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인해 불거진 연예병 특혜 논란

 

연예병의 특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간간히 그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생겼던 것은 이 문제가 얼마나 대중들에게 민감한 것인가를 잘 말해준다.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머리를 깎고 군복을 입으면 사회에서 뭘 하다 들어왔건 새로운 체계 아래 누구나 똑같은 군 복무를 하는 것이 당연한 그런 곳이 아닌가. 그런데 연예인이라고 특혜라니.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생기는 이 차별이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진=국방홍보원 어울림 블로그, KTV)

애당초 비와 김태희와의 열애설로 시작된 일이지만 그 열애 사실은 이제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 연예인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에 대해 이제 대중들은 관대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건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병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군 복무를 하면서 연애를 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그 상대가 김태희란다. 일반병들 입장에서는 역시 연애병이 다르긴 다르다고 생각할 게다. 게다가 김태희라면 군인들에게는 여신이 아닌가.

 

국방부가 부랴부랴 공개한 휴가 내역을 보면 비는 지금껏 병가(7일), 위로휴가(5일), 포상휴가(21일), 특급전사 포상휴가(7일), 외박(10일), 공무상 출장(44일) 등 총 94일을 군 부대 바깥에서 지낸 것으로 발표되었다. 정기휴가는 아직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휴가 명목이 그렇게 많은지 일단 이해하기 어렵지만 각종 행사에 지원나간 명목으로 대대장이나 단장, 홍보지원대장이 휴가로 포상한 것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물론 이것도 일반병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게다). 하지만 44일이나 되는 공무상 출장은 애매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 공무상 출장이란 각종 행사들에 나가 공연을 하거나 지원을 하기 위해 사용된 외박이다. 스튜디오 녹음 및 안무 연습이 25일, ‘위문열차’ 출연이 19일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외박을 한 것도 문제지만, 그 외박을 오로지 행사 준비가 아니라 사적인 용도로 썼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군인으로서 군모를 쓰지 않는 등의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은 비가 과연 군인이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만든다.

 

김태희와의 열애설이 덧붙여지면서 비의 군복무 특혜 논란이 일파만파 더 커졌지만, 사실 연예병의 특혜 논란은 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실에 국방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역한 연예병 32명의 평균 휴가일수가 75일에 달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것은 평균 휴가일수가 43일인 일반병사의 1.7배에 이르는 수치다.

 

작년에 전역한 붐의 경우, 국방부가 제출한 ‘2008년 이후 입대 연예 사병 현황’ 자료에 의하면 군 생활 중 150일 간의 휴가를 다녀왔다고 한다. 또 가수 신화 출신 앤디는 110일, 다이나믹 듀오의 최재호와 김윤성은 각각 129일, 117일, 그룹 UN 출신의 가수 김정훈은 94일, 배우 이동욱은 91일, 김재원은 90일의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휴가가 가장 많이 나온 붐의 경우 35건의 포상휴가와 홍보 행사에 나가 각 군의 사단, 여단장 등으로부터 31건의 휴가를 받은 걸로 나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연예병만의 특수한 상황도 존재한다. 즉 군에서 연예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들이다 보니 군을 홍보하는데 이들을 투입하는 것이 군으로서는 더 효과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상의 연예병의 존재 근거다. 하지만 연예인의 군 입대를 바라보는 군의 입장과 대중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군의 입장과 달리, 대중들은 아무리 연예인이라 해도 군 복무는 일반병과 똑같아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생각한다.

 

현빈의 사례는 이 부딪침을 가장 잘 보여준 바 있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는 사실만으로 대중들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은 현빈이지만, 애초 일반 전투병으로 근무시키겠다고 했던 해병대가 결국 현빈을 군 홍보에 지나치게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입대당시에 해병대는 현빈에게 홍보병 임무를 맡기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백령도 해병대 6여단 소총수로 배치하기도 했다. 평범한 전투병이고 싶은 현빈이었지만 해병대는 홍보용 화보집 제작 등에 그를 활용하면서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군대는 연예병을 활용해 군 홍보를 효과적으로 하려하지만 그것이 효과적인지는 미지수다. 비의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연예병이 각종 특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군 홍보에 효과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연예병이라는 존재 자체가 일반병으로 입대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입대한 연예인이 군 홍보에 효과적이려면 그 연예인이 보통 일반병과 똑같이 군 복무를 할 때만 가능하다. 과연 이런 상황에도 연예병이 필요한 것일까.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주는 연예병이란 존재를 언제까지 존속시킬 것인가.


붐의 군대얘기는 왜 모두가 좋아할까

'시크릿'(사진출처:KBS)

바야흐로 붐 전성시대다. 현역으로 입대해 연예사병으로 만기 제대한 붐은 연예계 복귀 단 몇 주만에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다. 추석 내내 채널을 돌리면 마이크를 들고 있는 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추석이 지나고 왠만한 토크쇼치고 붐이 지나가지 않은 흔적은 없었다. 그만큼 붐에 대한 예능계의 기대감은 컸고, 거기에 붐은 제대로 부응하며 춤이면 춤 토크면 토크, 역시 붐이라는 찬사를 거둬들였다.

붐에 대한 예능계의 폭발적인 주목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입대하기 전 그가 구축해놓은 이른바 '싼티' 캐릭터는 그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만 했다. 하지만 대체로 입대하고 몇 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게 연예인들의 숙명이다. 게다가 제대를 하고 복귀하게 되면 달라진 예능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하하나 김종민처럼 주목받던 연예인들도 복귀해서 제 영역을 찾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붐은 다르다. 마치 엄청난 준비를 해왔던 사람처럼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빵빵 터트리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우스개로 던지는 "약 1000개의 레퍼토리"를 준비했다는 얘기는 그저 농담만은 아닌 모양이다. 실제로 붐광댄스는 철저히 준비된 레퍼토리의 하나이고, 토크 도중 이를 드러내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는 모습 역시 붐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진짜 주목되는 건 그가 토크 때마다 끄집어내는 '군대 이야기'다.

사실 '군대 이야기'는 남자들은 좋아할 지 몰라도 여자들은 지루해한다. 그런데 붐의 군대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거기에는 붐이 연예사병이었다는 특수성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붐의 군대이야기 속에는 이준기도 등장하고 이동욱이나 박효신은 물론이며 라니아 같은 걸 그룹도 등장한다. 군대이야기는 맞지만 거기엔 연예계 이야기(그것도 군대라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남자스타들의)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붐의 군대이야기는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좋아한다.

이 군대이야기는 또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이른바 연예인들의 군대 프리미엄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군 생활을 했다는 것은 언제부턴가 대중들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따라서 붐이 예능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군대이야기를 토크의 주제로 끌어들인 것은 대단히 현명한 방식이다. 이것은 군대 프리미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입대한 남자 연예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재밌게 각색된 군대이야기는 붐의 그간의 공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준다. 즉 입대하기 전의 붐과 제대한 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냄으로써 그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붐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는 거품도 있다. 그것은 그간 군대라는 장막에 가려져 있다가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더 주목되는 경향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거품을 감안한다고 해도 붐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주목도나 존재감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가 복귀의 그 날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과거 리포터로서도 발군의 활약을 했던 붐이 군대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예사병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했다는 건 참 기묘한 일이다.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는 늘 기회가 오게 마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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