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정진영의 투신에서 우리네 정치 현실이 느껴지는 건

 

결국 이성민 의원(정진영)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사무실은 물론이고 집까지 그는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를 보좌했던 장태준(이정재)이 끌어온 선거자금이었고 이성민 의원은 그 사실조차 잘 몰랐던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 비리 정치인의 오명을 뒤집어쓴 데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장태준마저 그 사건으로 위기에 몰리게 되자 그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다. 함께 “세상을 바꿔보자” 국회 앞에서 외쳤던 이성민 의원은 그렇게 장태준의 눈앞에서 떨어져 내렸다.

 

‘특정 인물과 상관없다’고 드라마 시작과 함께 밝히고 있지만 <보좌관> 이성민 의원은 우리네 현실 정치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몇몇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소신 있게 앞장서왔던 정치인. 하지만 몇 천 만 원의 뇌물 수수 의혹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정치인. 왜 그런 선택까지 했을까 하다가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유일한 자산이 ‘도덕성’일 수밖에 없다는 걸 떠올리게 하는 그런 인물. <보좌관>의 이성민 의원의 투신은 그 정치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극화된 이야기들이겠지만, 자본과 결탁한 정치인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면들이 있지 않던가. 마치 당장이라도 자신의 지역구를 내줄 것처럼 부려먹다가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몰리게 되자 꼬리 자르기 하듯 장태준을 토사구팽하는 송희섭(김갑수) 의원의 냉혹함이 그렇다.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 얼굴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현실 정치란 어쩌면 순간순간 유리한 선택을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비정한 세계일 지도 모른다.

 

법무부장관이 되려는 송희섭 의원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거래하고 손을 잡으며, 배척하는 이들은 끝까지 쫓아가 숨통을 끊어놓는 인물이다. 카메라 앞에서는 국가가 어떻고 국민이 어떠하며 정의를 운운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제 욕망에 불타는 괴물이다. 그는 자신을 밀어주는 사모임에서 이성민 의원을 비난한다. “건더기를 먹든 국물을 떠먹든 먹은 건 마찬가지”라는 것. 그러니까 자신들은 “건더기만 먹자”고 외치며 건배를 한다.

 

송희섭 의원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지켜야할 정치적 소신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오로지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뭐든 경계를 넘어간다. 심지어 가장 측근에 있던 인물조차 이용하고 버린다. 하지만 지켜야 할 게 많은 이성민 의원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 소신이 꺾이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면 설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현실 정치의 결과는 늘 비관적이다. 이성민 의원의 투신과 송희섭 의원의 코웃음이 교차하는 지점을 우리는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자주 봐왔던가.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닐 것이다. <보좌관>이라는 드라마 속 이성민 의원의 투신을 보며 한 정치인의 안타까운 선택을 우리는 여전히 떠올리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서 그 역학구조를 이해하고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 놀음인가를 분별하는 눈. 그래서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하는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가 <보좌관> 속 한 정치인의 투신은 보여주는 것만 같다. 세상을 진짜로 바꾸는 건 그런 대중들의 관심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 테니.(사진:JTBC)

‘보좌관’, 시점을 바꾸니 달라 보이는 정치의 세계

 

사실 ‘국회 파행’이라는 뉴스 제목은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무덤덤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시큰둥하게 “또야?” 하고 넘어가게 되는 정치권 이야기들... 대중들은 정치 이야기에 흥미를 갖긴 하지만, 그 반복되는 스토리에 신물이 난다. 어째 정치권 이야기는 매번 똑같이 반복되고 달라지는 게 없어 보일까. 이런 식상함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그런 무관심은 또 다시 정치권의 눈치 보지 않는 ‘파행’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도는 조장된 무관심이다.

 

그러니 이 정치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신물 나는 정치에 아예 무관심해진 이들은 보지도 않고 “또야?” 할 테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익숙한 국정감사니 선거자금후원이니 당내 경선 같은 소재들은 이미 뉴스로 봤던 그 식상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은 정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이런 ‘위험한 선택’들을 절묘하게 비켜나간다. 그것은 정치권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점을 보좌관이라는 그간 수면 밑에 존재했던 이들로 바꾸면서다. <보좌관>의 정치 이야기를 흔히 미디어에 들어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로만 들여다보면 얼마나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송희섭(김갑수) 의원과 조갑영(김홍파) 의원이 당내에서 원내대표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 그들만의 이야기로 처리된다면 어땠을까. 한참 밀리고 있던 송희섭 의원의 패색이 짙어질 즈음 갑자기 조갑영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하는 걸 보며 시청자들은 또 뭔가 약점을 잡혔나 보네 했을 게다.

 

하지만 <보좌관>은 이런 사안의 겉면이 아니라, 송희섭 의원의 보좌관 장태준(이정재)과 조갑영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쓰고는 이제 팽하려던 강선영(신민아) 당 대변인의 기묘한 역학 구도 속에서 조갑영 의원의 정치자금 후원 비리를 찾아내는 이면의 모습을 그려낸다. 즉 <보좌관>은 우리가 정치판 뉴스에서 자주 봐왔던 노동자 문제나 공적제보자 문제 같은 것들이 처리되는 과정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움직임이 동원되었는가를 담아낸다. 정치란 그저 맨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무수한 역학관계 안에서 많은 이들의 말과 행동들이 겹쳐져 나타나는 거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사실 정치인에 대해 대중들은 그리 호의적인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것도 송희섭이나 조갑영 같은 노회한 정치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들의 면면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이 <보좌관>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그 노회한 정치인들이 군림하고 있는 그 밑의 보좌관이나 비서, 인턴 같은 인물들의 고군분투는 그들을 위한 행동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장태준처럼 의원이 되고픈 야망 때문에 하는 행동이거나, 아픈 과거사를 숨긴 채 나름의 소신을 이어가려는 윤혜원(이엘리야) 비서의 선택이고, 하다못해 막연히 장태준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는 인턴으로 들어와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른 채 뭐라도 도움이 되어 자기 존재를 알리고픈 한도경(김동준) 같은 인물의 열정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갖는 다층위의 인물들과 그 다양한 시선의 결합이다. 맨 위에 송희섭이나 조갑영 같은 인물이 서 있다면, 그 밑으로 장태준과 강선영의 시선이 교차되고 그 밑으로는 또 윤혜원이나 한도경 같은 인물의 시선이 겹쳐진다. 장태준은 노회한 정치인인 송희섭과 이제 풋내기로 들어와 여전히 정치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한도경 사이에 서 있는 인물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낸다. 여기에 강선영과 윤혜원이 보여주는 유리천장을 겪는 여성들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드라마의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같은 소재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식상해질 수도 있고 흥미진진해질 수도 있다. <보좌관>은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많이 봐왔던 그 식상한 정치이야기들을 가져와 다양한 인물군들의 시선과 입장으로 녹여낸다. 이를 통해 그 식상하고 나아가 신물 나는 정치이야기들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고 한 걸음 다가가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 안에 그 식상함을 깨주는 다양한 시점들이 있으니.(사진:JTBC)

‘보좌관’의 몰입감 만들어낸 연기 베테랑 김갑수

 

물론 진짜 정치인들은 조금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의 송희섭 의원(김갑수)을 보다 보면 그 모습이 진짜 정치인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난다. 카메라 앞에 서면 짐짓 국민을 위해 뛰고 또 뛰는 듯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진중한 낮은 목소리로 소신을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원실로 들어가면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발을 벗어 아무 데나 던지는 안하무인격의 권위적 모습은 기본이고, 내뱉는 말들은 칼만 안 들었지 살벌하고 경박한 폭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이런 인사가 4선이나 의원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만, 그것이 일종의 허허실실이라는 건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가를 감지해내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대중들에게 동정심 같은 걸 유발하기 위해서 심지어 자신이 두들겨 맞는 모습까지 쇼로 연출해낼 정도로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위해서 뭐든 하는 인사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필요하면 적과도 연대한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에게 차기 의원직 약속을 하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대하지만, 그가 너무 잘 나가고 힘을 얻기 시작하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오원식(정웅인) 보좌관 같은 인물을 부르기도 한다. 궁지에 몰렸던 오원식이 결국 장태준의 개인서랍을 열어 그 안에 숨겨진 송희섭 의원의 약점이 담긴 USB를 빼내오자, 송희섭은 금세 태도를 바꿔 장태준과 거리를 두며 오원식을 가까이 한다.

 

하지만 장태준에게는 자신을 법무부장관이 되게 해줄 능력이 있다는 걸 송희섭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허위진술을 해서 위증죄를 갖게 만든 장태준을 너무 멀리도 또 너무 가까이도 대하지 않는다. 그 적당한 거리감은 장태준을 더 죽을 힘을 다해 뛰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의원이 되고픈 야망을 위해 송희섭에게 바친 세월이 그의 한 마디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장태준이기 때문이다.

 

송희섭은 자신의 약점이 담긴 USB를 흘린 인물을 잡아다 놓고 장태준이 보는 앞에서 마치 들으라는 듯 그를 질타한다. 자신이 정치인이 되면서 버린 것이 바로 “수치심”이라고 한다. 그 말은 자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수치심 따위는 버린 채 온몸을 던져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노회한 정치인이 무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치심을 버렸는데 도대체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보좌관>은 정치인들을 보좌하는 이들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래서 이들의 생사여탈부를 쥐고 있는 정치인의 존재감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의 동력은 사실상 송희섭 의원이라는 만만찮은 인물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이 인물의 변화가 사실상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관들의 갈등 양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김갑수의 미친 연기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이지만, <보좌관>에서 그 연기가 돋보이는 건 그래서다. 진짜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김갑수가 있어 <보좌관>의 힘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막연히 뉴스 등을 통해 봐왔던 정치인의 모습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미친 연기의 힘이다.(사진:JTBC)

‘미스터 션샤인’, 인물들의 사적 복수는 공적 투쟁으로 이어질까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어쩌면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이 내레이션 속에 들어 있지 않았을까. 의병들의 항일투쟁사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그 뜨겁고 의롭지만 외로운 의병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노비의 아들이었고, 누군가는 노비보다 못한 백정의 아들이었으며, 누군가는 차별받던 아녀자의 몸이었고, 누군가는 아비에게 일본인에게 팔려갔던 여인이었다. 어찌 보면 조선이라면 이를 갈만큼 원한이 깊은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어떻게 의병의 길을 걷게 되는 걸까. 반면 양반으로 태어나 호의호식하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던 고관대작들은 어째서 조선을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는 걸까. 

<미스터 션샤인>은 그 제목만 두고 보면 이 많은 인물들 중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유진 초이(이병헌)라는 걸 알 수 있다. 노비의 아들로 그의 아비는 맞아죽었고 어미는 우물에 몸을 던졌다. 부모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했던 이 인물은 도공 황은산(김갑수)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가는 배로 밀항한다. 미국인이 되기 위해 군인이 되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부모를 죽인 이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지만 유진은 선뜻 그들을 찾아가려 하지 않는다. 찾아가게 되면 반드시 죽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수심을 누르며 자신과 부모를 그렇게 만든 조선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라 치부하며 살아가던 그는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자신의 부모를 죽인 김판서(김응수)의 아들 김안평(김동균)을 보고는 냉정을 잃게 된다. 그는 결국 그를 찾아가 총을 겨눈다. 자신의 죽은 부모들을 묻어주기나 했냐고 질책하며.

<미스터 션샤인>의 인물들은 대부분 이런 아픈 사연들을 갖고 있다. 일본 낭인이 되어 돌아온 구동매(유연석)는 부모가 백정이라는 이유로 갖은 핍박을 받았고 결국 부모가 그를 버렸다. 백정의 자식으로 키우는 것조차 힘겨웠기 때문이다. 쿠도 히나(김민정)는 팔 수 있는 거라면 나라도 팔아치우는 친일파 아버지에 의해 일본인에 팔려 결혼을 했다. 늙은 남편이 죽고 호텔 글로리를 유산 받았다. 구동매도 쿠도 히나도 조선에 아무런 애착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고애신(김태리)은 달랐다. 그는 부모가 모두 의병 활동을 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그 후 조부 고사홍(이호재)에게 맡겨져 자랐지만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에 “차라리 죽겠다”고 맞섰다. 결국 애신의 신념을 본 조부는 포수인 장승구(최무성)를 불러 고애신에게 총포술을 가르치라고 부탁한다. 애신은 그래서 사대부가 ‘아기씨’로 불리며 존경받지만, 밤이면 조선을 농락하는 이들에게 총알을 먹이는 저격수가 된다. 

유진과 구동매 그리고 쿠도 히나 같은 조선에 대해 애착은커녕 한만 가득한 이들이 가진 복수심은 그 누구보다 강렬하고 뜨거울 수 있지만, 그들이 하려는 건 그저 사적 복수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그런데 이들에게 애신은 의병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게 해주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적인 원한들이 존재하지만 거기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비뚤어진 조선의 부조리들과 그런 조선을 침탈하려는 열강들을 향해 그 총과 칼을 들게 되는 그 길에 애신이라는 인물이 중심에 서 있는 것. 그 사적 복수를 공적 투쟁의 장으로 이끌고 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중심은 애신에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역할을 연기하는 김태리가 유독 돋보이는 건 그래서다. 이제 몇 작품을 했을 뿐인 신인급 여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김태리는 이 무거울 수 있는 캐릭터를 든든하게 감당해내고 있다. 이병헌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배우의 존재감 앞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 그가 연기하는 애신이 향후 이 사적 복수에 불타는 인물들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가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지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대의를 향한 의병들의 항일투쟁사와 함께 이들이 서로 얽히며 대의와 사적 관계 사이에 만들어질 긴장감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건 주로 멜로에 집중되었던 김은숙 작가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실히 확장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멜로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사적인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대의와 부딪치거나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모든 중심에 애신이라는 인물이 서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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