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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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 강풀의 ‘조명가게’ 오싹한데 뭉클한 이 세계이주의 드라마 2024. 12. 9. 07:27
‘조명가게’, 어떻게 공포가 감동으로 바뀔 수 있었을까(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환자는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의지가 생기죠?” 흔히들 의식불명에 빠진 중환자의 가족들에게 의사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의식이 없던 중환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매다 살아돌아온 건 어떤 의지 때문이었을까. 강풀 원작의 디즈니+ 드라마 ‘조명가게’가 그리고 있는 독특하고 기발한 세계관은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을 게다. 그들의 의지는 어쩌면 환자만의 의지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의지가 더해진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력으로부터. 퇴근 길 버스정류장에 매일 같이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자, 그 여자가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걸어다니는 어두운 동네, 불빛이 하나도 없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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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연기차력쇼가 만든 기막힌 힐링 로맨스의 탄생이주의 드라마 2024. 10. 8. 10:13
‘나의 해리에게’, 사랑을 넘어 삶을 이야기하는 로맨스라니“선생님. 사랑을 하니 모든 게 반짝반짝거린다고요. 행복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볼 수만 있다면 만질 수만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요?”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서 주혜리(신혜선)는 정신과 의사에게 그렇게 말한다. 주혜리, 아니 주은호(신혜선)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겪는 중이다. 본래는 PPS 아나운서지만 또 다른 인격으로 생겨난 주혜리는 미디어N 주차관리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그 곳에서 만난 미디어N 아나운서 강주연(강훈)과 사랑에 빠진다. 주혜리는 그렇게 강주연을 사랑하게 되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되돌아오는 주은호는 8년 동안 만나왔던 같은 회사 에이스 아나운서 정현오(이진욱)와 헤어졌다. 하지만 헤어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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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곧 죽습니다’, 멀티 장르 가능하게 한 회귀물의 진화이주의 드라마 2024. 1. 15. 06:26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12번의 다른 삶이 꺼낸 재미와 의미 한 작품 안에 이토록 다양한 장르가 겹쳐진 드라마가 있었을까. 멜로와 스릴러가 결합하고 사극과 멜로가 더해지는 식의 멀티 장르는 있었지만, 장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의 신박한 세계다. 뻔한 취준생의 회귀물인 줄 알았다면 오산 그 어렵다는 태강그룹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면접날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 남자를 마주한 후 그 충격에 망쳐버린 면접에서 떨어진 이재(서인국)는 그 후로 절망적인 취준생의 삶을 살아간다. 알바를 전전하며 여자친구 지수(고윤정)에게 변변한 밥 한 끼 사지 못하는 처지에, 알바로 번 돈 전부를 투자 사기를 친 친구 때문에 다 날려버린다. 엎친데 덮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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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가 말한다, 음식, 삶에 대한 예의는 이런 거라고동그란 세상 2023. 1. 19. 15:23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먹방, 쿡방 시대에 던지는 질문 아마도 요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는 낯설 수 있다. 탕수육 하나를 만드는데 이틀이 넘게 걸린다면 그 누가 그 과정을 보려 할 것이며, 그러한 레시피를 따라하려 할 것인가.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촘촘히 따라가며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그 과정을 보는 내내 먹먹해진다. 도대체 이러한 마법의 레시피는 어떻게 가능해진걸까.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가 그 드라마다. 6회에 등장한 ‘띄엄띄엄 탕수육’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어떻게 이 지리한 과정조차 먹먹한 감동으로 만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매일 건강식을 차려 내주는 남편 창욱(한석규). 그런데 갈수록 입맛이 없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