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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의 고은성, '시티홀'의 신미래

‘바보’의 사전적 의미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 본래 ‘밥+보’에서 나온 이 말은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경멸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경제적인 가치가 최우선 가치로 치부되던 개발 시대를 넘어, 이제는 그 부의 올바른 획득이나 올바른 사용이 새로운 가치로 부각되는 현재에 이르러, 이 ‘바보’라는 용어는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나치게 경제논리에만 입각해 살아오다보니 우리가 잊고 또 잃고 있었던 가치들을 여전히 지키고 굽히지 않는 이들. 지금 시대의 ‘바보’는 바로 그런 의미를 부가하고 있다.

드라마 속 바보들, 그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삶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은성(한효주)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의 바보다. 그녀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소식(물론 그 아버지는 실제로는 살아있다)과 함께 계모인 백성희(김미숙)에게 유산을 모두 빼앗긴다. 길바닥으로 장애아인 동생과 함께 내동댕이쳐져 심지어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바로 그 동생 때문에 곧 털고 일어났던 그녀는 그토록 소중한 동생마저 잃어버린다. 자기 자신 돌보기도 힘겨운 이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하지만 그녀는 바로 자신이 그토록 많은 것을 잃고 아파해했던 그 경험으로 인해, 그 누군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기억마저 잃고 길바닥에 쓰러진 장숙자(반효정) 여사를 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 보살피는 것. 흔히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 서로 돕는다”는 말은 여기에 해당되는 말이다. 버려진 경험이 있는 그녀는 자신에게 혹처럼 달라붙은 장숙자 여사를 힘겨워하면서도 절대로 버리지 못한다. 후에 장숙자 여사가 사실은 굴지의 기업 대표임을 알게 되고 그녀가 모든 유산을 자신에게 남겨주겠다는 말을 하는데도 은성은 사심을 갖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유산보다는 장숙자 여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종영한 드라마, ‘그바보(그저 바라보다가)’에서 구동백(황정민)이라는 우체국 직원은 한지수(김아중)라는 톱스타를 만나 사랑을 이룬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모든 것이 상업적인 잣대로 구획된 세계 속에 살아가는 한지수는 거꾸로 구동백이라는 제목 그대로의 ‘그바보’를 만나 자신의 잘못된 삶을 되돌리게 된다. 이것은 ‘시티홀’에서 10급 공무원인 신미래(김선아)를 허수아비 시장으로 세워 인주시를 장악하려 했던 조국(차승원)이 거꾸로 그녀의 순수한 정치적 행보에 감화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 ‘바보들’의 행보는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현실 앞에서는 지극히 어려운 일들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거꾸로 상식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바보들이 전하는 진심, 서민들의 꿈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상식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먼저 ‘찬란한 유산’의 은성이 말해주는 것은 유산이 비단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유산이라면 흔히 변호사가 대동되고 공증된 유서가 읽혀지는 그런 재산의 의미로 읽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한 물려진다는 의미에서 핏줄과 혈연의식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에서 은성이라는 바보를 통해 말하는 유산이란, 그런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유산을 말한다. 부모가 가르쳐준 정직이나 신뢰, 부지런함 같은 것들이 그런 핏줄과 혈연으로 연장되는 물질적 유산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는 말이다.

‘그바보’의 구동백이 말하는 가치 역시 이 물질화된 사회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가치를 연봉 얼마로 수치화할 수 있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돈이면 다 되는 것 같은 태도의 예의 없는 세상 속에서 구동백은 진정한 관계와 소통을 전하는 예의바른 인물이다. 구동백이라는 서민이 거꾸로 한지수라는 물질화된 사회의 표상으로서 그려지는 톱스타를 감화시키는 내용이 감동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시티홀’은 드라마가 정치를 다루기 때문에 현 우리네 정치적 현실에 대한 빗나간 가치들을 신미래라는 바보를 통해 보여준다. 그녀는 정치는 신념이 아니라 돈으로 해나간다는 현실 속에서, ‘정치란 못 사는 사람 좀 더 잘 살게, 또 잘 사는 사람 좀 더 베풀게’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물론 현실에서라면 공허한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 말은 그러나 드라마라는 판타지적 공간 속에서나마 어떤 희망을 발견하고픈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드라마가 그려내는 이 시대의 바보들은 흔히 서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곤 한다. 이것은 이들 드라마들이 전하는 가치들이 고단하게 바보처럼 살아가는 서민들이 꾸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바보들이 전하는 진심의 소리가 큰 울림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이들을 통해 때론 슬프고 때론 웃기며 때론 그동안 잊고 있던 어떤 희망이나 꿈을 찾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진심이 우리에게도 남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구동백, 서민적 삶이 가진 가치를 긍정하다

도대체 '그바보'의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잡아끌었을까.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스타의 만남. 이 낯익은 이야기 구조는 누구라도 쉽게, 멀게는 '로마의 휴일'에서, 가깝게는 '노팅힐', 또 최근에는 드라마화된 '스타의 연인'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과연 '그바보'가 그린 세계가 이 통상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주에 머물렀을까.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그 관심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그바보'의 이야기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데서 그 묘미를 찾을 수 있다. 톱스타인 한지수(김아중)와 우체국 직원인 구동백(황정민)이 만들어가는 러브스토리는 물론 그 신데렐라(남성이 신데렐라인)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관계는 역전되어 있다. 이 드라마는 한지수가 구동백을 구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동백이 한지수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한지수는 왜 구원받아야 할까. 그녀가 사는 세계가 그녀에게 부과한 삶이 그녀를 불행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불행은 한 마디로 '상품화된 인간'으로서의 삶이 갖게 되는 불행이다. 한지수가 가진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자본에 둘러싸여 상품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그대로 표상함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세계 속에서는 김강모(주상욱) 같은 자본을 쥔 자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 그가 한지수에게 그러한 것처럼 그 대상은 인간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러한 관계를 내면화하면서 살아온 한지수로서는 자신의 불행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왜 점점 슬플 때 울지 못하고 웃길 때 마음껏 웃지 못하는 표정 없는 인간이 되어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바보'는 바로 그 한지수의 세계 속에 구동백이라는 전혀 다른 별에서 온 듯한 바보 같은 남자를 집어넣는다. 그는 인간 간의 관계가 거래로 취급되는 이 세계의 법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위장결혼을 하는 조건으로 그 대가를 물어보지만, 구동백은 엉뚱하게도 동화 속에서나 나올 세 가지 소원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거래와 관계, 대가와 소원만큼의 거리는 한지수와 구동백 사이에 놓여진 거리만큼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차츰 한지수는 구동백을 통해 자신의 거짓된 삶에서 조금씩 벗어나 진실된 삶(즉 구동백의 삶을 향해서)으로 다가간다. 물론 이것은 일방적인 변화가 아니다. 구동백 역시 스스로 평가절하해온 삶의 진정한 가치를 한지수를 통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난 진짜가 아니잖아...난 가짜잖아”라고 오열했던 구동백에게 “내 옆에 있어줄래요?”라고 한지수가 수줍게 말하는 그 순간은 이 두 사람의 변화가 서로 교차하는 순간이다. 구동백은 가짜가 아닌 진짜임이 드러나는 것이고, 한지수는 비로소 자신의 진실된 삶을 찾게 되는 것. 구동백과 한지수가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따라서 멜로의 과정으로 그려지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맥락을 갖게 된다. 이 이야기가 진심은 내팽개쳐지고 대신 돈이 오고가고, 갖은 모략과 술수가 판치는 예의 없는 세상에 대한 구동백의 선전포고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기서 구동백이 예의 없는 세상과 대결하기 위해 꺼내드는 일련의 카드들이 흥미롭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으로 불행을 겪어본 자들만이 아는 ‘바닥의 정서’에서부터 길어 올려진 것들이다. 실의에 빠진 한지수에게 구동백이 처방한 “진짜 슬픈 인생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대사나, 행복하고 싶다면 “웃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대사는 그 바닥의 정서를 아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구동백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절망 끝의 희망을 얘기한다.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그 곳이 절벽 끝이 아니라 다이빙대 일수도 있구요. 그리고 그 아래는 시원한 바다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떨어져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는, 때론 온통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어 늘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진 자들의 불안을 오히려 치유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소유하는 사랑만 해온 자들에게는 그 사랑을 손에서 놓는 것이 참으로 불안하고 힘겨운 것이지만, '그저 바라보는 사랑'을 해온 자들에게 그것은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

‘그바보’는 제목처럼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만 같아 ‘그저 바라보다가’, 그 높은 곳이 힘겨워 뛰어내리고 싶어도 뛰어내리지 못하는 그녀를 알게 되고는 함께 그 위에서 낮은 곳으로 뛰어내려주는 구동백이라는 착한 서민의 자화상을 그려낸 드라마다. 이로써 우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삶의 실체에 더 가까운 서민들의 삶을 구동백을 통해 긍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토록 우리의 마음을 잡아끌었던 '그바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한지수는 구동백을 통해 이제 '네모난 하늘' 아래 두 사람으로서 족한 행복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제목이 구동백을 바보로 지칭하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판타지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구동백의 승리를 통해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Posted by 더키앙

한지수의 무표정은 우리의 얼굴이다

'그저 바라보다가(그바보)'에서 톱스타인 한지수(김아중)의 표정은 늘 굳어있다. 미소를 지어도 연기하는 듯 하고, 대중들이나 기자들 앞에서 설 때면 그녀는 실제로 연기를 한다. 아무리 슬픈 일이나 힘겨운 일이 있어도 그 얼굴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이 드러나는 그 순간, 그것은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따라서 어느 정도는 늘 연기하는 삶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지수가 처한 불행의 실체이기도 하다. 스타라는 존재는 수많은 대중들에 의해 올려다 보여지지만, 바로 그 수많은 눈들에게 보여진다는 점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없게 만든다. 그녀는 그래서 자신이 스타가 되기 전의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봐주었던 김강모(주상욱)를 사랑한다. 그런데 연기하는 삶은 연기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인이나 기업가 역시 연기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버지에 의해 정치에 입문하는 김강모의 삶은 한지수의 삶과 다르지 않다.

연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연기가 되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그들의 사랑이 뒤틀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연기하는 자아가 스스로에게 만들어낸 가짜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 앞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순수한 바보 같은 남자, 구동백(황정민)이 등장한다. 그리고 구동백 앞에서 한지수는 그 굳어진 얼굴이 차츰 얼음 녹듯 풀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바로 이 한지수의 '잃어버렸던 자기 표정 찾기'는 '그바보'가 말하려는 전부이기도 하다. 초반부 김아중의 연기력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한지수의 마네킹처럼 굳어있는 얼굴이, 이제 와서 조금씩 진정한 웃음과 눈물을 통해 표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따라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들이다. 톱스타로서의 한지수가 가진 상품화된 얼굴이 구동백이라는 순수의 인물을 만나 차츰 인간으로서의 얼굴로 변화해가는 과정은 배우 김아중이 이 드라마를 통해 희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CF퀸으로서의 늘 똑같은 얼굴이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여러 솔직한 얼굴들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김아중의 바람이다.

그리고 이 바람은 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어느 정도 연기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조직생활을 통해서 우리는 울고 싶을 때도 웃어야 하고, 웃고 싶어도 심각해야 하며, 때론 화가 나도 침묵해야 하는 그런 얼굴을 차츰 갖게 되었다. 언젠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기 낯선 자신이 서 있는 그 느낌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순수했던 그 때의 얼굴을 찾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바보'는 웃음 없는 세상에 미소를 가르쳐주는 드라마다. 한지수의 잃어버린 얼굴이 표상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어버린 우리들의 무표정한 얼굴이다. 거래의 세계 속에서, 그 연기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우리들의 바보, 구동백은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실로 이 땅을 미소 짓게 하는 이들은 바보인 경우가 많다.

Posted by 더키앙
'그저 바라보다가(그바보)'는 스타로서의 삶과 보통 사람으로서의 삶이 서로 부딪치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만일 이 드라마를 평범한 우체국 샐러리맨인 구동백(황정민)의 신데렐라 이야기만으로 본다면 그건 드라마의 반쪽만 보는 셈이다. '그바보'의 나머지 반쪽은 한지수(김아중)의 '잃었던 자기 표정 찾기'가 차지하고 있다.

'그바보'의 초반부에 한지수의 표정은 늘 굳어있었다. 혹자들은 그걸 가지고 마네킹 같다는 둥, 김아중의 연기를 도마 위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어느 정도는 수긍될 수 있는 일이다. 김아중은 공교롭게도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스타를 연기하는 중이고, '그바보'라는 드라마 속에서 김아중이 초반부에 선보여야 하는 연기는 바로 그 고정된 이미지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김아중의 연기력 자체를 의심하는 건 섣부른 면이 있다. 초반부 김아중의 굳어진 얼굴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얼굴은 또한 드라마의 설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동백이라는 평범남과 대비되기 위해서(구동백도 사실은 황정민이라는 정상의 스타가 아닌가!) 김아중이 연기하는 한지수는 더욱 관리된 얼굴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굳어있던 얼굴이 차츰 구동백이라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나서 차츰 자신의 표정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고 그것이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드라마의 메시지는 따라서 극중 톱스타인 한지수의 상품화된 얼굴이 차츰 인간으로서의 얼굴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촉매제는 황정민이 연기하는 구동백이라는 순수 그 자체의 인물이다.

따라서 극중 한지수가 처한 입장과 그 한지수를 연기하는 김아중의 입장은 여러 모로 닮았다. 물론 이것은 김아중의 실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느냐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한지수처럼 톱스타로서 CF퀸으로서 늘 같은 얼굴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얼굴은 늘 백옥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것은 어딘지 관리된 얼굴이었다.

그것이 실제든, 아니면 연기되어진 것이든, 혹은 연기되는 삶이 실제가 되어 나타난 얼굴이든 이 고정된 얼굴의 이미지를 가진 김아중은 한지수라는 배역과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스타로 등극한 이래, 김아중은 일정한 패턴 내에서의 표정 연기에 머물러 있었다. 2006년도의 '미녀는 괴로워' 이래 많은 작품을 하지도 않았고 주로 CF 속에서 그 영화의 이미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 고정된 이미지의 변화를 메시지로 다루는 이 작품은 실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 드라마를 통해, 아니 한지수라는 배역을 통해서 자신 속에 있는 새로운 얼굴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김아중에게는 연기자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바보'가 김아중의 리얼 성장스토리로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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