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드라마 성격 드러낸 연기대상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치러진 연기대상에서 KBS, SBS, MBC는 각각 유동근, 전지현, 이유리에게 대상을 안겼다. 대상은 결국 그 해의 각 방송사가 제작한 드라마 중 가장 큰 의미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유동근에게 대상을 안긴 KBS<정도전><가족끼리 왜 이래>, 전지현이 대상을 받은 SBS<별에서 온 그대>가 그리고 이유리가 대상을 수상한 MBC<왔다 장보리>2014년 각 방송사들에서 가장 큰 의미로 남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SBS연기대상(사진출처:SBS)'

흥미로운 건 이들 작품들은 각 방송3사의 드라마 색깔을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KBS<정도전><가족끼리 왜 이래>가 말해주는 것처럼 전통적으로 주말 저녁에 해왔던 정통사극과 가족드라마가 가장 큰 강세를 보여왔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청층에 소구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의 성격상, 시청률을 가져가는 드라마의 성격도 결국은 그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도전>의 성공으로 KBS는 오는 2월부터 <징비록>을 준비 중이다. 유성룡의 저작 <징비록>을 바탕으로 임진왜란 발발 이전부터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까지를 다룬다고 한다. <정도전>에 이어 <징비록>이 성공을 거둔다면 향후 정통사극의 부활을 알리는 새로운 사극의 전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끼리 왜 이래>는 현재 방영중인 작품으로 이미 40% 시청률을 넘기며 여전히 굳건한 KBS 주말드라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도 이 힘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현이 대상을 받은 <별에서 온 그대>는 장르물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왔던 SBS 드라마의 성격을 압축하고 있다. SBS 드라마는 장르물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섞는 이른바 복합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스릴러에 멜로, 가족, SF, 판타지까지를 두루 엮어 독특한 색깔의 한국적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은 SBS의 이런 시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쓰리데이즈><신의 선물-14> 같은 본격 장르물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역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가능성을 보인 후 <피노키오>로 이어지는 복합 장르물에 대한 색깔은 확실히 SBS가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는 전통적으로 사극에 강했지만 올해는 작년 <기황후>에 이어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MBC<왔다 장보리>를 통해 주말 밤 시간대를 선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힘은 지금 현재 <전설의 마녀>로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막장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MBC<왔다 장보리> 같은 조금은 자극적이지만 스토리 전개에 힘을 얹는 드라마들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2014MBC가 상대적으로 장르물의 도전이 약했던 건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전통적인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가 주중드라마로 채워졌다는 건 그만큼 MBC의 드라마 선택이 도전과 시도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시청률에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개과천선>이나 <오만과 편견> 같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는 건 MBC의 여전한 저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이 저물고 2015년이 새롭게 열렸다. 한 해의 성과를 시상하는 연말 시상식도 끝이 났다. 방송3사 연기대상은 그 방송사들의 드라마 색깔을 가늠하게 해준다. 색깔이 확실한 만큼 남는 아쉬움도 다르다. 사극과 가족드라마에 힘을 얹은 KBS는 좀 더 장르물에 대한 시도가 있기를 바라고, 복합장르물에 힘을 보여준 SBS는 현재의 힘을 유지하면서 좀 더 보편적인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MBC는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웠던 과거의 명성에 걸맞는 참신한 사극과 장르물의 시도가 아쉽다. 2015년은 방송3사가 이런 아쉬운 면들을 채워 좀 더 풍성한 드라마들을 선보일 수 있기를.

 

<피노키오>, 제2의 <너목들>? 그 이상인 까닭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 범죄를 다루면서 타인의 속내를 읽어내는 초능력과 그 과정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까지를 다 잡은 이른바 복합장르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박혜련 작가가 다시 들고 온 <피노키오>라는 작품을 대중들이 기대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피노키오(사진출처:SBS)'

기대한대로 <피노키오>는 그 첫 회만으로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만큼의 잘 봉합된 복합장르의 틀을 보여주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져왔다면 <피노키오>는 기자라는 직업을 다루었다. 다루는 내용도 사회적 범죄에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언론의 문제로 바뀌었다. 남다른 명석한 두뇌와 암기력의 소유자인 최달포(이종석)와 벌써부터 핑크빛 기류를 만들고 있는 최인하(박신혜)와의 멜로도 있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단순한 복합장르때문이 아니다. 이런 복합장르를 통해 이 작품이 전하려는 이야기가 가진 힘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피노키오>가 첫 회에 던져놓은 것은 거짓말이라는 화두다. MSC 보도국의 송차옥(진경)은 기자로서 진실 그 자체보다는 보도의 효과에 더 집중하는 거짓말을 대변하는 기자다. 그녀의 캐릭터는 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팩트보다 중요한 게 임팩트야!”

 

최달포는 바로 이 송차옥의 거짓말 보도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고 섬 마을로 들어와 자란 인물이다. 그런데 달포는 자신을 아들로 착각하는 최공필(변희봉)에게 거짓으로 아들인 척 함으로써 결국 입양된다. 거짓말로 피해를 본 인물이지만 그는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기자가 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거짓말의 효용도 알지만 폐해도 알고 있는.

 

반면 최인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갖고 있어 거짓말 자체를 못하는 인물이다. 그래서는 그녀는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다. 그녀의 등장인물 소개란에는 이런 재치있는 인물설명이 들어있다. ‘변호사, 국회의원, 작가, 배우, 그 어떤 직종도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기자가 된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초능력을 가졌다면 <피노키오>는 역발상이다. 초능력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능력의 부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능력의 부족일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초능력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실 거짓말의 유혹이란 인간으로서는 도무지 넘기 힘든 한계처럼 여겨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 또 다른 능력이 될 수 있다.

 

결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그러했듯이 <피노키오>가 다루는 것 역시 소통의 문제. 아예 대놓고 기자들을 등장시켜 언론과 진실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건 그만큼 진일보한 <피노키오>의 야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유독 사건사고와 논란이 그리도 많았던 올해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체를 통해 매번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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