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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보면 눈물 나는 또 하나의 천성일표 민초 사극, ‘탁류’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10. 12. 19:28
‘탁류’, 이 혼탁한 세상을 이들은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우리 아버지 머슴이여.” 디즈니+ 드라마 에서 무덕(박지환)의 안사람 작은애(오경화)는 남편이 왈패의 엄지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시율(로운)을 앉혀놓고 다짐을 받아 놓으려 한다. 무덕이 엄지가 된 건 바로 남다른 완력과 싸움 기술을 가진 시율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려서다. 그는 자신이 어쩌다 무덕의 아내가 되어 살게 됐고 그를 살게 해준 무덕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주기위해 먼저 자신의 기구했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근디 흉년에 너무 먹을 게 없어 갖고 울 큰언니 갖다 팔았어. 고다음 보릿고개엔 둘째 언니를 갖다 팔고. 아들은 팔 수 없응께 내 차례가 됐지. 대감집 종으로 팔려 갔는디 역병에 걸려 갖고 피를 토항께 그냥 길바닥에 픽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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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가 직물처럼 짜낸 인간 증명의 대서사시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10. 10. 11:14
‘다 이루어질지니’, 사탄 김우빈과 사이코패스 수지가 그려낸 천년의 사랑이건 마치 김은숙 작가가 모래로 쌓아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 같다. 태초와 현재, 고려와 아라비아, 한국과 두바이, 현실과 상상... 같은 무수한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짠 이야기의 직물 같다. 그것이 모래 같은 상상의 이야기를 재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기처럼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야기는 구체적인 물질이 아니어도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의 샤흐라자드가 그 힘을 보여줬듯이. 아무 것도 없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모래만 가득한 사막에 모래바람을 타고 나타나는 지니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드라마 는 바로 그 지니의 이야기를 가져와 시공을 뛰어넘는 대서사시로 재해석했다. 마술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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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이 달고 나온 장윤주, 얼굴 갈아 끼운 전여빈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10. 9. 14:45
색다른 인생 리셋, ‘착한 여자 부세미’ 반응 예사롭지 않다장윤주는 자신의 이미지를 작품에 따라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ENA 월화드라마 에서 그녀가 맡은 가선영이라는 인물은 악역이다. 그것도 피도 눈물도 없는 소시오패스 악역. 그래서였을까. 장윤주는 딱 붙여놓은 머리에 마치 곤충의 더듬이 같은 모양으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마치 사마귀의 형상 같은 그 모습은 등장만으로도 섬뜩한 인상을 준다. 는 제목에 이 주인공의 ‘착함’을 내세웠다. 정반대로 말하면 이 부세미(전여빈)라는 이름으로 3개월을 생존해내야 하는 김영란의 반대편에는 ‘악함’이 있다는 뜻이다. 장윤주가 등장부터 섬뜩한 인상으로 구현해낸 가선영이라는 인물이 그 악의 중심이다. 그녀는 피 한 방울 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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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야심 찬 풍자 코미디, ‘어쩔 수가 없다’옛글들/이 영화는 봐야해 2025. 10. 7. 18:31
‘어쩔 수가 없다’, 곰곰 생각하면 빵빵 터지는 박찬욱표 블랙코미디“다 죽여버려.” 재취업 면접에 나가는 남편 만수(이병헌)에게 미리(손예진)는 그렇게 말한다. 면접 경쟁 상대들을 이기라는 말이지만, 박찬욱 감독은 이 말을 실제 사건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블랙코미디로 그려낸다. “다 이루었다” 생각했던 중년의 가장이 졸지에 정리해고되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들게 되고, 도저히 그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생각 하자 엉뚱하게도 경쟁 상대를 제거하는 일에 뛰어들게 되는 것. 이것은 라는 블랙코미디가 가진 웃음의 코드를 드러낸다. 그건 세상에 대한 풍자다. ‘다 죽여버려’ 같은 말이 이제 별 섬뜩함도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경쟁 사회에서 그걸 실제로 감행하는 인물을 통해 그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쿡쿡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