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강남순'이 굳이 몽골과 강남을 비교한 까닭

힘쎈여자 강남순

“오빤 강남스타일-” 싸이가 그렇게 불렀다면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은 이렇게 부르고 있다. “강남순은 몽골스타일!” 강남순(이유미)이 강남으로 돌아오면서 그가 왜 굳이 몽골에서 아빠를 잃어버려 그 곳의 몽골 양부모 밑에서 자라게 됐는가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사실 개연성만으로 보면 이런 설정이 어딘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 아이가 자라나 강남으로 돌아오면서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왜 그런 설정을 했는가를 설득력 있게 해준다. 

 

몽골에서 돌아와 물질적 소유와 욕망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소녀 강남순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강남이라는 지역이 얼마나 비뚤어진 욕망의 세계인가 하는 걸 투명하게 드러내는 리트머스지가 된다. 오자마자 전세 사기를 당하고, 한강 공원에 버려진 나무들과 플래카드 천막을 얼기설기 엮어 게르를 짓자 주민들이 몰려와 ‘자연경관 훼손’ 운운하며 당장 철거하라고 하는 장면은 단적이다. 몽골에서 살아온 강남순에게 사람이 살기 위해 빈 공간에 게르를 짓고 지내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강남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아파트 한 채 수 십 억을 하는 강남이 아닌가. 

 

몽골이 ‘유목’ 개념의 삶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은 왜 굳이 작가가 강남순을 다른 곳도 아니고 그 곳에서 부모를 잃어버려 그 곳의 삶을 체화하게 했는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유목민들의 삶에는 ‘정착’ 개념이 만들어내는 물질적 소유의 집착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러니 그 곳에서 자라난 강남순이 ‘정착’ 개념의 끝단으로 치닫는 곳인 강남으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단의 해프닝들은 그 뾰족한 풍자로 우리를 빵빵 터지게 만들어준다. 

 

그나마 강남순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강한지구대 소속 강희식(옹성우) 경위가 그래도 한강에 게르를 짓고 사는 건 안 된다고 하자, 강남순이 아이처럼 툭 던지는 말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니들 경찰들은 잘 곳 없는 사람 쫓아내는 게 급하니, 아니면 사기꾼을 빨리 잡는 게 급하니?” 그 말을 듣고 돌아온 강희식은 서장이 보기 안좋다며 “한강 노숙자 천지 안되게 빨리 철거시키라”는 말에 강남순의 말을 전한 후 이렇게 덧붙인다. “사기꾼부터 잡고 법의 보호를 보여준 다음에 법, 법 하셔야죠. 아니 권리 보장은 해주지도 않으면서 법대로 하라면 사기꾼이 경찰이나 둘 다 나쁜 놈인 건 똑같지 않습니까?”

 

가짜 강남순 행세를 하는 이화자(최희진) 역시 강남순과의 대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김정은)의 약한 구석을 파고들어 가짜 딸 행세를 하는데 그 목적은 한 몫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순이 엄마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다. 보고 싶어서. 거기에는 그 어떤 물질적인 욕망도 들어 있지 않다. 엄마가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강남순은 강희식에게 이제라도 만나서 자신이 꼭 지켜주겠다며 이렇게 말한다. “돈이 없으면 매일매일 돈 벌어서 맛있는 거 사주고 집이 없으면 게르도 지어주고.”

 

흥미로운 건 국밥집으로 시작해 강남 전당포 골드블루라는 엄청난 대부호가 된 황금주 역시 뻔한 강남 졸부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는 심지어 이화식이 자신을 속인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면서도 “불쌍한 애”라며 잘해주라고 한다. “세상 누구한테도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내가 누군가를 막 대하면 다른 누군가가 내 딸 남순이를 막 대할 거야”라고 한다. 즉 이 황금주의 딸 사랑은 사적인 차원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내 딸이 대접받기 위해서는 타인들을 먼저 잘 대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강희식을 통해 알게 되고 그래서 황금주와 강남순이 재회하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뻔한 ‘출생의 비밀’에 등장하는 재회가 예상되지만, 슈퍼파워를 가진 남다른 능력의 이 모녀는 그 만남조차 특별하게 그려낸다. 즉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근처 건물에 난 화재로 아이들이 위기에 처한 걸 알게 된 강남순이 그 곳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구해내고, 역시 그걸 보게 된 황금주도 그 곳으로 옴으로써 구조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 

 

사적인 재회의 순간은 그렇게 공적인 사안이 우선이라는 두 사람의 같은 생각으로 인해 엇갈리지 않게 된다. <힘쎈여자 강남순>이 초반부에 그려낸 모녀의 가족 찾기 이야기가 뻔해지지 않은 이유다. 이제 힘쎈여자 삼대가 완전체가 된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강남에 들어오기 시작한 신종 마약과의 전쟁이 펼쳐질 예정이다. 강남순은 그가 돕는 강희식과 함께 강남에 신종마약을 퍼트리는 류시오(변우석)라는 싸이코패스와 대결하게 되는 것. 그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잡아끄는 건 몽골스타일이어서 강남스타일과 대비되는 이 강남순의 통쾌한 강남 꼬집기다.(사진:JTBC)

방탄소년단에 이르러 기어이 K팝의 매력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 방탄소년단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DNA’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 가득히 채운 팬클럽은 익숙한 듯 한국어 가사를 따라 하기도 했고 우리 식의 떼창을 중간 중간 채워 넣기도 했다. 순간 그 시상식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맞나 싶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숀 멘데스 같은 아티스트가 그 무대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니...

사실 방탄소년단의 이런 해외의 성과가 입덕한 팬들이나 대중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을 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런 성과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애초부터 해외 활동을 먼저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앨범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그리고 일상적인 짤방 등을 통해 SNS로 전 세계의 팬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었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그려내 보여준 바 있다. SNS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래서 그 위에 제대로 된 콘텐츠가 얹어졌을 때 그 반향은 언어와 국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으며 심지어 팝의 본고장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팝 시장은 인도, 남미 같은 신흥지역에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만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EDM 트렌드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좀더 K팝 아이돌의 본류에 해당하는 매력들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반향이라고 보인다. 그 첫 번째 무기로 지목되는 건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지목되는 군무였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한번쯤 본 사람들은 말한다. K팝 아이돌들이 늘상 보이던 그런 식상한 군무와는 다른 창의적인 안무가 더해진 이들의 군무는 ‘소름 돋는 칼군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이들의 군무는 외국인 팬들이 이들을 찬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였다. 

두 번째 무기는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도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춤과 노래가 K팝 아이돌의 유전자라고 해도 이를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해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 마치 기계처럼 돌아가는 그 독보적인 춤 위에서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떼창으로 받아주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무기는 역시 K팝 아이돌들이 가진 외모가 주는 매력이다. 외국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잘생겼다는 그런 뜻이라기보다는 젊음과 자신감, 개성 같은 것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와 엮어지며 만들어낸 외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일 게다. 

싸이와는 또 다른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열풍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그것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추구되어 왔지만 해외 팬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K팝 아이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EDM과 힙합이 섞여진 전 세계적인 음악적 트렌드 위에 사랑 타령을 넘어서는 비판적인 가사가 얹어져 있고, 거기에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목되는 칼군무와 외적인 스타일이 더해져 있다. 어찌 보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외국 팬들로 인해 다시금 K팝 아이돌이 가진 매력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느낌이다.(사진: AMA,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싸이의 고심, ‘나팔바지’와 ‘대디’ 사이에서 찾은 초심이란

 

싸이 만큼 고민이 많을 가수가 있을까. ‘강남스타일의 국제적 성공은 그에게 기적 같은 일로 다가왔지만 또한 그만큼의 고민들로 되돌아왔다. 후속곡이었던 젠틀맨은 그 고민이 이른바 싸이스러움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줬다. 물론 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곡이어서 해외의 관심은 지대했지만 강남스타일의 뒤를 이어주지는 못했다. 싸이는 더 큰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사진출처:싸이의 '나팔바지' 뮤직비디오

그런 그가 정규7칠집싸이다로 돌아왔다. 타이틀곡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나팔바지대디’. 싸이가 이 두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시점을 정확히 밝힌 데는 두 곡이 가진 다른 느낌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팔바지는 고민에 고민을 하던 싸이가 올 초 대학축제 무대에 서서 제정신을 차리고쓴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곡은 강남스타일이전부터 줄곧 지속되어왔던 싸이스러움이 더욱 잘 묻어난다.

 

나팔과 나팔바지를 이미지로 엮어내고 여기에 붙은 나팔바지(에헤라디야) 나팔나팔나팔이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그것이 시각적으로도(나풀거리는 듯한) 청각적으로도(나팔나팔나팔) 선명하게 기억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낸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뮤직비디오다. 나팔바지가 갖고 있는 복고적 느낌을 제대로 살려낸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저 강남스타일이 그랬듯 허슬 춤을 촌스러운 몸에 멋지게 소화해내는 것으로 흥겹고 즐겁고 웃긴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싸이가 아니라면 도무지 흉내 내기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제정신을 차리고쓴 곡이라 그런지 나팔바지는 훨씬 더 우리들의 귀에 쏙쏙 박힌다. 뮤직비디오도 그 춤동작이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디는 느낌이 다르다. 스스로 밝힌 것처럼 국제용으로 만들어진곡이란 느낌이 강하다. 어쨌든 국제용이라는 말에 걸맞게 유튜브 조회 수는 대디에 대한 반응이 훨씬 폭발적이지만 우리에게 훨씬 귀에 익고 싸이 답게 여겨지는 곡은 아무래도 나팔바지가 아닐까 싶다.

 

지난 젠틀맨이 나오고 나서 많은 이들이 초심을 얘기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당한 얘기였다. 왜냐하면 싸이의 곡이 점점 국제용으로 기획되는 듯한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춤과 중독성 강한 후렴구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뮤직비디오에 음악을 오히려 맞춘 듯한 느낌. 하지만 그런 해외시장을 겨냥한 듯한 기획 작품으로는 강남스타일처럼 자연스럽게 싸이의 느낌이 묻어나고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그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요원하다는 반성이 초심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초심이란 무엇인가가 싸이는 또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사실 싸이 답다는 표현 속에는 대중들이 요구하는 초심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들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 스스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의 모습만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초심은 아닐 테니 말이다. 사람은 어쨌든 상황을 겪으며 변화하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미 상황이 달라져있는데 억지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초심일까. 그것이 초심일 순 있지만 거기에는 진심이 묻어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초심이란 새롭게 생겨난 것들 속에서 그것이 자신의 모습으로 소화될 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나팔바지대디사이에는 그래서 싸이의 이 초심에 대한 고심이 묻어난다. ‘나팔바지가 우리에게 친숙한 그 싸이다움을 담고 있다면, ‘대디는 국제가수가 된 그가 해외에서의 활동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싸이다움이 담겨있다. 그는 자신이 어렵게 찾은 초심을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딴따라가 된 ’”라고 표현했다. 그에게는 나팔바지대디하고 싶은 것즉 초심일 것이다.

 

이런 면들은 칠집싸이다의 다른 곡들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즉 타이틀곡은 나팔바지대디로서 마치 싸이를 표상하는 것처럼 내세워져 있지만 이 앨범에 담긴 다른 곡들도 저마다의 매력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전인권이 피처링한 좋은 날이 올거야JYJ 시아준수가 피처링한 ‘Dream’ 같은 곡은 해외는 모르겠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곡일 것이다. 국제 활동에 대한 욕망도 느껴지지만 국내 활동에 대한 애착도 느껴지는 칠집싸이다’. 싸이는 그렇게 자신의 초심을 찾았다.



행오버’, 변함없는 싸이의 성공 키워드 집적물

 

싸이의 신곡 행오버는 여러모로 지금껏 쌓여진 그의 성공 노하우가 집적된 작품이다. B급 정서 가득한 뮤직비디오, 한국의 문화와 서구의 유머 코드를 접목시키는 코미디적 요소, 명곡이기보다는 중독성 있는 음악, 유튜브라는 새로운 디지털 유통 채널을 통한 국제적인 규모에 초스피드로 전개되는 유포과정, 따라서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는 조회수 기록만으로도 화제를 만드는 마케팅 등등.

 

'싸이의 행오버(사진출처:YG엔터테인먼트)'

물론 이러다보니 싸이의 신곡에 대한 반응 역시 과거 젠틀맨이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극과 극으로 양분된다. 정통 힙합이 낯선 이들에게 행오버이게 음악이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스눕독 같은 세계적인 힙합 아티스트의 면면을 인지하는 힙합 팬들에게는 이 곡이 젠틀맨에서 확실히 진일보했다고 평가된다.

 

싸이의 B급 정서에 공감대와 나아가 통쾌함까지 느끼는 이들에게 행오버의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뮤직비디오는 폭탄주로 대변되는 한국 특유의 음주문화가 가진 어두움을 풍자하면서 동시에 한바탕 놀아보자는 싸이 특유의 디오니소스적 끼를 덧붙이고 있다. 즉 이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한국의 음주문화는 부정성과 긍정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니 이에 대한 평가도 양분될 수밖에 없다. 폭탄주를 제조하고, 러브샷을 하고, 마치 이소룡이 대결하듯 술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은 우리가 늘상 술판에서 보던 풍경들이다.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라면 왜 싸이가 한국 문화의 어두운 면들을 자꾸만 들춰내나 싶을 수 있다. ‘강남스타일이 강남의 허위의식을 끄집어냈다면, ‘젠틀맨은 동방예의지국의 이면을 끌어냈고 이제 행오버는 우리네 극단적인 술 문화의 일단을 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술 문화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에게 과시하듯 보여주는 어떤 면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잔치와 축제가 가진 특성, 즉 모든 걸 잊어버리고 한 바탕 놀아보자는 한국인 특유의 흥이 자리 잡고 있다. ‘행오버에서 간간이 들어가는 받으시오-”라는 싸이의 목소리는 그래서 은근하게 우리의 욕망을 건드린다. 단단한 사회의 억압된 틀 속에서 술이라는 뮤즈를 통해 잠시나마 꿈꾸는 일탈을.

 

한국적인 문화의 이면을 끌어오는 싸이 특유의 뮤직비디오는 우리에게는 공감대를 서구인들에게는 신기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이것은 한류 콘텐츠들이라면 공통적인 요소로 꼽히는 특수성과 보편성의 적절한 결합이다. 우리 것이 바탕이지만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공통적인 공감대도 끌어안으려는 노력. 싸이의 유머코드가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서구적일 수 있었던 건, B급 정서를 바탕으로 우리네 문화의 이면을 보여주는 특유의 시선 덕분이다.

 

물론 싸이의 신곡 행오버를 명곡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곡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팬들에게 어느 정도 즐길 거리를 마련해주는 곡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명곡이라는 잣대는 싸이에게는 어울리지도 않지만 또한 그가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싸이는 오히려 그 명곡이라는 권위적 틀을 해체하고 그 허위를 폭로할 때 비로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가수다. 이 음악을 듣고 나면 그래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기억 남기보다는 끝없이 반복되는 행오버라는 후렴구의 중독성이 저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이게 만든다.

 

스눕독이라는 힙합의 거장이 함께 출연하고 있어서인지 싸이의 음악적 분량이 적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와 음악은 싸이라는 국제가수의 색채와 존재감이 아니라면 도무지 가능한 것 같지가 않다. 싸이와 함께 한국의 음주문화를 즐기는 스눕독 역시 그 그림 속에 들어온 한 부분처럼 여겨질 정도다.

 

유튜브를 통한 엄청난 전파 속도와 조회 수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싸이는 이미 강남스타일에서부터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의 힘을 알리는 스타로서 아이콘화된 인물이다. 그래서 공개 하루만에 1200만 뷰를 돌파했다는 식의 기사들은 숫자에 민감한 우리 정서를 건드리면서 동시에 외국의 반응까지 이끌어내는 마케팅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일단 클릭하고픈 욕구를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신곡 행오버는 변함없는 싸이의 성공 키워드들이 집적된 산물이다. 거기에는 풍자와 일탈 양극단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싸이에 대한 역시 양극단의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그 반응은 화제로 이어지며 노래는 디지털을 타고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명민한 선택이다. ‘강남스타일이 그의 존재감을 처음 알렸고 젠틀맨이 그 존재감을 어떻게든 이어가려 한 선택이었다면, ‘행오버에서는 이제 조금은 안정된 국제가수로서의 그의 면모가 느껴진다. 때로는 불편함에 지끈지끈하다가도 때로는 이성의 끈을 잠시 놓아둔 듯한 그 편안함을 그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로 담아내고 있다. 마치 숙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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