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피로감 날려주는 JTBC표 음악예능의 다채로움

 

맛 좋은 음식도 매 끼니 오르면 물릴 수밖에 없다.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트로트 트렌드가 바로 그렇다. 여전히 그 관성은 남아 있고, 주시청층인 중장년 세대들의 콘크리트 지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트로트는 그 피로감도 만만찮다. 다른 음악 장르들이 이제는 오히려 소외될 지경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낸 JTBC <싱어게인>은 그 피로를 한 방에 날려주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무명가수전'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오디션이라는 형식으로 끌어옴으로써 지금껏 한 무대에 오르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한 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 이 음악예능의 중요한 차별점이자 가치였다.

 

그런데 <싱어게인>의 유전자를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그간 JTBC가 해왔던 일련의 음악예능들이 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 음악예능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니라, 그간 쌓아왔던 이른바 JTBC표 음악프로그램들의 성과와 지향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

 

JTBC 음악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을 해도, 경쟁보다는 공감과 하모니에 더 집중해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팬텀싱어>나 <슈퍼밴드>를 떠올려 보라. 크로스오버와 밴드 음악이라는 색다른 장르들을 오디션 형식으로 끌어 왔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나친 경쟁도, 심지어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장면들도 거의 없었다.

 

매 라운드별로 새롭게 팀을 꾸려 무대를 선보인다는 설정은 이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협업을 해야 하는 팀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해줬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에서도 이런 하모니와 서로에 대한 배려, 공감의 분위기가 가득했던 건 그저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흔히 경쟁을 앞세워 자극적인 편집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성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봐도 JTBC표 음악예능이 지향해온 경쟁하면서도 서로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시즌1,2,3의 최종 라운드에 올랐던 9팀이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미션으로 대결을 벌이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이들의 무대는 각각이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한 완성도와 호응을 채워져 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은근히 대결구도를 부추기는 농담들이 오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쇼적인 요소로 채워질 뿐, 무대 뒤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이들의 진짜 모습을 방송은 외면하지 않는다. <싱어게인>이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더불어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이러한 쇼적인 예능 연출을 잘 활용했다는 것 역시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이미 <히든싱어>에서 보였던 블라인드 콘셉트의 쇼적인 요소들은 <싱어게인>의 '○○호 가수'라 불리는 무명가수 콘셉트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슈가맨>에서도 이러한 블라인드 콘셉트와 퀴즈쇼적 요소가 활용된 바 있다.

 

다른 한 편으로 <비긴어게인> 같은 버스킹 음악 예능 역시 JTBC표 음악예능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이전 해외에서 벌어진 버스킹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공감과 소통의 묘미를 음악을 통해 전해주었다면,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시도된 다양한 공간에서의 버스킹은 음악과 일상을 연결해주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시도였다.

 

즉 JTBC표 음악예능은 <팬텀싱어>, <슈퍼밴드> 등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오디션 형식을 가져와도 경쟁이 아닌 하모니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위치를 만들었고, <슈가맨>이나 <히든싱어> 같은 음악예능의 쇼적인 재미요소들을 찾아냈으며, <비긴어게인> 같은 공감과 소통의 감동을 선사했다. 최근 성과를 거둔 <싱어게인>은 이런 다양한 음악예능의 시도들이 그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이제 JTBC에서 음악예능을 한다고 하면 믿고 보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사진:JTBC)

거리는 둬도 마음만은, '비긴어게인'의 버스킹이 특별했던 까닭

 

코로나 시국에 버스킹을? JTBC <비긴어게인>은 지금껏 해왔던 해외가 아닌 한국을 선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멈춰버린 지금, <비긴어게인>의 이 선택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일단 해외보다 국내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그러하고,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상황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미는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고 힘겨운 일상들을 버텨내고 있는 분들에게 음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 시도를 통해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고 나아가 여기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새삼스런 마음이기도 했다. 음악을 하는 이유와 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또다시 시작한다는 그 마음. <비긴어게인>이 지금껏 음악을 통해 담아내려던 것.

 

첫 버스킹 장소가 공항이라는 건 이 새로운 시도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낸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 있던 승객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텅 비어버린 공항. 취항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만 봐도 운항하는 비행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공항에는 매일 같이 열심히 방역하고 그 위치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이 있었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 가족에게 전화조차 하지 말라고 했다는 공항에서 일하는 한 분의 눈물은 그 힘겨움과 외로움이 담겨져 있었다.

 

그 텅 비어 정적만 가득했던 공간에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음향체크를 한다며 하림의 '출국'을 부르는 크러쉬의 목소리가 공항에 채워지면서 사람들도 차례로 모여 들어 철저한 예방조치들을 한 채 표시된 장소에 앉아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소라와 수현, 헨리, 정승환, 적재가 모두 모여 기분좋게 불러주는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 love'에 이어지는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감미롭게 불러주는 수현과,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함께 부르는 수현과 이소라의 상큼함과 유려함이 더해진 조화가 주는 편안한 시간. 단 몇 곡으로 이어진 짧은 시간이지만 공항 가득 울려 퍼진 음악들은 마스크 같은 답답한 시국에 만들어준 작은 숨통 같았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이어진 두 번째 버스킹은 코로나 시국에 맞게 드라이브인 버스킹으로 이뤄졌다. 사연을 보낸 이들 중 선택된 관객들이 차안에서 버스킹을 즐길 수 있게 마련된 이 시도는 헨리의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한 노래로 시작됐다. 갖가지 악기들 연주를 쌓아가며 그가 부른 'Young blood'는 대북까지 활용해 순식간에 공연장을 열기로 채워놓았고, 하림이 다니는 병원의 간호사를 위해 들려주는 수현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조금씩 어둑해지는 시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가 아쉬워한 그 날 결혼한 커플을 위해 이소라가 불러주는 '청혼'은 모두를 부럽게 만들었고, 한 배우 지망생에게 힘을 내라며 불러준 크러쉬의 'Beautiful'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그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상추 농사를 짓고 있다는 분을 위해 수현이 헨리, 크러쉬, 정승환과 콩트를 섞어 부른 'All for you'는 삼각관계의 의외의 전개를 보여줘 웃음을 줬고, 정승환의 '너였다면'은 드라이브 인 공연장을 찾은 연인들의 가슴은 따뜻하게 만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전해진 출연자들의 후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정승환이 한 "어떻게든 우리는 표현을 해야 되는 존재들이구나"라는 말과 적재가 한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은 할 수 있구나. 즐길 수 있구나"라는 말이 유독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건 <비긴어게인>이 이번 버스킹에 임하는 자세일 것이고, 나아가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잠시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 공연이 증명해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지금의 일상도 언젠가는 '비긴 어게인'할 수 있다는.(사진:JTBC)

'비긴' 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남긴 음악의 진짜 얼굴

과연 우리네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쏟아져 나오며 음악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음악에 또 하나 수식어로 붙는 건 ‘경쟁’이었다. 서로 누가 더 잘 불렀는가를 뽐내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래서 음악이 더 절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의 본질이었을까.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프랑스의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에서 마지막 버스킹을 끝으로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이 남다른 음악 예능으로 느껴진 건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비긴 어스’는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까지 함께 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낯선 타국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향 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현장의 돌발 사건들을 그대로 겪으며 때론 스스로 실패라고 자괴감을 갖게 되는 공연도 있었고, 때론 너무나 좋은 느낌을 주고받아 한껏 흥이 올랐던 공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 스코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스위스 몽트뢰의 시끄러워 난항을 겪은 버스킹에서는 한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를 제안한 청년이 함께해 오히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비긴어게인>은 그래서 누군가와 대결하고 이기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난관들 속에서도 서로 목소리를 맞춰 그것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었다. 

샤모니에서 하게 된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공연은 그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진 그 버스킹은,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지르기보다는 오히려 조용조용 부르는 것으로 더 잘 들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공연이 되었다. 그간 팝송을 섞어 부르던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 노래로 채워준 그 버스킹은 또한 음악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 확인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낮은 목소리들이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그렇게 나온 하모니에 낯선 외국인들이 언어는 몰라도 빠져드는 모습은 <비긴어게인>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런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소통과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줬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이미 베테랑들이 이소라도 윤도현도 또 유희열도 저마다 가수로서의 또 다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소라는 이런 낯선 도전 자체가 힘겨웠지만 차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윤도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유희열은 여기서의 경험이 처음 음악할 때의 그 초심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이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음악을 처음 대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그 계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동안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마치 경쟁하기 위한 무기처럼 그려오며 떠나온 그 먼 길을 되돌려, 다시 음악이 가진 본질 즉 소통과 하모니의 길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것일 게다. <비긴어게인> 시즌2와,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다른 면면들을 보여줄 많은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대한다.

‘비긴어게인’ 윤도현의 눕라이브, ‘나가수’와는 다른 매력

영국 체스터의 대성당이 보이는 길가를 걷다가 문득 홀로 버스킹을 하는 외국인에게 윤도현이 대뜸 묻는다. “같이 연주해볼래요?” 즉석에서 마련된 기타 듀오. 외국인 버스커가 치는 기타 연주에 윤도현이 슬쩍 반주를 맞춰준다. 마침 부는 바람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즉흥으로 하는 연주이니 아는 멜로디일 리가 만무지만 어딘지 좋다. 낯선 곳, 낯선 외국인이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로 나누는 교감이 주는 행복감. 아마도 이것이 JTBC <비긴어게인>이 들려주는 음악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고풍스런 체스터 성당 안으로 들어와 그 푸른 잔디밭 위에 벌러덩 누운 윤도현과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희열은 문득 비틀즈의 노래들을 기타 반주를 해가며 흥얼거린다. 악기 연주와 작곡에는 천재적이지만 가창력에는 영 자신감이 없는 유희열의 노래는 음정도 틀리고 음 이탈도 생기지만 어쩐지 그 노래만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윤도현은 “너무 좋다”며 노래를 끝까지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 하늘과 나무 그리고 유희열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담아 멋진 뮤직비디오 영상을 완성한다. 

문득 제작진들조차 그것이 방송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일까. 제작진 중 한 명이 윤도현에게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기타를 집어든 윤도현은 누워서 해도 되냐고 물은 후 누운 채 기타를 치면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부른다. 이른바 ‘눕라이브’. 누워서 부르는 것이니만큼 절절한 가창이 되지는 않지만 어딘지 그 한가로움이 노래에 묻어나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대 바깥에서 부르는 노래. 완벽한 음향이 갖춰진 것도 아니고 정해진 레퍼토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정해진 관객도 없다. 그저 옛날 형들(?)이 잔디밭에 누워 노래를 불렀던 그 자유로움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그런 광경. 아마도 스튜디오나 녹음실, 심지어 라이브 무대에서도 느낄 수 없던 무언가가 거기에는 있다. ‘현장감’이 주는 생생함과 그저 노래 부르는 것뿐, 다른 목적 자체가 지워져 있는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 그것이 <비긴어게인>의 음악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길거리에서 건물 옥상에서 그 배경음들을 그대로 담아 부르던 그 노래에서도 이런 음악의 느낌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심지어 기계음으로 틀린 음조차 고쳐 녹음할 수 있는 완벽해진 시스템의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더 허술함이 묻어나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음악을 원하게 됐을 것이다. 그레타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노래를 부르며 그 마음을 전할 때, 그 어떤 완벽한 사운드도 재현해내지 못할 그 감성이 전해지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비긴어게인>에 출연하는 윤도현이나 이소라는 모두 한때 MBC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무대를 선보였던 가수들이다. 가창력이라고 하면 결코 빠지지 않는 가수들. 그래서 매번 그들이 섰던 무대가 하나의 레전드처럼 남았던 가수들. 하지만 그 경합의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청을 돋웠던 그들의 면면과, 지금 <비긴어게인>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그 면면은 너무나 다르다. 어쩌면 그 경합의 무대들이 주던 피곤함을 훌쩍 떠나와 슬슬 부르는 그 음악 속에서 그들은 진짜 음악의 세계를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현실이 온통 경쟁이다보니 음악도 경쟁이었다. 하지만 그 경쟁의 음악들은 우리의 귀를 먹먹하게 했어도 그만큼의 피로함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이제는 그 경쟁의 무대를 벗어나 온전히 즐기는 음악 속으로 들어온 <비긴어게인> 같은 세계의 음악이 귀에 더 콕콕 박힌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잘 하려고 난리를 치는’ 저편에서 훌쩍 떠나온 그들은 이제 길거리에서, 잔디밭 위에서 심지어 누워 노래를 부른다. <나는 가수다>와는 너무나 다른 <비긴어게인> 윤도현의 눕라이브가 새삼 음악의 또 다른 매력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중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