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한석규, 스산해진 가을이 오면 그가 떠오른다이주의 인물 2024. 11. 3. 13:53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로 돌아온 한석규, 그 인간적인 얼굴“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서 정원(한석규)은 그렇게 조용히 다림(심은하)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려서 하나 둘 아이들이 돌아간 텅 빈 운동장에 앉아 모두 그렇게 떠나갈 것이라는 걸 묵묵히 받아들이던 정원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판정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담담한 체념을 뚫고 어느 날 갑자기 다림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평온했던 일상은 흔들린다. 더 그와 함께 웃고, 떠들고, 살고 싶어지는 것. 하지만 그는..
-
‘나의 해리에게’, 꽁냥꽁냥 멜로와는 차원이 다른 멜로의 탄생이주의 드라마 2024. 10. 27. 19:22
“누구라도 상관없어...” 신혜선의 상처를 치유시킨 강훈의 고백(나의 해리에게)“전 상관없어요. 혜리씨. 왜냐하면 난 그냥 혜리씨가 있어주기만 하면 되거든. 내 옆이 아니어도 살아서 건강하기만 하면 난 그걸로 충분해요. 날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 다시 숲으로 들어간대도 난 괜찮아. 원하면 내가 거기 같이 가줄 수도 있어요. 나 진짜 다 버리고 같이 가줄 수 있어요. 그딴 건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혜리씨. 왜냐하면 전요 혜리씨. 처음부터 혜리씨가 그 누구라서 좋아했던 게 아니거든. 그저 이런 내게 와준 사람이라… 내가 혜리씨를 그래서 좋아했던 거고 그래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서 강주연(강훈)은 갑자기 사라져 너무나 보고 싶었던 주은호(신혜선)를 보고는 그렇게 외친다. 물론 강주연..
-
언제까지 K팝을 아이돌 음악의 틀에 가둘 것인가대중문화 비평 2024. 10. 27. 19:19
밴드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말해주는 것최근 데이식스나 QWER, 실리카겔, 쏜애플 같은 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움츠러들었던 콘서트 열기가 더해져 밴드 기반의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무얼 말해주는 걸까. 최근 주목되는 데이식스와 QWER지난 10월22일 멜론차트를 보면 로제와 브로노마스가 함께 한 ‘APT.’와 에스파의 ‘UP’ 그리고 제니의 ‘Mantra’ 같은 K팝 아이돌의 음악들이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띠는 건 데이식스다. 데이식스는 멜론 탑100 차트 20위 권에만 최근 발매한 ‘Fourever’ 앨범 수록곡들인 ‘Happy’, ‘Welcome to the Show’는 물론이고 예전에 냈던 곡들인 ‘한 페이지가 될 ..
-
한강의 기적대중문화 비평 2024. 10. 27. 19:14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일주일 전 나는 모스크바에 있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모스크바 사무소의 주최로 열린 ‘전 러시아 대학생 한국어 올림피아드’에 특강을 요청 받아서였다. 알다시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데, 그 곳을 굳이 가야할까 싶었지만 호기심이 일었다. 하필이면 한국의 대중문화 관련 글을 쓰며 살아가는 나를 불렀다는 건, 그 곳에도 한류 열풍이 있다는 걸 예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 곳에서 환대해준 러시아 한국어 교수들(행사에 심사를 맡은 러시아안들이다)은 유창한 한국어로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빗대 한국과 러시아의 상황을 농담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금 ‘전쟁과 평화’ 중입니다. 전쟁 중이라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지만 우리는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