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마리와 나>, 강호동에게 보이는 변화

 

강호동이 출연하는 JTBC <아는 형님>의 시청률은 낮다. 벌써 7회가 방영됐지만 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였다면 벌써부터 말들이 많이 나왔을 터였다. 강호동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부담감은 그만큼 컸다. 시청률이 안 나와도 강호동의 문제였고, 프로그램의 재미가 떨어져도 강호동 문제였다.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강호동이 나와서 이 정도 했는데도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건 프로그램에 일찍부터 망작의 주홍글씨를 새겨 넣었다.

 


'아는 형님(사진출처:JTBC)'

하지만 <아는 형님>은 조금 반응이 다르다. 호불호는 분명 있지만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게 적어도 강호동 탓이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강호동 하면 떠오르는 시끄러운(?) 이미지는 분명 여전히 있지만 그 이미지는 이 프로그램 안에서도 옛날 개그맨으로 비하되고 비난받음으로써 오히려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드로 활용된다. 그가 중심에 서서 뭔가 프로그램을 끌고 갈라치면 그를 잡는 인물이 나타난다. 민경훈은 그런 점에서 수확이다. 이수근이 강호동이 툭하면 주먹을 들려는(?) 모습에 움찔하는 자세로 늘 상황극을 만들어내려 한다면 민경훈은 대놓고 아무 거리낌 없이 강호동에게 돌직구를 날린다.

 

김영철은 끊임없이 일관되게 강호동에게 깐족대고 서장훈은 그 거구의 몸으로 강호동과 맞선다. 김희철은 심지어 강호동이 숨기고픈 과거까지 마구 끄집어내 폭로하면서 그를 곤란하게 만든다. 황치열은 강호동이 하는 행동에 100% 리액션을 보여주는 측근(?)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강호동을 추켜세우는 인물은 아니다. 확실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있어 오히려 강호동이 좋아하는 인물로 비춰진다. 김세황은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오히려 병풍캐릭터화 했다. 이런 판이라면 강호동은 한결 마음이 편할 것이다. 조금 옛 이미지가 비춰져도 그걸 물고 뜯는 동료들이 있어 오히려 괜찮아질 테니 말이다.

 

강호동이 JTBC에서 하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 <마리와 나> 역시 시청률은 아직까지 낮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강호동에 대한 반응은 이전과는 다르다. <마리와 나>를 보다보면 강호동이 이렇게 조용한 인물이었나 싶은 느낌까지 갖게 된다. 물론 귀엽기 그지없는 작고 앙증맞은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소리치고 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게다. 사실 혼잣말을 하는 것도 어색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쉬고 싶어 몸을 뉘일 때 마구 올라오는 강아지들이 강호동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 마치 놀라기라도 할까봐 조용 조용 달래듯 강아지들과 교감하는 모습은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강호동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속에서 강호동이 예능의 포인트들을 놓치는 건 아니다. 만난 지 얼마 안되서 금방 친해진 강아지들이 강호동의 입에 뽀뽀를 해대자 아직까지는 안돼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서인국과 함께 고양이들을 돌보러 갔다가 고양이 세 마리에게 왕따를 당하는 그 기막힌 상황에 버럭 화를 내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그의 공력이 느껴진다. 그는 어떤 포인트가 웃음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강호동에게 웃음보다 더 중요한 건 정서적인 느낌이다. 물론 웃음을 많이 주는 것이 업이니 그 노력을 등한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웃음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느낌으로 주느냐가 지금의 강호동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상파 바깥으로 나와 JTBC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들어온 강호동의 선택은 옳았다고 보인다. 아직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겠지만 적어도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강호동의 새로운 면들이 보이기 시작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화성의 이미지까지 바꿔놓은 <무도>의 마션

 

화성에 사시는 분이 맞습니까?” 화성(?) 탐사에 나선 MBC <무한도전>. 유재석의 질문에 화성에서 사시는 한 주민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는 우주복(비슷한)을 입고 있는 상황. 진짜 화성인 척 하는 상황극은 화성 주민과의 만남에서 화성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재미를 만들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버스에 올라탄 하하와 심형탁 그리고 광희는 승객들 옆 자리에 앉아 화성에 대해 묻기도 했다. 화성은 어떤 곳이냐고 묻자 한 아저씨는 지구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 상황극이지만 맞춰준 것이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화성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던 것.

 

이미 우주특집이라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됐던 상황극이었다. 그것이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질 상황극이라는 것은. 영화 <마션>을 패러디한 이 병맛 상황극 속에서 유재석과 박명수 그리고 정준하는 한 노인정을 찾아가 어르신들과 민화투를 치는 기막힌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10원짜리 민화투에 자꾸만 지던 유재석이 점점 화투에 몰입하고, 한 아주머니가 헬멧을 쓰며 관심을 보이자 우주복의 장갑과 산소통을 팔아 자금(?)을 얻는 장면은 큰 웃음을 주었다.

 

특히 산소통을 두고 벌이는 흥정은 압권이었다. 500원에 팔려는 유재석과 100원에 달라는 아저씨. 결국 200원에 낙찰(?)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아저씨와 부부로 보이는 아주머니 사이의 실랑이가 또 다른 웃음을 만들었다. 200원에 사자는 아주머니에게 이미 100원에 얘기됐다는 아저씨를 보며 유재석은 상황극 속에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무한도전> 우주특집은 전반부는 화성이라고 속여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터에 내려놓고, 그 곳에 세워진 기지에서 우주 적응 훈련을 하는 상황극이었다. 무중력 적응을 한다며 트램펄린을 뛰어 도넛을 입으로 먹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편집되어 마치 진짜 무중력 상태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거기서 나오는 그 리얼한 표정과 리액션들은 온전히 웃음의 몫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화성 탐사로 나선 멤버들이 화성의 축사를 들여다보고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보며 화성인이라고 기겁하는 모습들은 병맛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주민들에게 접근해 천연덕스럽게 지구에서 탐사 온 지구인이라며 벌이는 장면은 <무한도전>의 상황극 클래스를 잘 보여줬다. 무수히 많은 상황극들을 보여줬지만 심지어 화성 가서(진짜 화성인 척 하며) 민화투를 치는 상황극이라니.

 

<무한도전>이 벌인 상황극이지만 이 우주특집은 그간 화성에 덧씌워져 있던 이미지를 상당부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화성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이미지가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특집이 보여준 화성의 이미지는 유쾌한 상황극으로 인해 한껏 밝아진 느낌이다. <무한도전>의 이번 우주특집이 의도치 않게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런닝맨> 부활의 실마리, 게임 상황에 현실을 가미하면

 

SBS <런닝맨>상속자 게임은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해왔던 게임과는 사뭇 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었다. 룰은 간단하다. 3층으로 된 대저택 더 하우스에 장판으로 구획된 땅을 게임을 통해 뺏고 빼앗는 것. 어린 시절 운동장 한 켠에서 땅따먹기게임을 해본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것을 한 저택으로 옮겨왔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단순한 게임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하지만 게임이 단순하다고 해서 그 재미 또한 단선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런닝맨>은 이 게임에 자신들만의 특기인 일종의 상황극적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집안에 구획된 공간에 색색의 장판으로 자기 땅(?)을 표시한 멤버들은 그 땅을 타인이 지나갈 때마다 런닝맨 머니를 요구했다. 처음 이름표 떼기 달리기로 땅의 넓이가 정해져 버린 멤버들은 땅 부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어져 누군가는 가만 앉아서도 통행료를 벌어가는 반면, 누군가는 부엌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도 통행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유행하기도 했던 금수저 흙수저 게임처럼 상속자 게임에는 그저 게임일 뿐이지만 그 룰과 보상에 의해 현실적인 뉘앙스를 갖는 면들이 생겨났다. 만일 모두가 함께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자유롭게 왕래하며 멤버들이 공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상속자를 뽑는 승자 독식의 룰 구조는 서로 뺏고 뺏기는 게임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집문서를 뺏긴 자들은 빼앗은 자들의 노예가 되기도 했다.

 

상속자 게임이 특이했던 건 지금까지 <런닝맨>이 해온 무의미해 보이는 게임과는 사뭇 다른 무언가 현실을 닮아있는 게임 자체의 룰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그 안에서 멤버들은 서로 돕기도 하고 배신을 하기도 하며 한때는 누군가의 종처럼 지내다가 곧 그가 모든 걸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다른 주인에 따라 붙는 모습으로 <런닝맨> 특유의 상황극적인 웃음을 만들어냈다.

 

게임과 상황극이 주는 재미. 이것은 그간 <런닝맨>이 줄곧 추구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거기 붙어 있는 어딘가 현실을 환기시키는 풍자의 뉘앙스는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 부분은 지금 현재 <런닝맨>이 오래도록 여러 게임들을 거듭해오면서 잃고 있던 것들이다. 즉 게임이 그저 게임으로 끝날 때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 놀이 같은 단순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저 즐기면서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둑이나 장기 같은 게임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시공간에서도 계속 사람들을 빠져들게 했던 건 그것이 단순한 게임 이상의 우리네 인생이나 인간사를 축소해놓은 듯한 뉘앙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게임을 고안해 보여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네 현실을 살짝 입히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게임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이번 상속자 게임은 보여주었다.

 

많은 이들이 <런닝맨>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초창기 <런닝맨>은 게임 예능의 진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이름표 떼기나 스파이 콘셉트 같은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하던 생존과 배신의 문제 같은 것들을 게임의 룰로서 포착해내고, 때로는 패러디를 통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런닝맨>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의미 없는 단순한 게임의 반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결국 너무 아이들 게임 같은 느낌으로 가벼워진 것이 <런닝맨>이 어려워진 이유였다면, 이제 상속자 게임이 보여준 것처럼 게임 상황에 현실적인 뉘앙스를 살짝 가미해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이것은 <런닝맨> 부활의 실마리가 되어 줄 지도 모른다



<무도>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던 <런닝맨> 좀비특집

 

SBS <런닝맨>좀비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의 레전드로 남은 망작 좀비특집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런닝맨> 측은 아예 이 <무한도전>이 실패했던 좀비특집<런닝맨>이 다시 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비교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런닝맨> 좀비특집은 <무한도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시기와 지금은 그 예능의 환경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런닝맨><런닝맨> 나름의 특성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당시만 해도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좀비가 출몰한다는 그 자체는 상황극일 수 있지만 그 안에 투입된 출연자들의 행동은 전혀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라 리얼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예능이 지켜야할 룰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참을 달려와 이제 한편에서는 리얼리티쇼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콩트적인 상황극이 재미로 만들어지는 지금, 이런 리얼과 가상의 경계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이 상황극이든 아니면 리얼 그 자체이든 목표만 분명하면 된다. 즉 웃음이든 긴박감이든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100% 리얼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런닝맨> 좀비특집이 흥미로웠던 지점은 바로 이 상황극과 리얼 사이에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는 그 여유였다. 건물 안에 감염된 좀비들과 그들 속에 숨어있는 시민들을 구출하는 런닝맨들의 활약은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진다. 게임은 가상이지만 그 게임을 하는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의해 결론이 달라지는 건 리얼이다.

 

처음에는 좀비들이 득시글대는 그 곳이 마치 귀신의 집체험을 하듯 그 무시무시함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호들갑으로 웃음을 주지만, 차츰 좀비들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긴박감이 생겨난다. 그러다 역시 게임스타터인 지석진이 좀비가 되면서 좀비들 사이에 왕코를 연호하게 만드는 장면이나 그 지석진의 좀비 분장과 연기를 웃으며 스마트폰에 담는 광수의 모습은 하나의 상황극 코미디에 가깝다.

 

즉 적당한 선에서 <런닝맨>은 상황극의 가상으로 빠져나와 웃음을 주다가, 또 게임에 집중하면서 리얼한 리액션의 재미를 선사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방식은 쉬워보여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즉 상황극을 하려고 했는데 리얼 반응을 하게 되면 웃음은 사라지게 된다. 과거 <무한도전> 좀비특집이 그 거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만에 망하게 된 까닭은 박명수가 어떤 상황극이 아니라 극도로 리얼한 반응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처럼 꽤 오래도록 서로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좀비특집같은 상황극과 리얼을 넘나드는 형식은 소화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쉬지 않고 5년 넘게 달려오면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가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출연자들의 리액션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좀비특집 같은 특유한 게임이 가능해진다. 그간 배신의 아이콘이었던 광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좀비가 되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능력자 김종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비들조차 그를 피하려 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

 

물론 <런닝맨> 좀비특집은 거창한 시작에 비해 조금은 평이한 결말로 감으로써 아쉬움을 남겼지만 또한 그 시도가 어떤 가능성을 찾아낸 것만은 분명하다. 즉 그간 게스트를 초대해 비슷비슷한 게임만 반복하는 방식은 <런닝맨>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좀비특집처럼 가상과 리얼을 넘나드는 게임은 <런닝맨>이 아니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런닝맨>이 어떤 정체된 모습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유의 독자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런닝맨> 좀비특집은 따라서 더 정교해져야 하는 숙제를 남겼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만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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