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의 질문,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학교는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할까.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이 끝까지 답을 찾으려 했던 질문은 바로 그것이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행복해야할 학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대치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교사와 기간제로 나뉘어 차별받고,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은 어떻게든 정교사가 되기 위해 동료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이 학교였다.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성적 상위그룹만 모아 운영하는 특별심화반 이카로스에 들어간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차별받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는 곳.

 

<블랙독>은 고하늘(서현진)이라는 기간제 교사가 대치고등학교에 들어와 그 현실을 겪어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 역시 기간제라는 차별을 고스란히 느끼고, 심지어 낙하산이라는 누명까지 씀으로써 포기까지 생각했지만, 진학부 박성순(라미란) 선생님의 도움으로 버텨내게 된다. 이카로스반을 맡아 처음으로 한국대 의대생을 배출하는 교사로서의 성취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이듬해 그는 그 성과가 이카로스반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얻어진 거라는 걸 깨닫는다. 고하늘이 박성순에게 이카로스반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은 그가 어떤 성장을 하게 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정교사가 되기 위해 뭐든 하는 그런 경쟁이 아니라 그 현실에 적응해가면서도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성장한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건 두 인물이었다. 학생 때 그를 구하고 사망한 선생님이 그 첫 번째 인물이다. 그 선생님이 그에게 남긴 질문.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그 질문이 늘 고하늘의 뇌리 속에 남겨져 선생님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게 했다.

 

또 다른 인물은 반에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들어오게 된 황보통이라는 아이였다. 학교에 친구가 없고 배울 것도 없다 여기는 황보통이 결국 자퇴원을 냈을 때 고하늘은 성취에만 멀었던 눈을 드디어 뜨게 됐다. 그 이름처럼 ‘보통’의 학생들이 자기 반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들 또한 저마다의 미래를 위해 똑같은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

 

그래서 <블랙독>은 위로는 자신을 선생님이 되게 이끌었던 죽은 선생님에 대한 무거운 부채감을 더하고, 밑으로는 신경써주지 못했던 보통의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을 더해 고하늘의 성장기를 그려냈다. 막연한 교육의 이상을 그리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입시교육의 현장으로 들어와 그 안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하늘이라는 선생님의 처지와 황보통 같은 아이의 처지가 동일한 경쟁 시스템 위에 놓여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끄집어냈다.

 

우리가 <블랙독>을 보며 고하늘과 박성순이 학교의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버텨내는 그 모습을 응원했던 건 그 선택들이 정답이라서가 아니었다. 다소 이상적인 선택일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좀 더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노력을 끝없이 추구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학교의 입시경쟁 현실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하늘과 박성순 그리고 진학부의 그 선생님들처럼.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드라마적으로도 <블랙독>은 리얼리티와 스토리텔링을 적절히 잘 묶어 놓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경험에서 묻어나는 에피소드들을 큰 과장이나 비약 없이 풀어나간 박주연 작가는 신진작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능숙한 필력을 보여줬다.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사진:tvN)

‘블랙독’, 서현진 통해 끄집어낸 경쟁 사회의 민낯과 그 대안

 

“내가 그동안 도대체 뭘 놓치고 있었던 걸까.” 명문대에 합격한 아이에 환호하고 대학 간 아이들에만 관심을 쏟았던 자신을 뒤늦게 발견한 고하늘(서현진)은 자괴감에 빠져버렸다. 그 반에서 그토록 환하게 웃던 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이른바 상위그룹 아이들이 잘 되는 것에 취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자신도 모르게 소외시키고 있었던 것. 책상 위에 붙여 놓은 사진들도 다시 들여다보니 빠져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이 이처럼 각성하게 된 건 황보통(정택현)이라는 아이 때문이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황보통은 당장 먹고 살 일이 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담임인 고하늘은 학교가 재촉하는 대로 문과인지 이과인지를 묻고 있었다. 고하늘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 전에 대학은 갈 것인지, 하고 싶은 건 뭔지를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는 것을. 고하늘은 그렇게 소외되고 차별받던 황보통이 자퇴서를 내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기간제로 들어와 1년 차에 어떻게든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성적 상위에 있는 아이들만 모은 특별반 이카로스를 맡았던 고하늘이었다. 그래서 특별반에서 대치고등학교 처음으로 한국대 의대에 아이를 합격시켰고 상위그룹 아이들의 명문대 대학 진학률도 높였다. 고하늘은 그 아이들을 ‘내 새끼’라며 한없이 예뻐했지만 그런 빛에는 더 크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었다.

 

이카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었던 것. 그 아이들은 이카로스 모집 공고안을 계속 찢어버렸고 특별반을 위한 독서실에 들어가 우유통을 던져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황보통은 억울하게 그런 짓을 한 아이로 오해를 받았고, 결국 붙잡힌 아이들은 차별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차별하잖아요. 진짜 너무하잖아요. 우리 존재가 없다고 신경도 안 써주고 이카로스는 다 퍼주면서 거기 못 들어간 우리 같은 애들은 쳐다도 안보시잖아요.”

 

그 토로에 선생님들도 공감하는 눈치였다. 이카로스에 들어가게 된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찾아와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과 선생님을 선택하게 해달라고 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평가받게 된 선생님들도 그들과 똑같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기 있는 선생님에만 아이들이 몰리고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은 외면 받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독>이 끄집어낸 건 입시경쟁은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겪게 되는 경쟁과 그로 인해 경험하는 소외와 차별의 문제였다. 잘 하는 애들은 더 많은 지원이 가지만 못 하는 애들은 외면 받는 현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갖고 못 가진 이들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의 구조가 학교든 일터든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었다.

 

고하늘은 박성순(라미란) 선생님과 함께 이카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마련하기로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블랙독>의 이 이야기는 그 현실을 꼬집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무한경쟁 속에 내둘려진 학생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고스란히 우리네 사회가 가진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그려진다.

 

<블랙독>이 학교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건 지금껏 잘 다루지 않았던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할 건 학생들과 교사들을 똑같은 처지를 겪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학생들도 우열반이 나뉘어져 차별받고 있지만, 교사도 정교사와 기간제로 나뉘어 차별받는다는 것.

 

경쟁 구조는 그래서 기간제가 정교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 또한 차별하는 그 시스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하지만, 그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겪는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구조. 이것이 경쟁사회가 가진 냉혹한 차별과 배제이고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차별해야 한다니.

 

<블랙독>은 그래서 판타지로나마 그 해결점으로써 차별받는 기간제 교사 고하늘이 똑같이 차별받고 있는 보통의 아이들을 위해 나서는 ‘연대적’ 대안을 내놓는다. 학교의 이야기가 우리네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그 엇나간 경쟁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를 깨닫고 연대해야 한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은연 중에 그려내고 있다.(사진:tvN)

고초 겪는 '김사부2' 실제 모델과 옷 벗은 '검사내전' 원작자

 

월화드라마 안에 우리네 현실이 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우리네 의료계가 가진 자본화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면, tvN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치열한 입시교육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그려낸다. 한편 JTBC <검사내전>은 검사하면 떠올리는 정의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나 부패한 적폐의 양극단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런 인간적인 풍경들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본 일부 권력형 검사들과의 대비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결국 프레임 안에서는 일상의 검사들을 다루지만 시청자들은 그 프레임 바깥의 시끌시끌한 ‘검찰개혁’이라는 사안을 염두에 둔다는 사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최근 특히 주목받게 된 건 김사부의 실제 모델인 이국종 교수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다. 병원장의 욕설 내용이 공개되면서 쏟아낸 이국종 교수의 날선 비판들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결국 고초를 겪으며 외상센터장을 떠나 일반의로 돌아가겠다 선언한 이국종 교수에게 대중들은 씁쓸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거대 자본화되어 있는 병원들이 내세우는 수익의 문제와 생명을 다뤄야 하는 병원의 본질이 부딪치는 지점을 <낭만닥터 김사부2>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로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국종 교수 사태를 통해 <낭만닥터 김사부2>에 더더욱 실감을 느끼고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에 빠져들게 됐다.

 

<블랙독>은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건드렸다 하면 터지는 입시교육 소재 콘텐츠 중 하나다. 이미 JTBC <스카이캐슬>이 그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우리네 입시교육의 현실을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을 가진 인물을 통해 극화한 이 작품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블랙독>도 그 연장선이 있다. 대치고등학교에 들어온 한 기간제 교사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선택과 자신을 위한 선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야기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리얼리티를 끌어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교육의 다양한 현실들을 그려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내전>은 최근 “검찰개혁은 사기극”이라는 날선 글을 남긴 채 사퇴한 김웅 검사 원작의 드라마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그려내는 작품이다. 물론 드라마 방영 중 김웅 검사의 이런 발언이 드라마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는 그 발언이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이 보여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검사내전>이 그리고자 한 건 저 뉴스에 등장하는 검사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용히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 검사들이 더 많다는 것. 아마도 그건 사실일 게다. 그래서 <검사내전>은 그 내용만으로도 뉴스 속 검사들을 에둘러 비판하는 지점이 있었다. 최근 김웅 검사의 발언은 그 스스로를 뉴스 속에 등장시킨 면이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드라마가 현실을 얘기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드라마들이 담는 현실은 더 촘촘해졌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든 취재를 통해서든 리얼리티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를 보면 현실이 더 잘 보인다. 월화드라마에 의사, 교사, 검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네 대중들이 가진 갈증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사진:SBS)

‘블랙독’, 바나나 하나로 이렇게 치열하다는 건

 

‘바나나’ 하나가 불러온 파장이 이렇게 클 줄이야.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이 다룬 시험문제 출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제기 상황이 야기한 파장을 다뤘다. 국어 시험 문제에 등장한 ‘성순이가 바나나와 수박 두 개를 샀다’는 지문이 문제가 됐던 것. 이 지문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했다. 성순이가 바나나 한 개와 수박 한 개를 샀을 수도 있고, 바나나 한 개와 수박 두 개를 혹은 바나나 두 개와 수박 두 개를 샀을 수도 있다 해석되었던 것.

 

하지만 학생들은 거기에 또 다른 이의제기를 했다. ‘어휘적 중의성’으로 보면 바나나가 성순이와 마찬가지로 한 인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학생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쓴 답도 맞는 것으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어과 선생님들이 모여 한 회의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이런 이의제기를 받아줄 수 없다며, 심지어 이건 “교권침해”라고까지 했다. 고하늘(서현진)은 이럴 때는 수업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회의결과 수업시간에 가르친 것을 중심으로 판단해 복수정답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회의결과를 통보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진유라(이은샘)는 그 ‘어휘적 중의성’이 수업시간엔 배우지 않았지만 수능 기출에 나온다며 반박했고, 상위권 학생들의 특별반인 이카루스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어휘적 중의성’을 배운 적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이 문제를 들고 교육방송 문제집 집필 교사까지 찾아가 조언을 얻은 결과 “시험 문제가 정확하지 않았다”며 조건을 달아주지 않았다면 억울해도 정답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블랙독>이 다룬 이른바 ‘바나나 사건’은 결국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고하늘이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으로 끝났지만,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시험문제 하나를 내는데 있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선생님들 사이의 갈등이 생겨나기도 하고, 그렇게 낸 문제가 정교하지 못해 이의제기를 받는 상황이나 그로 인해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깨져버리는 신뢰는 지금의 우리네 학교 교육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면이 있어서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권위만을 지켜내려는 일부 선생님들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 하나에 목숨 걸고 들고 일어나 이의제기를 하는 학생들이 처한 상황도 문제다. 이미 이 학교에서 벌어졌던 과학시험문제 오답 정정 사건은 학부모가 나서서 인맥을 활용해 문제의 허점을 발견해내고 결국 오답 처리된 사건으로, 문제 하나에도 치열해진 선생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갈등을 보여준다.

 

고하늘은 바나나 하나로 이런 엄청난 파장이 일어난 사실에 당황하지만 결국 그 문제 하나가 한 학생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실수를 인정하기로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문제 하나로 아이의 미래가 바뀌는 이 현실은 과연 온당한 것일까. 그로 인해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신뢰가 깨져버리고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이 상황은 어째서 생겨나고 있는 걸까.

 

<블랙독>은 대치고등학교라는 학교에 입성해 고군분투하는 기간제 교사 고하늘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에 집중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진짜로 지목하는 건 이 문제를 야기하는 우리네 교육 전반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은 문제 하나로 미래가 바뀔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모두가 경쟁자가 되는 상황이고, 선생님들은 문제 하나에도 신뢰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 처해 버린다. 게다가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별로 인해 교사들 간의 경쟁 또한 학생들만큼 치열한 상황이니 말이다.

 

<블랙독>을 보다보면 그래서 우리네 사회가 가진 문제의 근원들이 바로 이 학교와 입시교육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저렇게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생존할 수 있다는 걸 학교에서부터 체득한 아이들에게 공존이나 상생 같은 가치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선생님들조차 기간제라는 비정규직의 틀에 묶여 무한 경쟁하는 상황이니 우리네 학교는 마치 경쟁 시스템을 체화하는 곳처럼 인식된다. 바나나라는 단어 하나에도 이토록 치열한 현실이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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