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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 때론 가족보다 친구가 더 낫다

 

어째서 이들은 가족에 대해 이토록 둔감하게 살고 있었던 걸까.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김상식(정진영)을 그의 아내 이진숙(원미경)은 딴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고 의심해온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돈독이라도 오른 것처럼 돈을 벌기 위해 다니면서도 쫀쫀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살아야했던 이진숙으로서는 그런 의심을 할만 했다.

 

하지만 김상식이 차린 딴 살림은 이진숙이 상상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다리를 절게 된 아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지금껏 자식처럼 돌봐주고 있었던 것. 그는 그것이 평생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진숙으로서는 너무나 황당하고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렇고 그래서 엉뚱한 의심까지 하게 만들었던 일도 그렇기 때문이다.

 

상식이 그렇게 차린 딴 살림(?)으로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정작 친 아들인 지우(신재하)는 아버지와 함께 지낸 시간이 별로 없었다. 상식의 행동은 물론 이해되는 면은 있지만 가족보다 타인에게 그토록 관대하고 신경을 써왔다는 점에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런데 그건 어쩌면 우리가 사는 모양이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가까워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 그걸 우리는 가족이라 치부하고 살았던 건 아닌가.

 

상식 또한 진숙을 의심해왔다. 첫 딸 은주(추자현)를 임신한 채 결혼을 한 진숙이 혹여나 딸의 친아버지를 만나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했고, 하다못해 과일가게 아저씨와의 관계도 의심했다. 결국 알고 보니 그 과일가게 아저씨는 진숙의 제부였다. 상식과 진숙은 그렇게 서로를 잘 몰랐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왔으면서도.

 

은주는 자신이 아빠의 친 딸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안데 이어, 남편 태형(김태훈)이 성소수자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가족이지만 이들은 심각할 정도로 아는 게 없다. 그는 자신이 엄마의 약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상식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 그래서 매섭게 쏘아대지만 그렇다고 달라지거나 해결되는 건 없다.

 

대신 <가족입니다>에 등장하는 '친구'라는 단어는 가족보다 훨씬 더 타인을 이해하는 존재로 사용된다. 남편이 성소수자라는 걸 알게 되고는 절망했던 은주는 마음을 추스르고는 남편 태형에게 친구로 남자고 말한다. 서로의 짐을 들고 가는 존재가 되자고 한 것. 은주는 가족들과 만나면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절망감을 느끼지만, 의외로 힘들 때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찬혁(김지석)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찬혁은 결혼식날 흑백사진을 찍었던 것이 그 날 영국으로 떠난 다른 친구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였다는 걸 은주에게 말하고, 그 친구가 최근에도 SNS로 은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은주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가족이 못해주는 걸 때로는 친구가 해줄 때도 있거든요."

 

<가족입니다>는 가족이지만 저마다 갖고 있는 비밀들이 있고, 그래서 그 비밀들이 때론 오해를 불러 일으켜 불화를 만들기도 한다는 걸 극적이고 충격적인 상황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타인보다 못한 관계가 된다는 걸 말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친구 같은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들보다 더 가족을 이해하고 있는 찬혁은 바로 그런 인물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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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의 질문, 당신은 가족을 얼마나 알고 있나

 

"어떤 과학자가 그랬어. 우리는 지구 내부물질보다 태양계의 내부물질을 더 많이 안다고. 지구에 살고 있는데 지구 내부물질을 알면 뭐하니 이런 거지. 가족이 딱 그래."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서 김은희(한예리)가 자신의 아버지 김상식(정진영)이 야간산행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다는 이야기에 그의 오랜 친구 박찬혁(김지석)은 그렇게 말한다. 김은희는 스스로도 남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 박찬혁이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가족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자신을 인정한다.

 

이 대사에 담겨 있는 것처럼 <가족입니다>가 그리려는 건 김상식과 이진숙(원미경)네 가족의 진짜 모습이다. 그런데 그 진면목을 끄집어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진숙은 김상식에게 졸혼을 요구하고, 그 이야기에 충격을 먹은 김상식은 홀로 야간산행을 갔다가 쓰러져 기억이 22살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22살의 기억을 가진 김상식은 늘 해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사랑꾼이 되어 아내 이진숙을 대한다.

 

"진숙씨"라고 꼭 이름을 부르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손을 잡고 걸으려 한다. 좋아했던 과일이 귤이었다며 청과물가게에서 귤을 산 김상식은 집에 와서는 그걸 까주며 아플 때 자신이 손이 노래지도록 까줬던 귤 이야기를 한다. 진숙은 그 상황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언젠가부터 말을 섞으면 싸움이 벌어지고 그래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데면데면 각자 할 일을 하며 지내온 그들이 아닌가. 진숙은 그래서 기억이 돌아오면 지금의 이 상황이 얼마나 난감할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상식에게 말한다.

 

자신이 휴게소에 놔뒀던 트레일러를 가지러 간 상식은 진숙을 옆 자리에 태우고 운전을 한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트레일러에 탄 적이 없다는 진숙의 이야기를 상식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도로에서 홀로 적재물을 고정시키는 차를 보고 도와주는 상식을 낯설게 바라본다.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해 왔는가를 진숙은 잠시 탄 것만으로도 뻐근해 오는 허리를 통해 느낀다.

 

22살로 돌아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상식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계기를 갖는 것. 상식이 하는 살가운 사랑꾼 같은 말과 행동들은 그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그에게 어떤 일깨움을 줄까. 그건 저 박찬혁이 말하는 이야기처럼 너무 가까워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가족과 아내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을까. 또 그의 그런 행동을 난감하게 받아들이는 진숙 또한 상식의 고단했던 삶을 이로써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가족입니다>가 흥미로운 건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여긴 가족이 어떤 계기를 통해 낯선 존재로 다가오고 그걸 통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상식과 진숙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은주와 은희가 자매라고는 하지만 하나도 닮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관계에 담겨진 '출생의 비밀'이 그렇고, 은주와 그 남편 윤태형(김태훈)이 유산을 경험한 후 멀어진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는 과정이 그렇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좀 더 확장해 보면 우리가 잘 안다는 친구나 동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는 건 별로 없으면서 가족이고, 친구이고 연인이며 동료인 관계들. 그들이 실제로는 타인을 잘 모르는 개인이었다는 걸 드라마는 드러냄으로써 이를 통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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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 확장된 '부럽지', 연애 말고도 관계 보는 재미 톡톡

 

이건 전혀 예비사위와 예비장인, 장모의 모습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이하 부럽지)>에서 이제 공식적인 결혼발표를 한 혜림의 남자친구 신민철과 혜림의 부모님의 모습이 그렇다. 물론 이들의 인연은 독특한 면이 있다. 사실상 신민철을 혜림과 맺어주게 한 장본인들이 바로 혜림의 부모님이나 마찬가지고, 그래서 두 사람은 연애를 하면서도 양가 부모들과 만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찾은 혜림과 신민철을 대하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던 그런 예비 장인, 장모의 모습이 아니다. 찾아온 딸과 남자친구를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아버님의 거리낌 없는 모습에서 권위적인 모습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딸이 이제 곧 결혼한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사위가 될 신민철을 마치 아들처럼 대하는 모습이었다.

 

육식을 잘 안하신다는 혜림의 어머님은 예비사위를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그러면서 예비사위에게 도와달라는 모습에서도 이 가족의 단란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예비사위와 함께 어머님이 요리를 하고 그 와중에 아버님은 딸과 옛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 편안한 풍경은 장인댁을 찾은 사위의 모습이 아니라 그냥 한 가족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아버님이었다. 지긋한 나이가 엿보이는 흰 머리에도 딸 앞에서 옛 사진을 함께 보며 울컥하고, 귀여운 질투를 하는 등 애교 넘치는(?) 아버님이었다. 식성이 달라 32년 살면서 고기 한 번 얻어먹지 못했다는 아버님의 얼굴에서는 서운함보다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묻어났고, 꽃무늬 앞치마를 해주고 까르르 웃는 장모와 사위를 거실에서 바라보며 웃는 아버님에게서는 애정 섞인 미소가 피어난다.

 

생닭 손질이 낯선 장모와 사위를 보며 "내가 도와줘야겠구만"하는 아버님은 식성이 안맞아 어떻게 사셨냐는 사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난 먹고 싶을 때는 나가서 사먹는다"며 웃는 그 모습에서도 여유로운 배려가 느껴졌다. 그런 모습은 딸 혜림이 지금처럼 잘 자랄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엄했던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아버님. 그래서 자식들한테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학교 가서 빵점을 받고 와도, 아빠 나 빵점 받았어 하는 이런 모습에 나는 너무 좋은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얼굴은 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다 만들어진 닭볶음탕을 먹으면서도 아버님의 리액션이 폭발한다. "우리 마누라 잘 하네"라고 칭찬하고, 사위가 양념을 버무리고 씻어줬다는 얘길 듣고는 "그래서 맛있구나"하고 얘기해준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부부 사이의 좋은 금슬로 인해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연애하는 듯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화기애애함.

 

사실 <부럽지>는 연예인 커플의 리얼 연애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들어 연애만큼 이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이전 방영분에서 최송현이 남자친구 이재한과 부모님을 만나 식사를 할 때 아버님과 나누던 대화가 그렇고, 이번 혜림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그 화기애애한 광경이 그렇다.

 

물론 결국 연애는 당사자들 간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좀 더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부럽지>가 가족들까지 확장된 이야기를 함으로써 얻게 된 사랑의 좀 더 깊은 맛이 아닐 수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이 표피적인 연애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관계를 포함한다는 걸 이런 확장된 이야기가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달달한 연애만 부러운 게 아니라 그 관계가 부러운.(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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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은빛눈썹 서강준 주변에 있었던 진짜 사람들

 

“그 어디에도 진짜 사람들은 살지 않아서 소년은 결국 혼자 그렇게 외롭게 살다가 죽었다는 이야기.” 은섭(서강준)이 해준 ‘은빛 눈썹’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 산 속 외딴 집에서 아버지와 지냈던 행복한 봄날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로 인해 춥디추운 겨울이 되었다. 아버지와 따뜻했던 그 집은 홀로 떨며 지새워야 하는 곳이 되었다. 은섭이 따뜻한 행복을 두려워하게 된 건 그래서였다. 그것이 언제 사라져 차가운 불행으로 변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한 해원(박민영)을 갑자기 은섭이 밀어내며 차갑게 대했던 건 그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는 따뜻하고 다정한 것들이 전부 불안했어. 위태로운 내 행복의 순간이 단숨에 사라져 버릴까봐.” 그래서 혼자 해원을 짝사랑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어두운 밤길에 손전등을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불쑥 다가온 해원은 그를 불안하게 했다.

 

죽은 엄마와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로 혼자가 된 은섭을 거둬준 건 임종필(강신일)과 윤여정(남기애)이었다. 그들은 친아들처럼 은섭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지만,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경험을 한 은섭은 늘 불안했다. 게다가 ‘부랑자의 아들’로 알려진 은섭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고, 술에 취해 화가 나 툭 불거져 나온 이야기지만 “어디서 개 걸뱅이 같은 놈을 주워와 가지고는” 같은 소리를 새 아버지 임종필은 들어야 했다.

 

“간사한 원숭이, 교활한 여우, 못된 돼지, 음흉한 너구리. 소년이 본 세상 속엔 진짜 사람은 없었어.” 은섭이 해준 은빛 눈썹 이야기의 소년은 그렇게 추운 겨울에 홀로 서 있었다. 깜깜한 밤 홀로 그 산 속 외딴 집을 찾아가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런 그에게 해원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두려운 따뜻함을 주었을까. “그 소년은 얼마나 추웠을까?”라며 “안아줘야지. 힘껏 안아줘야지. 온 힘을 다해 그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꼭 안아줘야지.”

 

은섭의 그런 사정을 듣게 된 해원은 그러나 은섭의 그 은빛 눈썹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그가 틀렸다고 말해준다. 그의 주변에는 그를 항상 따뜻하게 해주는 ‘진짜 사람들’이 있었다. 안 닮았지만 은섭의 동생이라 밝게 웃으며 말했던 동생 임휘(김환희),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있을 때마다 구조대가 부르는 은섭을 그 누구보다 걱정하는 엄마 윤여정, 은섭이를 산에서 발견해 데려와 친 아들 이상으로 아껴준 아버지 임종필, 그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네가 틀렸다고 임은섭. 그 늑대의 은빛 눈썹을 가진 소년 이야기 말야. 네가 그랬지? 그 소년은 결국 진짜 사람이 사는 마을 찾지 못한다고. 근데 아니. 소년은 결국 그 마을 찾아. 그리고 평생 그 곳에서 행복하게 살아. 지금의 너처럼.” 해원은 은섭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추운 겨울을 겪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다. 도시생활의 차가운 겨울을 경험하고 이 자그마한 마을로 내려왔던 해원은 난로처럼 그를 따뜻하게 해준 은섭을 통해 봄을 느끼고, 따뜻한 봄이 언제 사라질까 두려워 산 속 외딴 집 추운 겨울에 자신을 가둬뒀던 은섭은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해원과 가족들을 통해 봄을 맞이한다. 파랑새처럼 봄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었음을 이 드라마는 이야기해주고 있다. 봄은 이미 와 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못 느끼고 있을 뿐.(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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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이 마마’, 귀신 판타지로 담은 신개념 가족드라마

 

시작은 귀신 이야기였다. 죽었지만 산 자들의 주변을 빙빙 도는 귀신들. 그런데 이 귀신들이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귀신들과는 영판 다르다. 보통 산자 주변에 출몰(?)하는 귀신이라면 사람들 해코지하는 호러물이 떠오르지만, 이 귀신들은 저마다 절절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그래서 귀신 판타지로 담아낸 색다른 가족드라마처럼 보인다.

 

납골당을 찾아 망자의 살았을 적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 그런데 <하이바이 마마>는 유족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뒤에서 꼭 껴안고 있는 망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족이 눈물 흘릴 때 망자도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졸지에 자식을, 부모님을, 형제와 자매를 또 아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망자의 눈물에 먹먹함과 함께 어떤 위로를 받을 게다. 그건 떠났다 생각했던 이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남아 우리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까.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차유리(김태희)가 49일 간 되살아나 벌어지는 소동극을 코미디 장르로 담고 있다. 그런데 되살아난 건 차유리에게도 또 그를 떠나보냈던 유족에게도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지고 껴안고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가 떠난 후 이미 생겨난 새로운 관계들은 차유리로 하여금 다가갈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조강화(이규형)는 오민정(고보결)과 새로 결혼을 했고, 서우(서우진)를 돌보며 살아간다. 되살아난 차유리는 그래서 저 솔로몬의 선택에 등장하는 진짜 엄마처럼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아이를 바라본다. 그는 딸 서우가 귀신을 보게 된 걸 걱정해 환생한 것이고, 그걸 막고 나면 돌아갈 거라 한다. 그래서 살아난 후에도 그는 부모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니 만나봐야 또 다시 상처가 될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신으로 있다가 살아났다는 판타지 설정을 하나 들인 것뿐이지만, 그 설정 속에서 이 드라마는 꽤 많은 가족과 친구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그냥 평탄한 부부라면 늘 그러려니 했던 일들도 이 설정 속에서는 보다 절절해진다. 되살아난 유리를 걱정해 호텔을 무시로 찾아와 불편한 건 없는지 걱정하는 남편 강화의 모습이나, 절친인 언니 고현정(신동미)과의 재회가 눈물 쏙 빠지게 되는 그런 모습들이 연출된다.

 

모정 또한 이 설정 속에서는 색다른 감정을 동반한다. 즉 딸에게 다가가고픈 욕망이 앞서면서도 그것이 모두를 위한 행복한 선택이 맞는지 갈등하게 되는 것. “그럼 서우 엄마 해요”라고 취중에 진담을 꺼내놓은 오민정 때문에 갈등하다 “정말 해도 되요?”라고 묻는 차유리의 감정 변화가 가능한 건 이 판타지 설정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망자가 된 귀신들의 모습이 가끔씩 살아있는 사람들 모습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서우가 다니는 유치원의 엄마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 다른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서우를 내보내라고 유치원에 압력을 준다. 그리고 틈만 나면 모여서 서우의 뒷담화를 한다. 하지만 한 날 한 시에 망자가 된 필승(이시우)네 가족을 보면 자기 자식을 끔찍이 챙기면서도 서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적이지 못한 인간과 너무나 인간적인 귀신의 대비라니.

 

이제 가족드라마의 시대는 지나갔다고들 말한다. 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주의 사회가 되면서 가족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일까. 가족드라마의 시대가 지났다고 말하는 건 옛 방식의 가족드라마가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또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과 갈증은 더더욱 커진다.

 

다만 가족의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맞게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귀신의 환생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혈연을 넘어서는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내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많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가를 끄집어내는 <하이바이 마마>라는 드라마는 확실히 색다른 가족드라마의 가치를 보여준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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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이번 공릉동편을 시청자들이 특히 기대하는 이유

 

어머니와 딸 그리고 자녀까지 3대가 함께 살며 운영하는 자그마한 공릉동 기찻길 골목의 찌개백반집.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롭게 소개한 이 집에 벌써부터 응원이 이어진다. 놀라운 건 보통 첫 회에 백종원이 찾아가 음식 맛을 보고 하는 평가조차 아직 방송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 찌개백반집에 대한 호감을 만들었을까.

 

사실 그간 모녀가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들을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자주 선보인 바 있다. 그 중에는 모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집도 적지 않았고 그래서 소통이 잘 안되는 게 그 음식점의 중요한 문제인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13년 째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딸. 선입견 때문인지 이 찌개백반집도 그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선입견이자 편견이었다.

 

일단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다. 그 곳은 식당이라기보다는 하숙집 같은 분위기였다. 대부분 특정 메뉴를 시키기보다는 6천 원짜리 백반을 시키고 있었고, 밥과 국에 제육볶음이나 생선을 메인으로 하고 기본 반찬이 8가지가 나오는 백반이었다. 그런데 손님마다 반찬 수가 달랐다. 이유는 손님들의 식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어머니가 거기에 맞게 반찬을 내놓기 때문이었다. 10일 간 제작진이 파악한 바로는 이 집에서 반찬 종류가 무려 56가지나 계속 바뀌어 나왔다고 했다. 그건 거의 가정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가게 분위기가 가족적이어서일까. 찾는 손님들도 거의 가족처럼 보였다. 들어오면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음식을 내놓기도 했고, 사장님의 어린 손녀가 먹는 테이블에 스스럼없이 합석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를 하는 손님도 있었다. 어떤 손님은 그 손녀에게 용돈을 주며 앞으로는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자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소박한 백반집이지만 훈훈한 미소가 감도는 그런 집.

 

놀라운 일은 딸이 백반을 배달통에 담아 배달을 할 때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이 제작진들에게 포착(?)됐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 광경을 보며 제작진도 또 백종원, 김성주, 정인선도 너무나 황당해했다. 배달비가 음식 값만큼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왜 그랬는지 들어본 이유는 감동 그 자체였다. 손님이 식지 않은 따뜻한 음식을 먹게 하려고 배달 갈 때는 택시를 타고 간다는 것. 올 때는 걸어오고 또 빈 그릇을 찾으러갈 때는 걸어갔다 걸어온다고 했다. 이 집이 손님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하는 그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다보면 음식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마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음식 맛 그 자체보다 손님을 위하는 마음과 배려심 나아가 초심을 변치 않고 지켜나가는 성실함 같은 것들이 실제 가게의 성패를 가름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공릉동 기찻길 골목 편은 그 가게 선정이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자녀 사교육비 때문에 요식업에 뛰어든 삼겹구이집이나 17년째 장사 도전 중인 야채곱창집 또한 음식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좀 더 잘 하고 싶고 또 비판이나 지적을 수용해 더 나아지려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지난 홍제동 문화촌 골목 편에 출연했던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 팥칼국숫집을 떠올려보면 이번 편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 찌개백반집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커지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집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6천 원짜리 백반이지만 그 집에서 내놓은 음식에는 아마도 집밥이 그리운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런 집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마도 인지상정일 게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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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송승헌의 정치 쇼에 담긴 우리 시대 가족 찾기

 

정치 쇼를 빙자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시대의 가족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정치 풍자를 담은 코미디를 빙자하고 있지만 진지한 가족극.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는 가족 해체 시대에 찾아보는 대안 가족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알고 보면 위대한(송승헌)의 정치 인생의 시작과 추락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그 과정은 모두 가족과 연관되어 있다. 그가 정치를 하겠다 마음먹은 건, 반에서 1등을 한 위대한 때문에 2등으로 밀려난 아들을 둔 정치인 강경훈(손병호) 때문이었다. 그가 시장에서 일하는 엄마의 일터를 빼앗으려 하자 위대한은 자신이 1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 일을 막는다. 그는 결국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정치인이 되겠다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렇게 최연소 초선의원이 된 위대한은 선거에서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 때문에 재선에 실패한다. 이혼 후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던 아버지가 유세장에 갑자기 찾아왔고 위대한은 그를 외면한다. 아버지의 부고는 하루아침에 위대한을 ‘국민패륜아’로 만들어버린다. 3보1배를 통해 반전을 시도하지만 결국 강경훈에게 패배한 위대한은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힘이 필요했고 그래서 정치인이 되었지만 그는 가족 때문에 낙선한다. 하지만 그건 위대한이라는 인물이 겪을 가족사의 시작일 뿐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딸이라고 찾아온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을 정치 재개 이미지세탁을 위해 받아들이면서 육아문제가 현실적으로 불거져 나온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하나하나가 다 경제적인 문제라는 것.

 

이처럼 정치쇼를 하려는 위대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위대한 쇼>는 육아의 문제를 담고, 나아가 미혼모, 낙태의 문제까지 다룬다. TV토론에 나가 낙태 반대를 외치며 그 이유로 만일 아이의 엄마가 미혼모로서 낙태를 했다면 다정이 같은 딸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 말했지만, 바로 한다정이 덜컥 아이를 갖게 된 것. 게다가 이제 고등학생인 딸아이는 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그냥 나와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한다.

 

<위대한 쇼>는 정치 풍자 코미디로서 정치인들의 진심 없는 코스프레를 웃음의 코드를 보여주고 있지만, 점점 그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대안적 가족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처음에는 현실적인 육아 문제 때문에 우리네 저출산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보여주었고, 미혼모의 낙태를 통해 한 부모 가정 또한 우리 시대의 가족 양태가 될 수 있다는 걸 드러내준다.

 

위대한이 정치에 복귀하기 위한 가족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점점 자신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가진 코믹한 상황이다. 한다정을 통해 네 명의 아이가 생겼고, 이제 한다정의 남자친구와 또 그들이 가진 아기까지 가족이 늘어나게 생겼다. 식구가 는다는 것이 주는 현실적 무게감이 더해지지만, 또한 가족이 주는 행복감도 존재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위대한과 한다정은 혈연으로 맺어진 부녀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무런 연관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위대한은 정치복귀의 목적으로 한다정은 가족이 함께 지낼 현실적인 선택으로 가족이 된다. 그래서 친 가족도 아닌 이들이 진짜 가족처럼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기 시작하는 그 변화들은 흥미롭게도 우리 시대의 대안 가족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드러내주는 면이 있다.

 

과연 위대한은 다시 정치 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앞서지만 <위대한 쇼>는 그것 말고도 이 위태로운 가족이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과연 그건 가능할 수 있는 일일까. 그건 어쩌면 정치보다 더 위대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위대한이 이제 정치보다 가족을 챙기는 그런 날이 올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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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가족극의 진화, 가족 해체 시대의 대안 가족

 

정치극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가족극이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서 위대한(송승헌)은 유전자 검사로 친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지만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건 ‘국민패륜아’가 된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심산이다. 그걸 눈치 챈 한다정은 위대한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슬쩍 ‘계약서’를 쓰자고 하자, 위대한은 대뜸 그러자고 하고 그 모습에 한다정은 실망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른바 ‘부녀 계약’을 쓴다. 함께 하나하나 조항을 만들어 적는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게 계약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돈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제로 세워진 ‘가족의 가격’이란 말은 실감난다. 혼자 살기도 힘든 마당에 아이를 넷씩이나 가족으로 들인다는 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코미디로 처리되어 아이들을 위해 지출할 때마다 은행잔고가 줄어드는 자막을 넣어 우습게 표현되고 있지만 <위대한 쇼>는 그래서 현실문제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지금의 우리네 상황을 담아낸다. 낳기만 하면 키워주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 우리 시대의 가족은 ‘가격’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비용이 드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게 되기도 하는.

 

게다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일은 서로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위대한은 자신의 집으로 불쑥 들어온 아이들을 이용해 이미지 세탁을 하려 하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족관이 아이의 장난으로 깨져버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물고기들을 다른 수족관에 입양(?) 보내게 되는 건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가족의 현실적 삶을 담아낸다.

 

그래서 위대한은 이제 집안에서 지켜야 할 일들을 적은 이른바 ‘가정헌법’을 세운다. 그런데 그 가정헌법이라는 것이 꽤 그럴싸하다. ‘우리는 한 가족으로서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대전제 하에 제1조 1항으로 ‘안전을 위해 집안에서나 집밖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2항으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않고 상대방이 말할 때나 식사 시엔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3항으로 ‘집안일은 역할을 나눠서 하고 요리 및 주방일은 위대한, 한다정이 함께 한다’ 같은 조항을 세운다.

 

이런 조항들은 우습긴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공감하는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부녀가 계약을 하고 가족이 헌법을 세우는 일은 다소 작위적인 설정들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가족이니까 대충 뭉개고 들어가던 우리네 가정에 필요한 일처럼 보인다. 제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켜야할 건 지켜야 하고, 또 누군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들어 ‘가정의 민주화’가 화두가 되는 상황에 이런 계약 같은 조건들은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가족을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위대한 쇼>는 그래서 우리 시대에 가족의 단란함만을 보여주거나 여전한 ‘가족 판타지’를 담아내는 많은 콘텐츠들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풍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가족인 양 쇼를 한다는 설정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족의 대안적 양태를 제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쇼라고 하지만 사실은 쇼를 빙자한 가족해체시대의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어쩌면 <위대한 쇼>는 가족극의 새로운 진화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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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이 드라마의 방점, 쇼에서 시작해 위대한으로

 

과연 정치는 쇼에 불과할까.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는 그렇게 믿고 그렇게 행동하는 위대한 의원(송승헌)이 주인공이다. 그는 화려한 언변과 진심 없는 정치 쇼로 2016년 총선에 지역구를 출마해 경쟁후보인 강경훈(손병호)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보인다. 그렇게 승기를 잡을 듯싶었던 위대한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국민 패륜아’가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어려서 이혼한 후로 본 적도 없는 아버지의 부고. 유세장에 찾아온 아버지를 외면했던 영상이 돌면서 위대한 의원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위대한은 포기하지 않고 정치 쇼를 이어간다.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고인이 된 아버지의 납골당까지 3보1배를 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 처음에는 쇼라 비판하던 대중들도 며칠씩 계속 이어지는 그의 3보1배를 보며 동정하기 시작하고 지지율도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는 선거에서 결국 강경훈 후보에게 고배를 마시고 하루아침에 대리운전기사가 되어 살아간다. 물론 그것 역시 차기를 노리는 정치 쇼처럼 하는 일이지만.

 

<위대한 쇼>는 진심 없는 정치인에 대한 신랄한 풍자 코미디로 문을 연다. 앞에서는 부패한 정치를 일소하겠다며 대중들 앞에 서지만, 뒤에서는 금배지에 대한 욕망만 가득한 정치인에 대한 풍자.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은 아버지의 부고가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위대한은 선거를 위해 3보1배를 하며 아버지에 대한 사죄를 외치는 인물이다. ‘위대한 쇼’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 정치판의 선거를 위해 뭐든 하는 쇼를 말하는 것이면서, 위대한이라는 인물이 벌이는 쇼를 중의적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위대한 쇼>가 궁극적으로 그리려는 이야기는 단지 쇼판이 되어버린 정치에 대한 신랄한 풍자만이 아니다. 선거에서 패배하고 대리운전기사로 살아가던 차에 갑자기 자신이 딸이라는 한다정(노정의)이 찾아온다. 그런데 한다정 한 명이 아니다. 한다정의 배다른 동생 한탁(정준원)과 한태풍(김준), 한송이(박예나)까지 모두 사남매가 갑자기 그를 찾아와 가족을 이루게 된다.

 

여전히 정치판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위대한은 갑자기 생긴 사남매에 당황하지만, 그것이 ‘국민 패륜아’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아차린다. 사남매를 통해 가족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대중들을 향한 위대한의 정치 쇼가 다시 시작된다. 사남매를 거둬 가족을 돌보는 위대한의 가식적인 정치 쇼.

 

<위대한 쇼>는 복잡한 두뇌싸움이 오가는 정치를 다루기보다는 정치와 엮어진 유쾌한 가족극을 다루고 있다. 정치를 하려면 가정부터 잘 지켜야 한다는 그 전제 하에, 쇼로 시작한 가족과의 삶이 향후 어떻게 변해갈 지가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그래서 지금 현재 <위대한 쇼>라는 제목에서 방점은 ‘쇼’에 찍혀져 있다. 위대한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진심이 1도 없는 가식적인 쇼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쇼를 코믹하게 터치해낸 드라마에 웃다 보면 언젠가는 그 방점이 ‘위대한’으로 옮겨지는 뭉클한 지점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비록 시작은 쇼였지만, 점점 진심이 되어가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기 때문에 ‘위대한’. 요즘처럼 가족이야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위대한 쇼>는 에둘러 코미디와 소동극으로 우리 시대의 가족을 그리려 하고 있다. 겉으론 웃으며 가식으로 가족이라 하기보다는, 지지고 볶지만 진심으로 가족이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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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눈물과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있다

 

이 영화 심상찮다. 재난과 코미디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싶지만, 의외로 웃음과 눈물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엑시트>다. 그 중심에는 역시 울면서 웃기는데 이보다 잘 할 수 없는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있다. 그는 영화 내내 뛰어다니고 억울해하고 두려워 떨고 심지어 울지만, 그걸 보는 관객들에게는 시종일관 웃음을 안긴다. 바로 이 눈물과 웃음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지점이 바로 <엑시트>가 가진 가장 큰 묘미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조정석이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시를 탈출한다는 그 상황은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틀을 갖고 오지만, 그 속의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지극히 우리식의 공감대를 한껏 머금고 있다는 건 한편의 가족드라마 혹은 멜로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영화는 재난영화가 갖고 있는 그 무거움만큼 이 상황을 살짝 비틀어 만들어내는 웃음의 지점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너무나 공감 가는 용남(조정석)네 가족 구성원이 쏟아내는 대사 하나에도, 이들이 칠순잔치를 하며 보이는 풍경 하나에도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그 웃음은 청년 백수로 구박받으며 살아온 용남이 재난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용기와 인간애 앞에 뭉클한 감동으로 바뀐다. 게다가 그와 함께 하는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는 용남이 짝사랑했던 여인으로 그가 두려워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바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산악동아리를 하며 몸에 익은 클라이밍 기술은 유독가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위로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용남과 의주의 유일한 생존방법이 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한 밧줄 하나로 넘어가고, 마치 절벽을 오르듯 건물을 맨 손으로 오르는 과정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또한 용남이라는 청춘이 보여주는 짠내와 웃음은 그가 보여주는 용기 있는 행동들로 반전을 보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잉여로 취급받는 이 청춘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의 존재인가를 드러내준다. 도시를 가득 채운 유독가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위로 오르고 또 오르기 위해 상처투성이가 되는 그의 손은 그래서 마치 지금의 청춘들의 단상을 담아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물론 <엑시트>는 저 드웨인 존슨이 출연했던 <스카이스크래퍼>식의 스펙터클과 폼나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친숙한 공간과 인물들과 상황들이 너무나 우리 식으로 맞춰져 있어서인지 <스카이스크래퍼>보다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스카이스크래퍼>가 가짜 이야기 같다면 <엑시트>는 바로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 하나 넘어가는 일이나, 한 층 위로 올라가는 일 하나만으로도 <엑시트>는 <스카이스크래퍼>가 주지 못하는 흥미진진함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이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들은 마치 남사당패 줄타기가 그러하듯이 그 긴박한 상황을 슬쩍슬쩍 무너뜨림으로써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물론 조정석과 임윤아는 내내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의 진지한 연기를 선보이지만, 그것이 웃음으로 전화된다는 점에서 기막힌 희비극의 묘미를 선사한다.

 

임윤아는 이 작품을 통해 확실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지금껏 가녀린 선을 통한 멜로 연기 등을 주로 보여 왔던 임윤아는 <엑시트>를 통해 액션 또한 가능하고 나아가 코미디 연기도 조정석 못지않게 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조정석이야 이미 <질투의 화신> 같은 작품을 통해서 울면서 웃기는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임윤아에게는 <엑시트>가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비약적으로 넓혀준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엑시트>는 분명 일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웃을 일 없는 지금의 현실에 잠시 시원하게 웃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따뜻하고 훈훈한 기분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그 어떤 화려한 블록버스터보다 확실히 <엑시트>는 우리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거기에는 눈물과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있으니.(사진:영화'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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