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배성우·배종옥, 최고의 경찰부부가 중징계라는 건

“짜증나 진짜. 앞으로 나보고 열심히 살란 소리 하지마. 맞잖아. 엄마 아빠처럼 열심히 살면 뭐하냐? 결과가 고작 이건데. 솔직히 말해서 엄마 같은 정직한 경찰이 어딨냐? 근데 그런 사람들한테 조직이라는 게 상은 못줄망정 중징계나 주고.”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서 오양촌(배성우)의 딸 오송이(고민시)의 볼멘소리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부모에 대한 존경이 들어있다. 표현은 제 아버지를 닮아 퉁퉁거리지만 그 말 속에는 열심히 살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경찰로서의 아빠,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는 것. 

동네에 출몰한 연쇄강간범을 힘겹게 잡았지만, 너무 늑장수사를 했다는 여론에 경찰이 질타를 받자, 수뇌부는 비겁하게도 이 사건을 해결한 안장미(배종옥)를 희생양으로 내세운다. 자기들 모가지 지키려고 안장미에게 모든 책임을 떠안겼던 것.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일찌감치 꾸리자고 했던 건 안장미였고,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 그 윗사람들이었다. 

물론 남녀 성차별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안장미를 희생양으로 세우는 그 자리에 있는 윗사람들이 모두 남자들이라는 점은 에둘러 이 문제를 부각시킨다. 현장을 뛰며 힘겹게 그 자리까지 올라온 안장미지만 비겁한 윗사람들의 책임 떠넘기기로 그는 그간의 고과들을 모두 날리게 되어버렸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안장미를 이혼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후로 더 살가워진 전 남편 오양촌이 위로한다. 그러고 보면 오양촌 역시 억울하게 중징계를 먹었다. 바다에 뛰어든 사람을 구하러 뛰어들었지만, 그가 잘못된 줄 알고 따라 들어간 사수가 목숨을 잃고 그는 억울하게도 음주상태였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썼다. 오양촌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찰부부”가 둘 다 “중징계”라며 허탈한 마음을 애써 웃음으로 털어내려 했다. 

<라이브>는 물론 경찰들의 ‘실상’을 담는다는 기획의도에 따라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여기서 한 가지 보이는 점은 분명하다. 일선에서 뛰는 경찰들이 힘겨워지는 건 그 사건현장도 현장이지만 경찰들에게 불리한 법 조항이나 경찰 내의 부조리한 시스템들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나쁜 놈들을 때린 죄로 독직폭행으로 경찰직을 파면당하고 경비원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주민의 차를 대신 주차하려다 사고까지 내자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경찰의 이야기나, 경찰서에서 자해한 주폭 때문에 독직폭행 누명을 쓰게 된 경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가 무릎까지 꿇는 경찰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들이 이렇게 된 건 어찌 보면 열심히 일했던 것 때문이 아닌가.

대장암에 걸렸지만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얘기하지도 못하는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 그가 수술을 통해 말기가 아니라 1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소식을 들은 경찰들이 모두 환호하는 장면은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긴다. 암을 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 거기에는 암 걸리게 만드는 현실에 억울해도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그들의 쓸쓸한 모습 같은 게 묻어난다. 

그런데 이게 어디 경찰사회에서만의 이야기일까. 아마도 권력이 스며들어 있는 우리네 사회 시스템 속에서는 어디서나 발견되는 일일 게다. 저 오양촌의 딸이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봐야 뭐하냐”는 이야기를 우리의 후세들의 입을 통해 듣지 않으려면.(사진:tvN)

‘예쁜 누나’ 서정연과 ‘라이브’ 배종옥, 이 멋진 언니들

‘예쁜 누나’ 위에 ‘멋진 언니’가 있다?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가 있다면, 그 위에는 은근히 무뚝뚝한 척 그를 돕는 ‘멋진 언니’ 정영인(서정연) 부장이 있다. 깐깐하고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이 인물은 이 막돼먹은 회사 남자 상사들로부터 윤진아를 은근히 보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해 다른 남자 상사들(심지어 대표까지)도 쉽게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그가 회식자리에서 윤진아를 위해 보인 모습은 그 속내를 드러낸다. 늘 그러했듯 ‘개저씨’ 공철구(이화룡) 차장이 와서 윤진아를 부르며 고기를 구우라고 지시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를 거부해 싸해진 분위기. 공철구가 회사 내 위계질서가 엉망이라고 대표에게 성토하자, 정영인은 남자 직원을 불러 고기를 구우라 지시하면서 이런 위계를 말하는 거냐고 되묻는다. 

서준희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변화한 윤진아. 회식자리에서 늘 보이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인 윤진아에 대해 정영인은 오히려 “윤진아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자신이 더 고맙다고 말한다. 그는 윤진아에게 “훌륭하다”며 눈치 빠르게 “너 요즘 연애하지?”하고 묻는다. 예뻐졌다는 것. 정영인이 말하는 예쁘다는 표현은 그래서 중의적으로 들린다. 하나는 실제로 연애하는 사람이 보이는 예뻐짐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달라진 삶의 자세가 보여주는 예뻐짐이다. 

정영인이 윤진아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미루어 그가 이 성차별이 가득한 회사에서 어떻게 버텨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남다른 철저함과 빈틈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일처리, 게다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 얼굴은 그가 부장 자리까지 오면서 겪었을 많은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게 든든하게 서 있는 정영인이 윤진아에게는 하나의 버팀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의 안장미(배종옥) 역시 정영인 같은 ‘멋진 언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경찰생활에서 악착 같이 일해 여청계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 되었다. 관내에서 벌어지는 연쇄 성범죄를 수사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항상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게는 이제 막 새로 들어온 한정오(정유미)가 그래서 마치 자신의 옛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일 수 있다. 그래서 한정오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면서 안장미는 “너랑 호흡이 잘 맞았다”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장미의 ‘멋진 언니’ 역할은 경찰로서만이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도 톡톡하게 드러난다. 그건 이미 과거 한정오가 성폭행을 당했을 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던 안장미가 툭툭 던지는 인생 조언 속에 담겨진다. 한정오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으로부터 이제는 멀쩡하다며 트라우마가 없는 자신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안장미는 이렇게 말한다. “트라우마가 꼭 생겨야 돼? 사건 당한 것도 억울한데 꼭 괴롭기까지 해야하냐고. 난 그것도 다 편견 같은데. 심플하게 생각해. 넌 그냥 그 일이 벌어진 걸로 받아들인 거야. 사건이 났고 넌 잘못이 없고 시간은 지났고 현재 넌 경찰이 된 거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나 <라이브>는 모두 여성 주인공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들만큼 시선이 가는 건 그들 위에 먼저 그 현실을 살았던 선배 언니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한 만큼 부하 직원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는 경우가 현실에는 더 많다. 하지만 자신이 당한 일을 후배들은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어떤 롤 모델이 되어주는 선배 언니들도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그들의 쉽지 않은 노력들이야말로 진짜 세상을 바꿔가는 힘일지도.(사진:JTBC)

'라이브', 배종옥의 한숨에 깊이 공감하는 까닭

술만 마시면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하지만 정작 그의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부인한다. 당장 아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폭력 때문에 고등학생인 아이들은 집으로 들어가는 걸 두려워한다. 그들에게 집은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다. 도망치고픈 지옥일 뿐이다. 이제 신입경찰 한정오(정유미)는 어떻게든 설득해 그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이라도 지켜주고 싶지만,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부인하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가 최근 보여주는 사건들은 사실 너무 끔찍해 계속 들여다보기가 힘들 정도다.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은 피해사실을 숨긴다. 피해사실을 꺼내놓아도 당장 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그 집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이 아이들은 산에 갔다가 연쇄 강간범에게 강간까지 당한다. 언니는 돌에 맞아 쓰러지고 동생은 묶인 채 성폭행을 당한 것.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도 피해사실을 부인한다. 집에서도 그러했듯이 피해사실을 말하고 신고해도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걸 연거푸 경험하고는 이내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다. 

한정오는 그 강간사건이 남 일이 아니다. 자신도 과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한들에게 성 폭행을 당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그 피해사실을 숨겼다. 그저 기억을 지워내려 몸을 씻고 또 씻었을 뿐이다. 강간사건을 겪은 자매들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는 동생의 몸을 씻어주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피해사실이 사라지거나, 기억이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한참 세월이 지났어도 한정오는 여전히 그 날의 그 기억을 하나도 지워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실종된 줄 알았던 아이는 친구 집에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양아버지가 아이의 몸을 만졌다는 것. 그게 싫었던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아이의 친구는 자기 집에 그를 숨겨주었다. 결국 양아버지는 붙잡혀 수사를 받게 됐지만 그는 과거에도 성추행 사건에 연루가 되었지만 폭행 흔적이 없다며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강남일(이시언)의 말대로 “만진 것 자체가 폭행”이지만 처벌은 받지 않게 되었던 것.

가해자는 버젓이 살아가고 피해자는 힘겨워하는 현실은 경찰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이제 정년퇴직을 한 달여 남긴 이삼보(이얼)는 지역 유지의 아들이 촉법소년들을 사주해 벌인 폭력에 깊은 상처를 얻었다. 그건 몸에 난 상처보다 경찰 말년에 갖게 된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결국 지구대가 전부 나서서 폭력을 저지른 촉법소년들과 유지의 아들까지 잡았지만, 그 아버지는 자신이 누군지 아냐며 오히려 으름장을 놓았다. 

어린 아이들이니 선처해달라는 가해자 쪽의 변호사의 회유에 이삼보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끝까지 간다는 것. 그래서 가해자가 그 죄에 대한 대가를 받게 할 거라고 했다. 그러자 그 지역 유지는 자신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맞섰다. 그런데 이삼보는 오히려 그 유지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아이가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경찰인 자신들도 그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면서, 그러니 세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것에 아이가 분노했을 거라고. 적어도 아버지만큼은 아들의 그 손을 잡아주라는 것이었다.

이삼보는 그렇게 그 아이의 입장을 이해했지만, 그러면서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사적인 감정 때문에, 복수심으로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진짜 따뜻한 이삼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 사건의 끝은 어떻게 될까. 가해자는 처벌을 받게 될까. 피해자의 상처는 제대로 아물 수 있을까. 어찌 된 일인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어버린 분통터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단지 이건 감정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도대체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또 다시 생겨날 피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기게 되자, 오히려 강간범에 의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안장미(배종옥)의 한숨이 더 깊은 공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tvN)

‘라이브’, 이제 홍일지구대 사람들이 달리 보인다

“열라 목숨 걸고 처맞고 일해도 결국에는 그런 놈들 한두 명 때문에 우리 경찰들 다 싸잡아서 비리경찰, 짭새, 양아치 경찰 소리하는 거 한두 번 들어?”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서 은경모(장현성)는 오양촌(배성우)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부사수였던 이주영(장혁진)이 도박단과 성매매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버려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오양촌을 나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양촌의 분노는 공감할만한 일이었다. 그래도 한때 함께 일 해왔던 부사수였기에 배신감이 더 컸던 것이다. 게다가 이주영은 오양촌의 사수가 사고로 죽었을 때 오양촌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증거물이었던 블랙박스를 감사실에 넘기지 않았던 전적이 있다. 결국 오양촌은 이주영을 챙기기 위해 지구대로 강등되는 걸 감수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 배신감이 얼마나 더 컸겠는가.

<라이브>에서 오양촌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 같은 존재다. 그는 사수를 잃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고, 아내 안장미(배종옥)의 요구에 의해 결국 이혼까지 했다. 젊은 시절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이순재)는 이제 힘이 다 빠져 마치 사죄하듯 엄마의 병실을 다니는 것이 일과가 됐다. 결국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엄마의 연명치료를 끊어버리려고까지 한다. 그것이 자신들 마음 편하려고 하는 짓일 뿐이라고 한탄하며.

알 수 없는 분노가 가득하고, 모든 일들이 꼬여버린 듯한 상황이 바로 오양촌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은경모는 그에게 아픈 이야기를 쏘아댄다. “네가 경찰 레전드라고? 야, 웃기지 마. 넌 아무 것도 아냐. 내가, 동료가 의지할 수 있는 놈도 아니고 안장미가 남편으로서 의지할 수 있는 놈도 아니고, 너는 그냥 동료, 여편네 걱정이나 시키는 성질 더러운 덩치 큰 애새끼야. 알아?”

그래서 화가 가득한 이 인물에게 어떤 불편함을 느끼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들여다볼수록 이 인물이 가진 아픔이나 분노에까지 공감하게 된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뒤틀어져버린 세상의 많은 이들이 어쩌면 ‘분노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든 경찰 이삼보(이얼)가 앙심을 품은 고등학생의 사주에 의해 촉법소년들이 벌인 폭력에 가차 없이 당하는 장면은 단적이다. 

이제 나이 들어 대적할 힘이 없어 두들겨 맞은 일을 이삼보는 애써 숨기려 한다. 이제 시보로 부사수가 된 송혜리(이주영)에게조차 그는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늙은 사수’ 때문에 사건다운 사건을 맡지 못한다는 송혜리의 푸념에 발끈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과거처럼 혈기 넘치는 젊은 경찰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핸드폰에는 송혜리를 ‘내 마지막 시보’라고 적어놓는 그 마음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라이브>가 보여주는 경찰의 모습은 우리가 늘 봐왔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삼보처럼 나이 들어 두들겨 맞는 경찰의 모습이 그렇고, 오양촌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강등되는 경찰의 모습이 그러하며, 안장미처럼 경찰생활이 가진 특징 때문에 가정적이지 못한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같이 살아가는 경찰이 그렇다. 하는 일들도 엄청난 강력 사건만이 아니라 밤이면 주폭들에 의해 벌어지는 시비를 말리느라 온 몸에 멍이 드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어딘지 거칠고 현실에 적응을 못하며 날뛰는 듯 보이는 오양촌의 분노와 상처가 불편하면서도 점점 공감하게 된다. 물론 은경모가 말하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게 진정한 레전드 경찰의 모습이겠지만,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에서 어떤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진다. 바로 이 지점이 <라이브>가 그리려는 있는 그대로의 경찰의 모습이 아닐까. 늘 상 아픈 사건들을 들여다봐야 하는 그 직업적 특성상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아픔과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이들이라는 것.(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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