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아이즈> 용두사미가 드러낸 구혜선의 한계

 

마치 오르락내리락 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다. <엔젤아이즈>의 구혜선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 드라마 초반부에만 해도 <엔젤아이즈>에서 수완 역할을 하는 구혜선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그것은 지금껏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을 불러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동주(이상윤)가 다시 돌아와 만나는 장면에서 수완이 흘린 눈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와 닿았다.

 

'엔젤아이즈(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러한 호평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서서히 꺾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종반으로 와서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구혜선의 연기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심지어 표정 연기가 마네킹 같다는 얘기에서부터, <엔젤아이즈>가 재밌었던 것은 초반 아역으로 나왔던 강하늘과 남지현 때뿐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엇이 같은 작품의 같은 캐릭터와 연기자에 대해 이런 극과 극의 반응을 만든 것일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설득력이 없고 관성적으로 흘러간 <엔젤아이즈>의 스토리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초반에 <겨울연가>를 떠올리게 하는 절절한 멜로가 시선을 집중시킨 데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유발해냈다. 게다가 의사라는 직업과 119 구조대원이라는 직업이 만나 이루는 긴박한 상황이 향후 이야기 전개에서 더 흥미진진한 사건을 만들어낼 거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중반을 지나오면서 이야기는 수완과 동주의 지지부진한 사랑과 그것을 반대하는 수완의 아빠 재범(정진영)의 통상적인 멜로 구도 속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동주의 어머니를 누가 죽였는가 하는 미스테리도 상식적인 전개 속에 긴장감이 사라져버렸다. 재범이 죽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지운(김지석)의 모친인 병원 이사장 오영지(정애리)의 짓이었고 또 알고 보니 지운이 동주 어머니의 뺑소니범이라는 사실이 차례로 밝혀졌지만 그것이 충격적이라기보다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결국 지운이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이 동주의 어머니를 죽였다 거짓 자백을 하고, 그 때 오영지가 나타나 사실은 자신이 그랬다는 걸 밝히는 과정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억지스런 느낌이 강했고, 재범이 동주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수완이 다시 앞을 보지 못하게 되고 또 그 오해가 풀린 후 다시 앞을 보게 되는 이야기도 그다지 극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이렇게 된 것은 이야기가 너무 개연성 없는 인위적인 전개로 흘러가거나 혹은 누구나 쉽게 예상하는 상식적인 진행으로 흘러간 것에서 생겨난 결과다.

 

이렇게 되니 드라마가 미스테리와 멜로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미스테리가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고 멜로가 그 달달함과 절절함으로 연결될 때 두 장르는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엔젤아이즈>는 미스테리든 멜로든 그 양자가 각각 따로 놀면서 지리멸렬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완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까. 수완은 시력을 잃고 수동적인 캐릭터에 머물더니 다시 시력을 되찾고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전락했다.

 

구혜선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혹평으로 이어진 것은 이러한 드라마 대본이 가진 부실과 그 캐릭터의 흔들림이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이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 만큼 구혜선의 연기력이 출중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캐릭터에 따라 호평과 혹평을 오가는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구혜선이라는 연기자가 가진 한계다. 물론 캐릭터는 좋은 연기를 만들어내는 전제조건이지만 구혜선은 그 캐릭터의 힘에 여전히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엔젤아이즈>는 소재적으로 대단히 아까운 작품이다. 어느 순간 배경으로 전락되어버린 소방대원들의 이야기가 그렇고, 좀 더 절절하게 가슴을 울릴 수 있었던 수완과 동주의 사랑이야기도 아쉬움이 남는다. 각각으로 흩어져버린 소재들이 한데 얽혀들 수 있는 좀 더 치밀한 스토리가 구성되고 인물에 대한 좀 더 깊은 탐구가 있었다면 꽤 좋은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진범이 밝혀지고 수완이 눈을 뜬 상황으로 이미 드라마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다음 회는 이 드라마의 부실한 구성과 지지부진함을 잘 말해준다. 어쩌다 이런 용두사미에 이르렀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왜 유독 연기력 논란은 여성에게 집중될까

'해를 품은 달'(사진출처:MBC)

이들의 연기력 논란은 이미 그들의 연기가 보여지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부탁해요 캡틴'의 구혜선은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 역할 이후 '변신 없는 연기' 때문에 이번 한다진 역할 역시 '제복 입은 금잔디'가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런 우려는 실제로도 드러났다. 구혜선은 여전히 금잔디의 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혜선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도 들어가 있다. 즉 대본이 엉망인데다, 캐릭터 역시 개연성이 없어 그 자체로도 몰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즉 구혜선의 연기력 논란은 연기자의 문제가 있지만, 캐릭터의 문제도 컸다는 얘기다. 어떤 면으로 보면 드라마의 총체적인 부실을 구혜선이라는 한 연기자의 연기력 논란으로 치부하는 듯한 가혹함마저 보인다.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에게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은 이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상대 남자 역할로 나오는 김수현과의 너무 많은 나이 차이는 드라마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연기력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게다가 사극은 한가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결국 너무 무리한 캐스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던 상황에서 한가인에게 예기치 못한 변수 하나가 더 생겨났다. 그것은 아역들의 놀라운 연기력이다. 여진구와 김유정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의 열연으로 드라마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한가인에게는 그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가인의 연기력 논란은 그래서 구혜선과는 약간 궤를 달리한다. 연기 자체를 못한다기보다는 그 역할에 부여된 과도한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점이 그 논란의 특징이다.

'해를 품은 달'은 사실상 아역들의 호연에 의한 기대감 증폭이 모든 성인연기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여진구에 이어 훤의 역할을 이어받은 김수현은 그나마 제대로 그 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양명군 역할의 정일우는 여전히 대사가 어눌하고, 운 역할의 송재림은 아예 표정이 없으며, 또 염 역할의 송재희 역시 아직까지 매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가인에게 쏟아진 연기력 논란은 어찌 보면 이 아역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성인 연기자들 전체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해를 품은 달'의 이러한 연기력 논란은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성장통의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차츰 아역의 이미지가 지워지고 성인역들에게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는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캡틴 부탁해요'의 구혜선에게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은 요령부득이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작품 자체의 캐릭터가 어설프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자칫 잘못하면 구혜선에서부터 시작해 심지어 지진희, 이천희까지 연기력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을 정도로 이해되지 않는 억지 설정의 캐릭터들이 너무나 많다.

연기력 논란은 사실상 캐릭터가 좋으면 덮어지기도 한다. 즉 연기자가 작품 선정만 잘 해도 그 논란을 빗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예슬이 '환상의 커플'에서 호평을 받은 건 연기력 때문이 아니라 좋은 캐릭터 덕분이었다. 물론 제아무리 좋은 캐릭터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으로 연기력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이다해가 '에덴의 동쪽'이나 '추노'에서도 연기력 논란에 휘말린 건, 연기력 자체보다는 그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에서 비롯된 바도 크다. 즉 '연기력 논란'은 연기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본의 문제, 캐릭터의 문제, 캐스팅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다.

이렇게 보면 구혜선에게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과 한가인에게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이 단지 연기자들의 연기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구혜선의 연기력 논란은 연기도 문제지만 대본의 문제가 더 심각하고, 한가인의 연기력 논란은 처음 해보는 사극 연기 탓에 감정이입이 더 깊이 되지 않고 있는 한가인의 연기도 문제지만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생겨난 모든 연기자들의 성장통이 더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즉 구혜선의 문제는 구혜선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가인의 문제 역시 한가인의 문제만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왜 논란은 구혜선과 한가인으로 집중되는 것일까. 그것이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여성연기자가 그만큼 드라마에서 대표성을 갖기 때문에? 그것이 아니라면 혹 여성연기자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 즉 선망과 질투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여성연기자들이 더더욱 연기력 논란에 휩쓸리기 쉬운 것만은 분명한 현실이다.


'부탁해요 캡틴', 억지와 우연의 남발

'부탁해요 캡틴'(사진출처:SBS)

이런 관계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부탁해요 캡틴'의 김윤성(지진희)과 한다진(구혜선)은 같은 비행기를 타는 기장과 부조종사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너무나 우연적이다. 한다진의 아버지가 기장이었을 때 김윤성이 부조종사로 비행기를 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은 이게 다가 아니다. 마침 한다진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임신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탄 비행기가 하필이면 한다진의 아버지와 김윤성이 조종하는 비행기였고, 하필이면 그 날 또 처음으로 조종관을 잡은 김윤성이 실수를 저질러 비행기가 몹시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또 마침 그 때 한다진의 어머니가 화장실에 있다가 배를 부딪쳐 하혈을 하게 되고 그래서 비행기에서 아이를 낳고는 죽게 된다.

이 정도면 작품에서 '신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신이 이들을 하나의 체스판 말처럼 이리저리 옮겨놓고 엮어놓는 듯한 과도한 설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비행기에는 스튜어디스가 되어 (마침) 첫 비행을 하는 최지원(유선)이 타고 있었는데 하혈하며 쓰러진 한다진의 어머니의 죽음이,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그녀의 책임처럼 되어 있다. 첫 비행을 하는 스튜어디스에게 이런 중차대한 일의 책임을 묻게 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설정일까. 그런데 또 이 최지원은 당시 김윤성의 애인이었다. 이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헤어지게 되지만. 결국 이 비행기에는 이 드라마의 주요인물들이 모두 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또 세월이 흐른 뒤 모두 같은 항공사에서 만난다. 한 명은 기장으로 한 명은 부조종사로 또 한 명은 스튜어디스로. 제 아무리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라고는 해도 이런 관계는 너무나 작위적이다. 이러한 억지와 우연의 남발은 이 드라마 곳곳에서 보여진다. 타워관제사인 강동수(이천희)와 한다진이 처음 만나 서로 부딪치는 장면 역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설정으로 이뤄져 있다. 비행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환자 때문에 착륙을 서두르는 한다진과 비행장 사정으로 이를 허락하지 않는 강동수의 대립이 지나치게 과장되게 만들어지고, 마침 누군가 커피를 엎질러 관제탑 시스템이 마비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일어난다. 누가 봐도 강동수와 한다진의 관계를 만들어내려는 억지 설정이다.

이밖에도 김윤성과 윙스에어 부사장인 홍인태(최일화) 그리고 그의 딸인 같은 회사 상무이사 홍미주(클라라)의 관계 역시 너무 우연적이다. 김윤성은 어린 시절 홍인태에게 입양되어 홍미주와 함께 자랐는데, 어느 날 벌어진 화재에서 홍미주를 구해냈지만 그 사건 때문에 홍인태에게 파양 당한다. 그런 중차대한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 다름 아닌 윙스에어란 회사에서 한 자리에 만나 서로 대립관계를 갖게 된 것. 이 정도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신의 장난'인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억지스러운 우연의 남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까.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든 관계를 엮어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과잉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심자들이나 할 법한 개연성 없는 상황과 관계 엮기는 결국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조종되는 인형처럼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입양된 아들을 찾아가는 승객을 도와주는 한다진과 김윤성의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도 현실성을 찾기가 어렵지만, 그것이 결국 김윤성의 파양의 기억과 연결고리를 맺으려는 의도라는 게 너무나 드러나는 스토리 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기력 논란을 겪고 있는 구혜선의 문제는 이러한 억지스러운 스토리에 의해 몰입되지 않는 캐릭터의 문제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항공드라마는 그 소재만 두고 보면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즉 공항, 비행기, 기내, 그리고 해외의 풍광들까지 항공드라마는 스펙터클의 유혹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사고 장면 하나만 제대로 그려내도 항공드라마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볼거리가 제공된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펙터클이 시청자의 눈을 유혹한다고 해도 결국 드라마는 디테일한 사건들과 공감 가는 캐릭터들이 관계를 이뤄가며 만들어가는 것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클리쉐에 이력이 난 시청자들이라면 "이게 뭐냐-"고 말할 법한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 제발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볼 수 있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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