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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남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미우새'가 나갈 방향

“다시 못 와도 괜찮으니까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 20년 만에 찾아간 범내골에서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할머니는 배정남이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에 그렇게 답했다. 그 말 속에는 할머니들이 배정남을 지금도 그 어린 시절의 아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11살의 나이에 혼자 2층 다락방에서 하숙을 했던 아이. 그 아이에게 그 골목의 할머니들이 바란 건 큰 게 아니었다. 그저 건강했으면 했고 착하게 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담아낸, 배정남이 어린 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키워준 차순남 할머니를 찾는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20년의 세월이다. 그 긴 시간이 흐른 후, 잊지 않고 어린 시절 자신을 잘 키워줬던 할머니를 찾아가려는 배정남의 마음이 그렇고, 거기서 만나게 된 할머니들이 지금도 배정남을 그 때의 아이처럼 바라보며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읽어내게 되는 대목이 그렇다.

범내골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순남 할머니가 얼마나 배정남을 아들처럼 보살폈는가는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친구와 싸웠는데 혼자만 벌을 서고 있는 배정남을 보고는 그 친구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없다고 괄시 하냐”며 싸웠다는 할머니. 한낮에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으슥해 보이는 다락방에서 혼자 자기 무섭다며 찾아가면 꼭 안아주셨다는 할머니. 어찌 보면 그 어린 시절 쉽지 않았던 배정남의 삶을 엇나가지 않게 보듬어준 할머니가 있어 지금의 그가 있을 법 했다.

차순남 할머니와 그 곳에서 오래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친구들은 사실상 배정남의 가족이나 다를 바 없었다. 운동회 때나 졸업식 때도 혼자였던 배정남과 함께 했던 건 바로 그들이니 말이다. 배정남을 홀로 두지 않고 졸업식에도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었던 할머니들. 배정남의 그 때 기억이 선명할 수밖에 없는 건 알게 모르게 느꼈던 따뜻함으로 그 때가 기억되기 때문이 아닐까.

몸이 불편해 아들이 있는 진해의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음에 달려간 배정남은 면회를 위한 대기실에서 차순남 할머니를 기다리며 벌써부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미 찡해오는 코끝의 감각을 애써 누르려 코끝을 자꾸만 만졌지만 붉어지는 목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그가 추스르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차순남 할머니를 보자마자 터져 나온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자꾸만 “기억하냐”고 묻는 배정남은 너무 늦게 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건 마치 오랜만에 엄마를 찾아온 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배정남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다시 보는 것만도 좋다”며 엄마들이 늘 하는 말을 그대로 해줬다.

배정남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으로 다가왔던 건 그것이 친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아닌, <미운 우리 새끼>가 그간 담아왔던 모자 간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의 개념도 혈연 그 이상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감되는 현실이다. 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삶의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나 동료, 친구들이 새로운 가족의 범주로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주의가 갖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이 아니라, 타인끼리도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정남과 차순남 할머니 그리고 그 범내골의 이웃들이 전해주고 있어 <미운 우리 새끼>의 따뜻한 감동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더 큰 공감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가족주의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의 양태를 그려내는 것으로.(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관찰카메라, 무엇을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어느새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지상파에서 본격적으로 관찰카메라를 시도했던 MBC <나 혼자 산다>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전히 누군가의 사생활을 관찰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걸 전면에 내세웠고, 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인 1인가구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 혼자 산다>에 굳이 ‘1인 가구’의 이야기가 내세워지지 않는 걸 보면 달라진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체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새 관찰카메라의 관찰이 주는 불편함에 다소 둔감해져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렌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관찰카메라는 영상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또 게재하기도 하는 시대에 영상의 ‘리얼리티’ 추구는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기획되어 만들어진 영상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사생활을 노출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화되어버렸다. 그 많은 프사들과 음식점 사진들이 그걸 말해준다. 리얼리티 추구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둔감해진 감각은 그래서 관찰카메라가 트렌드로 설 수 있게 된 이유가 되었다.

중요한 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이 아니라, 거기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다. 과연 지금의 예능들은 제대로 관찰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관찰카메라에 대한 만만찮은 불편함들이 호소되고, 심지어 논란으로도 비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김재욱 박세미 부부가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카메라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관찰하려고 하는 소재는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네 시댁 문화의 ‘이상함’을 며느리 입장에서 담아보겠다는 취지가 들어 있어서다. 하지만 그것을 담는 방식에 있어서는 여타의 관찰카메라들이 그러하듯이 자극적인 장면들의 편집 나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당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건, 자칫 거기 출연한 이들에 대한 폭로를 통한 공격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관찰하려는 대상의 공감대라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왜 시청자들이 이런 관찰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남긴다. 물론 예능이니 재미를 위해 관찰한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게다. 하지만 때론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이한 행동이나, 여전히 결혼만을 지상과제로 드러내며 출연한 여성들을 모두 며느리감 보듯 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재미보다는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지만 거기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내는 훈훈한 의미들을 뽑아내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그 많은 연예인(혹은 가족까지) 출연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있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이 그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건 여기 등장하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주는 훈훈함을 포착하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수직관계일 수 있는 연예인과 매니저이지만, 마치 한 가족 같고 좋은 선후배 같은 그 관계를 보면서 이 프로그램은 우리네 관계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준다.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호불호는 그 재미와 공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서다. 어느 순간부터 고정 출연자들이 계속 돌아가며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는 충분히 재미와 웃음을 주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면 ‘저들만의 세상’을 우리가 왜 보고 있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관찰카메라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도촬과 관음증의 재미일 수밖에 없어서다. 관찰카메라가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논란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또 어떤 방식으로 관찰하는가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당장의 자극적인 재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만찮은 반감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고민해야할 시점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예능블루칩 이상민, 하지만 과한 건 부족함만 못하다

최근 1년 사이 이상민은 예능블루칩으로 급성장했다. 이제 TV를 켜기만 하면 이상민이 나올 정도로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넘쳐난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SBS <미운우리새끼>를 비롯해 <주먹 쥐고 뱃고동>, JTBC <아는 형님>, 채널A <풍문으로 들었소>, XTM <더 벙커>는 물론이고 새로 시작한 MBC <오빠생각>과 <섹션TV 연예통신>까지 무려 고정만 10개란다. 지상파에서 종편, 케이블까지 아울러 그는 한 마디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는형님(사진출처:JTBC)'

이렇게 된 것은 그가 지금의 예능 트렌드에 맞아 떨어지는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12년 Mnet <음악의 신>에 그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캐릭터는 독보적이긴 했지만 보편적인 느낌은 없었다. 사업을 하다 망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였지만 그는 <음악의 신>에서 오히려 이런 실제상황을 웃음을 주는 ‘사기꾼 캐릭터’로 바꾸었다. 드러내놓고 사기를 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동시에 그가 처한 현실적 상황과 연결되어 페이소스 같은 것까지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민은 이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을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대중들의 마음을 조금씩 파고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당시 <음악의 신>을 통해 가진 캐릭터는 다소 마니아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런 한계를 벗어나게 해준 프로그램이 JTBC <아는 형님>이다. 한때 잘 나갔던 ‘형님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이상민은 역시 그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신의 처지를 캐릭터화 하는데 성공했다. 그래도 <음악의 신>과 달랐던 건 그가 강호동이나 서장훈 같은 현재 다른 예능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과 함께 함으로써 그 마이너적인 느낌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지상파에 제대로 입성했다. SBS <미운우리새끼>는 이상민에게는 제대로 날개를 달아준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의 주인공이 된 데다,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다는 점은 그가 가진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보는 빚에 허덕이는 아들의 모습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기는 지금의 대중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상민이 가진 ‘현실에 치이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은 지금의 정서와도 잘 맞았다. 저렇게 빚이 많은 사람도 열심히 살려 노력하는데 우린 그래도 나은 편이라는 상대적인 위로 또한 그 속에는 존재했다. 물론 그의 캐릭터가 주는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지금 괜찮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민이 너무 과하게 빨리 소비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방송을 틀면 나올 정도로 한꺼번에 그런 이미지가 소비되다 보면 시청자들에게 금세 식상해질 수 있다. 그것은 자칫 역풍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여러 방송을 있는 대로 다 하는 데는 그가 처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천천히 나가는 것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그가 정상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는 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적절한 균형과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by 더키앙

묵묵히 꾸준히, 2016 지상파 연예대상의 흐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아마도 올해 지상파 <연예대상>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이 두 단어가 아닐까. KBS 연예대상의 대상으로 김종민이 뽑힌 가장 큰 이유는 <12>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묵묵히 오래도록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12>10년 가까이 된 장수예능이자 KBS를 대표하는 예능인데다, 9년 동안이나 그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김종민의 대상은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SBS연예대상(사진출처:SBS)'

SBS 연예대상의 대상은 신동엽에게 돌아갔다. 물론 올해 SBS가 예능에서 거둔 성과 중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미운 우리 새끼>에서 메인 MC 자리를 맡아 재치 있는 진행을 해온 공로가 가장 두드러졌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말했듯이 <미운 우리 새끼>의 진짜 주역이라고 하면 거기 출연하는 출연자들과 그 어머니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SBS가 신동엽에게 대상을 부여한 건 단지 이 프로그램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그간 신동엽이 SBS에 해왔던 일련의 공로들이 쌓여 이제 인정받을 만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대상이 증명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신동엽은 SBS 공채 1기 출신 개그맨이다. 무려 26년이 흘렀지만 그는 SBS에서 대상을 받지는 못했었고 대신 연예대상 같은 시상식의 사회를 도맡아하곤 했다. 그러던 그가 올해는 대상 자리에 오른 것. 그의 대상 역시 꾸준히 한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해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만큼 주목받은 건 최우수상을 받은 이광수였다. 최근 <런닝맨> 제작진의 잘못으로 내년 초 종영을 예고한 바 있는 상황이어서인지 이광수는 수상의 기쁨만큼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일일이 감사를 표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광수의 최우수상이 뭉클하게 다가왔던 건 그 역시 <런닝맨>이 달려온 7년 간을 묵묵히 꾸준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26세 때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정말 행복했고, 과분한 사랑 받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KBS 연예대상의 김종민, SBS 연예대상의 신동엽, 그렇다면 MBC 연예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아직 뚜껑이 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많은 이들은 <무한도전>의 정준하를 꼽고 있다. 올해 유독 <무한도전>이 대놓고 밀어주었고(?) 그는 거기에 호응하듯 다양한 도전과제들을 하나하나 완수했다. 힙합 도전을 했고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아기코끼리 도토와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캐나다에서 북극곰과 교감하는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김종민이 KBS 연예대상 그리고 신동엽이 SBS 연예대상을 받고 또 정준하가 MBC 연예대상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 올 한 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만큼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장수예능 프로그램들이 한 해를 지켜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종민은 <12>이라는 장수예능의 공로가 인정된 것이고, 신동엽은 가뭄에 콩 나듯 피어난 <미운 우리 새끼>라는 새로운 예능과 그간 SBS와 맺어온 꾸준한 관계가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 MBC에서 올 한 해 꾸준히 화제의 중심에 들어 있었던 건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올해 500회를 맞았던 만큼 그 공로가 인정될 만하고 그 중에서도 그간 약간은 상에서 빗겨 있었던 정준하가 거론되고 있는 것.

 

결과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일 정준하가 이번에 MBC 연예대상을 받게 된다면 올해의 지상파 연예대상은 묵묵히 꾸준하게 한 자리를 계속 지켜오며 일정 부분 자기 역할을 다 해온 이들의 공로에 대한 치하와 격려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이들과 달리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지만 결코 기여가 적다 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박수와 지지의 의미.

Posted by 더키앙

짠하거나 웃기거나, <미운 우리 새끼>의 두 얼굴

 

SBS <미운 우리 새끼>MBC <나 혼자 산다>의 노총각 버전 같은 위치에 서 있다. 이제 쉰을 바라보고 있는 김건모나 역시 비슷한 나이대의 박수홍이 혼자 사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짠하다. 점심이 다 돼서야 일어난 김건모가 밤새 마신 술을 해장하느라 엄마가 해놓은 순두부 대신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나, 역시 늦게 일어나 하루 종일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박수홍의 모습은 우습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철없는 아이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미운 우리 새끼(사진출처:SBS)'

하지만 그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엄마들이 본다는 사실은 여기에 또 다른 시선을 겹쳐준다. 모두가 웃을 때 엄마들은 정작 웃지 못한다. “저게 뭐하는 짓이고하는 말이 수시로 터져 나오고, “저러면 안되는데라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온다. 엄마들은 아들들이 저렇게 궁상맞고 철없게 살아가는 것이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기---결혼으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리얼한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들들은 엄마들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결혼을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김건모는 남자 후배 동생들과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밤이면 모여 둘러 앉아 소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낙으로 여긴다. 박수홍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 대다가 저녁이면 친구들과 클럽에 가기 위해 밤거리를 떠돈다. 그 역시 친구들에게 혼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정색하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안색이 굳어진다. 스튜디오에 있는 엄마들의 입장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세상은 점점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래도 내 아들만은 결혼을 해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건 아마도 모든 엄마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들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 엄마들의 생각이 너무 고답적일 때마다 신동엽은 나서서 달라진 지금의 세태를 유머로 섞어 이야기 한다.

 

<미운 우리 새끼>는 이런 엄마들의 보수적인 생각과 아들들이 보이는 때론 보수적이면서 때론 엄마와는 다른 생각들을 어떤 가치평가 없이 그대로 늘어놓는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부장적인 색채를 느끼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엄마들도 그렇지만 아들들도 나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가부장적 체계 안에서 살아오며 체득해온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이 들었어도 이들은 결혼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정도로 과거와는 달라진 결혼관을 드러낸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들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은 엄마들이 생각하기에는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정작 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들이 혼자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결혼을 지상과제라고 제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혼자 사는 삶 역시 오롯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엄마들은 여전히 며느리 감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엄마들의 생각일 뿐, 아들들은 결혼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대신 연애는 하고 싶고 아이는 갖고 싶다는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다.

 

여러모로 엄마와 아들이라는 프레임은 그 자체로 가부장적 체계의 한 부분을 연장해 보여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이 프레임은 과거의 가부장적 체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그 균열을 보인다. 관찰카메라를 보던 엄마들은 아들의 행동을 보고 말을 들으며 저런 면이 있었나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희비극은 서로 겹쳐 있기 마련이다. 짠한 지점에 웃음이 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웃기다가도 짠해지는 지점을 보여준다. 김건모가 한밤 중 태블릿PC의 대화 앱을 켜놓고 하릴없는 기계와의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웃기기 이를 데 없지만 그건 또한 혼자 살아가는 중년의 외로움 같은 걸 담아낸다. 엄마의 시선은 여기에 겹쳐지고 그래서 다시 기---결혼의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런 보수적 시선마저도 웃음의 코드로 만든다.

 

관찰 카메라가 어떤 의도적인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다면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지금 결혼과 가족이라는 가부장적 프레임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들로 변화해가는 그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거기에는 그래서 안타까움도 짠함도 있고 답답함도 있으며 웃음도 존재한다. 있는 그대로를 그저 담아내고 반응 그대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 <미운 우리 새끼>가 이런 다층적인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그들이 혼자인 까닭이 보는 눈에 따라 다르듯이, 그 다른 관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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