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와 유재석의 낮은 눈높이에 대한 의지 

 

이토록 다양한 아이템들과 기획의도가 어떻게 하나로 묶여질 수 있었을까. <무한도전> ‘관상 특집’은 이제는 하나의 역사가 되어가는 <무한도전>의 자신감과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늘 대중의 눈높이 아래에 자신들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특집이기도 하다. 이 한 편에는 지금껏 <무한도전>이 걸어온 역사가 자연스럽게 묻어있고 그 역사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법 또한 들어가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관상 특집’은 이 놀라운 시도를 통해 <무한도전>이 지금 현재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이 세계에는 지금껏 <무한도전>이 해왔던 무수한 아이템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있다. 관상 전문가를 데려다 놓고 조선시대였다면 누가 양반이고 누가 상놈이며 누가 왕이고 누가 상놈 중의 상놈인 망나니인가를 가려내는 장면은 지금껏 <무한도전>의 확실한 성공아이템으로 자리했던 외모 대결의 진화된 형태다.

 

하지만 ‘관상특집’의 스토리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조선시대라는 상황극 속으로 뛰어들더니 지금껏 <무한도전>이 상황극을 통해 현실을 비틀기도 했던 그 풍자정신을 녹여낸다. 왕은 신하의 말을 듣지 않고 향락에만 빠진 폭군이며, 고언을 하는 충신을 말 한 마디로 망나니 신분으로 떨어뜨린다. 떡을 입에서 입으로 옮겨 받는 식의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시도되던 원초적인 게임들이 오가고 게임 결과에 의해 신분이 뒤바뀌면서 권력구도가 재편된다.

 

굳이 <무한도전>이 엄청난 화제와 함께 무수한 말들까지 쏟아냈던 자유로 가요제 이후, 갑자기 ‘관상특집’을 통해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자유로 가요제가 보여준 <무한도전>의 위상은 누구나 주지하듯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높아진 위상은 <무한도전>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관상특집’이 다루는 잘못된 권력의 문제나 권력의 무상함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건네는 <무한도전> 방식의 대답이 되기도 한다.

 

상황극이 타임슬립 설정으로 갑자기 현대로 넘어오는 건 <무한도전>의 이제는 어디로 튀어도 이야기가 가능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상황극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고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묶어냈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무상함이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조선시대 폭군이었던 정형돈은 현재에는 지나는 행인과 똑같은 한 사람으로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질 뿐이다. 또 조선시대 망나니로 신분이 하락한 유재석은 한 착한 아줌마에게 계란을 얻어먹고 누군가 먹다 남은 잔반으로 배를 채우며 복수를 꿈꾸지만(신분의 복귀) 그건 현대에는 사실 의미 없는 일이다.

 

여전히 계급 제도의 권력의 틀에 묶여 있는 이들이 그래서 대중들 속으로 들어와 거리를 활보하는 건 <무한도전>이 과거 ‘지못미’ 특집 등으로 선보였던 벌칙 미션의 새로운 형태이면서 동시에 신분과 계급 그리고 권력이 가진 우스꽝스러움을 보여주는 놀라운 연출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건 한 지나는 직장인에게 신분을 묻자 그가 ‘노비’라고 하면서 ‘주인님’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갑자기 상황극과 현실이 또 조선시대와 현재가 하나로 묶여지는 이 장면은 계급제도는 없지만 자본이 만들어내는 신분과 권력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신분을 바꾸기 위한 추격전이다. 조선시대에 궁궐에서 벌어졌던 원초적인 게임들이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의 게임 형태였다면 현대로 들어온 인물들이 도심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현재 <무한도전>의 진화된 형태의 게임인 셈이다. 그러니 <무한도전> ‘관상특집’은 외모순위 특집이나 상황극,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지못미 벌칙에 이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게임의 진화까지 끌어들이게 되었다. 이 많은 성공 아이템들이 무수히 배치되면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무한도전> 월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무한도전>의 위치를 대변하는 듯 주목되는 인물은 역시 유재석이다. 그는 양반의 위치에서 졸지에 망나니가 되어 현재의 거리로 내던져진다. 이른바 유재석이 가진 막강한 힘은 이미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지만, 그의 의지는 대중들보다 항상 낮은 눈높이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길바닥에 누군가 버리고 간 이쑤시개를 아무렇게나 쓰고, 심지어 누군가 남긴 잔반을 먹으며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한다.

 

대중들을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기꺼이 내려와 진심으로 뒹굴 수 있는 의지. 어쩌면 유재석과 <무한도전>이 가장 높은 곳에서 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무한도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현재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 권력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며 그것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그 힘이 누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리얼 예능과 관찰예능 사이, 이수근의 애매한 위치

 

이수근은 적응이 뛰어난 예능인은 아니다.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다 <1박2일>로 들어왔을 때 그는 거의 1년 넘게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본을 연기로서 살려내는 콩트적인 환경과 아무런 대본 없이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어가야 하는 리얼 예능의 환경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묵묵히 기다려주는 제작진과 무엇보다 같은 코미디언으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마련해준 강호동이 있어 이수근은 <1박2일>의 빵빵 터트리는 에이스로 자리할 수 있었다. 여행에 있어서 이동 간에 혹은 휴식 간에 틈틈이 생겨나는 공백을 이수근은 깨알 같은 상황극 개그로 채워주었다. 리얼이 주는 피로함에 지친 멤버들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이수근의 웃음은 그래서 그 멤버들을 가족처럼 여기게 된 시청자들에게도 기분 좋은 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사이, 예능의 트렌드가 또 바뀌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트렌드가 저물고 이른바 ‘관찰 예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또한 연예인 토크쇼가 고개를 숙인 반면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들(오디션 프로그램, 일반인 출연 토크쇼 등등)이 점점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하고 <승승장구> 같은 토크쇼에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이수근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를 든든히 받쳐주던 강호동조차 이 트렌드 변화에 휘청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릎팍도사>가 폐지됐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 장을 열려고 시도했던 <맨발의 친구들>은 도무지 맥을 잡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마치 실과 바늘처럼 톰과 제리처럼 강호동 가는 곳에 이수근이 따라붙었지만 <무릎팍 도사>는 뭔가 보여주기도 전에 폐지되었고, 강호동이 부활의 근거지로 서서히 힘을 내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이수근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이수근의 장점은 애드립이나 상황극 같은 순발력에 있다. 특정 상황이 던져졌을 때 이수근은 실로 기상천외한 멘트를 날리거나, 그 상황을 살려내는 상황극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사실 이런 형태의 웃음은 어떤 무대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장르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강호동이 질문을 하거나 상황극을 오히려 유도하는 상대역을 자처하게 되면서 이수근의 무대는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관찰예능이 점점 대세로 자리하면서 일종의 정해진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적 상황은 점점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게 되었다. <1박2일>의 쇼 콘셉트 소재나 복불복이 점점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인위적인 무대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대가 상정되어 있는 토크쇼에서조차 어떤 정해진 듯한 질문-답변은 시청자들의 아무런 반응도 얻어내기 어렵게 되었다(이것은 심지어 홍보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이수근이 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겪고 있는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무대를 상정하는 듯한 웃음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것은 분명 이수근의 장점이지만 그것만 갖고는 달라진 트렌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호동을 되살리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은 그래서 이수근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잠시 예능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온전히 스포츠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이수근에게 지금 요구되는 것은 예능적인 웃음을 만들기 위한 안간힘보다는 진짜 이수근을 느낄 수 있는 땀 냄새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꽤 괜찮은 예능인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2인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예능인이다. 또 그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애드립과 상황극은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순발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 예능은 자질이나 기량보다 중요해진 것이 ‘진짜’다. 늘 웃음을 주기 위해 어떤 극 속으로 뛰어드는 연기자로서의 덕목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진짜 이수근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무도>, 또다시 위기인가

 

최근 들어 <무한도전>의 재미가 반감됐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의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땀 냄새가 느껴지는 노력의 흔적도 과거에 비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봅슬레이나 댄스 스포츠, 프로레슬링 같은 실제로 다가오는 리얼 미션은 올해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근 <무한도전>은 캐릭터 쇼를 바탕에 두고 즉석 상황극을 하거나 게임을 벌이는 것을 반복하는 중이다. 물론 그 아이템들 중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1년 전의 나와 내가 대결을 벌이는 ‘나와 나의 대결’이나 택시 체험을 했던 ‘멋진 하루’, 아이돌을 대상으로 했던 ‘역사 특강’ 같은 아이템들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충족시켰던 도전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아이템들은 이제 새롭다기보다는 과거에 했던 아이템의 반복 정도로 여겨지는 면들이 생겨나고 있다. ‘맞짱 대결’은 과거 빅뱅과 했던 대결 아이템을 이어붙였고, ‘명수는 열두 살’이나 ‘무한상사’ 같은 상황극은 이제는 너무 익숙한 아이템이 되었으며, ‘웃겨야 산다’ 같은 아이템은 이미 여러 번 위기설이 나올 때마다 반복했던 아이템이다.

 

이번 ‘소문난 7공주’ 특집은 현재 <무한도전>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캐릭터 코스프레는 무리수에 가까울 정도로 과도해졌고(심지어 쳐다보기 힘들 정도다) 스토리도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인위적인 게임에 의존하면서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웃기겠다는 출연자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맥락이 없다고나 할까.

 

한참을 보다보면 왜 공주 코스프레를 한 일곱 명의 멤버들이 저런 캐릭터쇼를 하고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보이는 목적은 단 하나다. 무조건 웃기기. 하지만 바로 이 강박이 만들어내는 막 개그는 <무한도전> 특유의 색깔을 상당부분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B급 정서가 깔려 있지만 그 정서 속에 존재하는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물론 웃음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진정성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보이지 않는 아이템 속에서 어떻게든 웃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멤버들의 면면을 보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몸에 과도한 분장을 하고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입고 밑도 끝도 없는 몸 개그를 던지는 것은 한두 번은 괜찮지만 반복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주 ‘완전 남자다잉’ 특집에서 했던 과도한 상남자 캐릭터 코스프레나 이번 주 공주 코스프레가 주는 웃음은 그래서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억지로 뽑아내는 웃음에 가깝다. 망가진 공주 모습을 한 정준하가 프로그램 말미에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하고 특유의 콧소리를 넣어 던지는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물론 다음 주 예고편으로 등장한 ‘예능캠프’는 그간 게스트 초대 아이템들과 유사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기대감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기대감 역시 멤버들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새로 나올 게스트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도 <무한도전>이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사실 일주일을 <무한도전>을 기다리며 버텨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설혹 좀 덜 재미있었어도 <무한도전>이니까 용서되는 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처럼 어떤 패턴에 갇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무언가 진짜 도전이 점점 사라지고 캐릭터 쇼로 자꾸만 흘러가면서 웃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면 그 때는 이미 늦을 수 있다.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한히 도전하는 것. <무한도전>의 이 정체성을 되살려야 한다.

제 아무리 '무도'라도 아쉬웠던 이유

 

지난주 ‘맞짱특집’이 시작하면서 <무한도전>은 그간 줄곧 시청률 1위를 기록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냈다. <스타킹>과 13.7%로 동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것은 조금 복잡한 미션이라도 늘 챙겨보던 시청자들이 팬덤으로 존재하는 <무한도전>으로서는 의외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그 미션 방식이 이해되었을 ‘맞짱특집’ 2회분에서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오히려 10.9%로 추락했다. 반면 <스타킹>은 전주와 유사하게 12.9%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생긴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무한도전>에게 시청률이란 사실 그다지 중요한 지표는 아닐 수 있다. 매번 비슷한 형식을 반복하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무언가 늘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는 것, 그것이 시청률이라는 단순한 수치로 가치가 매겨지는 건 어딘지 억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과 지나치게 마니아적인 틀에 갇혀버리는 것은 다르다. ‘맞짱 특집’은 <무한도전>이 마니아적으로 흐르게 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를 잘 말해준 사례다.

 

‘맞짱 특집’은 재작년에 빅뱅이 출연해 가요계와 예능계의 대결을 그렸던 ‘갱스 오브 서울’의 연장선에 있는 아이템이다. 물론 이번 특집의 출연진들은 ‘못친소’ 특집의 친구들인 신치림이나 데프콘, 권오중, 김영철이 출연함으로써 기대감을 높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검사파’와 ‘콩밥천국파’로 나뉘어 보스를 숨긴 채 가위바위보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는 생각만큼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것은 이 게임이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몰입해야 겨우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복잡한 심리전이 전개된 데다, 사실상의 캐릭터로 풀어가는 예능이 됨으로써 <무한도전>의 고정 팬들은 좋아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자못 거리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못친소’ 특집을 못봤거나 <무한도전>의 팬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이라면 왜 저들이 저렇게 가위바위보를 갖고 서로를 속이고 속는 장면들을 보이고 있는가가 의아하게 여겨졌을 법 하다.

 

반면 이 시간대에 <스타킹>에서는 면발을 수타로 뽑아서 박을 깨고 못을 박고 가느다란 바늘귀에 꿰는 식의 대결이 펼쳐졌다. 굳이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그 신기한 장면들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어 출연한 8살 짜리 드럼 신동의 이야기는 <스타킹>이 제 아무리 소소한 아이템이라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끌어내는가를 보여주었다. 드럼 신동의 드럼 연주 하나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을 것이지만, 여기에 갑자기 출연한 박준규의 아들과의 배틀이나 FT아일랜드의 드러머 민환과의 연주는 그 흥미를 배가시켰다.

 

여기에 <스타킹>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토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편안하게 둘러보는 예능으로서의 강점을 부가시킨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어딘가 마니아적으로 흐르면서 그들만의 세계에 머무는 것과는 상반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아무리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도 재미를 못 느끼게 만든다면 채널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팬의 이야기처럼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무한도전>의 추락을 얘기하는 건 아닐 게다. <무한도전>은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마니아적인 틀에 갇혔다가도 다시 균형을 잡았던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맞짱 특집’ 같은 실수의 반복은 자칫 <무한도전>이 갖고 있던 고유의 팬덤조차 흔들 수 있다. 왜 최근 들어 <무한도전>은 과거 봅슬레이 특집이나 레슬링 특집 같은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굵직한 아이템들을 하지 않고 소소한 캐릭터 게임에 머물러 있는 걸까. 어서 <무한도전>이 본래 갖고 있던 그 대체 불가한 새로운 도전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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