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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무릎팍 도사’, ‘일밤’ 왜 비판받나 이영자의 ‘가짜 반지 소동’은 리얼리티쇼 시대에 과다한 시청률 추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페이크 쇼(가짜를 진짜인 척 하는 쇼)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혹자들은 이 사소한 일처럼 보이는 소동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 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른바 쇼는 쇼일 뿐인데, 왜 거기서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따지냐는 것이다. 일견 이러한 의견은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락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리얼리티쇼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 문제의 핵심이 보인다. 우리는 이영자가 ‘경제야 놀자’란 쇼에서 과장되게 얘기한 사실이 엉뚱하게도 쇼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소라에게 악플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영자가 쇼의 재미요..
자극 없고 악역 없는 고마운 드라마, ‘고맙습니다’ MBC 수목 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흔히 종영과 함께 ‘중독’이니 ‘금단현상’이니 하는 증상으로 아쉬움이 표현되는 강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들 속에 자리매김하게 될 것 같다. 시청률 전쟁에 자꾸만 자극적으로 변해 가는 드라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본래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었으나 잊고 있었던 ‘감동’을 끄집어내 준 고마운 드라마, ‘고맙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시간의 흔적이 남긴 여운의 의미를 되짚어보자. 자극이 아니어도 좋다 자극과 파행을 거듭하는 이른바 논란드라마들의 탄생목적은 명백히 시청률이다. 그것은 이미 공식이 되어버렸다.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 속에서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고 그러기 위해 이들 ..
너무 잘 짜여진 ‘마왕’ vs. 너무 흐트러진 ‘히트’ ‘하얀거탑’을 통해 미드와 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 시청자들이 그 연장선 상에서 기대했던 드라마는 ‘마왕’과 ‘히트’였다. 하지만 이 두 유망주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마왕’은 그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연일 최저시청률을 경신하고 있고, ‘히트’는 수사물로서의 맥을 잡지 못하면서 시청률 추락을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잘 짜여진 드라마, ‘마왕’ ‘마왕’을 보고 있으면 이 드라마가 김지우라는 작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구성력에 있어서 이 정도면 거의 퍼즐 맞추기에 가까운데, 그 속에 인물들을 살려놓고 양파 껍질 벗기듯 조금씩 속살을 감질나게 보여주는 전개방식은 이..
가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는 ‘아들’ 지금 영화 속에서 아버지들은 고군분투 중이다. 아버지들은 ‘파란 자전거’에서는 손이 불편한 아들에게 희망을 넣어주고, ‘눈부신 날에’에서는 딸을 만나 잃었던 가족애를 찾아가며, ‘날아라 허동구’에서는 IQ 60인 아들을 향한 뜨거운 부성애의 모습을, 그리고 ‘우아한 세계’에서는 가족들의 우아한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은 전혀 우아하지 않은 진창에서 뒹굴어야 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가부장적 가치관의 퇴조, 여성성이 중요해진 사회, 경제적으로 더 힘겨운 상황에 몰린 남성들, 그리고 무엇보다 권위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권위도 갖지 못하게 된 이 시대의 아버지. 최근 들어 이른바 ‘아버지 영화’라고 불릴만한 아버지에 대한 영화들이 무더기로 쏟..
기적을 부르는 ‘고맙습니다’의 드라마 화법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를 그저 훈훈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것이 반쪽 짜리 정답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고맙습니다’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들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선행을 담은 이야기가 인터넷에 대서특필됐을 때, 따뜻해지는 가슴과 함께 밀려오는 부끄러움 같은 것이다. 작은 이야기에도 민감해지는 건, 그만큼 감동 없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 ‘고맙습니다’는 이 감동 없는 세상에 던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반어법이다. “고맙습니다”라는 작은 한 마디가 가진 울림은, 그런 한 마디 해주지 못하는 고맙지 않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대결의식이 된다. 당..
‘히트’에 보이는 여성성 경향 MBC 드라마 ‘히트’가 그려내는 강력계의 풍경은 욕설이 난무하고 폭력이 행사되던 여타의 우리네 형사물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먼저 강력계 팀장이 차수경(고현정)이란 여성이란 점이 다르다. 김영현 작가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히트 팀에 여성을 내세운 것은 이 드라마가 전작인 ‘대장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걸 말해준다. 김영현 작가는 여성들의 성장 드라마 혹은 사회적 성공에 대한 환타지를 제대로 포착해내는 작가이다. ‘대장금’의 장금이가 조선시대 수라간 이야기를 통해 현대적 여성상의 전형을 에둘러 보여주었듯이, ‘히트’의 차수경 역시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강력계 이야기 속에 보란 듯이 팀장 자리를 꿰차고 앉는다. 강력계 팀장을 여성으로 세우는 순간부터, 이 드라마는 ..
이번 주는 드라마들이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호연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들이 유난히도 돋보인 한 주였습니다. 역시 배종옥, 변신 김정민 SBS의 월화드라마,‘내 남자의 여자’는 극의 흐름을 김희애의 독한 연기가 끌어왔는데 이번 주에는 반격에 나선 배종옥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인해 겪는 상처와 분노, 하지만 “그래도 용서해주세요”하는 아이의 애원에 흔들리는 엄마라는 복합적인 내면연기를 ‘역시 배종옥!’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소화해냈습니다. 배종옥은 과장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역할에 딱 맞는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MBC의 ‘히트’는 전문성에 대한 비판여론 탓인지 분위기를 멜로에서 전문직쪽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새롭게 전면에 나선 김영두 역의 김정민이 ..
부족함을 따뜻함으로 채운 인물들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에는 캐릭터가 아닌 사람들이 보인다. 드라마에서 스토리를 극화하기 위해 캐릭터들은 어떤 한 부분이 극대화되어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천사표 캐릭터는 한없이 천사가 되고, 악역은 한없이 악역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 우리가 흔히 ‘진부한 선악구도’라고 말하는 설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선악구도를 의도했다기보다는 드라마라는 또 하나의 세계 속에 스스로 움직이는(작가들은 어느 순간부터 저 스스로 인물들이 움직인다고 한다) 인물들을 드라마의 극적 구도라는 명목으로 억압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고맙습니다’는 살아있는 인물들이 꿈틀대는 드라마이다. ‘악역 없는 드라마’는 극중 인물을 어느 캐릭터로 규정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