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버킷리스트 (6)
주간 정덕현
, 시한부에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JTBC 금토드라마 에서 이소혜(김현주)는 말기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 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시한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을 밀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실현해가는 이야기다. 사실 무수히 많은 시한부 설정의 이야기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두 가지의 선입견이 먼저 떠오른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반복됐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 두 이야기 설정에 극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된 이야기는 식상하다. 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내놓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이 초반 일찌감치 이소혜의 시한부 판정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
이 처럼 아버지를 다뤘어도 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 개인으로서의 아버지가 살아낸 한 시대를 휴머니즘에 입각해 그려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산업화의 역군으로서의 아버지의 희생만 강조한 채 그 이면에 놓인 어두운 시대의 질곡들은 말끔히 세탁되어 있어 지나친 편향으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독은 현대사를 다루면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에는 배제의 의미도 들어있다.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즉 백만을 선택해서 보여주면 흑이 배제된다. 감독은 지나친 이념화를 우려해 흑을 배제한 채 백만을 선택해 보여줬다고 말하는 셈인데, 이것 자체가 흑백 논리를 전제한 발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
, 뻔해 보여도 눈을 뗄 수 없는 까닭 는 전형적인 KBS표 주말드라마다. 여전히 대가족이 등장하고 자식들은 저마다 부모 맘 같지 않아 속을 썩인다. 가족 갈등은 드라마의 메인 테마이고 거기에 신데렐라 상황과 결혼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이 정도는 KBS 주말드라마의 공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무수히 많이 봐왔던 가족드라마와 는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이 드라마는 한 번 보면 눈을 떼기가 어렵다. 거기에는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불효자식들’의 ‘부모 맘 몰라주는’ 행동들이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고, 또 언제나 늘 그렇듯이 도움을 주던 부모라는 존재를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이 뻔해 보이..
폐지 논의, 과연 소재고갈 탓일까 이 4년여 만에 폐지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에서부터 마라톤, 그리고 하모니 같은 초창기 이 보여주었던 참신한 기획들과 호평을 떠올려보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한 처지에 몰리게 되었는가가 의아할 정도다. 항간에는 소재 고갈과 시청률 저조가 그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폐지 논의의 원인일까. 지난 주 있었던 윤형빈 혼수 논란은 어찌 보면 현재 이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멤버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동료들이 선물을 하는 것은 그다지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사적인 일이 공적인 방송을 통해 나가게 될 때는 거기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 하하의 결혼에 즈음해 했던 축의금 콘셉트..
뻔한 소재 '여인의 향기'의 깊은 여운, 그 이유 '여인의 향기'에서 암 선고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연재(김선아)는 아직 죽지 않았다. 물론 언젠간 죽을 것이다. 그것은 빨리 올 수도 있고 아주 천천히 올 수도 있다. 누구나 다 그런 것처럼. 하지만 연재의 삶은 달랐다. 암 선고를 받은 후 시한부로 삶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녀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새삼 주변 사람들을 다시 돌아본다. 그러자 거기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자신의 삶이 달리 보인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아득바득 버티는 삶을 살았던가. 그 흔한 여행 한 번 못가보고 좋은 옷 한 벌 사 입어보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쥐꼬리만 한 월급에 목매며 살아온 자..
'여인의 향기', 멜로를 벗어나야 희망이 보인다 영화 '버킷리스트'에서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병실을 빠져나와 그간 꿈만 꾸고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들은 알게 된다. 삶이란 것이 길든 짧든 그렇게 뭔가를 해보는 그 과정이라는 것을.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지금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여인의 향기'의 모티브를 따온 알 파치노 주연의 동명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 영화에서는 장님이 된 퇴역장교가 자살여행을 떠나는 얘기가 나온다. 여행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죽으려던 것. 하지만 그렇게 해보니 삶에 대한 애착이 생겨난다. 탱고는 바로 그런 열정이었다. 보이지 않아도 삶은 그렇게 빛날 수 있다. 장님인 슬레이드(알 파치노)는 아이러니하게도 멀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