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익숙한 듯 낯선 나영석 PD의 명민한 선택

‘나도 저런 데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아마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을 지도 모르겠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어느 한적한 섬. 유럽과 호주에서 온 여행자들이 북적대며 오로지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채워진 그 곳에서 작은 한식당을 연다는 건 나영석 PD가 기획의도로 밝힌 것처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이 아닐까. 

'윤식당(사진출처:tvN)'

여기서 키워드는 이 복잡한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고, 낯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끔 삶이 지긋지긋해지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이번 생은 글렀어”라고 얘기하게 될 때, 우리는 이 곳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진다. 사실 그건 ‘이번 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 곳’이 잘못됐을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생을 가져다줄 기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못한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어떤 메뉴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며 점점 빠져든 <윤식당>의 사장 윤여정과 그녀를 옆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챙기는 밝고 맑고 명랑한 정유미,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사려 깊고 그래서 어딘지 든든함을 주는 이서진. 이런 구성원이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들이니 함께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이겠나. 

나영석 PD는 명민하게도 이렇게 낯선 곳에서 식당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마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그려냈다. 제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불고기 하나를 메인으로 만들어 덮밥, 면, 햄버거로 만드는 건 할 수 있을 게다. 게다가 불고기는 호주인들 같은 경우에는 ‘코리안 바비큐’로 이미 유명해진 메뉴다.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효과도 좋은 <윤식당>의 기본 메뉴는 그래서 이들의 ‘개업’에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정착이 그간 나영석 PD 예능의 핵심이었다면 <윤식당>은 이 두 가지를 엮었다.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반복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윤식당>에는 기존 예능들과 달리 ‘개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집어넣었다. 힐링 예능으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왔던 나영석 PD표 예능은 그래서 이 ‘개업’이라는 장치를 통해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긴장감을 더했다. 

게다가 <윤식당>은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 곳을 찾는 손님들과 벌어지는 교감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 된다. 그들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서 느낄 어떤 보람 같은 것들은 <윤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아닐 수 없다. 일에 있어서 보람 같은 걸 느껴본 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싶은 분들에게는 더더욱. 

손님이 얼마나 올 것인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고 너무 안와도 걱정이라는 윤여정에게 이서진은 긍정적인 비전을 내놓는다. 생각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올 것 같다는 것. 그 말에 윤여정은 기분좋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윤식당 개업 바로 전날 교차하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개업일 손님을 기다리며 한없이 물을 들이키는 윤여정의 그 기분 좋은 긴장감. 그래도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 <윤식당>은 나영석 PD표 예능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가져와 또 다른 세계를 열고 있다. 그런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공항 가는 길>, 공간이 주는 위안과 기억들

 

비행이 있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수아(김하늘)는 서도우(이상윤)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것. 그런데 그 때 딸 효은(김환희)에게서 전화가 온다. 텅 빈 집에 아이가 혼자 서 있다. 기장인 아빠는 시드니에 있고, 승무원인 엄마는 이제 비행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간다. 그런데 문득 최수아는 그 텅 빈 집에 홀로 있을 아이의 잔상이 마음에 못내 가시처럼 박힌다.

 

'공항가는길(사진출처:KBS)'

버스에서 내린 최수아는 갑자기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현주언니한테 효은이 데리고 병원 가서 진단서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깜박 했다. 하 김밥. 속은 만들었는데 효은이 한테 말도 못했고. 아 밥을 안했다. 아 김도 없지. 아 내가 뭘 해놓고 나온 거지?’ 그녀는 갑자기 모든 일들이 낯설어진다. 그러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 빨래를 햇볕에 너는 아줌마를 보고는 어느 날 불쑥 사표를 내버린 선배 현주(하재숙)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너무 평온해 보이는 거야.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았구나. 그때서야 하늘도 보이고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왜 이렇게 하루하루 미친년처럼 사나...”

 

KBS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정서의 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최수아에게 공항 가는 길은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우리가 공항을 갈 때 느끼곤 했을 어떤 낯선 세계에 대한 막연한 설렘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집으로부터 멀어진다는 부채감 같은 것이기도 하다. 챙겨줘야 할 아이가 있는 집. 그 곳은 벗어나고픈 곳이기도 하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기도 하다.

 

최수아의 일상은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되어 있다. 그 발단은 딸 효은이를 해외 유학시키려 보냈다가 그 룸메이트가 사고로 죽는 바람에 다시 귀국하게 되면서부터. 부부 둘 다 일을 하는 통에 딸 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시어머니에게 부탁하지만 도리어 다치게 됨으로써 그녀 역시 최수아가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된다. 게다가 효은이의 룸메이트였던 애니가 하나의 인연이 되어 그 아빠인 서도우(이상윤)와도 선을 넘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그 복잡한 일상들로부터 최수아는 도망치고 싶다. <공항 가는 길>이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이 공항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출구로서의 공간을 통해 최수아의 감정과 갈등을 담아낸다. 서도우와의 첫 만남과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공간이 공항이라는 건 이 드라마가 얼마나 공간이 주는 상징과 느낌, 감정들을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한강을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할 때의 그 느낌이나, 햇살 좋은 어느 날 고택의 툇마루에 앉아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의 그 좋은 느낌, 골목길을 걸을 때 그 좁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조용한 바람과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들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 ‘조종실에서 본 밤하늘, 알래스카의 연어 맛, 시드니의 맥주 한잔, 두바이 사막의 해질녘, 그리고 지금 여기 이층에서의 여명같은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공간에 서 있을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따뜻함과 설렘과 두려움 같은 것들이 이 드라마에는 배경이 아닌 주요 이야기로 다뤄진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애니가 왜 아빠도 없는 그 낯선 곳의 작업실로 때만 되면 갔을까 하는 점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미스테리면서 동시에 주제의식이 될 것이다. 공간은 결국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고 그리움이 아닌가. 공간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서 그 곳의 만남과 헤어짐과 아픔과 그리움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좋은 기억을 담은 공간은 자꾸만 발길을 잡아끌게 하기도 하지만, 힘겨운 기억들이나 복잡한 일상들은 그 공간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게 한다.

 

<공항 가는 길>이 놀라운 건 바로 이 공간이 주는 일탈과 위로의 미학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벗어나려 하면서도 이끌리는 공간. 결혼이나 집, , 일상 등은 우리를 응집시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그 곳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게도 만든다. 그 사이에서 최수아라는 인물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모습은 그래서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작지않은 위안을 준다. 복잡한 현실이 주는 힘겨움과 그 곳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의 위로.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런 잠시간의 위로가 힘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요. 두고두고 힘이 될 거예요.”라고 서도우가 말하듯.

<곡성>, 무서운데 웃긴다? 에너지 넘치는 문제작

 

간만에 보는 문제작이다. 무당, 퇴마, 귀신 같은 하나만 나와도 섬뜩해질 소재들이 <곡성>에는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러니 무서울 수밖에 없다. 공포와 스릴러가 주요 장르지만 나홍진 감독은 여기에 코미디적인 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마치 공포의 집에 들어가 호들갑을 떠는 납량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 숨 막힐 듯 소름 돋는 영화지만 간간히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사진출처:영화<곡성>

영화는 낚시를 하는 한 사내를 비춰주며 시작한다. 사내가 낚시 바늘에 미끼를 꿰는 장면은 <곡성>이라는 영화가 가진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끊임없이 주인공 종구(곽도원)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미끼를 던진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이야기들에 차츰 종구가 깊숙이 들어가고 그것은 결국 종구와 그 가족을 송두리째 삼켜버린다.

 

<곡성>을 문제작이라고 부르는 건 그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귀신이나 퇴마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종구가 그러하듯 관객들도 갑자기 마을에 깃든 어두운 기운과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등장하는 무당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종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종구가 끊임없이 미궁 속에 빠져버리고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에너지가 커진다. 사실 3시간 짜리 영화에서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곡성>이란 영화를 명쾌하게 해석하는 건 쉽지 않고 또 이 영화에 합당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렇게 난해한 문제를 미끼로 던져놓는 것 자체가 <곡성>이라는 영화의 힘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관객은 도대체 저런 일은 왜 벌어진 것일까를 궁구하면서 영화 속에 깊게 빠져든다. 그것은 마치 낚시 바늘에 걸린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관객이 누가 왜 그러는지도 모른 채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것과 닮아있다. 이유를 알기 위해 또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낚시 바늘은 더 깊게 상처를 파고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건 믿음혹은 현혹에 대한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그러한 미지 앞에서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나홍진 감독은 그 미지의 공포들을 관객 앞에 죽 세워두고 우리를 현혹시킨다. 이 영화가 두렵지만 시선을 돌릴 수 없는 건, 미지의 세계 앞에 두렵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곡성>은 그래서 나홍진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진 미끼처럼 느껴진다. 영화 자체가 하나의 미끼이기 때문에 일단 영화관에 들어서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미궁의 엄청난 에너지를 체험하게 된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영화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치인트>, 그 어떤 멜로보다 공감 큰 까닭

 

저것은 치즈일까 트랩일까. 아마도 사랑이든 현실이든 첫 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는 그것이 치즈처럼도 보이고 트랩처럼도 보이기 마련이 아닐까. tvN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은 이 청춘들의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의 두 가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한 것일 게다. 홍설(김고은)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선배 유정(박해진)이나, 가난한 형편에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하는 학업,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는 갖가지 아르바이트가 모두 말 그대로 덫 속에 놓인 치즈로 보일 테니.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꿀 알바로 알려진 대학원 조교실 일자리는 그녀의 생각과는 영 다르다. 일찍 출근해도 또 조금 늦게 출근해도 뭐라고 하고, 커피를 타와도 안타와도 뭐라 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조교는 쉬워 보여 치즈 같던 이 일자리 속에 놓여진 트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집까지 바래다 주던 유정이 사귀자고 한 그 말은 그녀에게 달콤한 치즈처럼 그녀를 설레게 하지만, 그 후로 어쩐 일인지 연락을 하지 않는 그의 냉담한 모습은 그녀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를 믿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그녀가 위험에 처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그냥 무시했다는 주연(차주영)의 거짓말은 유정이 혹시 덫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강교수(황석정)가 낸 팀 과제에서 팀원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혼자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모두 한 홍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팀원들 때문에 공동책임으로 D를 맞게 되자 혼란스러워진다. 강교수를 찾아가 사정을 해보지만, 그녀는 사회생활에서는 힘들어도 팀과 함께 해나가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예외는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만일 학교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온전한 교육의 장이라면 강교수의 예외 없는 교육방식이 옳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홍설에게 학교생활은 학점을 잘 받아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현실로 다가온다. 교육적 효과를 위해 잘못한 일도 없이 낮은 학점을 받고 그렇게 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러니라니.

 

<치즈 인 더 트랩>은 우리가 봐왔던 청춘 멜로의 전형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이야기의 질감이 그리 가벼운 건 아니다. 거기에는 지금의 청춘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깔려 있고, 그 기반 위에 달콤한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가 얹어져 있다. 사랑은 치즈처럼 달콤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겐 덫처럼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막상 홍설이 유정과 사귀기로 하고 첫 데이트를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과 와인을 척척 시켜먹는 유정이 그녀는 낯설다. 심지어 차로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는 유정의 모습 앞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늘 덫 같은 현실 속에서 함부로 대해져왔던 그녀는 당황한다. 그녀에게 유정은 그래서 그 현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그토록 차갑게 느껴지고, 심지어 두렵게까지 여겨지던 유정이 아닌가. 그런 그가 자신 앞에서 달콤한 미소를 보낸다니.

 

멜로와 현실의 세계는 종종 병치된다. 예를 들어 멜로 속 백마 탄 왕자님은 넘을 수 없는 빈부 격차의 현실을 판타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하지만 유정이란 백마 탄 왕자님은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멜로드라마 속의 그 판타지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 멜로 속 왕자님들이 잘 살아도 사실은 착한 존재로 판타지화되었다면, 유정은 종을 잡을 수가 없다. 때론 달콤해서 설레게 만들지만 냉랭한 이성으로 돌아가면 두려울 정도의 차가움을 보여준다.

 

유정이란 존재는 그래서 이 시대의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행복한 판타지와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품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표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사랑도 학업도 일도 현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리 시대에 청춘들은 그것들이 모두 치즈처럼도 보이지만 동시에 트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비슷해져버린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그 감정을 종잡을 수 없어 당황해한다.

 

실로 사랑과 현실을 이렇게 제대로 엮어 보여주는 멜로드라마는 결코 흔치 않다.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김고은이나 박해진 같은 단지 멋진 배우들의 호연과 이윤정 PD 같은 베테랑 연출자의 감성적인 연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이 드라마가 사랑에 있어서도 현실에 있어서도 지금의 청춘들(아마도 중년들까지)에게 주는 공감은 그 어떤 것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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