라는 점이다. 보물이야 낭만이라도 있겠지만, 돈 다발은 무언가 어둡고 음침한 구석이 있다. ..
그녀가 절을 한다. 방귀 깨나 뀐다는 부잣집 양반님네들 앞에서도,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권세를 가진 사또 앞에서도, 글 깨나 읽었다며 위선 떠는 선비 앞에서도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던 그녀가 절을 한다. 그녀가 절을 하는 곳은 하녀들이 매일 닦아 반짝반짝 빛나는 마룻바닥이 아니다. 신음과 고열에 젖은 피비린내와 땀 냄새 심지어는 똥 냄새, 오줌 냄새 그것이 뭉뚱그려진 죽음의 냄새가 배어나는 옥사의 맨바닥이다. 그녀가 절을 하는 대상은 가장 천하디 천한 ‘놈이(유지태)’란 남정네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놈이는 저잣거리 왈자패, 색주가의 기둥서방, 그리고 화적 두목으로 살아가는 그 시대, 이 놈도 되고 저 놈도 되는 대부분의 천민들이 그러했던 양반네 눈에는 그저 잡놈인 비천한 사내다. 하..
준표가 지수의 밥을 그리워하는 이유 ‘내 남자의 여자’, 두 여자가 만난다. 남편과 눈맞은 여자, 아무리 한 때 절친한 친구라 해도 만나서 제일 먼저 하는 얘기는 생뚱맞게도 밥 얘기다. ‘그 남자’의 에고에 대해 얘기하자며 자연스레 밥 얘기를 꺼낸다. 지수(배종옥)는 어느 날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밥을 챙겨먹지도 못하던 남편 준표 얘기를 한다. 그 때 이 후 그녀는 “밥 때는 거의 밖에 안 있었다”고 말한다. 거기에 대해 화영은 “지금은 혼자서도 잘 차려먹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장면, 준표의 어머니의 호출로 화영과 외출하려는 준표에게 지수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저녁 집에 와서 먹어. 해줄게.’ 만나서 할 얘기가 있는 지수는 만나자는 말도 밥 얘기로 시작한다. 준표의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화영은..
‘60억을 들인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에어시티’라는 비행기는 8회를 보낸 지금 여전히 이륙중인가, 아니면 이미 이륙한 상태로 착륙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 ‘에어시티’는 기획에 있어서 남다르다 할 정도로 참신한 드라마임에 분명하지만, 그 빛나는(?) 기획을 50%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에어시티’가 가진 서 말의 구슬 드라마 사상 유일무이한 소재인 공항은 이 드라마가 일단 한 점 먹고 들어가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공항은 나라와 나라의 경계이며, 그 경계에서 파일럿과 스튜어디스를 비롯하여 의사를 포함한 공항 직원들과 외교부, 검찰, 경찰, 국정원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활동하는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명씩 캐릭터를 잡는다고 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OST, 드라마와 음악의 완벽한 시너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이미 끝난 지 꽤 된 드라마인데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에 드라마에 푹 빠졌던 추억이 떠오른다. 노래로 기억된 영상들이 실타래처럼 풀려 나온다. 손예진이 감우성과 함께 도넛가게에서 커피를 마시던 장면도 떠오르고, 이하나와 공형진, 이 엉뚱한 커플의 로맨스도 슬쩍슬쩍 머리에 스쳐지나간다. 드라마와 음악의 완벽한 시너지, OST OST는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이 시청자에게 전달되게 해주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장치도 없다. 인상적인 드라마를 보고 나면 기억을 자극하는 영상과 그 속에서 울고 웃는 캐릭터들 그리고 그 영상을 영원히 감금해놓고 언제든 우리네 감성 속에서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
블록버스터의 덫에 걸린 MBC 45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 퓨전 사극, 한류스타의 별 중의 별, 배용준 출연, 한일 동시 방영 가능성 등등 ‘태왕사신기’라는 불가사리는 태생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여기에 각종 소문이란 쇠를 먹고 점점 몸을 불려왔다. 몸이 커질수록 관심과 기대도 커졌다. 그런데 거대한 몸체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태왕사신기’가 또 방송일을 연기했다. 이번으로 무려 4번째. 이에 대한 각종 의혹과 추측은 점점 더 이 불가사리의 몸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제작사와 방송사의 기존 관계 구조에서 볼 때 이것은 너무나 예외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주제작사의 몸피가 커졌다고 하지만 방송사가 질질 끌려 다닐 정도였을까. 시청자들의 기대를 잔뜩 갖게 만들고서 계속 연기를..
흔히 시쳇말로 ‘돈에 웃고 돈에 운다’는 표현은 뒤집어 말하면 같은 돈이라도 그 얼굴(?)은 제각각이란 말이 된다. 돈에는 얼굴이 있다. 착한 얼굴, 나쁜 얼굴, 더러운 얼굴, 땀에 젖은 얼굴,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이 갖는 애증의 얼굴까지.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은 바로 그 돈의 다중적인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다. 돈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의 금나라 사채업자란 직업의 설정은 돈이 가진 더러움과 숭배 사이의 간극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나라(박신양)는 돈, 특히 사채를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사람이다. 사채 빚 때문에 부모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버렸지만 여전히 사채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에게 돈은 똥보다도 더 더러운 존재다. 하지만 그는 “돈 많이 ..
화영이 가장 원하지만 얻기 힘든 것 어찌 보면 화영(김희애)은 ‘내 남자의 여자’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사랑해. 보고싶어. 나 사랑해? 화영은 친구 지수(배종옥)의 남편, 준표(김상중)에게 늘 그렇게 말한다. 준표의 표현대로라면 “늘 도도도도도도...” 이렇게 같은 톤의 표현만 하는 지수하고는 전혀 다르다. 어리석게도 준표는 그 화려하고 다채로운 표현법에다, 식물 같이 보이는 지수와 전혀 다른 동물적 육탄공세의 화영에게 정신이 홱 돌아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화영과 딴 살림을 차린 준표는 완전히 갈라서기까지 자꾸 고개가 지수에게 돌아간다. 함께 있을 땐 실감하지 못했던 지수의 모습을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가 그렇게 지겨워했던 일상의 반란이다. 일상과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