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그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작년 겨울, 조용하던 유치리에 청춘의 빛이 깃들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아이돌 걸 그룹 소녀들의 강림(?). 하지만 그녀들의 희디흰 손에는 거친 호미와 삽이 들려졌다. 그들은 기꺼이 몸빼바지로 갈아입고 모든 게 도전일 수밖에 없는 시골생활에 뛰어들었다. 그저 시골마을에서 벌이는 한바탕 예능 만들기가 아니라, 그 시골에 실제로 정착해가는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 '청춘불패'의 진짜 가치였다.

조금 덜 웃겨도 그녀들의 진지한 자세와 열심히 놀리던 손과 발은 시청자들에게 진심의 예능으로 다가왔다. 유치리 어르신들에게 그녀들은 손녀딸처럼 진심을 다했고, 그 땅에서 진심어린 땀을 흘렸으며, 주민으로서 마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추억의 사진들을 채워가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나자 유치리에는 청춘의 봄이 찾아왔다. 그녀들의 진심은 프로그램 바깥으로 튀어나와 유치리라는 동네를 변화시켰다.

청춘의 풋풋함과 진심어린 마음이 있었기에, 그녀들은 또한 기꺼이 웃어주고픈 캐릭터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성인돌 나르샤는 농익은(?) 몸 개그를, 구하라는 빵빵 터지는 유치개그를 선보였고, 써니는 코맹맹이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로, 백지 선화는 백지 같은 순수함으로 우리를 미소 짓게 했다. 징징 현아는 막내 티 팍팍 내며 징징댔고, 효민은 '병풍 개그'의 달인이 되었으며, 유리는 섹시함과 청순함을 오가며 우리를 즐겁게 했다. 이 프로그램이 예능임을 일깨우는 김신영이 쉴 새 없이 재잘대면, 어딘지 믿음이 가는 곰태우(김태우)가 그 개그를 잘도 받아주었다. 나이를 잊은 듯 춤추고 애교까지 선보이는 노촌장(노주현)은 또 어떻고.

하지만 '청춘불패'의 진정한 웃음과 가치는 G7들만의 공이 아니었다. 그들이 관계한 유치리 주민들 역시 '청춘불패'의 당당한 주역이었다. 로드 리나 왕구 아저씨를 비롯한 수많은 유치리 주민들은 그 특유의 순박함과 인심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바로 이 점은 '청춘불패'가 유치리와 맺어온 소통이 진짜였고, 시청자들은 바로 이 도시인을 대변하는 G7과 시골 사람들을 대변하는 유치리 주민들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차츰 동화되는 과정을 진정으로 바라고 흐뭇해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청춘불패'는 아이돌들이 점점 인기를 얻게 되면서 안타깝게도 1기 멤버들이 끝까지 함께 갈 수 없게 되었다. 걸 그룹들이 일제히 제2의 한류를 이끌며 해외진출에 나서게 된 상황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청춘불패'로서는 위기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유리와 써니, 그리고 현아가 빠지고 대신 빅토리아와 주연 그리고 김소리가 그 빈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리얼 예능의 특성상 아무리 새로운 멤버들이 노력한다고 해도 그 빈 자리는 쉽게 메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이 전문 예능인들이 아닌 아이돌로 구성되어 있어, 그 활동에 따라 프로그램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는 점은 '청춘불패'의 한계점이었다. 김호상 PD는 이 점을 피력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1기 멤버가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한 김호상 PD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어찌 보면 '청춘불패'를 힘들게 한) "출연진들의 성장"을 들었다. 즉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출연진들의 성장이 누구보다 기쁘다는 김호상 PD의 말은 '청춘불패'의 종영에 대한 그의 입장을 잘 말해준다. 좀 더 보완된 형태로 시즌2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청춘불패'는 지난 겨울에 유치리에 들어와 봄에 꽃이 피었고 여름에 활짝 만개했다가 가을에 수확하고 다시 맞은 겨울에 종영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계절의 흐름을 그대로 탔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종영한다고 해서 '청춘불패'에 대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매 회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맥 플라이의 'All about you'가 흘러나오며 그 지나간 시간이 몇 장의 스틸 컷 속에 영원히 담겨지듯이, '청춘불패'의 추억은 늘 우리 기억 속으로 환기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좋은 바람이 불고 햇살이 내리는 날 다시 피어날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기억이 남아있는 한, 청춘은 결코 지지 않는 것처럼.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 담담하게 포착한 '청춘불패'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청춘불패'에는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세련된 도시의 스타일을 표상하는 걸 그룹 아이돌들과 그들이 생활하게 되는 강원도 촌마을 유치리가 그렇고, 이 청춘의 아이돌들과 그들이 웃음을 주려 노력하는 시골 마을의 백세 장수 어르신이 그렇다.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하얀 손들이 삽과 망치를 들고 있는 장면이 그렇고, 엣지 있는 스타일의 그녀들이 몸빼를 차려입고 시골 일에 나서는 장면이 그렇다.

소녀 아이돌들이 시골에 간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걸 그룹과 시골이라는 공간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청춘불패'는 소녀시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공포영화제작소' 같은 코너에서 보여주었던 의도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의 의도를 벗어버리고 이 프로그램이 하는 것은 그저 이 소녀 아이돌들의 시골생활을 담담히 보여주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이 덜 되었다고 스스로 밝히는 남희석이 "이거 예능인데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냐"하고 말할 때, 이 프로그램은 드디어 '걸 그룹의 예능'이라는 틀에 박힌 선입견을 벗어버린다.

처음 걸 그룹의 아이돌들이 예능으로 모인다는 '청춘불패'의 예고를 들었을 때, 우리가 갖게 된 인상은 '1박2일'의 걸 그룹 버전일 거라는 호기심이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소녀시대의 유리와 써니, 포미닛의 현아, 카라의 구하라,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한선화 등, 걸 그룹 열풍 속에서 쟁쟁한 이들의 출연만으로도 '청춘불패'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걸 그룹들이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청춘불패'는 또 하나의 걸 그룹의 풋풋한 이미지를 활용한 예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춘불패'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러한 의구심을 깨버렸다.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강박관념을 벗어버린 것. 덕분에 이 쟁쟁한 아이돌들의 시골생존기는 자연스러움을 얻었다. 닭똥을 치우고, 은행을 따고, 집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화장실과 닭장을 만들고, 고추를 따는 것이 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르신들 앞에서 장기를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굳이 장기를 보여줘 예쁜 이미지를 남기려는 모습보다는 그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렇게 되자 '청춘불패'는 아이돌 예능이 갖는 통상적인 틀을 벗어나 그네들이 일찍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생생한 얼굴들을 드러낸다. 어르신들에게 어색하게 절을 올리고, 그네들과 함께 묵묵히 일을 하는 장면은 큰 웃음이 없어도 훈훈해지고, 낯선 시골 생활에서 어색한 그들의 행동은 청춘의 풋풋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집안 어른들과 오랜만에 나누는 전화 통화에서 그간 숨겨왔던 마음이 더 절절해지는 건 그들이 이제 무대라는 화려한 가상공간을 벗어나 이 진정성이 살아있는 공간 속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불패'는 이처럼 걸 그룹 아이돌들을 출연시키지만, 그네들의 겉이 아닌 속을 들여다본다. 외형을 벗어던지고 알맹이에 접근하자, 그녀들은 오로지 청춘이라는 이름 하나로 이 이질적인 공간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 동안 건강한 육체노동을 하고, 밥을 지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지하고 훈훈한 웃음이 피어나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담담함이 가져온 진정성의 힘이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발길을 향하는 자들이 가지게 마련인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 '청춘불패'가 아이돌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는 건 그 살아있는 진정성이 아이돌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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