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너사', 발연기야 그렇다치고 대본·연출은 왜 이러나

tvN 새 월화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는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그 첫 번째는 이 작품의 원작이 2009년부터 연재된 일본 만화라는 점이다. 물론 일본 만화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가 모두 실패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일본 원작들이 그 정서적 차이를 넘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본 바 있고, 게다가 2009년 시작된 작품으로서 무려 8년의 시차를(작품에 대한 느낌은 시청자들의 변화에 의해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우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사진출처:tvN)'

하지만 무엇보다 큰 불안감은 캐스팅이었다. 물론 남자 주인공 강한결 역할로 이현우가 자리하고 있어 그나마 어떤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그를 둘러싼 중요한 배역들이 조이, 이서원, 홍서영, 성주, 신재민, 장기용 같은 연기 검증이 거의 되지 않은 신인들로 채워졌다는 건 너무 모험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연기라는 것이 한 사람이 잘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상대역들이 같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 아무리 베테랑 연기자들도 같이 망가질 수 있는 게 연기가 아닌가. 

실제로 <그거너사>에서 여주인공 윤소림 역할을 맡은 조이의 연기 문제는 첫 회부터 드러났다. 사실 이 역할은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요구한다. 처음 만난 윤소림에게 돌직구 호감을 표현하며 다가가는 모습은 잘못 연기하면 뜬금없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느냐는 식으로 툭 던지며 들어오는 윤소림이 공감가려면 그 캐릭터가 본래 그런 성격이라는 걸 충분히 납득시켰거나 강한결과의 우연적 관계 속에서 그녀가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히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거너사>는 대본을 통해 윤소림이라는 캐릭터에게 그런 정도의 인상적인 캐릭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아 무대 공포증이 있고,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자라 공부 빼고는 뭐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며,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 정도가 그녀가 그나마 보여준 캐릭터였다. 

역할 자체가 쉽지 않은데 그걸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 조이가 해낸다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조이가 연기를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녀의 연기는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미숙함을 드러낸다. 어떨 때는 지나칠 정도로 방긋방긋 웃고, 어떨 때는 또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런 감정 표현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이 캐릭터의 심경과 어울려 어떤 공감대 속에서 조절되지 않으면 안정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캐릭터가 너무 감정변화가 급박하게 마구 드러나는 듯 보이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조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인 연기자들이 비슷한 문제들을 갖고 있다. 채유나 역할의 홍서영도 그렇고, 강한결과 같은 크루드플레이 멤버이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기타리스트 이윤 역할의 신제민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연기는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소리만 지를 뿐 그것이 감정적인 공감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물론 이런 과감한 신인 캐스팅을 했다면 대본과 연출이 이들의 이미지와 성격 등을 충분히 분석해 그걸 캐릭터와 맞춰주는 작업을 했어야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본도 자연스러운 흐름보다는 우연적 요소들이 겹쳐져 덜컥되는 느낌이 강하고, <라라랜드> 같은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하려 시도한 연출은 어색하다. 

연기에서 대본, 연출까지. <그거너사>는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1.5%(닐슨 코리아)로 초라하게 시작한 시청률이 2회에 1.3%로 떨어진 건 당연한 결과다. <또 오해영> 같은 작품으로 tvN 드라마가 월화 시간대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던 그 때를 떠올려보면 <내성적인 보스>에 이어 <그거너사>로 이어지는 난국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의 무모한 모험으로는 그간 애써 힘겹게 쌓아놨던 tvN 드라마의 이미지만 깎아먹을 뿐이니.

‘아버지가’ 이준, 출생의 비밀 아닌 자신을 찾아가는 길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는 일찌감치 안중희(이준)라는 연기자의 출생의 비밀이 공개됐다.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아버지는 수원 외곽에서 아빠분식을 운영하는 변한수(김영철)였던 것. 드라마는 굳이 아버지의 존재를 알면서도 찾지 않으려 하던 안중희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아버지가 이상해(사진출처:KBS)'

드라마에서 보통의 ‘출생의 비밀’ 코드란 부모의 존재를 모르는 자식이 뒤늦게 부모를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인생도 바뀌는 그런 이야기를 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안중희는 이런 코드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한 연기자이고 부모가 살아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다만 찾지 않았을 뿐. 

그런 안중희가 새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이유는 연기 때문이다. 그잖아도 발연기로 흑역사를 쓰고 있는 상황. 아버지와의 관계를 담은 배역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그로서는 제대로 배역에 몰입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오디션에서 떨어진 그는 좌절한 채 술에 취해 감독에게 전화를 해 자신이 배역을 위해 아버지까지 찾고 있다는 연기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하면서 재차 오디션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그가 아빠분식을 찾아 아버지를 만나는 그 목적은 새삼스런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연기’ 때문이라는 표면적 이유로 제시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마음을 먹게 되면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이 몹시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어떤 옷을 입고 갈까를 고민하고 어떤 선물을 들고 갈까를 고민한다. 

겉으론 연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쿨한 척 하지만 사실은 그 역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회한, 미움 같은 감정들이 저 밑바닥에 꾹꾹 눌려져 있었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실을 오롯이 드러내는 건 그가 아버지를 떠올리며 진심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할 때다. 그간 그의 발연기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이들은 그의 이런 연기에 놀란다.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안중희라는 캐릭터가 독특한 점은 그가 연기와 실제 사이에 놓여져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그건 분리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기란 실제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발연기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안중희의 연기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럽게 실제 현실을 바꿔나가는 기폭제가 된다. 그리고 그 실제의 변화는 그의 연기 또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또한 <아버지가 이상해>라는 주말드라마가 여타의 주말드라마와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주말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항상 정해져 있다. 그것은 가족애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어떤 캐릭터에 입혀 다른 방식으로 전하는가가 중요해진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가족애를 안중희 같은 연기자가 걷는 연기의 길을 통해 전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것은 가족애를 찾는 지점이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이 드라마가 꺼내놓은 안중희의 과거사는 그래서 ‘출생의 비밀’ 코드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혹자 똑 떨어져 나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개인주의적인 삶이지만, 그래서 가끔은 우리가 나고 자랐던 그 가족이라는 본질을 잊고 사는 게 우리들이 아닌가. 그걸 찾아내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나 자신을 발견하고 또한 성장시킬 수 있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이상해>가 하려는 이야기가 그저 통상적인 가족애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어떤 현실적인 공감대를 가져가는 건 안중희라는 발연기 연기자의 캐릭터가 남 이야기처럼 여겨지지 않는 부분 때문이다. 누구나 스스로 써나가는 삶의 무대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신은 혼자라며 그 뿌리를 부정함으로써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당당히 서서 제 삶을 제대로 연기해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건 어쩌면 자신을 구성하는 그 본질들과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안중희가 앞으로 걸어갈 아버지를 향한 길이 몹시도 궁금해지는 이유다.

<판타스틱>, 주상욱 판타지가 통하는 까닭

 

나 우주대스타 류해성 유서를 남긴다. 이소혜와의 지난 100년은 행복했다. 12명의 자식들과 50여명의 손주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너희들과 함께 한 시간 즐거웠다. 100편이 넘는 훌륭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기뻤고 특히 시작과 끝을 갓소혜 작가의 작품으로 할 수 있어서 우주 최고로 행복했다. 30여개의 남우주연상 감사합니다. 특히 오스카는 기억에 남네요. 아 칸느와 베니스 영화제도 좋았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스칼렛 요한슨을 비롯한 할리우드 여배우들 이제 나 좀 그만 미워해. 나한테 이소혜 뿐인 걸 어떡해.’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유서라고 하면 어딘지 침울해질 것 같지만 이 남자 유서로도 웃긴다.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류해성(주상욱)은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소혜가 쓴 유서를 보고는 자신도 유서를 남긴다. 그런데 그 유서 내용이 엉뚱하다. 그건 지나간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유서를 빙자해 앞으로 올 미래를 마음껏 그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서를 통해 현재를 정리하기보다는 미래를 계획한다. 향후 100년은 이소혜와 행복하게 살 것이고, 우주대스타라는 칭호에 걸맞게 세계적인 배우가 될 거라고.

 

물론 그건 꿈같은 이야기고 현재의 발연기를 살짝 넘어서 그나마 손연기정도를 하고 있는 류해성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한 바탕 마음껏 상상해보는 건 자유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읽어본 사랑하는 사람이 유서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류해성의 말도 안 되는 유서는 그래서 말이 된다. 죽음에 대한 과도한 비장함을 한결 덜어내는 일이 유서를 미리 써보고, 관 체험을 하는 이른바 웰다잉의 전제조건이니.

 

<판타스틱>이 암 선고를 받은 이소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어두워지고 무거워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녀가 쓰러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만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비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여기 류해성이라는 발연기 자칭 우주대스타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 긍정적이고 밝은 데다 심지어 자기애가 우주적이라 함께 있는 사람들을 결코 비장함이나 진지함에 빠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마음 아파하고 힘겨워 할 수 있는 상황들을 그는 애써 밝게 만들어낸다.

 

이소혜의 무거움을 류해성의 가벼움으로 중화시키는 <판타스틱>의 균형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이 깨지게 되면 지나치게 무거움 속으로 가라앉거나, 혹은 너무나 가벼워 들여다볼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류해성을 발연기 액션 배우로 세운 점은 꽤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가 만약에 이토록 심각한 상황을 정극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한없이 죽음이라는 무거움 속으로 침잠하지 않았을까.

 

만일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고 우리가 거기 주인공들이라면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떤 연기를 할 것인가. 물론 그것은 진지한 것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어쩌면 지나친 일일 수도 있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진지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상황에서는 발연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무거움을 깨는 류해성의 발연기는 그 어떤 정극의 그것보다 더 유쾌하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판타스틱>의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류해성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죽음으로 상정되어 있지만 그 같은 절박하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해성처럼 웃음을 주는 존재는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다. 힘겨워 유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 유서조차 미래에 대한 황당하지만 낙관적인 계획들로 채워주는 인물. 류해성이 가볍고 발연기를 하는 캐릭터라도 판타지로 다가오는 이유일 게다

<배우학교>, 다큐 찍은 박신양, 예능 하려던 유병재

 

그저 그런 연기 오디션이나 연기를 소재로 한 예능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졌던 시청자들이라면 tvN <배우학교>의 첫 방송이 사뭇 낯설게 다가왔을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여기 출연한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물론 스스로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건 그만한 용기를 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점은 이만큼의 진지함과 압박감을 요구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배우학교(사진출처:tvN)'

첫 회만 두고 얘기하자면 <배우학교>는 예능이라기보다는 다큐에 가까웠다. 박신양은 진심으로 그 학교를 찾아온 출연자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주려 했고 그래서 그 첫 번째 관문으로서 자기소개 시간에 왜 연기를 하려는가에 대한 압박질문을 던졌다. 처음 자기소개를 하러 나온 남태현에게 집요하게 왜 연기를 하려는가를 물었고, 자꾸만 머뭇거리며 회피하려 하는 속 얘기를 결국은 꺼내게 만들었다. 자신의 연기력 논란에 드라마 제작진들부터 연기자들까지 모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고 최소한 그런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이토록 압박감과 긴장감을 유발하고 첫 모습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눈물까지 흘리는 이 장면은 <배우학교>가 향후 어떤 모습의 프로그램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박신양의 어찌 보면 가혹하다싶을 정도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 독한 질문들은 일종의 화두였다. 지금껏 어찌어찌해 캐스팅된 연기를 하기는 했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 연기란 무엇이고 나는 왜 연기를 하려하는가에 대한 연기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유병재는 아마도 자신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해왔던 대로 이 프로그램 역시 배우수업이라는 상황에서의 재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병재의 이 생각이 깨지는 건 단 몇 분 간의 질문세례면 충분했다. 박신양에게 심지어 자신이 선생님으로서 합격시켰다는 식의 무례한 얘기까지 꺼낸 건 분명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그 말은 웃음이 아닌 무거운 분위기로 돌아왔다. 결국 거듭된 박신양의 질문 속에 압박감을 느낀 유병재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유병재를 데리고 침대가 놓여져 있는 숙소로 간 박신양은 그를 다독이며 마음을 가라앉히게 해주었고, 그날 밤 그에게 두 번째 주어진 자기소개 시간에는 훨씬 더 차분한 목소리로 왜 연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게 했다. 발표하는 것 자체가 훨씬 편해진 그에게 박신양은 연기 또한 그렇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잘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결국 박신양이 압박질문을 통해 하게 했던 자기소개 시간은 사실은 여기 참가한 출연자들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고 또 단단한 껍질을 깨고 그 속살을 드러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연기가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과정이라면 먼저 자신을 제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박신양의 첫 수업은 그래서 연기자라면 가져야 될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끄집어낸 시간들이 될 수 있었다.

 

<배우학교>는 결코 웃기려는 예능이 아니라는 것을 첫 방송은 보여줬다. 예능을 하려던 유병재를 진지한 연기의 세계로 이끄는 박신양의 진심이 느껴졌다. 물론 상황 자체가 웃음을 유발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는 웃음보다는 눈물과 땀이 더 느껴질 예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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