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MC 없는 <일밤>, 그 부활의 비결은?

 

<일밤>은 그간 스타 MC를 거의 쓰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몇 년 전, 강호동이 <1박2일>에,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에 이어 <런닝맨>에 연달아 출연했을 때까지, <일밤>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여기에 <일밤>의 간판스타였던 이경규가 SBS <라인업>을 거쳐 KBS <남자의 자격>으로 합류하면서 <일밤>은 더 어려워졌다. <일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PD인 김영희 PD를 내세워 <나는 가수다> 같은 새로운 예능을 실험하는 일이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스타급 MC가 프로그램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그 누구도 잡지 못한 <일밤>은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트렌드도 서서히 바뀌었다. 먼저 바뀐 트렌드는 연예인 프리미엄이 점점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 징후가 먼저 보인 곳은 토크쇼였다. 한때 연예인들의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청률을 끌어 모았던 토크쇼들은 점점 추락했다. 오히려 비연예인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였고, 차라리 일반인이 게스트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더 애호하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가 식상해진 탓이다.

 

<1박2일>이 무려 40%의 시청률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연예인 프리미엄이 분명했던 시절에 그들이 혹한기에도 야외에서 자고 일어나는 극단의 맨얼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생’이라고까지 표현했던 <1박2일>이지만 그것도 <정글의 법칙> 같은 더 강한 야생이 나타나자 고개를 숙였다. 연예인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몇 명의 연예인 MC가 고정으로 출연해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캐릭터쇼를 반복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더 이상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했다.

 

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비연예인이 나오거나 연예인이 나오더라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거나(캐릭터가 아니라). 알다시피 전자가 <일밤>을 구원한 <아빠 어디가>이고, 후자가 <진짜 사나이>다. 결국 <일밤>이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트렌드가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스타 MC가 없는 관계로 연예인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계속 실험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프로그램은 단연 <아빠 어디가>다. 물론 연예인이 등장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또 연예인이라는 위치가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성주는 아나운서 김성주가 아니고, 성동일은 미친 존재감의 배우 성동일이 아니다. 그들은 민국이 아빠이고 준이 아빠일 뿐이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다큐 예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계기이기도 했다. 물론 KBS에서 <인간의 조건>을 통해 다큐 예능은 그 가능성을 먼저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처럼 그것이 일요일 저녁 예능의 격전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은 미지수였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설정 없이 다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제작과 편집은 바로 그 연출의 조미료를 뺀 점 때문에 각광받는 의외의 수익을 얻었다.

 

<나 혼자 산다> 같은 독신 혹은 독거남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큐적으로 담는 예능이 호평을 얻게 된 것이나, <일밤>에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투입한 데는 바로 이 다큐 예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큐 예능이 보여주는 것은 연예인으로서의 모습이나 캐릭터가 아니다. <진짜 사나이>에서 김수로보다 샘 해밍턴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은 다큐 예능이라는 형식이 연예인을 어떻게 비추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마치 군대 들어가면 사회에서의 지위나 명성과는 상관없이 다 똑같이 시작하는 것처럼, 다큐 예능은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간의 캐릭터와 무관하게 진짜 모습을 포착해낸다.

 

결과적으로 <아빠 어디가>가 13%대 시청률로 SBS <일요일이 좋다>와 1,2위를 경쟁하는 것이나, 이제 2회에 불과하지만 무려 9% 대의 시청률과 화제를 몰고 있는 <진짜 사나이>의 선전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같은 스타 MC 없이도 <일밤>이 부활한 비결? 그 답은 질문 속에 이미 들어있다. 스타 MC에 기대지 않고 연예인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는 것. 그것이 비결이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 무엇이 강점일까

'주병진 토크 콘서트'(사진출처:MBC)

굳이 '주병진 토크 콘서트'라고 주병진이라는 MC의 색깔을 명확히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1인 토크쇼가 그러하듯이 그 1인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색깔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토크쇼에서 주병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주병진을 흔히 '코미디계의 신사'로 부른다. 양복 차림에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찾아서 하는 멘트, 매너 있는 게스트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그에게는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토크쇼를 보면 시끄럽다기보다는 차분한 것이 특징이다.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웃음의 포인트들이 있다. 이것은 '신사 같은' 주병진이 그러한 태도와 매너를 살짝 벗어나는 지점에서 나온다. 첫 손님으로 나온 박찬호가 말실수로 "야"라고 하자, 그것을 그대로 받아치며 "우리 편하게 하자고."하면서 짐짓 반말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매너 바깥으로 살짝 벗어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이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토크쇼지만, 앉아서 이야기만 하는 그런 토크쇼는 아니다. 주병진은 첫 방송에서 박찬호와 함께 무대 위에서 공을 던져 속도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방청객 두 명을 불러서 공을 던지게 하고 그 속도를 합쳐 160킬로가 넘으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펼쳤다. 이런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코너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토크쇼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주병진은 '일밤' 시절부터 코미디로 잔뼈가 굵은 코미디언이다. 즉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연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자잘한 이벤트적 상황에 대한 뛰어난 그의 대처능력은 현장에서 생겨나는 돌발적인 순간의 재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주병진만이 토크쇼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비연예인 게스트를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에도 몇몇 비연예인 게스트를 초대하는 토크쇼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토크쇼가 거의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유일한 비연예인 게스트를 포용하는 토크쇼가 '무릎팍 도사'였지만, 이마저 사라져버린 상황.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그 없어져가는 명맥을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물론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또 비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한다고 해서 연예인만큼의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다. 즉 연예인이든, 비연예인 게스트든 똑같이 포용해 주병진식의 재미와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최근 비슷비슷한 연예인 게스트들의 반복 출연으로 식상해진 토크쇼를 생각해보면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갖는 최대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토크쇼는 그 형식에 의해 사실상 게스트의 폭도 정해진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주병진 특유의 신사 이미지와 점잖으면서도 때론 확실히 망가지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상황 코미디의 강점을 부각시켜서, 사실상 누구든 그 게스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았다. 그것이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스포츠 스타든 아니면 연예인이거나 심지어 일반인이든 활짝 문호가 열려진 토크쇼. 그러면서도 확실한 웃음의 포인트를 잃지 않는 토크쇼. 이것이 주병진만이 할 수 있는 토크쇼, '주병진 토크 콘서트'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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