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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 라는 것 는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는 우리네 가장들을 위한 헌사다. 문일석(조민기)과 조서희(김혜옥)처럼 많이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서민들을 짓밟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 대신 죗값을 치를 희생양을 요구한다. 장태산(이준기)처럼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는 서민들은 그렇게 희생당한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고 없는 자들은 더 살기 힘겨워진다. 장태산의 딸 수진(이채미)은 “아빠가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수진아 그랬어. 그랬더니 그 친구라고 거짓말한 나쁜 아저씨가 도망쳤어”라고 엄마 인혜(박하선)에게 말한다. 딸의 말처럼 장태산은 달라졌다. 과거처럼 자책 속에서 자신을 벌주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가 더 이상 아니다. 이 전쟁 같은 삶에서 늘 당하기만 하던 장태산이 갑자기 ..
과 , 투표 소재 참신하네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 하였거늘, 뽑아준 백성들의 은혜는 잊은 듯, 그래도 백성들에겐 언제나 투표의 힘이.’ 왕의 전쟁 편에 나온 이 짧은 자막은 대선에 즈음하여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게임 속에서 잘 표현해냈다. 이름표를 떼도 죽지 않는 왕과 오로지 투표를 통해서만 왕을 바꿀 수 있는 백성의 대결. 특유의 게임으로 보여진 1시간 반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왕(王)자를 완성해 가는 ‘맛 대 맛 선택 레이스’는 최종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후보들의 레이스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예능적으로 장작을 패고, 기와를 깨고, 콩을 옮기고, 브로콜리를 멀리 불어 보내는 경기를 통한 은유였지만 막..
의 병원, 우리 사회의 축소판 전쟁터에 가까운 응급실이다. 대형사고라도 터지만 병상이 없어 복도까지 메운 환자들이 저마다 살려 달라 고통을 호소하고, 의사들은 마치 전장을 누비듯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채 응급실을 뛰어다닌다. 1분 1초에 환자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그 혼돈. 그 속을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겠다고 뛰어다니는 의사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은 우리가 숱하게 봐왔던 같은 다큐 속의 응급실을 소재로 하지만, 그것이 다루는 것은 이 훈훈한 다큐와는 사뭇 다르다. 히포크라테스가 되살아난 듯한 이제는 고전적으로까지(?) 보이는 진짜 의사 최인혁(이성민)은 외과의이면서도 응급실에서 외상환자들을 수술한다. 외상환자들을 외면하는 의료현실 속에서 최인혁은 이질분자다. 그래서 일신..
, 에 를 더한 듯 마치 과 를 합쳐놓은 듯한 공분이다. 수차례 자동차로 깔아뭉개져 살해당한 수정(이해인)의 범인 PK준(이용우)의 재판에서 수정은 오히려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했다는 오명이 덧붙여졌고, PK준은 단지 사고였지만 그래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식의 거짓 발언으로 양식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PK준을 추종하는 팬들은 그의 진술에 눈물까지 흘렸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수정은 악플로 두 번 죽음을 당했다. 수정을 위해 뭐든 돕겠다던 학교는 아마도 상부로부터의 압력을 받은 듯, 수정의 탄원서를 거부했다. 수정의 엄마 송미연(김도연) 앞에서 곤혹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교사에게 뒤편에 선 교장이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은 저 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법정에서 진실이 유린되고 피해자..
'빛과 그림자', 이토록 유쾌해도 되는 걸까 '빛과 그림자'가 그리는 시대는 우리가 흔히 '어두웠던 시절'이라 부르는 독재시절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어두움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이렇게 유쾌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이 특유의 유쾌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빛과 그림자가 대결하던 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빛과 그림자의 싸움을 머릿속에 늘 그려왔지만, 사실 빛이 그림자를 내모는 방식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림자는 빛이 더 빛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빛과 그림자'의 유쾌함은 마치 시대의 어둠을 유쾌함으로 이겨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정치의 암울함에 맞서 딴따라라 불렸던 발랄한 쇼가 대결하는 드라마, 바로 '빛과 그림자'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빛과..
선악구도의 재현은 대중들을 공감시키지 못한다 "마마 대응책이라뇨? 지금 그걸 누가 마련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마마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마마께서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뿐입니다. 그게 정치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궁지에 몰린 장희빈(김소연)은 남인의 수장, 오태석(정동환)을 불러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하지만 그의 반응은 싸늘하다. "권력이 있는 것이 옳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이 그른 것"이라는 장희빈 자신의 말대로 된 것이다. 힘이 없어진 그녀는 이제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써야 할 위기에 처했다. 장희빈의 권력에 대한 인식은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을 떠올리게 한다.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것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다만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