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이 만든 만만찮은 파장, 향후 드라마 판도는?

 

예능 드라마? 한 때 이 이상한 조어의 드라마는 드라마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는 비하의 대상이었다. 드라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너무 가볍게도 느껴지고 어찌 보면 만화 같기도 한 이 근본 없는(?) 드라마에 예능 드라마라는 어설픈 이름을 붙인 것에도 아마도 그 비하의 의미는 어느 정도 들어있었다고 여겨진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응답하라> 시리즈 이야기다. 처음 <응답하라1997>을 신원호 PD가 만든다고 했을 때 필자 역시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시트콤일 것이라 섣불리 예단했던 적이 있다. 예능 PD가 드라마를 한다는 걸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과거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했던 경력을 떠올리며 <응답하라1997> 역시 시트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섣부른 예단은 첫 회가 방영된 후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그건 시트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존 드라마 문법을 따르는 드라마도 아니었다. 드라마와 예능 사이 애매모호한 경계를 밟고 있는 <응답하라1997>은 그러나 성공적이었다. 2012년에 <응답하라1997>이 방영된 후 3, <응답하라1988>은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가 결코 드라마 바깥에 놓여진 돌연변이가 아니라 어찌 보면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취향 때문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드라마들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올해 드라마 판도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지상파의 고민과 비지상파의 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들은 기존 플랫폼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새롭게 적응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MBC는 기존 지상파 주 시청층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다. 그래서 익숙한 자극적인 코드들을 버무려 주말드라마 헤게모니를 만들었다. MBC 주말드라마는 그래서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잃은 것도 만만찮다. 결코 미래지향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그 선택이 MBC 드라마의 위상을 깎아먹은 것이다.

 

SBS는 이른바 복합장르라는 새로운 드라마의 틀을 만들어내며 이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기존 지상파의 헤게모니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현재 하고 있는 <리멤버 아들의 전쟁> 같은 복합장르의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냄새를 보는 소녀> 같은 SBS가 시도해온 일련의 복합장르의 실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KBS는 이런 변화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본래 지상파 드라마 헤게모니의 핵심이랄 수 있었던 가족드라마, 일일드라마, 정통사극 안에 머물렀다. 그나마 올해의 성과라고 하면 <프로듀사> 같은 예능과 드라마의 접목을 통해 탄생한 작품 정도일 것이다. KBS 드라마의 부진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지상파 플랫폼의 힘과 새로운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고민하며 이런 저런 선택을 하고 있을 때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그 틈새를 통해 비상했다. JTBC는 작년 <밀회>를 통해 확고한 드라마의 강자임을 증명했지만 올해는 <송곳> 이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변화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일이다. JTBC는 지상파와의 차별점으로 정통드라마를 주창해왔지만 올해는 <라스트><디데이> 같은 장르물의 실험을 시도했다. 물론 그 장르물이 성취를 갖지 못했지만 정통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은 역력해보였다.

 

비지상파 드라마의 비상을 전면에서 이끈 건 다름 아닌 tvN이다. tvN<응답하라1997>의 성취에 이어 끊임없이 예능적인 성격을 가진 드라마들과 영화적인 드라마들을 공격적으로 포진해왔다. 작년 <미생>이 드라마 전체에 파장을 일으킨 것은 물론 그 원작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올해 <오 나의 귀신님>이나 <두 번째 스무 살>이 모두 7%대의 시청률을 낸 것은 tvN표 드라마의 지속적인 투자가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점은 모두가 인정하듯 <응답하라1988>이다. 이 드라마는 마치 비지상파 드라마의 상징처럼 세워져 있고, 또한 지상파 본방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케이블과 종편이 새롭게 등장한데다 모바일이나 IPTV 시청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이 등장하고 있는 혼돈기에 이 드라마는 하나의 대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응답하라1988>의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기존 드라마 문법 안에서 이 드라마를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응답하라1988>은 예능의 좋은 유전자들을 가져와 드라마에 이식한 작품이다. 마치 예능이 그러하듯이 캐릭터가 선명하게 세워져 있고 매회 한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완결된 영화처럼 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시트콤적인 구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응답하라1988>은 시트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지함과 무게감을 갖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를 선명하게 세우고 매회 끊어지는 에피소드로 구성하게 되면 드라마 전편을 굳이 다 보지 않아도 중간 중간에 들어와 충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틀이 가능해진다. 마치 <12>을 몇 주 못 봤다고 해서 다음 회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한 회 분량의 에피소드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이야기들로 짧게 짧게 끊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이른바 한 회를 다 보지 않아도 이른바 짤방을 통해서도 충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응답하라1988>은 현재 1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게다가 이만한 화제를 매일 같이 쏟아내는 드라마도 없다. 지상파도 내기 힘든 시청률과 화제성. <응답하라1988>은 현재 플랫폼 변화와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 속에 혼돈에 빠진 드라마계의 새로운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예능 드라마라고 비하했던 이들 드라마들은 이제 향후 드라마계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PD시대로 바뀐 예능, 그래도 유재석이다

 

9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연말을 맞아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개그맨’ 1위에 유재석이 올랐다. 올해만이 아니라 4년 연속 1위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3%가 유재석을 꼽았다고 한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물론 개그맨을 뽑는 것이니 그 중에서 유재석을 넘어설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재석은 매년 해왔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단 두 차례(2010년 강호동 2011년 김병만)를 제외하고 전부 1위를 차지해왔다. 심지어 2010, 2011년에도 유재석이 단 몇 프로 차이로 2위에 랭크되어 있으니 사실상 거의 매년 부침없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유일한 개그맨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띠는 건 2위에 이국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4위에 김준현(SNL코리아), 6위에 정형돈(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7위에 박나래(코미디빅리그), 9위에 신동엽(SNL코리아, 마녀사냥, 수요미식회)이 나란히 들어 있어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비지상파(tvNJTBC)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된 건 다분히 과거 스타 MC 파워에서 이제는 스타 PD 파워로 예능의 지분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당부분 드러내는 일이다. 비지상파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대거 비지상파로 거처를 옮긴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유재석도 강호동도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다. 그들이 최근 나란히 JTBC 예능의 문을 두드린 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스타 MC 시대가 저불고 대신 스타 PD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의 존재감이 그 어떤 개그맨들보다 강렬한 한 해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았던 <무한도전>에서도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런닝맨>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스타MC들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이제 지상파와 다름없는 비지상파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게 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유재석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졌던 장면들은 <런닝맨><무한도전>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출연자들을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하나 배려해가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그 놀라운 진행 능력이었다. <런닝맨> ‘100 vs 100’ 특집은 무려 200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는데, 자칫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템을 유재석은 발군의 진행능력으로 살려냈다. 또 방송국 PD들을 잔뜩 모아놓고 했던 <무한도전> ‘무도드림자선 경매쇼에서도 이런 유재석의 진행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확실히 스타 MC의 파워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재석은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10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20을 보여주는 격이다. 그를 유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저 허명만이 아니라는 걸 그의 올해 남다른 도전이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무도>도 힘들다, 지상파 예능 시즌제 안하면

 

“2008년부터 TV 플랫폼을 벗어나 영화, 인터넷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건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문제는 <무한도전>의 시즌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아이템을 해결할 수 없더라.” 지난 달 25일 김태호 PD는 서울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시즌제를 언급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건 김태호 PD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지상파 예능 PD들은 오래 전부터 줄곧 시즌제를 외쳐왔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시즌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지금의 지상파 예능의 편성 시스템으로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존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 맞추기 위해 반복적인 노동에 노출되다 보면 애초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힘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제작진도 또 시청자도 어떤 휴지기를 통한 재충전의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시즌제의 문제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PD가 바로 나영석 PD. 그는 KBS를 떠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으로 PD가 쉴 틈 없이 달려옴으로써 너무 고갈되어버린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CJ로 이적한 후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를 시즌제로 구성해 톡톡한 효과를 거뒀다. 만일 이 프로그램들이 시즌제가 아니라 매주 방송으로 편성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프로그램의 소비속도는 빨라졌을 것이고, 그 신선한 느낌도 사뭇 상쇄됐을 것이다.

 

이처럼 예능 PD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시즌제에 대한 김태호 PD의 언급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금껏 시즌제가 아닌 매주 편성으로 버텨냈던 지상파 예능이 어느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알다시피 최근 한 2년 동안 지상파 예능들은 JTBCtvN 같은 비지상파 예능에 그 주도권을 놓친 지 오래다. JTBC<비정상회담>이나 <썰전>, <냉장고를 부탁해>, <히든싱어>가 각각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고, tvN<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집밥 백선생> 등등의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하나의 트렌드를 세웠다. 지상파들은 뒤늦게 보조를 맞추기 위해 쿡방을 따라하거나 외국인 트렌드를 끼워 넣는 모습을 보였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에서 주도권이 빼앗긴다는 건 치명적이다. 예능의 헤게모니를 떠나 그것은 방송사의 위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다. 실제로 JTBCtvN이 이른바 ‘5대 방송사(지상파 3사와 함께)’를 새로운 방송사의 틀로 제시할 수 있었던 데는 상당부분 이들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들의 지분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인식들은 지상파 관계자들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시즌제를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앞의 이익 때문이다. 이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마어마한 광고 완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말 예능의 경우는 방송사의 경영지표가 좌지우지될 정도로 광고 매출이 중요하다. 그러니 잠시 쉬고 간다는 건 언감생심 마음먹기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콘텐츠란 그 자체의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장기적인 인기를 이어갈 수 있고 그래야만이 광고 매출도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다. 지금의 주말 예능을 보라. 그나마 KBS<12>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복면가왕>, <진짜사나이>, SBS<런닝맨>같은 프로그램이 버티고는 있지만 그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뜨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방송 사고들은 이러한 매주 편성의 노동강도가 결국은 콘텐츠에 무리를 주고 있다는 징후처럼 보인다.

 

물론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즌제가 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스튜디오형 예능으로 JTBC<냉장고를 부탁해><비정상회담>, <썰전> 같은 프로그램이나 tvN<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매주 편성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히든싱어><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같은 파괴력이 있는 대작(?)들은 시즌제가 프로그램의 파괴력을 훨씬 높여준다.

 

이것은 <무한도전>이나 <12>도 마찬가지다. 무려 10년이다. 10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해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자들도 달라지고 있고 방송 트렌드도 시즌제에 더 맞춰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변화 속에서 당장의 이익 때문에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자칫 방송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고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 많은 인재들 또한 유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들은 나영석 PD의 승승장구를 눈 여겨 보고 김태호 PD의 고민에 귀기울여야할 때다



tvN에 이어 JTBC, 강호동의 행보에 담긴 의미

 

이번엔 JTBC. 강호동이 JTBC 예능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JTBC에는 <무릎팍도사>를 함께 했던 여운혁 PD가 있다. 그는 이미 <썰전> 같은 JTBC 예능의 아이콘을 만들어낸 PD. 한동안 고개 숙였던 강호동이라도 당연히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호동과 여운혁 PD의 조합이 어떤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신서유기(사진출처:tvN)'

물론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었지만 이미 강호동은 나영석 PD와 함께 tvN에서 <신서유기>를 찍은 바 있다. <신서유기>는 누적 조회 수가 5천만 건을 넘기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에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강호동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점이다.

 

인터넷 플랫폼이 낯설어 어떤 얘기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모습이나 옛날 방식의 웃음 만들기를 여전히 보여주다 다른 출연자들에게 옛날 사람으로 불리는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주었고, 길거리에서 틈만 나면 쭈빠지에(저팔계)!”를 외치는 모습도 역시 강호동 다운 웃음이었다.

 

지상파만을 고집하던 톱 MC들이 비지상파로 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굳건히 지상파를 고수하고 있었던 이들이 유재석, 강호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은 JTBC<슈가맨>으로 합류했고, 강호동 역시 tvN을 거쳐 이제는 JTBC로의 입성을 앞두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다채널화되는 시대고, 게다가 좋은 콘텐츠라면 지상파든 비지상파든 이제 대중들이 찾아본다는 것이 이미 몇몇 성공적인 예능 프로그램들로 증명된 바 있다. 그러니 유재석이나 강호동도 이제 지상파 비지상파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지상파를 떠난 비지상파의 PD들은 어찌 보면 이들 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들이 아닌가. 지상파에서 유능한 PD들은 어느새 상당부분 비지상파로 빠져나간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tvN<신서유기>가 그랬던 것처럼 만일 JTBC에서도 강호동이 살아난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지상파 예능의 안일함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지상파가 이런 저런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 형식이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거꾸로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강호동이 JTBC에서 예능을 새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반응이 영 시원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것은 강호동에게 꽤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즉 지상파에서도 비지상파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은 강호동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MC파워보다는 제작진의 파워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그 성패를 온전히 강호동이 지고 간다는 건 어딘지 억울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호동이 아닌가. 강호동의 JTBC행은 그 성패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