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갈수록 커지는 김상중 존재감, 그 만큼의 윤균상 부담감

MBC 월화드라마 <역적>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길동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져와 억울한 노비들의 삶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공감대를 확보한 후, 의외의 반전으로 사이다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적(사진출처: MBC)'

그 사이다 전개의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김상중이 연기하는 아모개다. 주인이 아무렇게나 지어 ‘아모개’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지만 참고 참다 결국 아내가 죽게 되자 그는 각성하고 낫을 든다. 어린 시절부터 모진 매질에 이력이 날대로 난 그였지만, 또 용력이 남달랐어도 그런 사실을 숨기며 살아왔던 그였지만, 그렇게 숨죽이며 살아온 대가가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불행이었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은 그는 그래서 복수를 한다. 

주인을 죽인 강상죄를 저질렀지만 아모개는 그 주인 역시 임금을 폐위시키고 그 ‘주상의 발자취를 깎아버릴 것’이라고 했던 폐비에 붙어 강상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40년을 주인으로 받들며 살다보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꿰뚫고 있는 노비의 반격이었다. 아모개는 폐비 쪽으로부터 주인이 돈을 주고받은 훗날을 도모하는 문서로 주인의 처를 겁박해 풀려나게 된다. 강상죄에 강상죄로 대적한 것. 

보통의 사극에서 아모개 같은 주인공의 아버지 혹은 멘토 역할을 하는 이들은 드라마의 초반 극적 갈등을 전개해주고 빠지는 게 그 역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애초에는 아모개가 이 사건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되고 그래서 주인공인 홍길동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 예상은 빗나갔다. 아모개가 스스로 살아 돌아오는 사이다 전개가 펼쳐진 것. 

이렇게 됨으로써 아모개의 존재감은 더 커지게 됐다. 향후에도 홍길동이 자라기 전까지 <역적>의 상당부분을 이끌어가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지금처럼 노비로서의 삶이 아니라 이미 각성한 자로서의 ‘역적의 길’을 걷는 아모개의 모습으로 말이다. 

<역적>이 초반에 이처럼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데는 이 아모개 역할을 연기한 김상중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처연한 눈빛으로 특유의 사투리를 쓰며 가족에겐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고, 억울한 아내의 죽음 앞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절규하며, 주인 앞에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낫을 드는 그 일련의 연기들은 <역적>에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을 가능하게 해줬다. 

하지만 김상중의 존재감과 역할이 이렇게 커짐으로 해서 주인공인 홍길동 역할을 하는 윤균상의 부담감 또한 커지게 됐다. 과거 여러 사극에서 자주 발생했던 것처럼, 초반 이렇게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그 바통을 이어주고 빠져나가야할 조연이 그 힘 때문에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계속 이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고, 또 그 조연이 빠져나간 자리의 커다란 빈자리를 정작 주인공이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의 사극 경험까지 한 윤균상이 이런 빈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초반 김상중이 워낙 큰 힘을 <역적>에 실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역적>은 아버지가 걷는 그 길을 아들이 걷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 아들인 홍길동이 아버지인 아모개가 보여준 면면의 속 시원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이 <역적>이 비상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콘’, 풍자는 있는데 참신함이 떨어진다

“야 인턴! 넌 뭐가 그렇게 신나서 실실거려?” 직장상사인 부장 박영진이 이제 갓 들어온 인턴에게 그렇게 지청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 인턴 박소영 보통 내기가 아니다. 당하지만 않겠다는 듯 부장이 한 말을 또박 또박 받아 되돌려준다. “부장님은 뭐가 그렇게 화나서 씩씩거리세요?” 그러면서 월급은 언제 주냐고 묻자, 부장은 얄밉게도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돈 타령”이란다. 그러자 또 이 인턴의 사이다 반박이 이어진다. “그러는 부장님은 돈도 제대로 안주면서 왜 일 타령이세요?” 관객의 박수갈채가 터진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KBS <개그콘서트>의 ‘불상사’에서 인턴 박소영이 등장하는 이 부분은 확실히 눈에 띈다. 그것이 단지 직장 내 부조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사이다 발언이 담겨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부장으로 대변되는 구세대가 갖고 있는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과 인턴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부딪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시원한 일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세대의 일에 대한 생각 같은 걸 읽게 된다. 

“야 열정페이란 말 몰라?” 부장의 한 마디에 “페이를 주셔야 열정이 생기죠.”라고 재치 있게 받아넘기고, “야 내가 너 땐 이런 식으로 안했어.”라고 논리가 부족해지면 들고 나오는 자세에 대해 “저도 부장님 되면 이런 식으로 안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대꾸한다. 그러자 부장은 역시 나이를 걸고넘어진다. “30년 전에는 너 같은 애 뽑지도 않았어.” 하지만 인턴은 “30년 전에는 저 태어나지도 않았어요.”라고 물러서지 않고, 급기야 부장이 “이게 어디서 말대답이야?”라고 화를 내자, “말을 하시니까 대답을 하죠.”라고 되받는다. 그리고 퇴근한다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퇴근 후 깨톡으로 일시키지 마세요.”라는 말은 작금의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놓은 퇴근 없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되는 노동의 현실을 드러낸다. 

<개그콘서트>의 ‘불상사’는 이 박소영이 하는 인턴 역할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부분들은 사실 그리 인상 깊게 남지 않는다. 그건 너무 익숙한 코드를 반복하고 있거나 아직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해 미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칭찬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계속 말을 바꾸는 송왕호가 연기하는 이중인격 팀장 캐릭터는 흥미롭지만 생각만큼 공감을 주지는 못한다. 

‘불상사’라는 코너가 어떤 부분은 흥미롭고 또 공감에 웃음까지 주지만 어떤 부분은 그저 구색처럼 붙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지금의 <개그콘서트>의 전체 상황을 축소해놓은 듯 보인다. 즉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히 느껴지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땀복근무’ 같은 코너는 마치 과거 ‘마빡이’ 같은 노동 강도로 웃음을 주려 안간힘을 쓰지만 몸이 힘든 만큼의 웃음의 강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전설의 미남 개그맨 정명훈’ 같은 코너는 호들갑스럽게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정승환으로 인해 정명훈에게 잔뜩 부담을 주는 특이한 콘셉트의 코미디지만 이것 역시 진짜로 웃기지 않는 정명훈의 멘트가 나올 때는 약간 맥이 풀려 버린다.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과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세젤예’는 예민한 사람들의 조합을 통해 오해하는 상황들을 빚어내는 것으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코너다. 하지만 ‘이게 실화냐?’ 같은 코너는 여자들 두 명을 앉혀놓고 화장을 했냐 안했냐 가지고 계속 따지고 드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것이 요즘 같은 현실에 왜 중요한지는 알기가 어렵다. 

‘연기돌’은 도입 부분에 잔뜩 긴장해 대사를 계속 틀리게 말하는 임성욱과 후반부에 지나치게 연기론에 대해 운운해면서 화장실 청소원 연기에 과장되게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라고 대사를 던져 웃음을 주는 이수지가 주목되지만 오나미 부분은 너무 익숙한 설정이라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대통형’은 <개그콘서트>가 풍자가 왜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어가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코너는 비슷한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실제 이슈가 됐던 말들의 패러디는 나열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참신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풍자라면 소재를 가져오되 그걸 그 코너가 가진 색깔로 녹여 내거나 비틀어야 비로소 참신한 웃음을 만들 수 있다. 

‘돌아가’처럼 늘 반복되는 조폭개그나 ‘1대1’처럼 너무 오래도록 반복되어 이제는 시들해진 코너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는 상황으로는 <개그콘서트>가 트렌드를 선도했던 과거의 그 힘을 되찾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상사’의 박소영이나 ‘연기돌’과 ‘부담거래’ 등에서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이수지 같은 보석들이 보이지만, 너무 많은 클리셰들 속에 같이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 

<개그콘서트>의 힘은 결국 팀플레이에서 나온다. 몇몇 개그맨만의 특별함으로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쉬운 접근이나 틀에 박힌 캐릭터의 반복 같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개그맨이나 개그들도 눈에 들어올 테니 말이다.

남궁민이 하니 다르네, 속시원한 풍자극 <김과장>

왜 하필 경리과장일까. 드라마에서 경리라는 직책은 어떤 사건의 보조적인 인물 정도였던 게 사실이다. 드라마로서 그다지 판타지를 줄만한 요소가 없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아예 대놓고 TQ그룹 경리과장이 된 김성룡(남궁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김과장(사진출처:KBS)'

그가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된 건 그 자리를 지키던 경리과장이 자살을 기도했기 때문이다. TQ그룹의 회계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는 협박을 받았고 결국 자신으로서 모든 걸 덮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TQ그룹의 비리는 그래서 그 일개 경리과장의 사적 비리로 치부된다. 그가 떠나간 빈자리에 채용된 김성룡은 자신 역시 회사에서 이용되다 버려질 운명이라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하지만 TQ그룹 역시 이 새로 온 김과장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있다. TQ그룹의 재무이사인 서율(준호)은 새로 올 김과장이 군산에서 조폭사장의 경리 일을 해주면서 적당히 삥땅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덴마크 이민을 준비하는 적당히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걸 간파하고 그 사실을 이용해 그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하지만 김과장은 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그려내려는 속 시원한 사이다 풍자극의 핵심이니까. 

결국 이 드라마가 경리과장을 주인공으로 세우려는 뜻은,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비리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기업의 돈이 오고가는 곳. 그 곳에서 빚어지는 많은 비리들과 그걸 몇몇 희생자를 만들어 덮으려는 기업의 음모. 우리네 현실의 많은 문제들은 결국 그 돈의 잘못된 흐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김과장>은 기업의 회계 비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드러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검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오게 된 김성룡이라는 경리과장이다. 이 선택은 이 드라마가 사회 비리에 대항하는 사이다 드라마를 지향하면서도 그 방식으로서 유쾌하고 코믹한 풍자극을 지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무거울 수 있는 스토리는 그래서 김과장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코믹함으로 한껏 가벼워진다. 한편에서는 회사의 모든 비리를 한 몸에 떠안은 채 나무에 목을 매는 비정한 무게감이 드리워지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TQ그룹의 경리과장 자리에 들어오기 위해 면접관들 앞에서 눈물의 연기를 선보이는 김과장의 모습은 과장된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건 김과장의 진지함을 숨긴 채 한껏 무너지고 망가지며 가벼운 면면들을 드러내는 과장된 코믹함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남궁민의 연기다. 이미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는 또 이와는 정반대 이미지의 코믹한 캐릭터를 SBS <미녀 공심이>에서 선보여 확실한 연기파 배우의 면면을 세운 그다. 

이번 <김과장>의 과장된 코믹 캐릭터는 이제 남궁민이 다양한 연기의 결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됐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자칫 잘못하면 엉성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그는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기대하고 지지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 그로 인해 <김과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속 시원히 건드려주는 풍자 사이다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박사모 보이콧 <더킹>의 질문,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더킹>에는 우리네 역대 대통령들이 자료화면 그대로 등장한다.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까지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통령들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들은 그저 시대적 상황을 알려주는 배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들의 앞길이 꽃길이 되느냐 흙길이 되느냐가 결정되고, 그래서 마치 대선은 미래를 판돈으로 내건 도박판처럼 그려진다.

 

사진출처:영화<더킹>

지금껏 시국과 시대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었다는 건 우리네 정치사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더킹>의 주인공은 조폭이 아니라 검사다. 그것도 상위 1%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검사. 한강식(정우성)은 그 정점에 있는 인물이고 그를 오른팔 역할을 하는 양동철(배성우)은 어느 날 후배검사인 박태수(조인성)를 자신들의 라인에 끼워 넣는다. 영화는 태수라는 인물의 개인사이면서 그의 성공과 추락 과정들이 엮어진 시대사를 그린다.

 

영화에서 이 1%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권력욕에 물든 비리 검사들은 조폭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다만 손에 피 묻히고 오물을 만지는 일들을 직접 하는 조폭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점점 권력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태수에게도 그런 그림자 역할을 자청하는 고향친구 두일(류준열)이 붙는다. 라인을 타고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가는 그에게 가족과 친구는 일종의 걸림돌이 된다. 이 권력 시스템에서 가족관계나 친구관계 같은 수평적 체계는 서열화 되기 마련인 권력 체계에는 점점 맞지 않는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비리검사들이 하는 일이란 지속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은 권력을 바꾸게 되고 그럴 때마다 라인을 제대로 타지 못하면 추락하게 되는 게 이 권력 시스템의 룰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알아맞히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태수의 목소리로 그가 겪은 일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깔린 내레이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인물이 성공하기 위해 하는 일련의 선택들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곤두박질치는 그 과정들을 똑같이 간접경험하게 만들고, 그 삶의 선택들을 반추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다소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훈적 틀을 벗어나 어떤 통쾌함과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건 영화가 유지하고 있는 일종의 마당극 같은 풍자적 요소들 덕분이다. 다소 과장된 연출로 보여주는 이런 풍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고구마 시국에 얹혔던 체기를 시원한 사이다로 가라앉혀주는 힘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마취적인 사이다에만 머무는 영화라는 건 아니다. <더킹>의 덕목은 이러한 풍자극의 사이다를 느끼게 해주면서도 동시에, 태수의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나쳐온 대통령들의 면면들과 그들이 대통령이었던 시대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주고, 당시의 부조리들이 어떻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시국을 만들었는가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것.

 

흥미로운 건 영화 중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모습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결정이 내려지고 비통해하는 야당 의원들 모습이 비춰진 후 국회에서 박근혜 의원이 웃고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 한 장면만으로 <더킹>은 기묘한 반전을 이루는 현 시국의 이야기까지를 끼워 넣는 효과를 만든다.

 

한편 박사모의 한 회원은 <더킹>을 보이콧 하자는 제안을 카페에 올렸다고 한다. 지난 <아수라> 무대 인사에서 박근혜 나와라고 외쳤던 정우성이 출연하고 있다는 이유다. 갖가지 드러나고 있는 부정들로 인해 탄핵 정국을 맞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여전한 무비판적 추종에 대해 <더킹>이라는 영화는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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