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2’, 시즌3를 위한 포석? 사이다 없는 결말

 

이 정도면 시즌제 드라마라고 아예 못을 박은 셈이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는 종영했지만 끝난 건 없었다. 드라마 내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들었던 갈대철 검사(이도국)는 끝내 표창까지 받으며 승리했고, 그 비리를 수사했던 도지한(오만석) 검사는 사직서를 내고 나갔다. 모든 사건은 닥터 K 장철(노민우)의 짓으로 덮여져 버렸다. 사건을 해결하고 증거를 통해 정의가 세워지는 것이 지금껏 <검법남녀>가 그려온 세계라고 본다면 이 가장 큰 줄기의 에피소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해결된 건 시즌1에서 죽은 걸로 처리되었지만 사실 닥터 K에 의해 그렇게 꾸며졌던 오만상(김도현)이 붙잡힌 것 정도다. 그는 갖가지 살인죄에 은닉죄로 처벌받았고 재벌가에서도 그를 더 이상 비호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를 한 것. 그러니 사실 오만상 사건 역시 확실히 마무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벌가와 연계된 고리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검법남녀2>는 이렇게 미진한 결말을 시즌3를 위한 포석으로 남겨두었다. 감찰반으로 오라는 제안에도 은솔 검사(정유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며 여전히 살아남아 잘 살고 있는 갈대철 검사의 사건을 계속 캘 거라는 의지를 보였고, 갈대철 검사는 묘소에서 독사에 물린 것처럼 위장해 살인을 저지를 때 썼던 주사기를 자신의 책상 서랍 안에 두었다. 언제고 증거가 될 떡밥을 놓아둔 셈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후 이어진 쿠키영상은 <검법남녀>가 시즌3로 돌아올 거라는 확실한 암시를 줬다. 즉 검사직을 그만둔 도지한이 변호사가 되어 계속 사건을 수사할 거라는 걸 드러냈고 그 뒤에 죽은 줄 알았던 장철이 함께 하게 됐다는 걸 보여줬다. 시즌3에서는 이 도지한과 장철이 백범(정재영) 검시관과 어떤 협업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물론 시즌제 드라마가 낯선 우리에게 이런 시즌2의 마무리는 어딘지 미진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결국 악당들의 승리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드 같은 시즌제 드라마에서는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기 위해 시즌 말미에 또 다른 떡밥을 남기거나 혹은 비극을 담아내는 방식.

 

최근 우리 드라마에서도 점점 시즌제 드라마가 본격화되고 있다. tvN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2까지 끝내고 파트3를 9월 7일부터 방영할 예정이고, JTBC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도 시즌1을 끝내고 오는 11월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두 드라마 모두 시즌 말미에 이렇다할 시원한 결말을 담아내지 않았다. 특히 <보좌관> 같은 경우 주인공인 장태준(이정재)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정적이나 다름없는 송희섭(김갑수) 국방부장관에게 무릎을 꿇는 지점에서 시즌1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결국 <검법남녀>도 이런 시즌제 드라마의 길을 본격화한 셈이다. 사이다 없는 결말을 내놨고 그것은 아마도 시즌3의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된 건 <검법남녀>라는 작품이 시즌제 드라마로서 시즌1,2를 모두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가져와 법의학이라는 관점에서 하나씩 풀어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사실상 소재만 다양하면 충분히 시즌제를 계속 이어가도 충분하다는 걸 입증시켰다. 과연 시즌3는 언제 다시 돌아오게 될까. 그 때가 되면 갈대철 검사를 비롯해 노한신(안석환) 차장검사까지 그 추악한 비리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까.(사진:MBC)

‘검법남녀2’,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검사와 의사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가 본격적인 백범(정재영) 검시관과 닥터K로 불리는 장철(노민우)의 대결에 들어섰다. 도지한 검사(오만석)의 후배 박영수의 죽음은 그가 죽기 직전 조사했던 성진그룹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허무하게 뱀에 물려 사망한 사체로 발견되었고, 검시 결과 그 죽음에 외부의 흔적이 없다는 걸 백범이 확인했지만, 정황은 성진그룹과 거래해온 갈대철(이도국)의 사주를 받은 장철이 이 사건을 꾸민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건 이 대결구도가 가진 특이성이다. 백범과 닥터K의 대결은 똑같이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들의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백범은 검시관으로서 사체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려하는 인물이지만, 닥터K는 정반대로 그 의학지식을 통해 살인사건마저 은폐하려는 인물이다.

 

백범이 이런 의학지식을 가진 이가 살인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막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닥터K의 살인과 은폐는 백전노장 베테랑 검시관인 백범도 오리무중에 빠뜨렸다. 그가 독성수의학에는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나, 사체 검시할 때 냄새를 맡아보는 습관 같은 걸 꿰뚫고 있는 닥터K는 일부러 뱀독을 이용한 완전범죄를 저질렀고 또한 사체에 술을 먹여 검시에서도 냄새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사체를 두고 벌어지는 백범과 닥터K의 대결이 ‘진실과 은폐’라는 팽팽한 구도로 펼쳐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백범과 닥터K처럼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법남녀2>에는 두 부류의 서로 다른 검사들이 등장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도지한(오만석) 검사나 은솔(정유미) 검사가 있지만, 성진그룹에 결탁해 권력의 시종이 되어온 노한신(안석환)이나 갈대철 같은 검사도 있다.

 

결국 <검법남녀2>의 대결구도는 이런 같은 직업이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이들에게서 만들어진다. 보통 지금까지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대결구도는 생명과 죽음 사이에 만들어지거나, 살인자와 검시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검법남녀2>는 생명을 의탁하게 되는 의사가 지킬 앤 하이드처럼 살인자로 변신하면서 생겨난다. 이는 검사도 마찬가지다. 정의를 구현해야할 이들이 변심하자 그 권력은 무시무시한 흉기가 되어버린다.

 

<검법남녀2>가 보여주는 대결구도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가진 위협요소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있다는 대중정서가 반영된 결과처럼 보인다. 나라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안으로부터 생겨난다고 했던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그 권력을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했을 때 생겨나는 현실의 위기. <검법남녀2>는 의사와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을 갖고는 있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의 대결구도로 위기에 대한 대처가 안팎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걸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MBC)

‘검법남녀2’ 정재영, 뻔한 정황 뒤집는 괴짜 법의관의 매력

 

“소설 쓰지 마.”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에서 백범(정재영) 법의관은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들어온 사체에 얽힌 드러난 정황들은 어쩐지 뻔해 보인다. 그러니 그 사체 부검을 하는 백범에게 이를 밖에서 바라보는 검사 은솔(정유미)이 나름의 추측성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백범은 퉁명스럽게 화를 내듯 “소설 쓰지 말라”고 질책한다. 검시를 할 때마다 퉁퉁대는 모습에 강동식(박준규) 수사계장 같은 인물은 왜 백범이 “늘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툴툴댄다. 그런데 모든 정황이 사건을 단순하게 성급한 결론으로 몰고 나갈 때 백범이 툭 던지는 이 퉁명스러운 말은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그것이 반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검법남녀2>가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방법이다. 먼저 특이한 사건이 나타나고, 거기서 생겨난 사체가 들어와 부검 절차를 밟는다. 부검을 하는 와중에 이런 저런 수사를 통해 추측들이 생겨나지만 검시 과정에서 나온 사체가 몸으로 ‘말하는’ 증거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그런 방식.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부부가 각자 다른 공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특이한 사건이 흥미로워지는 건, 누가 먼저 죽었느냐 따라 재산 상속이 어디로 갈 것인지가 갈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를 두고 아내 측인 차주희 유족과 남편 측인 장호구 유족이 대립하게 되는 상황. 만일 장호구가 먼저 죽었다면 그 상속이 죽기 전 아내로 넘어가 그 유족들이 100억 가량의 유산을 받게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응급실 기록은 차주희가 23분 늦게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결국 법의관들이 나서서 정확한 사망시각을 알아내기 위한 부검이 각각 치러졌다. 그 과정에서 은솔 검사는 차주희 유족이 사망시각을 조작하기 위해 응급실 의사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미 사망한 차주희 씨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더 조치를 취하며 시간을 끌었다는 것.

 

이 사실이 밝혀지며 차주희 유족들은 검사 앞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장호구 유족들이 득의의 미소를 지을 때 백범이 등장해 이 사건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시에서 나온 어떤 증거가 차주희가 타살됐다는 걸 말해줄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사체 검시는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차주희를 검시하는 과정들은 블러처리 되었지만 장기를 꺼내 갈라보고 뇌를 꺼내는 것도 모자라 안구까지 적출해 검사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갖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는 건 백범이라는 검시관의 감정이 배제된 모습이다. 그는 오로지 사체가 말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이성적인 판단만을 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의 무덤덤함과 냉랭함 그리고 때로는 퉁명스러움이 오히려 검시과정에 대한 불편함을 상쇄해주는 것.

 

게다가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준다. 그는 사회적 통념 같은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사체의 이야기에만 집중함으로써 진실을 향해 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늘 화가 나 있는 듯 보이고, 퉁명스러운 백범이란 검시관이 이 드라마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매력의 실체다.(사진:MBC)

‘검법남녀2’가 보여주는 시즌제에 대한 필요충분조건들

 

MBC 드라마 <검법남녀>가 시즌2로 돌아왔다. 그간 괜찮은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늘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즌2가 제작된 사례는 많지 않다. 물론 케이블 채널은 이미 시즌제가 어느 정도는 도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가 무려 시즌17을 제작했고, OCN <보이스>와 <구해줘>도 각각 시즌3과 시즌2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상파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는 시도된 바 있다. KBS <추리의 여왕>,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그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이들 지상파 드라마들의 시즌2는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가져가지 못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는 심지어 고현정의 연기력 논란까지 나왔고, <추리의 여왕> 시즌2 역시 전편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렇다면 <검법남녀> 시즌2는 어떨까. 첫 회를 통해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만큼 소재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시즌제가 적합한 드라마가 있을까 싶다. 법의학자와 검사의 공조 수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검법남녀>는 일단 그 소재가 너무나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만큼 실제 벌어진 특수한 범죄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런 소재들을 이 드라마는 쉽게 끌어와 녹여낼 수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 직장 내 성추행으로 고통 받던 여직원이 자해를 통해 상사에게 누명을 씌우는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현재 이슈화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의 문제를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아직 확실히 그것이 자해로 밝혀진 건 아니지만,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여직원이 겪은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칼로 찔러 상사에게 누명을 씌우고 싶을 만큼의 고통.

 

두 번째 에피소드가 다루고 있는 마약사건도 마찬가지다. 마약을 삼켜 반입해 들어온 조직원 2명이 사체로 발견되고, 마약을 꺼내려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낸 흔적을 발견한 법의학자 백범(정재영)이 갑자기 나타난 조직원들에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 에피소드 역시 최근 버닝썬 사태 이후 급증한 국내 마약 사건에 대한 관심으로 남다른 주목을 끌게 만든다.

 

즉 <검법남녀>는 여러 사건들을 가져와 법의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재미를 담아내는 드라마다. 하지만 여기서 수많은 사건들 중에 왜 하필 그런 소재의 사건이 다뤄지는가 하는 건 그 사건이 가진 사회적 의미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검법남녀>는 법의학의 관점으로 보는 사건이자, 동시에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검법남녀>가 가진 사건과 사건들이 병렬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 드라마가 얼마든지 시즌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사건들의 소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전체 시즌을 꿰뚫고 이어지는 하나의 큰 사건과 인물의 변화 혹은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즌2에서는 시즌1의 끝을 장식했던 오만상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큰 방향성을 가질 것으로 보이고, 주인공인 백범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검법남녀2>는 굉장히 주목을 끌만큼 커다란 야심을 담은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시즌이 이전 시전만큼의 일정한 성취를 가져갈만한 작품이다. 게다가 그 시즌제는 잘만 운용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만일 <검법남녀2>가 충실한 시즌제 드라마로서의 성공을 이을 수 있다면, 그것은 국내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의 새로운 전범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성패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MBC)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