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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소소한 이들의 일상에 왜 빠져들게 될까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축구경기가 방영되고 있는 와중에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1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결방했지만, 대신 편성된 JTBC의 축구중계가 23% 시청률을 낸 걸 생각해보면 <나 혼자 산다>는 이러한 외적인 요인에 의해 그다지 큰 시청률 변동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지난주 12% 시청률보다 오른 걸 보면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에 축구중계에 별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까지 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청률이 그리 중요한 지표가 되지 못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굳이 이 수치를 거론하는 이유는 적어도 그것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충성도 높은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를 챙겨본다. 마치 과거 시즌 종영하기 전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이 날 방영된 내용이 그리 대단히 새롭거나 특별했던 것도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이시언이 정들었던 상도하우스를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렇게나 물건들이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조차 없던 그 집에서 물건들이 하나둘 정리되고, 나중에 텅 비어버린 집에서 괜스레 울컥해진 이시언이 두꺼비집을 내리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짠하게 다가왔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좀더 주목받게 된 그는 그 집이 복덩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 집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과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뉴얼(새 얼간이) 캐릭터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성훈이 평소 어색한 관계였던 기안84를 찾아가 함께 밥을 먹고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것 역시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라고 할 순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조금씩 친숙해져가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성훈이 어딘가 무식함을 드러내는 대목에서 기안84가 점점 마음 편해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사실 이런 정도의 에피소드를 갖고 시청률 14%를 낸다는 건 대단히 가성비 높은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비교해서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 SBS <정글의 법칙> 같은 경우 그 힘든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훨씬 높은 노동 강도를 보여주지만 9%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그건 출연자들에 대한 친밀감에서 생겨난다. 언제부턴가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를 중심으로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기안84, 헨리 같은 보기만 해도 반가운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과의 친밀감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들이 그저 동네에서 함께 만나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도 남다른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된 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특별한 구성방식과 편집, 자막의 공이 크다.

관찰카메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할 때 등장한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던 그 시절, 이 프로그램은 ‘1인 라이프’라는 취지를 앞세워 관찰카메라를 찍었다. 그러다 점점 관찰카메라가 익숙해지면서 1인 라이프 같은 취지는 그리 중요한 일이 되지 않게 됐다. 이제는 자주 보다보니 남다른 케미들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마치 우리들의 일인 양 친밀해진 상황이 만들어진 것.

이것은 마치 <무한도전>이 출연자들을 시청자들에게 마치 가족처럼 느끼게 해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건, <나 혼자 산다>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캐릭터가 아닌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정도다. 친숙해진 그들은 이제 어떤 조합으로 만나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이시언과 기안84 그리고 헨리가 ‘세 얼간이’라는 조합으로 묶이고, 박나래와 기안84 그리고 충재씨가 묘한 관계로 얽히는 과정만으로도 흥미롭게 된 것.

게다가 <무한도전>이 가끔씩 무한뉴스를 통해 보여줬던 저들의 실제 생활을 <나 혼자 산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이시언이 상도하우스를 떠나 새로운 아파트로 이주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남다른 감흥으로 느껴지는 건 그 과정 하나하나를 봐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 혼자 산다>는 메인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만나는 이들까지 패밀리로 묶어내는 놀라운 확장성까지 갖고 있다. <무한도전>이 가끔씩 ‘친구들’을 불러 오디션을 벌이거나 축제를 벌이는 방식을 통해 했던 ‘외연 넓히기’처럼, <나 혼자 산다>는 화사나 승리, 김충재 같은 주변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끊임없이 패밀리를 늘려간다. 이러니 이야기는 더더욱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예능 트렌드는 관찰카메라 시대로 넘어왔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건 출연자들과의 ‘친밀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들은 어느새 시청자들이 마치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 해온 이들 같은 친밀감을 주고 있다. 마치 혼자 사는 이들이라면 느끼고픈 유대감을 대신 만들어주는 것처럼.(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달라진 예능 트렌드, 전현무·박나래가 제공한 실마리

관찰카메라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스타 MC들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게 되었다. 그것은 조금 이율배반적일 수 있지만 여전히 예능적인 강도 높은 웃음을 책임지면서도 동시에 그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제 모습을 통해서라는 자연스러움을 더해주는 일이다. 이런 예능의 트렌드 변화를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어째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기안84의 주식회사 설립을 축하하는 모임은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파티로 이어지고, 식순에 따라 벌어진 장기자랑 시간에는 놀라운 분장쇼들이 등장한다. 단연 주목을 끄는 인물은 전현무와 박나래다. 전현무는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로 최고 패러디 대상으로 떠오른 프레디 머큐리를 재연함으로써 폭발적인 웃음을 만들었고, 박나래는 출연자들의 운세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또 왁스 패러디로도 포복절도의 웃음을 주었다.

사실 분장쇼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기는 어렵다. 그건 마치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분장쇼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분장쇼마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건 마치 친한 친구들끼리의 파티에서 저마다 콘셉트로 준비해와 보여주는 쇼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또 이들이 나란히 일렬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한 명씩 운세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 풍경 또한 자연스러운 장면은 아니다. 모든 출연자들이 전면에 있는 카메라를 보고 있는 장면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 단골로 등장하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그것마저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 곳이 스튜디오가 아니라 기안84의 새로 낸 사무실이라는 사실이 그 자연스러움을 더해준다.

평상시에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영상물들을 고정 출연자들이 보면서 이런 저런 멘트를 더하는 방식을 보여주지만, 가끔씩 스튜디오에서 찍히는 이들만의 세계도 이제는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없어졌다. 마치 실제로도 친한 연예인들이 스튜디오에서 만나 찍어온 영상들을 보면서 그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그들이 함께 겪었던 일들이나 봤던 영상들은 그래서 그 새로운 영상 위에 또 얹어지고 그런 이야기들은 이들의 친분과 친숙함을 더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자연스러운 관찰 카메라의 리얼함을 확보하면서 그 위에 얹어지는 전현무나 박나래 같은 프로 예능인들의 남다른 예능감이다. 그들은 분장쇼처럼 설정된 쇼를 강도 높은 웃음으로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실제 일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건 아마도 그들의 진짜 모습일 게다. 늘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 자신의 일상이 되어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애초에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혼자 사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걸 명분으로 세우며 연예인들의 1인 라이프스타일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다양한 연예인들의 1인 라이프보다는 이제 친숙해진 출연자들, 이를 테면 전현무부터 기안84,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헨리를 주축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더 천착한다. 관찰카메라로 친밀해진 이들은 이제 그 리얼한 실제 모습 위에 서로가 서로에게 더 재미있는 웃음을 주려는 모습을 더해 넣는다. 예능적인 강도와 함께 자연스러움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올해 MBC 예능대상에서 전현무와 박나래가 왜 대상후보에 올랐는가를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두 인물은 자신의 리얼한 일상 속에서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저마다 예능인으로서의 확실한 웃음을 책임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관찰카메라 시대에 부응하면서도 확실히 강도 높은 웃음을 주는 것. 달라진 예능 트렌드 속에서 고민될 수밖에 없는 예능인들에게 이들만큼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들이 있을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냉부해', 혹평듣기 전문가 김풍이 있어 가능한 것들

 “이 프로그램이 혹평이 가능한가요?”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온 휘성은 김풍이 비엔나소세지를 갖고 만드는 소바로우(소세지로 만드는 꿔바로우)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김풍은 그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저는 혹평 전문가예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김풍 작가를 ‘혹평 (듣기) 전문가 * 201회 기안 편 참조’라고 설명한 자막이 붙는다.

지난 주 기안84가 김풍의 요리를 먹고는 “정말 맛없어”라고 혹평했던 그 장면이 다시금 화면을 통해 보여진다. 김풍은 사실 그 때 진심으로 당황하고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래서 나중에 기안84가 “맛있어요, 형님.”이라고 영혼 없이 말하자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이 줬던 충격 때문인지, 김풍이 요리를 하는 동안 휘성은 다른 셰프들과는 달리 계속 해서 불안감을 호소했다.

식감을 중요시 여긴다는 휘성은 보통 고급 튀김요리는 ‘찍먹’을 한다고 말하면서 소스를 뿌려 내놓은 김풍의 요리에 불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휘성이 최대한 소스가 덜 뿌려진 걸 찾아 먹겠다고 하자 본래 꿔바로우는 ‘부먹’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자 휘성이 그럼 가장 소스가 많이 묻은 “눅눅해져 있는 걸” 먹겠다고 농담을 하자 화들짝 놀라며 “맛있겠다 싶은 걸 드시라”며 손사래를 치는 장면으로 웃음을 줬다.

또 김풍은 요리를 할 때 셰프들이 툭툭 던지는 말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사부인 이연복 셰프가 “한 번 더 튀겨야 되는 거 아냐?”하고 묻자 “그래야 된다”고 다시 튀기는 모습을 보였고, 시간이 남아 비엔나소시지를 오징어 모양을 잘랐지만 모두가 쭈꾸미 아니냐고 하자 “쭈꾸미예요”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 김풍을 휘성은 “댓글을 많이 보시는 스타일”이라며 “남의 이야기에 좌지우지되는” 그의 요리를 콕 집어 웃음으로 만들었다.

사실 지난 회에 기안84가 김풍의 요리를 혹평했을 때 그 재미요소가 기안84의 솔직한 평에서만 비롯된 것인 줄 알았다. 실제로 기안84는 셰프들이 내놓은 요리라고 해도 굉장히 오버해서 맛있다고 말하기보다는 평범한 건 평범한 대로, 대단한 건 대단한 대로 또 별로인 건 별로인 것으로 그대로 얘기함으로써 프로그램에 어떤 진정성 같은 걸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이번 회를 보니 그것이 기안84만의 공이 아니라 김풍이라는 전문 셰프는 아니지만 이제 요리를 배워가며 때로는 셰프들보다 더 창의적인 요리를 해내는 인물의 공이 더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셰프들이 자기에게 딱 맞춰 내놓은 요리에 대해 게스트가 제아무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혹평을 하기는 어렵다. 그건 아무래도 전문가인 셰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풍은 다르다. 그는 전문 셰프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비판에서 자유롭다. 그가 스스로를 ‘혹평 (듣기) 전문가’라고 하는 대목에서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셰프들이 만든다고 해서 어찌 늘 맛있을 수 있을까. 그것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만드는 음식이니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런 혹평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올 수 있는 대상은 역시 김풍 작가 같은 ‘비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로는 그 비전문가가 내놓은 창의적인 요리가 셰프들의 요리를 압도하는 결과를 내기도 한다. 김풍 작가의 소바로우가 미카엘 셰프의 ‘해비한 소시지’를 이겼듯이. 그럴 때 살짝 무너지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경계가 주는 즐거움 또한 <냉장고를 부탁해>의 중요한 재미요소가 아닐 수 없다. 김풍이라는 인물이 있어 비로소 가능한.(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무에서 유를 창조, 이게 ‘냉부해’의 진짜 매력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200회를 맞았다. 지난 주 노사연에 이어 이번 주에 특집으로 방영된 기안84편은 한 마디로 말해 <냉장고를 부탁해>의 ‘초심 찾기’ 같은 느낌이었다. 워낙 충격적인 기안84의 냉장고 속이 그랬고, 그나마 있는 재료들도 상해서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걸 놀라운 고급 요리로 변신시킨 셰프들의 ‘마법’이 그랬다. 그 일련의 과정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이 2014년 11월부터 시작해 지금껏 이어온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기안84가 그 초심 찾기에 최적의 인물이 된 건, 전혀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특유의 삶의 태도가 냉장고에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 언제 사둔 것인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편의점 음식들은 물론이고, 그나마 있는 명란젓 같은 재료도 식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을 끝내고 자기만의 휴식시간에 곁들이는 술안주를 위한 것이었다. 퇴근길에 집에서 먹으려 편의점에서 사온 오래된 음식들에 대해서, 기안84는 라면에 넣어 먹으면 다 괜찮다고 했다. 

심지어 라면을 끓여먹고 냄비도 잘 닦지 않는다는 그는 염분 때문에 부패가 되지 않아 그대로 끓여먹어도 괜찮다는 듣고도 놀라운 ‘귀차니즘’을 들려줬다. 혼자 사는 이들이라면 어쩐지 공감이 가기도 하는 이야기였을 게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식사를 챙긴다는 게 즐거운 일이 되기도 하지만, 혼자 먹는 상황이라면 대충대충 때우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음식을 만들 재료가 거의 남아나지 않은 기안84의 냉장고는, 그걸 가지고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셰프들에게는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기안84가 원한 요리는 두 종류. 하나는 급식에 맞는 요리와 다소 사치스러울 수 있는 최고급 요리. 급식 요리 대결에 나선 레이먼 킴과 김풍은 각각 자신들만의 급식요리를 내놓았다. 레이먼 킴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없는 재료로도 소세지와 야채볶음, 냉채족발, 명란계란말이 등을 선보였고, 김풍은 돼지고기와 편육을 이용해 덮밥을 만들고 상추겉절이를 곁들였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기안84의 해맑으면서도 솔직한 음식에 대한 평이었다. 레이먼 킴의 급식요리에 “맛있다”고는 했지만 ‘잘 나온 급식’의 맛이라고 하는 기안84의 평은 의외로 ‘미식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심지어 김풍의 덮밥은 한 숟가락을 뜨고는 “맛없다”고 혹평을 내놓아 만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워낙 재료가 일천해 그 이상의 맛을 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는 걸 기안84의 솔직한 음식평이 드러내준 것.

하지만 반전은 이러한 기안84의 기대를 접은 첫 번째 요리대결의 결과가 깔리면서, 마치 본게임처럼 들어간 듯한 샘킴과 정호영 셰프의 대결에서 일어났다. 전혀 기대하지도,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던 놀라운 고급 요리들이 기안84 앞에 놓여지게 된 것. 정호영 셰프는 달걀찜과 명란마요 비빔면 그리고 목살 스테이크로 제대로 된 고급진 한 상을 내놨고, 샘킴은 고기를 다져 특유의 소스를 얹은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놀라웠던 건 과자들을 이용해 그 소스를 만들었고, 그 소스 맛이 기막혔다는 점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본래 <냉장고를 부탁해>의 제 맛이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저런 요리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은 기안84의 충격적인 냉장고와 그걸 통해 마치 마법처럼 만들어지는 요리들의 향연은 <냉장고를 부탁해> 본래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여기에 꾸밈없이 솔직하게 속내를 다 드러내는 기안84의 엉뚱하면서도 해맑은 말들이 주는 묘미가 더해지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200회 특집으로 기안84가 섭외된 건 그래서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었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무도> 릴레이툰, 웹툰 방송의 가능성

 

서로 다른 영역의 만남은 의외로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곤 한다.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이라는 도전이 의미 있는 건 그 가능성이 의외로 큰 방송과 웹툰이라는 두 영역 간의 만남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은 멤버들과 웹툰 작가들이 협업을 해서 직접 작품을 릴레이 하는 도전을 선보였다. 릴레이툰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한 방송을 통해 웹툰에 더빙을 얹어 마치 애니메이션방송을 보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방식도 이미 아프리카TV 등에서 더빙 BJ들과 협업을 통해 시도된 바 있으니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의 변주다. 이미 <무한도전>이라는 멤버들의 캐릭터가 확고하게 구축된 프로그램이 웹툰 캐릭터로 변주됐을 때 생겨나는 시너지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하하와 기안84가 릴레이툰의 첫 주자로 나서 그린 첫 회는 바로 이 점이 특히 도드라져 보였다.

 

어딘지 자기애가 강한 캐릭터를 가진 하하는 웹툰에서 2046년이라는 미래의 시점을 전제하고 잘 나가는 자신과 추락한 다른 멤버들을 대비하는 것을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멤버들의 추락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현재 어떤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오히려 드러내고 있다. 즉 유재석은 한 번의 클릭으로 날아가 버린 바른 이미지 때문에 추락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것은 오히려 유재석의 인기가 바로 그 바른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에 심취하고 돈 버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박명수는 벼락부자가 되지만 벼락을 맞는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로 그려져 있는데, 이것 역시 박명수의 독특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고로 얼굴이 무너져 내린 광희는 그만큼 솔직하고 누구보다 열심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뚱뚱한 아줌마의 외모를 갖게 된 정준하는 그 식신 이미지가 오히려 드러난다.

 

웹툰의 댓글에도 누군가 통찰력 있게 써놓은 것처럼 하하가 이렇게 자신 혼자 잘 나가는 모습을 추락한 다른 멤버들과 대비하면서까지 웹툰에 그려내는 이유는 거꾸로 말하면 지금 현재 다른 멤버들이 너무 잘 나가 자신을 좀 더 부각시키고픈 욕구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걸 얘기해준다.

 

이처럼 웹툰은 현재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구축해놓은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그들의 판타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니 <무한도전>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웹툰은 특별한 캐릭터 설명도 필요 없이 곧바로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웹툰이 <무한도전> 캐릭터 역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가 얻어가는 시너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이 열어놓은 이 세계는 어쩌면 캐릭터가 존재하는 많은 영역들, 이를 테면 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영역들도 얼마든지 웹툰과의 공조를 통해 양자를 모두 강화할 수 있고 또한 그 나름대로의 콘텐츠로서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이런 형태는 이미 팬픽 같은 기존 콘텐츠를 가져와 또 다른 스토리로 엮어내는 웹 문화에서 시도된 바 있다. <무한도전> 릴레이툰은 이것을 좀 더 대중적인 틀로 끄집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우리는 조만간 많은 실제 인물 캐릭터들이 웹툰과 공조하는 작품들을 볼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Posted by 더키앙

릴레이툰, <무도>와 웹툰이 만나 만든 놀라운 신세계

 

웹툰작가들이 이렇게 큰 웃음을 줄 수 있다니.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은 그림이라는 아직까지는 예능에 생소했던 소재가 이토록 큰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 솜씨로 MC들이 저마다의 얼굴을 그리는 대목은 비슷하거나 비슷하지 않거나 그렇게 그려진 그림 자체가 큰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겨진 그리는 사람의 감정이나 속내를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렇게 일단 MC들이 그린 그림들은 게스트로 출연한 스타 웹툰 작가들에 의해 평가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만들었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성격까지 꿰뚫어보는 웹툰 작가들은 프로그램을 마치 무속인 특집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주 섬세하게 그렸지만 얼굴을 작게 그린 정준하의 그림을 보고 윤태호 작가가 소심한 성격이라는 걸 알아맞히는 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특집을 특별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의외로 캐릭터가 강한 웹툰 작가들의 매력이다. 방송을 찍으러 오면서 삼선 슬리퍼를 신고 올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 기안84는 방송을 하면서 윗사람 눈치 보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가스파드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얼굴을 싱크로율 100%의 동물로 표현해 공감 가는 웃음을 만들었고, 주호민 작가는 그림스피드퀴즈에서 박명수와 브로맨스 궁합으로 말도 안 되는 그림을 척척 알아맞히는 3의 눈으로 주목을 끌었다.

 

본격적으로 팀이 짜여지고 릴레이툰의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도 웹툰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이 빛을 발했다. 릴레이툰의 첫 회를 장식할 기안84와 하하는 미래에 큰 성공을 거둔 하하와 그를 주인으로 모시는 유재석의 이야기로 현실과 다른 욕망을 드러냈고, 가스파드는 역시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동물로 표현해 김태호 PD에게 사육당하는 무한사육을 아이디어로 냈다. 사극에 장기를 갖고 있는 무적핑크는 사화를 소재로 무한사화를 그려보겠다며 광희군이란 캐릭터를 세웠고, 주호민 작가는 멤버들을 좀비로 만들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릴레이툰 특집이 이처럼 웹툰이라는 낯선 소재를 가져와 흥미로울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라는 캐릭터쇼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저마다의 캐릭터가 선명한 MC들을 갖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웹툰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재미는 보장된 셈이나 다름없다. 거기에는 그걸 그리는 당사자들의 사심(?)이 가득할 테니 말이다.

 

여기에 웹툰의 제작과정들은 그 작품이 어떤 경로를 거쳐 탄생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연재될 릴레이툰의 묘미 또한 한층 높여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 컷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이 <무한도전>에 방영된 내용들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릴레이툰은 <무한도전>이 무려 11년을 달려왔음에도 여전히 도전할 영역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예능인으로 활동해도 될법한 재미있는 웹툰작가들의 면면을 새롭게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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