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들’, 우도환, 이상이의 액션과 감정 연기가 살렸다

사냥개들

우도환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사실 차가운 이미지가 강해 주인공보다 악역이 어쩐지 더 잘 어울리는 것만 같던 우도환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에서의 우도환은 완전히 다르다. 이 작품 속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왜인지 모르게 슬프고 먹먹해진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할 때면, 그 속에서 활활 타고 있을 불길을 억누르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가슴 아프다. <사냥개들>에서 우도환은 건우라는 역할을 통해 완전히 다른 연기의 영역을 보여줬다. 

 

사실상 <사냥개들>을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전적으로 이 건우라는 ‘착함’이 캐릭터화한 인물에서 나온다. 물론 건우와 함께 끝까지 밀고 나가는 우진이라는 캐릭터의 힘도 만만찮고, 그 역할을 연기한 이상이의 연기변신도 우도환만큼 박수 받을 만하다. 어찌 보면 건우와 우진이라는 이 청춘 캐릭터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완전해지는 그런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애틋하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그들을 위협하는 현실과의 대결을 끝까지 지켜보게 만든다. 

 

두 사람은 복서다. 하지만 건우와 우진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복싱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우진은 메이웨더가 갑이라고 하지만, 건우는 그가 너무 비즈니스맨 같다며 그보다는 ‘복서의 심장’을 가진 파퀴아오가 짱이라고 한다. 즉 돈이 중요하다는 우진은 보다 현실적인 형이고, 건우는 가난해도 복싱 선수로서의 자부심이 큰 이상을 꿈꾸는 동생이다. 하지만 이렇게 달라도 이들은 지켜야할 건 지켜야 한다는 선한 마음으로 통한다. ‘복서의 심장’을 이야기하는 건우의 말에 우진이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이 그걸 보여준다. 

 

복서는 링 바깥에서는 주먹을 들어서는 안되지만, 건우는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에게 도와준다는 식으로 다가와 사기를 치는 명길(박성웅) 같은 사채업자 때문에 주먹을 든다. 액션물이 그저 치고받는 이야기로만 흘러가면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지만, <사냥개들>에는 건우와 우진의 서사를 담음으로써 주먹 한 방에도 마음이 움직이게 만든다. 

 

코로나19 시절, 그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어려움을 마주했던 그 현실을 가져와, 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더 악랄하게 사기를 치는 명길 같은 빌런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공분하게 만든다. 심지어 길바닥에 나앉은 노숙자들의 신분증을 훔쳐 사채를 빌려 돈을 모으는 그런 악당들이다. 게다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명길은 정관계는 물론이고 경찰들까지 장악해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명길이 악의 대명사라면, 그와 대결하게 되는 건우와 우진은 가난해 그저 몸뚱어리 하나만 갖고 살벌한 현실과 부딪치는 청춘들을 대변한다. 그런데 이 청춘들은 이 살벌한 현실 앞에서 절망하기도 하지만, 결코 그들이 갖고 있던 마지막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목표를 위해 과정을 희생시키는 걸 당연히 생각하는 비정한 세상에서 건우는 이렇게 말하는 인물이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가만히 있으면 나는 그 대표보다 더 나쁜 놈이에요. 그건 아니에요.”

 

이 착한 마음은 이들 건우와 우진이 형제 같은 브로맨스로 끈끈해지고, 시련 앞에서도 더더욱 단단해지며 끝내 저들과 맞서 이겨내는 그 과정들을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진 역시 건우처럼 복수나 돈을 위한 주먹이 아니라 지킬 건 지키는 ‘복서의 심장’으로서의 주먹을 들게 된다. 극악한 세계와 정반대되는 스포츠의 세계. 건우와 우진이 명길의 조직과 맞서 싸우는 과정 역시 이들이 몸을 만들어가는 스포츠처럼 준비된다.

이제 K콘텐츠에서 액션은 K액션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독특한 하나의 색깔과 완성도를 갖게 된 듯하다. <범죄도시3>에서 마동석의 복싱 액션이 시원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준 것처럼, <사냥개들>은 우도환과 이상이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복싱 액션이 두 명이 하는 두 배의 강도로 펼쳐진다. 액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작품에 이들의 감정 연기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6위에 올라온 <사냥개들>은 더 높은 성취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타까운 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새론에 의해 만들어진 진입장벽이다. 작품 내용 상 분량을 완전히 덜어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고, 그래서 최대한 덜어내려 했던 흔적이 역력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분량을 차지하는 김새론의 사적인 문제들이 이 작품에 먹구름을 드리워 놓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문제들만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우도환과 이상이가 보여주는 기대 이상의 연기는 충분히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지만.(사진:넷플릭스)

전혀 기대 없었던 '내안의 그놈'이 의외의 선전한다는 건

연말연시 이른바 기대작으로 불리던 한국영화들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에 송강호가 주연으로 등장한 <마약왕>은 180만 관객(10일 현재)에 머물렀고, <과속스캔들>, <써니>의 연속 흥행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도 140만 관객에 머물렀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에 하정우가 출연한 <PMC:더 벙커>도 160만 관객에 그침으로써 대작 한국영화들은 모두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이런 작품들과 최근 개봉한 <내안의 그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작품성이나 완성도, 주제의식 등등 모든 걸 비교해도 <내안의 그놈>이 이들 대작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업영화로서 영화가 주는 즐거움과 재미에만 포인트를 맞춰 비교해본다면 조금 다를 것 같다. 전혀 기대가 없이 한국영화가 그렇지 하며 <내안의 그놈>을 봤던 관객들은 그 뻔한 소재로 빵빵 터지는 의외의 재미에 당혹감마저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안의 그놈>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그 흔한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삼고 있다. 왕따로 빵셔틀을 하며 살아가는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잘 나가는 엘리트 건달 판수(박성웅)가 어느 날 추락사고로 인해 영혼이 바뀌는 설정. 너무 흔하고 뻔한 설정이라 그런지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바로 그렇게 기대감을 전혀 갖기 못하게 만드는 설정에서 의외로 빵빵 터지는 웃음은 강도가 더 세다.

뻔한 설정을 가져왔지만 <내안의 그놈>은 지금의 대중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억압된 정서를 그 코미디 설정 안에 콕콕 박아 넣어두었다. 이를테면 뚱뚱한 몸으로 학교에서 왕따 괴롭힘을 당하는 동현의 몸으로 건달 판수의 영혼이 들어감으로써 그간 당해왔던 그가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을 평정해버리고 여학생들이 하트를 보내는 인물로 거듭나는 과정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그렇다. 그 통쾌함이 더해지면서 코미디의 웃음은 미소를 넘어 폭소가 된다.

또한 고등학생과 중년 남자라는 나이 차가 영혼체인지로 뒤집어지고, 그래서 툭툭 나오는 반말이나 행동거지가 주는 웃음 속에도 묘한 나이의 위계를 뒤집는 카타르시스가 담긴다. 물론 이 세대 차이는 영혼체인지로 엮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단계로 넘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영화는 일관되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에 집중한다. 판수의 영혼이 들어간 동현이 학교에서 잘 나가는 모습과 거꾸로 동현의 영혼이 들어간 판수가 겁쟁이가 되는 모습의 대비 또한 웃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여기에 더 코미디적 재미를 더하는 건 고등학생 동현의 몸을 갖게 된 판수가 과거 헤어진 판수의 첫사랑 미선(라미란)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동현이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인 현정(이수민)의 엄마가 미선이었다는 설정은 그래서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복잡 미묘하게 꼬이는 관계로 인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코미디를 완성하는 건 결국 박성웅, 라미란, 김광규와 더불어 이 영화로 연기자로서의 가치가 확실히 느껴지게 된 진영의 연기다. 이들은 뻔한 상황도(심지어 비극적 상황을) 리얼한 연기를 통해 웃음으로 바꿔내는 힘을 만들어낸다.

사실 <내안의 그놈>에 그다지 큰 주제의식이나 메시지 또는 영화적인 스타일의 성취 같은 거창한 것들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의미 과잉인 현실이 주는 피곤함을 잠시 벗어나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동안 웃고 싶다면 이만한 영화가 없다. 웃음 자체에 처음부터 끝까지 천착하는 코미디가, 어째서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사진:영화'내안의 그놈')


‘라이프 온 마스’의 특별한 해피엔딩, 시즌2도 가나요?

역시 엔딩도 <라이프 온 마스>다웠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함께 공존하는 마무리. 의식을 찾고 현실로 돌아왔던 한태주(정경호)는 내내 무의식 속 코마상태에서 만났던 1988년 동료들을 구해내지 못하고 왔다는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무의식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은 건물 옥상에서 저편으로 뛰어버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만, 조폭들에 둘러싸여 맞아죽을 위기에 몰린 동료들을 구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렇게 1988년으로 돌아간 한태주는 결국 동료들을 구했고, 그들과 계속 그 곳에 남아있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여전히 의식 저편에서 날아오는 목소리들이 있었고, ‘서울 전출명령’이 내려지면서 그것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한태주는 잠시 망설였지만, 마치 자신이 만든 또 다른 분신처럼 등장한 의사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건가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한태주씨가 웃으면서 살아가는 곳이 바로 현실이에요.” 결국 그는 의식 저편에서 날아오는 목소리들을 무시했고 강력3반 동료들과 계속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그 곳이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두 개의 시간을 오가는 설정의 장르물들이 꽤 많이 등장했지만, <라이프 온 마스>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독특한 설정의 장르물이었다. 사고로 의식을 잃은 동안 무의식 속에서 1988년을 겪게 되었던 것. 하지만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그 무의식을 그저 빠져나와야 할 망상으로 치부한 게 아니라, 그 곳에 머물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1988년에서 만난 강동철(박성웅), 이용기(오대환), 조남식(노종현) 그리고 윤나영(고아성)이 한태주를 의식이 아닌 무의식 속으로 끌어들인 장본인들이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의리와 정이 넘치는 강동철은 마치 형처럼 한태주를 챙겼고, 늘 투덜대며 명령조차 무시하곤 했던 이용기는 한태주에게 술을 따라주며 풀어진 마음을 드러냈다. 경찰보다는 미스 윤이라 더 많이 불리며 커피 타는 일을 더 많이 했던 윤나영은 자신을 유일하게 인정해줬던 한태주가 마음을 조금 열자 반색하는 얼굴이었다. 

그들이 있어 이 드라마의 의식보다 더 끌리는 무의식의 이야기가 가능했다. 물론 <라이프 온 마스>는 수사 장르물로서의 결을 보여준 드라마지만, 또한 별 감흥이 없는 의식세계와 행복감을 주었던 무의식 세계 사이에서 한태주가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를 통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웃지 않고 무표정하게 살아가는 삶이 코마에 빠져 행복감을 느끼는 삶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니 말이다. 

워낙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들이 쏟아졌기 때문일까. <라이프 온 마스>는 시즌2에 대한 암시를 에필로그 속에 담아 두었다. 1988년으로 돌아간 한태주가 강력3반 동료들과 사건현장을 향해 떠나는 장면과 함께 에필로그는 죽은 줄만 알았던 김현석(곽정욱)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담았다.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리메이크 작품이었지만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라이프 온 마스>는 우리 식의 해석들이 참신하게 채워졌던 드라마다. 리메이크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 대본과 연출의 완성도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정경호, 박성웅을 위시해 오대환, 고아성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몰입감을 높였다. 이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함께 시즌2로 돌아올 수 있기를.(사진:OCN)

‘라온마’의 미친 몰입감, 정경호의 망상이 깨지 않길 바란다는 건

뭐 이런 미친 몰입감의 드라마가 다 있나 싶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촘촘하게 짜인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반전 스토리의 쫄깃함은 기본이고, 그 밑바닥에는 그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한태주(정경호)라는 형사의 상황이 깔려 있다. 지금껏 중간 중간 삽입되어 보여준 복선들을 이어보면 그는 사고를 겪고 의식을 잃은 상태다. 그래서 갑자기 1988년으로 돌아가 그 곳에서 강동철(박성웅)을 만나 함께 일련의 사건들을 수사해온 그 과정들이 모두 그 무의식 속에서 벌어진 일이 된다. 

갑자기 TV 속 인물들이 한태주에게 말을 걸어오고, 응급한 상황인 듯 의사가 긴급히 응급처치를 하는 소리들이 그 1988년으로 돌아간 한태주에게 무시로 틈입해 들어온다. 그래서 그는 조금씩 의심하게 된다. 자신이 타임리프를 한 게 아니고, 의식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망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저편에서 “이제 곧 끝난다”며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의 주인공 안민식(최진호)이 한태주의 눈앞에 나타나면서 의식과 무의식은 아슬아슬한 경계 사이에 서게 된다. 

김경세(김영필)와 신철용의 살해 용의자가 되어 도주한 강동철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한태주와 그 팀원들이 남모르게 수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이 사건을 맡은 안민식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한태주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통해 그 안민식이 의식을 잃은 자신을 수술해 깨어나게 해줄 수 있는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는 그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한태주가 갖게 되는 딜레마다. 그는 안민식이 무의식 혹은 망상이라고 부르는 이 1988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연분을 부정하지 못한다. 긴박하게 한태주를 부르는 윤나영(고아성)과 조폭들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두드려 맞고 쓰러져 가는 강동철과 동료들을 향해 그는 달려간다. 안민식은 이제 거의 다 됐다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지만.

그 장면은 그래서 현실의 안민식이라는 의사가 한태주의 뇌를 수술함으로써 그 무의식 속의 망상을 제거하는 장면으로도 읽힌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달려가며 하나씩 꺼져가는 불빛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눈을 뜬 한태주는 과연 의식을 깨고 현실로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 무의식 속에서 동료를 구하러 갔다 구사일생으로 깨어난 것일까. 

<라이프 온 마스>가 놀라운 작품이라는 건, 한태주가 겪는 그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갈등을 시청자들도 똑같이 느끼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저 1988년도의 강동철과 윤나영 같은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 한태주가 조금씩 느끼게 되는 감정선의 변화를 시청자들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태주가 이대로 의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딘가 못내 아쉽게만 느껴진다. 

즉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식을 잃은 형사라면 의식을 되찾고 깨어나는 것이 해피엔딩이 되는 것이지만, <라이프 온 마스>는 의식을 잃고 가졌던 무의식의 시간들과 그 곳에서 만난 인물들과의 사건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차라리 이 망상이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한태주가 망상에서 깨어나는 걸 아쉬워하는 대목은, 아마도 이제 2회만을 남겨 놓고 있는 <라이프 온 마스>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과 겹치는 부분일 게다. 어느 새 마지막회를 향해 가는 이 드라마의 매력적인 망상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것. 원작 자체도 명작이지만, 리메이크가 하나의 새로운 창작처럼 여겨지는 <라이프 온 마스>의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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