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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영화 대사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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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포장하기 마련이야. 보는 게 본질이니까.” 김대우 ‘히든페이스’

히든페이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진짜 속은 얼마나 다를까. 김대우 감독의 영화 ‘히든페이스’는 인간의 겉과 속에 대한 이야기를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자신의 삶 역시 지휘하며 살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가 약혼한 수연(조여정)과 그의 엄마(박지영)가 만들어 준 삶을 살아간다. 수연의 엄마는 오케스트라를 소유한 단장으로, 분식집 아들로 자수성가한 성진이 마당 넓은 집에 살고 지휘자로서도 설 수 있게 해주는 인물이다. 성진은 이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게 있지만 드러내진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수연이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사라지면서 그의 숨겨진 민낯이 드러난다. 

 

겉과 속이 다른 건 성진만이 아니다. 사라진 수연도, 그녀가 오케스트라에서 맡았던 첼리스트 자리를 대신해 나타난 미주(박지현)도 저마다 숨겨진 속내들이 있다. 영화는 이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의 겉면을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하나하나 벗겨 그 실체를 보여준다. 집에 숨겨진 밀실이 등장하고, 그 밀실 안에서 창을 통해 집 안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일탈이 에로틱하게 펼쳐지는 영화지만, 이 영화 속 공간 구조는 바로 인간의 겉과는 다른 속을 낱낱이 들여다보기 위한 설정이다. 파격적인 정사신이 담긴 19금 영화지만, 에로티시즘을 넘어서는 사회적 은유와 의미가 담겨있다.

 

“뭐든지 포장하기 마련이야. 보는 게 본질이니까. 사람도 포장을 잘해야지.” 수연에게 그녀의 엄마가 툭 던지는 이 말은 이 영화가 에로틱한 상황들을 통해 벗겨내려 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포장된 삶들이 그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이 본질처럼 여겨지는 사회가 아닌가. 포장을 벗겨내고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이유다.(글:동아일보, 사진:영화'히든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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