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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이야기’의 김강우, ‘카인과 아벨’의 백승현

악역이야말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할 때, ‘남자이야기’의 채도우(김강우)는 실로 매력적인 악역이라 할 수 있다. 잔뜩 인상을 쓰면서 악다구니를 해대는 ‘에덴의 동쪽’의 신태환(조민기)이 온몸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악역임을 드러낸다면, 채도우는 최대한 그걸 숨김으로써 그 속의 섬뜩한 면모를 보여준다.

채도우라는 악역의 핵심은 ‘감정이 없다’는 것. 어린 시절 늘 병상에 누워 진통제로 살아가는 어머니에게 주사를 끊임없이 내주며, ‘엄마, 이젠 행복해?’하고 묻던 인물이다. 그 감정 없음은 타인이건 가족이건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끔찍하다. 그는 아버지 채회장(장항선)과도 대놓고 맞서는 패륜아이기도 하다.

감정이 없는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친구 앞에서 무릎도 꿇고, 심지어 눈앞에서 친구를 배신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른바 사이코패스라고도 불리는 채도우의 이런 감정 없는 악역이 상징해서 보여주는 건 이 드라마의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바로 자본이라고 하는 감정 없이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존재를 채도우라는 캐릭터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것은 바로 이 감정 없는 자본(채도우)이 이른바 작전이라 불리는 숫자놀음을 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숫자 놀음이란 그 숫자 밑에 놓여진 사람의 존재 따위는 지워버리기 일쑤다. 따라서 자본을 가진 자의 횡포는 그 숫자 밑에 놓여진 사람을 파탄에 이르게도 하고 죽음으로도 내몬다. 숫자만을 보는 채도우에게 감정이란 있을 수 없다. 즉 채도우란 캐릭터는 무감정한 돈의 생리로 움직이는 이 사회를 축소해 보여준다.

한편 ‘카인과 아벨’에서 주목할 악역은 최치수(백승현)다. 주인공인 이초인(소지섭)과 실제 대결구도를 이루는 인물은 이선우(신현준)지만, 왜 최치수가 더 주목되는 걸까. 그것은 이선우가 가진 형이라는 입장이 악역으로서 복합적인 성격을 띄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선우라는 악역은 대놓고 시청자들을 도발한다기보다는 어딘지 동정이 가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그가 뇌종양이라는 병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이선우가 가진 너무 많은 성격적 소재들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를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반면 최치수는 사실 그다지 주목할 만한 악역의 성격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는 단순히 정해진 소지섭의 B급 악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치수라는 인물은 백승현이라는 연기자를 통해 그 존재감을 살려냈다. 사실 최치수는 그다지 대사도 없고 상황에 대한 심리묘사도 거의 없다. 하지만 짧은 순간에 보여주는 백승현 특유의 표정과 목소리 톤은 보는 이를 소름 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악역이 이제 웬만한 주인공보다 더 주목되는 이유는 사실상 대립구도에서 드라마를 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인물이 악역이라는 것을 우리가 이제는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딘지 꾸며낸 듯한 달달하고 교훈적인 주인공들보다는 이 사회적 문제들을 독하게 표현해내는 악역이 오히려 리얼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악역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역할을 연기해내는 연기자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강우와 백승현은 악역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배우들이다.

Posted by 더키앙

막장을 씻어주는 명품드라마, ‘남자이야기’

진정 막장 아니면 안 통하는 시대인가. KBS 월화드라마 ‘남자이야기’는 이른바 막장드라마 시대에 섬처럼 존재하는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이 공공연히 막장드라마를 내세우며 그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면, ‘에덴의 동쪽’은 초반에는 숨기다 차츰 본색을 드러냈고, ‘꽃보다 남자’는 강력한 판타지로서 막장의 흔적들을 감췄으며, ‘미워도 다시 한번’은 아예 명품 드라마로 시작하다가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어쩌면 본래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들을 모두 막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막장의 위험성(불륜, 출생의 비밀, 불치 같은)을 한두 가지 정도는 갖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주제의식에 투철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남자이야기’에는 그런 혐의를 지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본격적인 사회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 결을 유지함으로써 사회적인 메시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를 놓치지 않는다.

‘남자이야기’는 분명 제목처럼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남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돈이라는 감정 없는 괴물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악역으로서 사이코 패스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채도우(김강우)는 바로 이 괴물을 그대로 캐릭터화한 인물이다. 그는 늘 모니터 위에 떠있는 숫자들을 보고 그 숫자를 갖고 놀지만, 정작 그 숫자가 의미하는 사람들에게는 무감정하다. 그는 자본의 시스템 그대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니 그 숫자 밑에서 한 인생의 파탄을 경험하는 김신(박용하)은 바로 그 시스템에 대항하는 인물이 된다. 전형적인 복수극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처절함 속으로 침잠하는 그런 복수극은 아니다. 자본의 시스템과 대항하는 그의 방식이 역시 그 시스템의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이야기는 ‘스팅’ 같은 게임의 느낌이 강하다. 김신을 돕는 한 무리들이 하나씩 모여 채도우와의 대결을 벌인다는 점 역시 드라마를 경쾌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떤 질척함보다는 쿨한 면모가 보인다는 얘기다.

드라마를 명품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연기자들이다. 그 중 드라마의 기본 축을 세워주고 있는 채도우의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악역은 실로 백미라 할 수 있고, 거친 남자로 변신한 박용하, 팜므파탈과 순수함을 오가는 박시연의 연기도 드라마의 각을 세워준다. 말이 필요 없는 이문식과 김형범 그리고 김뢰하의 명품조연연기와 모 광고 맺돌춤으로 더 유명했던 박기웅의 연기변신도 놀랍다. 또 각각의 연기들에 조화를 만들어주는 안정된 영상연출도 이 드라마를 빛내주는 요인이다.

‘남자이야기’는 송지나 특유의 촘촘하고 신뢰가 가는 대본과 그걸 100% 소화해내는 연기자들과 연출이 삼박자를 이룬 요즘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금의 막장의 요소들을 가진 드라마들 속에서 눈이 피곤했다면, 그 피곤을 풀어줄만한 드라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막장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이 잘 만들어진 드라마의 시청률이 좀체 오르지 않는 것은. 이 드라마에 명품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이제 명품이라 이름붙이면 오히려 더 외면 받는 시대인 것만 같아서다.

Posted by 더키앙

대결 국면에 빠진 드라마들, 관전 포인트는?

지금 우리네 드라마는 대결 중이다. 각각의 드라마 속에서는 남자들 혹은 여자들이 서로 대결을 벌이고 있고, 드라마 밖으로 나와도 그 남자들이 대결하는 드라마는 여자들이 대결하는 드라마와 매일 밤 대결을 치르고 있다.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갈등구조와 그 해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르라면, 대결구도는 드라마의 핵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드라마의 핵심과 전하려는 메시지를 보려면 그 대결구도가 무엇인지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지금 드라마들은 무엇과 대결하고 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월화의 대결, ‘남자이야기’ vs ‘내조의 여왕’
월화 드라마 중 ‘자명고’ 역시 낙랑공주(박민영)와 자명공주(정려원)가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그것이 사극이라는 점에서 예외를 둔다면, 현대극인 ‘남자이야기’와 ‘내조의 여왕’이 보여주는 대결구도는 흥미롭다. ‘남자이야기’는 자본의 힘에 철저하게 낭떠러지로 떨어진 김신(박용하)과 그런 자본을 손아귀에 주무르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하는 채도우(김강우), 이 두 남자의 피투성이 대결을 다룬다. 반면 ‘내조의 여왕’은 한때는 퀸카였으나 지금은 알바로 전전하며 남편의 백수탈출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천지애(김남주)와, 한 때는 폭탄으로 천지애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으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그녀 위에 군림하는 양봉순(이혜영), 이 두 여자의 대결이다.

‘남자이야기’가 자본과 그 자본의 폭력 앞에 내둘러진 강자와 약자의 대결구도를 통해 사회가 가진 모순들을 뒤집어보려 하고 있다면, ‘내조의 여왕’은 취업 문제와 직장 내 권력의 문제를 내조라는 여성적인 시점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둘 다 사회적인 이슈를 잡고 있으며 그것이 모두 불황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그 접근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남자이야기’는 본격 사회극에 가깝고 ‘내조의 여왕’은 코믹 풍자극에 가깝다. 좀 더 절절한 리얼리티를 원한다면 ‘남자이야기’가 갖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구도를 권하고, 가볍게 터치하면서 뒷통수를 치는 풍자를 원한다면 ‘내조의 여왕’이 갖는 코믹한 대결구도를 권한다. 남자들의 세계와 여자들의 세계가 갖는 대결의 다른 성격도 관전 포인트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수목의 대결, ‘카인과 아벨’ vs ‘미워도 다시 한 번’
‘돌아온 일지매’의 후속 드라마로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신데렐라맨’을 차치해놓고 본다면,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과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대결구도 역시 남자들의 대결과 여자들의 대결로 나눠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카인과 아벨’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형인 이선우(신현준)와, 그로부터 버려지고 죽음의 위기에까지 처했다 살아 돌아온 이초인(소지섭)의 대결구도를 그린다. 뇌의학 센터를 지으려는 이선우와 응급의학센터를 지으려는 이초인의 병원 내 권력대결도 볼거리이며, 기억을 잃었다 다시 되찾은 이초인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나 뇌종양이 재발한 형 이선우 사이에 얽히는 복잡한 대결구도(여기에는 사이에 멜로 대결도 포함된다)도 볼거리다.

한편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대결구도는 기본적으로 이정훈(박상원)을 사이에 두고 부인인 한명인(최명길)과 내연녀인 은혜정(전인화)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한명인의 정략적인 며느리로 들어온 최윤희(박예진)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 대결양상이 복잡해졌다. 최윤희가 본래 은혜정의 숨겨진 딸이었던 것. 이렇게 되자 그녀의 시어머니와 대결을 벌이는 이가 자신의 친어머니(은혜정)가 되고, 시아버지는 갑자기 친아버지가 된다. 한편 최윤희의 동생인 최재상(김보강)이 은혜정의 딸(둘째 딸) 은수진(한예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관계는 더 복잡해질 양상이다. 어찌 보면 ‘하늘이시여’의 얽히고설키는 막장 드라마의 구조를 연상시키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대결양상이 가지는 파괴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목드라마들은 이처럼 어떤 사회적인 맥락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카인과 아벨’이 기억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미워도 다시 한 번’은 가족관계의 억압과 그 탈출 욕망의 부딪침을 다루고 있다.

주중 드라마들이 모두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좀 더 첨예화되어 이 불황기 드라마의 한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로서 대결국면이 갖는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대결구도는 그것을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대결 또한 볼거리다. ‘남자이야기’에서 카리스마 연기로 변신한 박용하와 악역 연기에 도전하는 김강우, 그리고 ‘내조의 여왕’에서 푼수로 변신한 김남주와 못난이 역할에서 우아한 악역으로까지 캐릭터 폭을 넓히고 있는 이혜영의 연기대결이 그렇다. 또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는 선한 눈빛에서 공포가 느껴지는 눈빛까지 변신하는 소지섭의 연기와 내적 갈등을 가진 악역 신현준의 연기대결이, 그리고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는 막장이라는 용어마저 불식시키는 최명길과 전인화의 명품 연기가 백미다.

Posted by 더키앙

TV 속 남자들의 안간힘, 현실? 판타지!

‘카인과 아벨’에는 대사 한 마디 없이(물론 가끔 회상 신으로 나오긴 하지만), 움직임도 거의 없이 연기를 하고 있는 연기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선우(신현준)의 아버지, 이종민 역할을 하고 있는 장용이죠. 연거푸 KBS일일극에 아버지역으로 캐스팅됐을 정도로 그는 우리네 드라마의 아버지상을 대변해온 중견 연기자입니다. 그 드라마 속 아버지(그래서 우리네 마음 속에 아버지로 자리한)가 의식은 있으나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침상에 누워, 아내와 아들의 가시 돋친 저주를 들으면서도 한 마디 항변조차 못하는 그 장면에서, 우리네 TV 속 남자들의 안간힘이 겹치는 건 왜일까요.

지금 TV는 온통 여성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것이 시청률을 담보해주기 때문입니다. ‘꽃보다 남자’ 속 F4는 기꺼이 평범한 서민 금잔디(구혜선)를 사랑해주고 뭐든 원하는 것이면 손에 넣게 해주었고,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김남주)는 ‘남자들의 성공은 본래 여자하기 달렸다’며 그 여성들의 권력의 세계인 내조의 세계로 뛰어들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나 ‘아내의 유혹’에 오면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를 사이에 두고, 피 터지는 여성들의 대결구도를 보여주면서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여성들의 성공 욕망과 보복 심리를 대리해주었죠. 이렇게 여성들의 시선에 충실한 결과는 시청률로 보상받습니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어떨까요. 시청률 30%를 기록했던 ‘꽃보다 남자’의 후속으로 들어선 ‘남자이야기’가 시청률 6.8%(AGB 닐슨)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충격적입니다. 박용하는 하루아침에 형도 잃고 교도소까지 들어가는 비운의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은 ‘내조의 여왕’에서 좀체 거둬지지 않고 있습니다. 꽤 남성적인 세계를 그려내고 있지만 ‘카인과 아벨’은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있어 예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지섭은 거의 공포에 가까운 눈빛 연기로 보는 이를 전율하게 만들면서도(소지섭 자체가 여성 시청층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죠), 한편으로는 오영지(한지민)와 김서연(채정안) 사이에서 아련한 멜로를 선보이고 있죠.

이런 점은 비단 드라마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죠. ‘패밀리가 떴다’가 꽤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주말의 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그 여성 편향적 버라이어티에서도 요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패밀리가 떴다’의 세계에서 남성 출연자들이 어딘지 모자란 존재들(엉성하거나 덤하거나 더머한)인 반면 이효리나 박예진은 늘 이 유사가족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존재들로 부각되죠. 최근 김원희가 게스트로 등장해 특유의 마님 포스로 주목을 끌었던 것은 이 버라이어티의 여성 편향적 구조를 잘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여성 출연진들과 남성들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한 관계가 제공하는 드라마적이고 판타지적인 버라이어티의 세계. 이것은 분명 여섯 남자들의 세상인 ‘1박2일’이 갖지 못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1박2일’만이 갖는 리얼리티의 세계가 상대적으로 짜여진 느낌을 주는 ‘패밀리가 떴다’를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패밀리가 떴다’의 판타지가 유효한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편 역시 여성 시청층을 겨냥하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나 ‘골드미스가 간다’ 같은 프로그램들은 현재 편성 경쟁에서 밀려나 있긴 하지만 언제든 촉발적인 계기만 있다면 금세 부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가능성은 ‘세바퀴’가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빠져나와 토요일 밤에 독립 편성되면서 첫 방송에 13.6%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볼 수 있죠.

반면 이 틈바구니에 시작된 ‘남자의 자격’은 어떨까요. 이제 중년에 가까운 남자들의 재교육 같은 인상을 주는 이 프로그램을 이제 2회를 한 시점에서 뭐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한 것은 남자 출연자들만 나오고 있고 남자들의 도전 과제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이 버라이어티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세계라는 점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작용했는지 그 시청률은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죠. 그것은 같은 시간대에 자리한 ‘패밀리가 떴다’의 아성이 그만큼 굳건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그램명이 ‘남자의 자격’이라고 해서 이 프로그램의 지향이 마초적 남자의 세계일 거라는 건 오산이죠. ‘남자의 자격’이라는 말 속에는 그 반대쪽에서 가족이나 여성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현재 TV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의 세계를 향해 한껏 고개를 숙이고 그 여성들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남성적 세계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TV 속 아버지는 발언권을 잃었고, 남성들은 수동적인 캐릭터로 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과거와는 달라진 현실에서의 여성들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여성들의 커진 목소리를 완전히 대변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달라졌다 판단되는 이 현재에서도 여전히 은연 중에 존재하는(그래서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남성에 편향된 세계가 주는 억압이, 판타지의 형태로 거꾸로 투영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더키앙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끝납니다. 이 현실감 제로지대에서 맘껏 판타지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던 드라마의 종영은 그 중독의 끝에 금단증상을 낳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관심은 월화의 유아독존이었던 '꽃남'의 종영 후, 다시 시작될 월화 드라마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꽃남'에 집중되었던 관심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요.

'꽃보다 남자' 후속으로 이어질 '남자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박용하의 거친 남자 변신이 주목되는 이 작품은 최근 여성들에 편향된 드라마 세상에서 청일점 같은 드라마입니다. 바로 이 점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해주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이점 때문에 '꽃남'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던 여심을 그대로 이어받기가 어려운 작품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SBS의 야심작인 '자명고'는 어떨까요. '자명고'는 분명 표면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사극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자명공주와 낙랑공주가 중심이 되는 여성 사극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반응은 영 시원찮습니다. SBS에서는 이 초거대작에 거의 사활을 걸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시청률 10%대에도 접근하지 못할 만큼 참담합니다. 아무리 '꽃남'이 포진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사극 프리미엄이란 것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점은 이 사극이 가진 내적인 문제들을 말해줍니다. 물론 사극이란 늘 흐름에 따라 갑자기 달라지기도 하는게 사실입니다만 당분간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꽃남'의 종영으로 이제 관심을 끄는 드라마는 MBC의 '내조의 여왕'입니다. 이 드라마는 '꽃남'이 전혀 갖지 않았던 현실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가 갖춘 현실이란, 직장내 권력의 문제라든가, 취업의 문제 같이 꽤 진지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이 현실들을 코믹으로 터치하면서 이 무거운 주제들은 가벼운 풍자의 대상이 됩니다. 세상의 잘못된 구조를 비판하면서, 그 잘못된 구조 속에서 그 구조에 편입하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비판적으로 그려지는 이 풍자의 구도 속에서는 사실상 큰 웃음과 그 웃음 뒷편의 강력한 페이소스를 동반합니다.

무엇보다 '꽃남'에 주 팬층이었던 여심을 그대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장점이라할 수 있습니다. '내조의 여왕'에는 빈부간의 대결구도가 그려지면서도 동시에 그 판타지를 유지합니다. 맹렬 주부인 천지애(김남주)와 퀸스푸드 사장인 허태준(윤상현)의 알게 모르게 피어나는 멜로구조가 그렇고, 이름 그대로 온달같고 백수같은 온달수(오지호)와 사장 부인이자 대학 후배인 은소현(선우선)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물론 자칫 잘못하면 이 복잡한 우연적 관계들이 드라마 본래의 하고자하는 이야기(세태 풍자)와 본말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요인들(여성적 관점, 판타지, 현실적인 풍자)이 '꽃남' 이후에 그 여심을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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