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너무 잔인하고 불편해서 못 보겠다?

 

웹툰과 드라마의 차이 때문일까. 웹툰으로서는 괜찮게 보였던 것이 드라마로 보니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진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시청자들은 허름한 고시원에 드글드글한 싸이코패스들을 보는 것이 너무나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너무 잔인하고 분위기가 으스스한데다 징그러움까지 더해져 그 곳이 진정 지옥처럼 여겨져서다.

 

물론 이건 <타인은 지옥이다>가 이 이상한 고시원을 통해 그리려는 세상의 모습일 게다. 타인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별다른 불편함을 주지 않지만, 숨소리 하나까지 공유되는 고시원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게 되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고시원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 못해 살인마들이다.

 

드라마는 그 고시원에 들어가게 된 윤종우(임시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온전히 윤종우의 입장이 되어 그 고시원이 주는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첫 날부터 섬뜩함을 줬던 조폭아저씨 안희중(현봉식)는 그나마 정상이었다는 게 금세 밝혀진다. 그는 302호 유기혁(이현욱)과 306호 쌍둥이 변득종, 변득수(박종환), 313호 변태 홍남복(이종옥)에게 일찌감치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이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였던 유기혁은 진짜 우두머리인 치과의사 서문조(이동욱)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함부로 고시원을 찾아온 형사를 죽여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고시원의 주인아주머니인 엄복순(이정은) 역시 이 살인마들과 한 패다. 이상한 계란과 고기를 자꾸 먹이려 해 그것이 인육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아주머니는 변득종, 변득수 쌍둥이를 보육원 시절부터 키워온 인물로 서문조와도 ‘살인 파티’를 함께 하는 인물이다.

 

이러니 그 곳에 윤종우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지옥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이제 그가 이들의 먹잇감으로 지목된 상태다. 옆방에서 구멍을 뚫어 윤종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서문조와 때가 됐다며 뭔가 이상한 걸 먹이는 아주머니 그리고 문 앞에서 윤종우가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쌍둥이와 변태. 이 상황을 부감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진다.

 

물론 여기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놀랍다. 군 제대 후 복귀한 임시완은 을에 위치에 있으면서도 때때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는 윤종우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연기해 보여준다. 싸이코패스로 분한 이동욱에게서는 과거 tvN <쓸쓸하게 찬란하신 도깨비>의 저승사자가 보여주던 그 다정함이 어디로 갔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섬뜩함을 준다. <기생충>으로 이제 제 물을 만난 이정은의 리얼하면서도 살벌한 연기는 또 어떻고. 여기 고시원에 사는 이상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박종환이나 이현욱, 이중옥 같은 배우들 또한 빈틈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 리얼해서 그런지 <타인은 지옥이다>는 아예 보기 불편할 정도다. 웹툰과 달리 직관하게 되는 드라마 장르의 세세함이 그 불편함의 첫 번째 원인이고,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윤종우가 다니는 회사 역시 고시원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타인의 지옥’을 보여준다는 걸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두 번째 원인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살인마들이 득시글대는 고시원을 그리며, 그 바깥세상의 풍경 또한 다르지 않음을 병치함으로써 사회적 의미를 끄집어내는 공포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시원 안의 잔인함과 불편함의 비중이 너무 커 전체 사회적 메시지를 잡아먹는 느낌이다. 직접 살해 장면을 과도하게 보여주기보다는 분위기 정도로 연출해 그 메시지와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사진:OCN)

‘삼시세끼’, 정우성이 산골에서 발견한 불편한 과정의 즐거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기 위해 정우성은 아마도 이런 불편한 과정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게다. 어쩌면 버튼 하나 누르면 뚝딱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를 편안히 아침마다 즐겼을 지도. 하지만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에서 정우성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먼저 장작으로 불을 피워야 했다. 그렇게 피워놓은 불 위에 솥뚜껑을 뒤집어놓고 그 위에 생두를 부어 검게 익혀질 정도로 손수 로스팅을 하고, 만들어진 원두를 식힌 후 맷돌에 갈아 가루를 냈다. 그리고 면포를 놓고 그 위에 갈아놓은 원두를 넣은 후 끓인 물을 주전자로 조금씩 흘려 커피를 내렸다.

 

버튼 하나면 뚝딱 마실 수도 있는 도시에서의 커피와 일일이 생두를 원두로 만들고 이걸 갈아서 물로 내려 마시는 산골에서의 커피. 그 맛의 차이를 경험해보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알 것 같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맛이 없을 리가. 얼음을 가득 채운 컵에 담아 아이스커피로 마시는 그 맛은 입보다 몸이 반응할 것 같다. 설사 전문 커피숍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맛이 떨어질 진다해도 체감하는 맛은 더 좋을 게다. 왜?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직접 경험한 맛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애초 시작될 때부터 갖고 있던 기획의도다. 뭐든 사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도, 하나하나 직접 따거나 키우거나 만들어서 해먹는다는 것. 사실 산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에 정우성 같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삼시세끼’만 챙겨 먹으라는 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1박2일> 시절 무수한 복불복을 통해 끼니를 거르거나 야외취침을 해오던 미션 홍수와 비교해보면 이건 차라리 휴양에 가까워 보이니까.

 

하지만 그 삼시세끼를 산골에서 장작으로 불을 직접 피워가며 솥에 밥을 하고 찌개를 만들어먹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은 미션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너무나 편리하게 완비되어 있는 주방 시스템에 적응해 있고, 필요하면 뭐든 사다 먹거나 배달해 먹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다. 그래서 염정아도 윤세아도 말한다. 여기서는 아침 먹으면 점심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잠자기 전에 아침에 뭐 먹을까를 고민한다고. 그것만 내내 고민하다 보니 다른 고민은 없어지더라고.

 

생각해보면 <삼시세끼>는 도시에서의 우리의 삶이 편리하고 빨리 모든 걸 처리함으로써 여유 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착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실 우리는 그 편리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여유를 생각보다 즐겨본 적이 있었을까. 빈 시간들은 무언가 또 다른 일과 고민으로 채우기 바빴고, 편리함의 이유로 과정이 사라진 결과만 경험하는 삶은 어딘가 우리를 소모되게 만들진 않았는지.

 

밭에서 감자를 잔뜩 캐서 한 박스 당 1만5천 원씩을 받아 번 6만 원으로 장터에 나가 장을 보는 마음도 그래서 다르게 다가온다. 카드로 척척 그어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사서 먹던 도시에서의 생활과 달리, 노동으로 땀 흘려 번 6만 원은 천 원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물론 도시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입맛이 나영석 PD가 <삼시세끼>의 기획의도로 생각한 것과는 다른 도회적인 음식들에 출연자들을 빠뜨리곤 하지만, 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직접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같을 수는 없다.

 

이 <삼시세끼>의 본래 본질에 충실한 이번 산촌편을 보다보면 염정아나 윤세아, 박소담, 정우성 같은 누가 봐도 도시남녀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어째서 이 산골과 의외로 잘 어우러지고 남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너무나 도시적인 이미지의 그들이 산골에서 밥 한 끼를 해먹는 일은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경험하는 새로움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재미요소로만 머무는 게 아니다. 몸소 키우고 재배해 만들어 먹는 과정들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잃고 있던 것이 바로 그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다. 비가 촉촉하게 내린 산골에서 가마솥에 밥만 해놓고 깍두기 하나만 놔도 얼마나 기분 좋은 한 끼가 될 수 있을까. 노동의 과정을 경험하는 일은 그 결과를 만끽하게 만든다. <삼시세끼> 산촌편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염정아와 정우성 같은 배우들이 산골에서 밥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사진:tvN)

'전참시' 박성광·임송, 이들의 관계가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까닭

워낙 직장 내 갑을관계니 상하관계니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방송이 보여주는 관계는 그만큼 조심스럽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본질적으로 보면 바로 이 관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니저가 등장하게 된 건 그래서다. 연예인만을 보던 관찰카메라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 

<전지적 참견 시점>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어찌 보면 막연히 상하관계로만 생각되어온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의외로 가족 같은 훈훈함이 보였고 또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매니저들이 주목됨으로써 살짝 그 관계가 뒤집어지는 전복의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유병재의 사인회에서 오히려 자신을 찾아온 팬과 더 사진을 많이 찍는 유규선 매니저나, 이영자와 함께 하면서 주목받게 된 송성호 매니저, 그리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런 요소들 덕분이다.

특히 임송 매니저는 업계에 그리 많지 않은 여성 매니저라는 점,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도 거의 유일하게 출연한 여성 매니저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주목되었다. 매니저 업계에 여성들의 비율이 적다는 건 임송 매니저가 박성광과 함께 KBS <개그콘서트> 특별 출연 때문에 찾아갔다 만난 개그맨 유민상 매니저(역시 여성 매니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성 매니저들이 적어 같은 여성으로서의 매니저일을 하며 생기는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한 임송 매니저는 “그 날이 가장 힘들다”고 말해 이를 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놀라움은 마치 매니저라는 직업이 남자들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온 업계의 분위기를 새삼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직장이라는 직업적 공간에서만 그 관계가 한정되는 직업이 아니다. 계속 해서 현장을 함께 다녀야 하고 필요하면 사적인 공간일 수 있는 연예인의 집에도 가야 한다. 일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가 그만큼 애매하다. 이런 영역의 중첩 때문에 서로 다른 성별로 이뤄지는 관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가 그렇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그렇다. 

그런데 이 조심스러운 관계를 더더욱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다. 이들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 관계가 어색하다는 점 때문에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은 박성광은 뭐 하나를 임송 매니저에게 얘기하더라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찍 주차장에 도착한 임송 매니저에게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올라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묻는 대목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박성광의 모습이나, 자신이 먹을 계란 프라이를 자기는 먹었다며 임송 매니저에게 먹으라고 주는 모습에서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배려하려는 박성광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 <개그콘서트>에서 후배들 코너를 짜다가 어딘가 부족함 임팩트를 메우기 위해 임송 매니저가 함께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후배들의 제안에 난감해하는 박성광의 모습에서도 그 배려가 느껴진다. 임송 매니저 역시 자신이 그 코너를 망칠까봐 걱정하면서도 박성광의 부탁이니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서도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 사이의 관계에서 늘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은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사람을 하루 종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관계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계를 그만큼 존중하려 애쓴다. 그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너무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관계는 그래서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구석이 있다. 

물론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이러한 ‘경계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렇다면 최근 뉴스에 그토록 많이 등장하고 있는 갑을 관계의 권력을 유용한 많은 폭력들이 사회적 의제로까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게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의 그 관계를 통해 보듯이, 우리네 사회에서 가족관계든, 직장 내 상하나 동료 간의 관계든, 나아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경계 존중’의 문화가 있다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그 많은 관계의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아는 와이프’, 이정은이 전한 진짜 사랑의 의미

“누구나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어. 가고자 하는 데로 간다는 보장도 없고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래도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야.”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우진 엄마(이정은)가 서우진(한지민)에게 한 그 말은 아마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시간을 되돌려 다른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판타지가 아니라, 꼬이고 꼬여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는 와이프>는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변해버린 아내 대신 첫 사랑을 선택해 다른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 드라마다. 차주혁(지성)은 그렇게 시간을 되돌려 서우진 대신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지만 그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자꾸만 서우진에게 눈이 가고, 과거 그에게 못해줬던 일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이혜원에게도 또 서우진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한다. 

<아는 와이프>의 이런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주인공인 차주혁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모든 주변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친구 윤종후(장승조)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던 서우진이 차주혁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고는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혜원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차주혁에게 이혼서류를 보낸다. 서우진은 차주혁에게 마음이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는 와이프>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불편함을 풀어낼 수 있는 길은 바로 그 문제를 만들어낸 차주혁이 철저히 부서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주혁은 모든 걸 잃게 된다. 이혼을 하게 되고 이혼 전 재벌 회장인 장인만 믿고 했던 대출이 사기로 드러나 직장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잃는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간을 되돌린다. 

만일 차주혁의 선택으로 시간이 되돌려졌다면 그건 또 다른 불편한 요소를 만들었을 게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시간을 되돌린다는 건, 그의 이런 판타지 시간여행이 주변인들의 삶이 꼬이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한 번 해보는’ 이기적인 선택처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두 번째 시간을 되돌리는 선택은 차주혁이 아니라 서우진이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시청자들이 바라는 점이기도 하고 또 작가가 바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개 과정은 너무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다. 갑자기 차주혁이 서우진에게 우리가 부부였다는 걸 고백하고, 그걸 서우진이 믿게 된다는 설정은 사실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개연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인물로 우진 엄마가 있었다는 점이다. 치매가 아니라 시간여행자였던 그가 서우진에게 과거로 갈 수 있는 동전을 주고 시간을 되돌리게 해주는 장면은 엄마로서의 마음과 아내로서의 마음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그 역시 시간을 되돌려 죽은 남편을 살리려 했던 것이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그걸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또한 반드시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같이 살아야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 잘했지 여보?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당신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우진 엄마가 남편의 사진을 보며 하는 이 말에는 회한과 가정이 담겨있지만, 또한 남편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 또한 담겨있다. 개연성 부족한 급전개였지만 그나마 우진 엄마의 이 한 대목이 있어 꼬이고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게 된 느낌이다.(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