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자체가 예능이 되는 대체불가 김병만

 

SBS에서 새롭게 시작한 에코빌리지 <즐거운가>는 김병만이라는 대체불가 예능인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게 만들었다. <즐거운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직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직접 집을 짓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누군가 지어준다는 것으로 인식이 박혀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자신이 설계하고 자신이 땀을 흘려 집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설레는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즐거운가(사진출처:SBS)'

물론 도전이 주는 의미는 있지만 사실 집짓기는 과거라면 도저히 예능화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거기 김병만이라는 달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집 또한 스스로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뭐든 제 손으로 척척 만들어내고 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병만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생활 예능인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그가 체험하고 겪는 생활 자체를 예능으로 묶어내고 있다.

 

<정글의 법칙>은 어린 시절부터 산에서 나무를 타며 뛰어놀았던 김병만의 특별한 재능을 전제해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그의 재능을 처음 들은 SBS 정순영 국장은 단박에 김병만에게 이 기획을 제안했고 그렇게 해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그런데 그의 재능과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쿠버 자격증과 스카이다이빙 자격증까지 딴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의 시야를 물속과 하늘 위로까지 옮겨가게 만들었다.

 

그가 설 특집으로 출연했던 <주먹쥐고 소림사> 역시 마찬가지다. 평상시 그가 관심을 보였던 무술의 세계는 그를 직접 소림사로 가게 만들었고 거기서 무술을 배우는 과정을 예능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즐거운가><정글의 법칙>에서 그가 지형지물을 이용해 뚝딱 집을 지어내는 모습을 통해서 그 프로그램 탄생의 전조를 본 적이 있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김병만 스스로의 진짜 생활이 예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와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속의 그가 거의 100% 똑같은 리얼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프로그램 안과 밖이 이처럼 투명하게 이어지는 연예인도 드물 것이다. 바로 이점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에 왜 김병만이 독보적인가를 잘 말해준다. 그는 진짜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보여준다.

 

<즐거운가>는 김병만표 리얼 예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즉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나면 그저 기억 속에 휘발되는 것에 비해, 이 프로그램은 직접 실체로서 그들이 만든 집이 남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프로그램과 현실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방송이 현실을 그대로 바꾼다는 건 김병만표 리얼 예능이 현실 그 자체에 발을 딛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즐거운가> 첫 회를 통해 김병만은 직접 포크레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주었던 그 누구보다 체험에 있어 적응력이 빠른 달인의 기질은 이렇게 각각의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탄생하고 있다. 과거 달인이 매주 새로운 도전을 예능으로 시작해 리얼로 발전시켰듯이, 지금 김병만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나온 하고 싶은 도전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리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은 김병만이라는 예능인의 독보적인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위험천만 <정글의 법칙>, 김병만과 병만족의 격차

 

<정글의 법칙> 인도양편은 첫 회에서부터 김승수가 낚시 도중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아찔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서 바다낚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 아찔했던 순간에 대한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그리고 2회에서는 그 파도에 유이가 넘어져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김병만이 높게 치솟아 오르는 파도 앞에서 그 장면이 멋있다며 나섰다가 차츰 병만족들이 다 그 앞에 모여들었던 게 사고의 원인이 됐다. 너무 센 파도가 병만족을 덥쳐 그 중 유이가 바위 위로 넘어져버린 것이다.

 

Z자로 찢어진 머리를 부여잡고 피를 흘리는 유이를 보며 김병만과 병만족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봉합수술을 받고 나선 인터뷰에서 유이는 물이 덮쳤고 몸이 뜨는 기분이 났다돌이랑 부딪히는 순간들려온 오빠들 소리가 순간 다행이라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아찔한 상황을 설명했다.

 

김병만은 인터뷰를 통해 이 모든 게 자기 탓이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자기 때문에 누군가 다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책했다. 김병만은 이 방심의 이유가 다른 병만족과 자신과의 격차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기 기준에 맞추다 보니 병만족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게 됐다는 것.

 

이 말은 지금 <정글의 법칙>이 왜 점점 위험해지고 자꾸 안전불감증논란이 터져 나오는가를 잘 말해준다. 김병만은 지금껏 전 세계의 정글을 계속해서 경험하며 그 생존의 노하우를 하나씩 체득해왔지만 다른 병만족들은 그와 달리 정글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격차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정글의 법칙> 초반처럼 일정한 팀이 계속해서 함께 정글에 들어가 경험을 쌓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이를 테면 <정글의 법칙> 초반에 리키김이나 류담, 노우진 같은 병만족들과 함께라면 이런 무리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정글의 법칙> 인도양편에서는 김병만을 제외하고는 출연자들이 거의 새롭게 꾸며졌다. 김승수, 유이, 박휘순, 니엘, 제임스, 강지섭은 <정글의 법칙>의 초심자들이다. 그러니 김병만처럼 정글이 만들어내는 위험요소들에 전혀 적응하고 있지 못하다. 김병만이 얘기한 것처럼 이 격차는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도 시청자들이 <정글의 법칙>에 요구하는 사항은 점점 더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정글 체험을 하는 장면들을 보다보니 이제 거기서 단순히 먹고 자는 정도로는 그다지 큰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션은 더 위험천만해진다. 물론 어떤 안전장치를 제작진이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음 회에 잠깐 예고편으로 보인 혼자서 살아남기미션은 여전히 너무 위험해 보인다.

 

김병만이라면 물론 그 혼자 살아남기가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글 경험이 일천한 새롭게 꾸며진 병만족들이 각자 한 사람씩 뚝뚝 섬에 떨어져 생존해내는 미션은 파도 하나에도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이들에게 무리한 도전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정글이 제 집처럼 편안하게 생존해내는 김병만이지만 모두가 김병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법>, 자연스러움을 잃었지만 이야기를 얻었다

 

<정글의 법칙-미크로네시아> 편의 초반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바탕에 깔았다. 첫 생존지였던 난마돌에서는 ‘92개 섬의 비밀을 또 코스라에에서는 ‘1617분의 비밀을 찾고 밝히는 것이 그 미션이었다. 사실 이런 미션은 이전 <정글의 법칙>에서도 종종 등장했었다. 이를테면 야수르 화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던가, 아니면 나미비아의 악어섬에서 뗏목을 만들어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 같은 것이 모두 미션의 일부였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하지만 그 미션들이 자연스럽게 정글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반면, <정글의 법칙-미크로네시아> 편이 보여준 미션은 약간은 인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비밀을 밝히는 것은 실제 먹거리를 구하고 잠자리를 확보하는 것 같은 실제 생존에 필요한 일은 아니다. 물론 미크로네시아 편에서도 병만족은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생존은 기본일 뿐 <정글의 법칙>에서 그다지 새롭다거나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생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추크섬에서 미션으로 주어진 김병만 족장 없이 50시간 분리생존은 이제 <정글의 법칙>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걸 말해준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저 정글이라는 혹독한 환경에 들어가 추위와 폭염, 비바람과 고산지대의 환경 또 벌레와 사투를 벌이며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정글의 법칙>은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언 100회를 바라보는 지금 업그레드된 김병만과 병만족의 생존기는 어느덧 이 프로그램의 기본을 채워줄 뿐이다.

 

이제는 그 생존기 위에 또 다른 스토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김병만 없이 분리해 50시간을 생존하라는 식의 미션은 제작진의 인위적인 개입이 시작됐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분리시켜놓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병만의 섬에서의 독거생활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뚝딱뚝딱 배를 만들고 바다로 나가 문어를 잡고 조개를 캐 혼자 외롭게 먹는 장면이 가능해진다. 혼자 생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양할 병만족이 없어 여유롭고 풍요롭게마저 느껴지지만 외로움 때문에 입맛까지 잃어버리는 상황.

 

한편 김병만이 없자 임원희를 임시족장으로 하게 되면서 어딘지 부실한 생존기가 가능해진다. 먹을 것을 구하러 김병만이 바다로 나간 틈을 이용해 그 섬을 약탈(?)하는 동생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들이 약탈해간 흔적 속에서도 오히려 그들이 더 가져가게 먹을 걸 챙겨두지 않은 걸 후회하는 김병만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기도 한다. 즉 인위적으로 부여된 미션과 설정이지만 바로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다음 주부터 이어지는 <정글의 법칙> 100회 특집은 헝거게임을 모티브로 끌어들였다. 지금껏 나왔던 정글 체질(?) 출연자들 예를 들어 추성훈이나 여전사 전혜빈 같은 인물들이 제작진이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해내는 과정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헝거게임>이 그런 것처럼 일종의 게임 미션이 정글이라는 생존 환경 속에서 제시되는 것. 그 게임 상황은 인물들 간의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렇게 변화된 <정글의 법칙>은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었다. 잃은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가는 공간에 따라 다른 야생의 자연환경과 인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나던 것이 상당부분 희석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얻어낸 것은 새로운 스토리의 가능성이다. 인위적인 설정은 물론 제작진이 부여하는 미션이기 때문에 <헝거게임>처럼 마치 정글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게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얼마나 <헝거게임>을 흉내내는 것이 되지 않고 <정글의 법칙>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정글에서 벌이는 <런닝맨>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뉴질랜드편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리얼리티 논란이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 현 상황에서 <정글의 법칙>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자연스러움을 잃은 대신 새로운 스토리를 추구하기 시작한 <정글의 법칙>은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대단히 궁금한 대목이다.

김병만이 소림사에 간 까닭은

 

피겨스케이팅, 정글에 이어 이번에는 소림사다. 김병만이 <키스 앤 크라이>에 출연해 피겨스케이팅을 한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제 아무리 달인이라도 그렇게 빨리 빙판에 적응할 줄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단 몇 개월 만에 찰리 채플린, 타잔이 되어 빙판 위에서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다.

 

'주먹쥐고 소림사(사진출처:SBS)'

그가 정글에 간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나무 타고 야생에서 놀던 그라고 해도 정글 속에서 직접 집을 짓고 먹이를 구해 그것도 같이 간 팀들과 함께 생존한다는 것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현재를 보라. 스카이 다이빙에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까지 소유한 그는 어떤 환경에서도 척척 집을 만들고 먹거리를 구해 심지어 먹방을 보여주는 생존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새해 첫 날부터 SBS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될 <주먹쥐고 소림사> 촬영을 위해 소림사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것이 또 다른 김병만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건 이러한 그의 진화과정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소림사는 영화든 무협지든 중국무협을 경험한 대중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어 있다. 수련을 통해 고수가 될 수 있는 곳. 이소룡이나 성룡은 물론이고 이연걸 같은 중국의 액션스타들이 거쳐간 곳.

 

<주먹쥐고 소림사>에는 김병만을 위시해 장우혁, 장미여관의 육중완, 제국의 아이들의 김동준 그리고 틴탑의 니엘이 합류했다. 이들이 각각 갖고 있는 개성들은 소림사 체험과 만나 저마다의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춤의 황제 장우혁이 시도하는 화려한 검술이나, 외모만은 무협에 딱 맞는 육중완이 관우가 쓰던 춘추대도를 연마하는 모습, 최고의 체육돌인 김동준이 보여주는 사권과 유일하게 소림사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허약체질의 니엘이 보여줄 봉술이 그것이다. 김병만은 성룡의 대표작으로 기억되는 취권을 선보인다고 한다.

 

뭐든 김병만이 하면 독특한 김병만표 예능으로 탄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프로그램 아이템 자체가 김병만이라는 독특한 인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토크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강점인 김병만은 그것을 특화시켜 달인의 연장선으로서 피겨 스케이팅을 했고 정글에 갔으며 이번 소림사에 도전하게 된 것. 게다가 이 아이템들은 평소 김병만이 해보고 싶었던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획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즉 기존 예능이 일단 틀과 형식을 만들어놓고 거기 출연할 출연진들을 섭외하는 방식과 달리, 특별한 개성을 가진 인물을 먼저 세워두고 그 인물에 맞는 도전을 설정한다는 점이 그렇다. 이런 방식은 향후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기존 방식의 대안으로 자리할 공산이 크다. 이미 연예인 프리미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때 기왕에 연예인을 기용하겠다면 그들이 왜 그 프로그램에 적합한가를 명확히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예 특정 연예인의 개성을 오히려 예능화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김병만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김병만은 소림사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저 체험 정도에 머문다면 물론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무예 연마와 그로 인한 괄목상대할 성장을 보여준다면 역시 김병만이라는 신뢰가 만들어질 것이다. 자신의 꿈을 도전으로 이어가며 그것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재미와 의미를 전하는 김병만의 행보는 향후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출연자란 그저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도전과 같은 꿈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걸 김병만의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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