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가 파헤친 귀족학교의 반칙

 

돈이면 뭐든지 되는 세상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살인을 교사하고도 버젓이 호화병실 생활을 해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던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에 이어, 이번에는 돈이면 미래도 사는 이른바 ‘귀족학교’ 국제중학교의 각종 비리와 반칙들을 다루었다. 좋은 대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라 불리는 국제중학교에 가기 위해 줄을 서는 아이들과 그 미래가 보장된다는 얘기에 몇 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에 촌지를 내는 학부모들, 그리고 그것을 공공연히 장사하는 국제중학교는 말 그대로 조폭 영화에서나 나왔을 법한 뒷거래들이 횡행하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라는 꼼수가 그렇다. 누가 들어도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전형을 떠올리고 또 실제로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국제중학교에서는 그런 뜻과는 상관없이 이른바 상류층의 입학 장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제작진이 입수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명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그 대상자들이 거주하는 곳은 몇 십 억짜리 호화주택들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 임원의 아들의 입학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국제중학교는 이른바 대한민국 1%의 상류층을 위한 학교로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은 알아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위화감만 조성하는 국제중학교가 왜 굳이 필요할까. 1% 상류층을 위한 학교가 만들어내는 교육의 부패가 나머지 99%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돈이면 미래도 쉽게 살 수 있는 반칙들이 너무나 당연한 듯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확보한 2013년 영훈중학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점수표와 추천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 아무리 높은 교과 성적을 받은 우수한 학생이라도 집안이 대기업 임원이나 판사, 검사가 아니라면 오히려 떨어뜨리는 ‘제 멋대로 인’ 전형이 드러났다. 학습계획서와 추천서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편파적이었던 것.

 

특권층과 부유층들이 낸 이른바 ‘학교발전기금’은 수천만 원에 이르렀고 심지어 어떤 학생은 합격발표가 나기도 전에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어떤 학생은 격에 맞지 않는다며 왕따를 당해 거의 점심을 먹지 못하고 학교를 다니다가 결국은 전학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가 아이를 위해 대출까지 해가며 매번 억지로 돈을 상납해왔지만 그 때 뿐 별 효과가 없었던 것. 이것을 과연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입학에서부터 돈 거래가 이뤄지고, 소외계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같은 제도를 저들 입맛에 맞게 바꿔 활용해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떨어뜨리고 대신 상류층 자제들을 입학시키며, 어렵게 들어온 학교에서도 학생을 볼모로 끊임없이 금품을 요구하고 그게 아니면 결국 학생의 전학을 권고하는 이 폭력과 꼼수와 반칙이 횡행하는 곳을 과연 학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제중학교가 저질러온 비리와 반칙들에 대해 대중들이 공분하는 것은 거기에서 우리네 교육의 암담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모두에게 평등한 미래를 제공하지 못하고 그래서 잘 사는 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평생을 엘리트 코스를 밟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성장과 성공의 발판마저 마련되지 않으며 그것이 오로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마음은 참담할 수밖에 없을 게다.

 

국제중학교의 비리는 마치 우리 사회의 현실을 표본처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1%를 위한 편법들이 만드는 그들만의 세상은 나머지 99%의 눈물 위에 세워지기 마련이다. 또 이런 편법들을 당연시 여기며 특권의 삶을 살고 있는 1%들이 세울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얼마나 암담할 것인가. 국제중학교의 문제는 그래서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대중들의 공분과 허탈감을 안다면 반드시 그 부패된 교육의 살을 도려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이 건드린 을의 정서

 

아마도 <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이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11년 전 발생했던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 사건’은 신문지면의 한 귀퉁이로 사라져버릴 뉴스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피해자의 아버지가 그간 가슴에 묻어 둔 상처가 얼마나 컸을 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청부살해를 시키고도 법망을 피해나가다가 결국 무기징역 판결까지 받고 수감되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진단서를 근거로 호화 병실에서 제 마음대로 살아가는 모 기업 사모님을 목도한 시청자들은 모두가 그 피해자 아버지의 애끓는 분노를 잠시나마 똑같이 느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은 이제는 상투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대기업 회장들이나 전직 정치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가고도 제대로 형을 치르기는커녕 갖은 병을 내세워 자유롭게 되는 현실, 억울하면 돈 벌라는 속물적인 이야기가 실제 현실이 되는 사회, 돈과 권력 앞에서 윤리도 도덕도 땅에 떨어지고 정의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 게다가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저희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 법망조차 비웃는 그 참담함을 우리는 이상한 외출을 하시는 사모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바로 그 정의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자신의 잘못된 오해를 증명하고자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해 한 개인의 사생활을 무참히 짓밟은 것도 모자라 청부살해를 지시할 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일까. 무기징역을 받아도 적당히 진단서를 만들어 교도소를 빠져나올 수 있고, 호화 병실에서 생활하며 필요하면 마음껏 외출도 가능한 법 집행이 과연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딸을 잃었다는 고통에 피해자 가족들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때, 정작 가해자는 호화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까.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된 후 그 후폭풍이 줄어들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은 잘못된 법 정의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가진 자들에게 심지어 죽임을 당해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는 ‘을의 정서’가 들어가 있다. 라면 상무와 빵 회장, 조폭 우유 등 올해 상반기에 불어 닥친 갑을 정서는 이제 사모님 후폭풍으로 정의의 문제로까지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문제의 후폭풍이 더 큰 이유는 그것이 생활과 생계의 문제를 넘어서는, 한 개인의 생명과 직결된 사법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와 검사와 판사와 재벌가의 커넥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숱한 영화들이 다루었던 소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것이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네 현실이라는 점에서 크나큰 충격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도가니>처럼 이번 사건도 영화화하자고 제안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법 정의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도 때로는 대중들이 거기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해결됐던 사례가 <도가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법 정의의 문제를 영화 같은 대중문화에 기대게 되었단 말인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그래서 제목이 지칭하는 대로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서 제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언론이 해야 될 일이 바로 대중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일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이 건드린 대중의 공분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여겨진다. 이것은 이미 현실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지 않은가. 여러모로 대중의 시대가 보여주는 변화다. 돈과 권력으로 덮어질 수 있었던 것들도, 이제는 결국 대중들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낱낱이 실체를 드러내게 되고 그것이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중의 공분이 그저 이 이상한 외출을 해온 사모님에게만 집중되고 그 하나의 문제로 덮어지지 않는 것일 게다. 결국 <그것이 알고싶다>가 거론하고 싶었던 것은 한 사모님의 빗나간 행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현재 갖고 있는 부조리한 법 집행의 문제 전반일 테니 말이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촉발시킨 공분은 그래서 사모님이 은근슬쩍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거기에 관계된 모든 이들에 대한 상식적인 조처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한 노력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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