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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래 풍상씨’ 돌아온 문영남 작가의 가족극, 이번에도 통할까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 KBS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의 기획의도에 들어간 이 한 줄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압축해놓은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1인 가구가 보편적 삶이 되어가고 있는 가족 해체 시대에 특이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것도 트렌디한 장르물들이 주로 편성되는 수목의 시간대에. 


아마도 보통의 작가가 수목극에 가족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면 결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게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다. 항상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늘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작가이고, ‘민폐캐릭터’가 항상 등장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하는 비슷한 드라마 공식을 활용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무엇보다 그저 그런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화제를 일으키는 가족드라마를 쓴다는 점이 문영남 작가가 가진 힘이다. 

실제로 <왜그래 풍상씨>는 2회 만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동생을 자식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착한 중년 아저씨 풍상(유준상)을 중심으로 뒷목 잡게 하는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름에 캐릭터의 성격을 넣는 문영남 작가의 특징대로 동생들은 저마다 풍상(아마도 바람 잘 날 없는 인물이라는 뜻일 게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도박 중독으로 하다못해 카센터 하는 풍상의 가게에서 타이어를 훔쳐다 내다팔아 도박을 하는 진상(오지호), 하는 일없이 자격지심만 강해 사기나 치고 다니며 할말 못할 말 쏟아내는 화상(이시영), 그나마 정상적으로 성공한 의사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쩌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정상(전혜빈) 그리고 배다른 자식으로 아버지가 버리려하는 걸 풍상이 거둬 키운 막내 외상(이창엽)이 그들이다. 

민폐캐릭터는 동생들만이 아니다.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돌아온 아버지가 그렇고, 그가 죽자 남긴 유산은 없나 다른 남자와 찾아온 어머니 노양심(이보희)이 그렇다. 그나마 이 힘든 삶을 버텨내는 생활력 강한 풍상의 아내 분실(신동미)이 있지만, 그도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분실은 무려 18년 간이나 동생들을 거둬 살고 있지만 이제 자신의 친정아버지 보구(박인환)를 모시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친정아버지도 풍상의 짐이 될 인물처럼 보인다. 이런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에서 풍상의 딸 중이(김지영)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그래서 전형적인 문영남표 가족드라마의 틀을 가져온다.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서서 풍상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풍상이라는 캐릭터가 특이하다. 이 정도면 가족이 아니라 원수로 보일 정도인데, 그는 “그래도 가족”이라며 함께 모여 밥 한 끼를 하는 걸 행복으로 여긴다. 도대체 풍상은 왜 이러는 걸까. 

<왜그래 풍상씨>는 그 제목에 담겨있는 것처럼 풍상이라는 인물이 왜 가족이 더 이상 힘이 아니라 짐이 되기도 하는 가족해체시대에도 이토록 가족에 집착하는가를 그린다. 가족드라마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지금, 그것도 주로 트렌디한 장르물을 담던 수목 시간대에 이 드라마가 들어와 있는 건 그래서 자못 도발적이다. 이건 역발상일까 아니면 시대착오일까. 

역발상으로 본다면 <왜그래 풍상씨>는 의외로 가족해체시대에 오히려 갖게 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드라마로 보일 수 있다. 풍상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헌신적인 가족애는 이제 현실에서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먹먹함을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게 되면 이 드라마는 시대착오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올 수 있다. 과연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문영남 작가의 수목극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골든타임>, 이선균과 황정음은 뭐가 다른가

 

“잘 한 게 없어서 서럽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병신 같을까...” <골든타임>의 인턴 나부랭이(?) 이민우(이선균)는 응급환자를 처음 접하고는 발견한 무기력한 자신을 한탄한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당장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 “119가 더 잘 한다”며 환자를 외면하던 그였다. 그런 그를 진짜 의사로 만든 건 한 어린 환자의 죽음. 그 자책감은 이민우로 하여금 환자에 대한 집착적인 열정을 갖게 만든다. 비록 실력은 아직 없지만.

 

'골든타임'(사진출처:MBC)

사실 이 맨 밑바닥에서부터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민우와 강재인(황정음)은 이 의학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마련인 응급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의학드라마에서 이들보다 주목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는 최인혁(이성민) 같은 베테랑 의사다. 빈부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환자만을 바라보는 최인혁 같은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구세주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은 그를 이 드라마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세워놓는다.

 

드라마 전체로 볼 때 대중들이 최인혁에게 열광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본래 주인공들인 이민우와 강재인을 연기하는 이선균과 황정음에게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캐릭터 상으로 봤을 때 구세주로 추앙되는 베테랑 의사와 여전히 민폐 캐릭터인 인턴 나부랭이들은 애초에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 주연과 조연의 역전현상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것은 이 의학드라마의 멜로 구도를 보면 드러난다. 본래 이민우와 강재인의 멜로 구도가 전면에 나타나야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이 드라마의 멜로 구도는 오히려 최인혁과 신은아(송선미)쪽으로 더 기울어 있다. 어찌 보면 이 멜로는 애초 계획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신은아가 본래 결혼할 남자가 있었다는 설정이 그렇다. 최인혁이 주목을 받으면서 신은아와의 멜로 요구가 생겨난 지점이 있다.

 

어쨌든 캐릭터 상 이민우와 강재인이 최인혁의 카리스마에 가려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스스로 인턴 나부랭이라며 자조하는 이민우와 강재인이지만, 이 두 캐릭터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응급실에서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두 사람은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지만 이민우와 강재인의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다. 환자 앞에서 쩔쩔 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과잉 정성을 들여가며 뛰어 다니고 환자 가족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민우는 강재인과 달리 점점 정이 가고 어딘지 믿음직한 느낌을 준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캐릭터의 차이일까. 물론 그런 점이 있다. 이민우는 최인혁 앞에서 혈관을 찾아내거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조금씩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지만, 강재인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재인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복막염으로 위중한 환자를 데려가려는 그들을 막는 건달 앞에서 당찬 모습을 보여주던 장면들이 그렇다. 하지만 그 장면을 빼고 나면 강재인은 좀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단순히 캐릭터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같은 민폐 캐릭터라도 이선균과 황정음이 다른 지점은 그 풍부한 표정 연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선균은 인턴 나부랭이로서의 찌질함을 거의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잔뜩 찡그린 얼굴에는 억울함과 안타까움과 미칠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열정을 드러낸다. 환자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억울하고 안타깝고 미칠 듯한 것이다. 이런 열정적인 모습들은 이 병원의 과장들이 보여주는 세속적이고 현실 타협적인 모습과 대비되면서 오히려 믿음을 준다. 환자가 죽고 사는 건 반드시 의술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의사의 환자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 적이 있지 않은가.

 

반면 황정음은 그 변화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도도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고,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을 잘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 무표정함은 이 캐릭터의 생동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인턴 나부랭이라면 그 밑바닥의 절절함이 묻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황정음의 얼굴에서는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 <골든타임>에서 같은 바닥의 캐릭터지만 이선균과 황정음이 달리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응급실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에서 점점 그 자리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는 이선균과 달리, 황정음은 여전히 그 공간의 이방인처럼 보인다는 점. 황정음이 자신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캐릭터의 밑바닥을 드러냄으로써 거기서부터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사람 울리는 민폐 캐릭터의 탄생, '괜찮아, 아빠딸'의 강성

“그러던 중 자기를 만난거야 드디어. 자기가 진짜로 좋아지면서 내가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알아? 내가 살아온 게, 내 한심한 인생이. 미안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라서 너무 미안해. 자기 속이고 시작해서. 그렇게 알게 해서 너무 미안해. 자기가 떠날까봐 무서워서 말 못했어.” '괜찮아, 아빠딸'에서 진구(강성)가 애령(이희진) 앞에 하는 참회다. 이 참회로 인해 진구라는 어딘지 마마보이지만 정이 가는 독특한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괜찮아, 아빠딸'의 진구란 캐릭터는 독특하다. 어찌 보면 그저 그런 돈 걱정 없이 자란 재벌가 망나니처럼 보인다. 여자들 뒷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고, 그러다 사고 치면 쪼르르 달려와 부모에게 손을 내민다. 그런 식으로 결혼하고 헤어진 여자가 한둘이 아니다. 우유부단한데다 이렇다 할 일도 없고 그저 부모 덕에 빈둥빈둥 사는 전형적인 철부지 망나니 캐릭터가 바로 진구다.

이것만이 아니다. 진구란 캐릭터에게는 숨겨진 딸이 있는데, 다름 아닌 여동생이 바로 그 딸이다. 심지어 엽기적이라고 여겨질 이 가족관계 속에서 진구는 바로 그 딸로부터(물론 딸이 이 사실을 모를 때) 여자 뒤나 졸졸 따라다니는 오빠라고 질책 받는 그런 캐릭터다. 그러니 이 망나니에게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착하디 착한 애령이 불쌍해 보일 수밖에 없다. 진구는 민폐 캐릭터에 전형적인 악역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망나니 캐릭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애령을 만나고 나서부터 차츰 마음을 잡기 시작하더니, 그녀를 구박하는 시어머니에게 대거리를 하는 모습이 밉지만은 않다. 애령 덕분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배워왔던 것처럼, 이 이상한 시댁식구들에게도 진심으로 대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진구는 이제 자신이 자포자기하듯 살아왔던 과거를 후회하기 시작한다.

결국 여러 차례 결혼을 했다는 것과, 여동생이 사실은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애령 앞에서 진구는 참회를 한다. 탕자의 귀환. 바로 이 드라마가 가진 미덕이자 매력이다. '괜찮아, 아빠딸'은 이제는 가진 것 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지만, 바로 아빠가 가르쳐준 덕목들 덕분에 주변 사람들까지 변화시키며 살아가는 딸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애령은 거의 팔려가다시피 진구의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가지만, 그 선한 심성은 오히려 이 집안을 변화시킨다.

'괜찮아, 아빠딸'이 투박해도 어떤 깊은 감성을 건드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자랍시고 거들먹대고, 돈이면 뭐든 다 된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 가난하고 선한 자들이 변화의 불씨를 심어주는 것. 그래서 오히려 그들이 착한 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하게 되는 것. 이 드라마는 무례한 현실을 뒤집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애령은 그 변화를 주는 동인이고, 진구는 그 변화하는 인물이다.

진구를 연기하는 강성이라는 연기자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어딘지 얄밉고 가볍게만 느껴지는 캐릭터 속에서 뜨거운 진심을 끄집어내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강성은 때로는 과장된 몸짓으로 가벼움을 드러내다가 차츰 진지하게 변해가는 진구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냈다. 결국 그 많은 망나니짓들 속에 어떤 아픔 같은 것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을 때, 그래서 오히려 그 과거의 행동들마저 가슴 시리게 다가올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진구라는 독특한 캐릭터는 이 드라마를 그대로 닮아 있다. 처음에는 어딘지 구닥다리처럼도 느껴지고, 때로는 탕자 같은 자극에 몰두하는 듯 여겨지다가도 그 속에서 어떤 진중한 진심을 만나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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