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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감독과 <용팔이> 작가가 지창욱을 만났을 때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의 곽정환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첫 회부터 지하철 격투신과 고층 건물에서의 고공 액션을 선보이고 2회에서는 홀로 무수한 경호원들을 뚫고 적진에 뛰어들어 벌이는 맨주먹 액션을 보여주더니 3회에서는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액션의 끝을 보여줬다. 이 정도 되면 4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역시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감독의 저력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내내 주인공이 달리고 싸우고 차를 질주해 나가는 그 일련의 액션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니 시작했는가 하면 벌써 끝이다. 영화처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몰입감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 스토리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더 케이투>는 액션 역시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을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건 장혁린 작가의 필력과 지창욱의 액션 연기다. 액션 연출이라는 것은 그저 몸과 몸이 부딪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런 액션을 추동하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3회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들이 요동치며 액션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신과 관계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했던 최유진(송윤아)을 홀로 찾아 들어가 총을 겨눈 김제하(지창욱)는 그 장소에서 최유진의 실체를 찍은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메일로 발송되게 함으로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유진을 인질로 해 그 곳을 빠져 나왔지만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사내들의 추격을 받으며 전복된 차량에서 오히려 그녀를 구해냈다. 최유진은 이 일로 김제하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테러를 겪은 최유진이 이 상황 자체 또한 자신의 남편인 장세준(조성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최유진은 기자들 앞에 나서는 장세준의 옷매무새를 마치 아내를 위해 잠 못 이룬 사람처럼 고쳐주었고 장세준은 기자들 앞에 나와 눈물의 정치 쇼를 보여줬다. 아내가 겪은 사건에 분노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액션의 볼거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액션들이 그저 일회적인 볼거리로 휘발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동력으로 묶이게 되는 건 거기에 깔려 있는 스토리들이 그만큼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액션들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척척 잘도 소화해내는 지창욱 같은 배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더 케이투>라는 영화 같은 액션 드라마가 가능하게 된 건 이 연출, 대본, 연기가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추노> 이후 그다지 큰 성공작을 선보이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도, <용팔이>로 연출자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갖고 있던 장혁린 작가도 그래서 이번 <더 케이투>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정치와 액션이 뒤섞인 사회성 짙은 작품에 능숙한 장혁린 작가와 일찍이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곽정환 감독의 만남. 그 시너지가 제대로 터졌다.

Posted by 더키앙

액션 블록버스터 <더 케이투>, 지창욱에 기대는 까닭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는 말 그대로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연출자인 곽정환 감독의 <추노>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극이지만 영화적 연출을 통해 한편의 서부극 같은 장르물의 색채를 만들어냈던 <추노>. <더 케이투>는 그래서 액션 연출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이런 점은 첫 회의 대부분이 고안나(윤아)의 끝없는 탈출신과 그녀와 우연히 맞닥뜨린 도망자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을 구해달라는 그녀의 애원에 괴한들과 한바탕 맞붙는 액션들과, 그로부터 6개월 후 간판 일을 하는 김제하가 건물 외벽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현수막을 정리하다 우연히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장세준(조성하)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 장세준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침입자들과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걸로 확인될 수 있다.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은 확실히 <더 케이투>를 몰입시켜주는 힘을 발휘한다. 물론 지금은 일반화된 액션 장면 연출기법이기는 하지만,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를 순차적으로 찍어 허공에 붕 뜬 인물이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는 장면을 빙 돌아가며 보여주는 장면 같은 것들은 드라마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연출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에만 기대고 있는 건 아니다. 화려한 액션의 이면에는 <용팔이>를 쓴 장혁린 작가의 선 굵은 스토리들이 깔려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로 인해 희생되는 인물들의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 대립구도를 만들고, 따라서 액션 속에는 이렇게 희생을 당하는 인물들의 감정 선 같은 것들이 녹아든다.

 

쫓기는 신세가 된 김제하가 길에서 고장 난 차 때문에 오도가도 못 하는 노부부를 도와주고 그들의 집에서 잠시 기거하며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이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을 잘 드러낸다. 아들의 49제를 하고 와 절망감을 드러내는 할아버지가 돌보지 않아 꼴이 흉해진 과수원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달라고 하자 김제하가 듬성 자란 풀을 베어주는 장면은 이 액션 히어로의 친 서민적 정서를 드러낸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굳이 자신을 죽이라 명한 최유진(송윤아)을 찾아가게 되는 것도 사실은 그 노부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김제하라는 인물은 자신의 죽음 따위에는 초탈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견디지 못할 뿐.

 

김제하 역할을 연기하는 지창욱의 액션 연기는 과거 <힐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저 몸을 쓰는 연기가 아니라 그의 액션에는 어떤 감정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이번 <더 케이투>에서 그의 액션에서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맞아가며 싸우는액션이라는 점이다. 많은 액션물들에서 주인공들이 자신은 한 방도 맞지 않고 손쉽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더 케이투>의 김제하는 온 몸에 피투성이 멍투성이가 되어가며 싸운다.

 

이런 액션 연기는 그 액션 자체에도 어떤 감성을 만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통쾌함만 선사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아나가는 방식의 힘겨움같은 것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 지창욱의 연기는 그 무심한 듯 보이는 얼굴과 상반되게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몸 사이의 어떤 긴장감 속에서 그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액션 블록버스터를 아예 지향하고 있고 그 액션 속에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감성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결국 <더 케이투>는 지창욱이라는 배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지창욱은 확실히 채워주고 있다. 그의 액션으로 시작해 그의 액션으로 끝났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Posted by 더키앙

'도망자', 초반 부진을 털어낼 것인가

'도망자'는 실험작인가, 실패작인가. 그 어떤 것이라고 해도 '도망자'로서는 예상 밖일 것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여한 작품이 실험작이 될 수는 없는 일이고 또한 실패작이어서는 더더욱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어설픈 실험작이자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실패작이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까.

제일 먼저 지목되어야 할 것은 속도다. 이 드라마는 속도 조절에서 실패했다. 빠른 속도감은 최근 드라마들의 한 경향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 달려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도망자' 같은 액션 스릴러라면 더더욱 그렇다. 액션은 흔히 보여지는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읽혀지는 것이다. 즉 액션을 할 때 왜 저들이 저런 액션을 하는 지가 읽혀져야 비로소 그 동작들이 보여지게 된다.

'도망자'는 달려 나갈 줄은 알았지만 정작 왜 달려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제작자들은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일본, 중국, 동남아와 서울을 무선 통신의 속도로 끊어내며 휙휙 달려 나가는 이 속도감에 대중들이 열광할 것이라고. 하지만 맥락 없는 행동이 이해할 수 없듯이 '도망자'의 시간과 공간을 휙휙 뛰어넘는 화면 연출과 마치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찍기로 약속이나 된 듯이 스토리와 그다지 상관없는 공간에서 '달리기'를 하는 주인공들은 그저 정신없는 드라마로 '도망자'를 인식시켰다.

게다가 '도망자'는 꽤 많은 인물들을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작가나 연출자라면 물론 한쪽 벽에 떡하니 붙여놓은 인물 관계도처럼 그들의 행동들이 일목요연하고 합이 딱딱 들어맞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인물 관계도는 커녕 인물 하나도 이해하기 힘든 시청자들에게 그것은 그저 인물의 인해전술처럼 보였다. 영화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관객들이 그 퍼즐들을 맞추려 노력했겠지만 이건 안타깝게도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맥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누워 보기 마련인 드라마다. 왜 시청자가 고통스럽게 그 적은 단서로만 제시되는 인물군들을 하나하나 꿰어 맞추는 수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버튼 하나 눌러 채널을 돌리면 되는 것을.

물론 '아이리스' 같은 불친절한 드라마도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도망자'와 '아이리스'의 근본적인 차이는 인물에 대한 몰입도다. '아이리스'는 꽤 복잡하고 빠른 전개에 연출 스타일도 친절한 것이 아니었지만, 캐릭터가 분명했다. 우리는 이병헌이나 김태희의 감정이 배어있는 멋진 액션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전체 퍼즐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망자'는 다르다. 지우(비)에 초점을 맞추기에 그는 너무 가볍게만 느껴졌고, 진이(이나영)에 초점을 맞추기에 그녀는 성격이 너무 복잡했다.

게다가 겉으로 한없이 쿨한 것을 지상과제로 내세우는 듯한 이 캐릭터들은 좀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속내를 제대로 모르니 울어도 감정전달이 잘 되지 않게 된다. 왜 갑자기 지우와 진이가 서로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건지 우리는 아직도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감정전달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인물들은 마치 작가가 놓는 장기판의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마치 인형처럼 조종되는 듯한 인물들이 결국 시청자와 함께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 드라마는 '도망자'를 그리면서 근본적으로 쫓기는 자나 쫓는 자 모두 심리적으로 너무 태평하다. 아무리 붙잡혀 있어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 이것은 스릴러와 코미디가 균형 없이 엮였을 때 생겨나는 결과다. 긴장감을 주어야 하는 스릴러는 내면의 절실함을 담아내야 하고 코미디는 간간히 그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코미디가 전편에 깔리다 보니 아예 스릴러의 긴박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추노'에서는 이 긴박감과 코미디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작품의 코미디가 해학으로서 사회 비판적인 날카로움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지호(성동일) 같은 칼날 같으면서도 해학이 넘치는 캐릭터는 그래서 창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망자'의 코미디는 말장난에 가깝다. 물론 진지한 대사도 넘쳐나지만, 이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는 진지하게 어떤 장면에서는 그저 웃기기 위한 말장난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긴장감도 떨어지고 웃음 또한 그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한두 명의 이야기에 집중시켜 끌고 가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끌고 가는 것은 천성일 작가의 스타일이다. '추노'는 그 정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추노'와 '도망자'의 많은 인물군들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서가 존재한다. 즉 '추노'의 많은 인물들은 다양한 당대의 민초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그들에 대한 공평한 조명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도망자'의 많은 인물들은 민초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정의의 편에 선 인물이라 하기도 어렵다. 그들은 그저 돈을 쫓는 인물처럼 보여진다. 그러니 정서적인 공감이 일어날 리가 만무다.

다행스러운 것은 초반 정신없이 외국을 넘나들며 달리고 달리던 드라마가 9회를 넘기면서 국내로 돌아와 조금씩 안정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9회부터 인물들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각자 처한 입장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러자 액션에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해외촬영이 차지했던 8회분의 분량이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아예 차라리 9회서부터 시작했다면 차근차근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국경을 뛰어넘는 배경과 언어는 실험적이라 할 만하지만, '도망자' 같은 거대 프로젝트가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고 실험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왜 그랬을까.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계의 기대주들인 곽정환 감독과 천성일 작가는 왜 과거 연전연패했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의 전철을 밟았던 것일까. 마치 시즌2를 보는 것 같은 9회분 이후의 분량에서나마 이들이 '추노'에서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함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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