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의 시간 순삭, 이희준 얼굴만 보다 한 시간이 훅

 

역대급 몰입감이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서 프레데터와 고무치(이희준)가 방송을 통해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말 그대로의 '시간순삭' 몰입감을 안겼다. 프레데터를 자극해 수사망을 좁혀가려는 고무치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오히려 그런 고무치를 곤경에 빠뜨리는 프레데터의 반전에 반전으로 펼쳐지는 두뇌싸움. 그것이 생방송으로 연결되어 방송사들 간의 경쟁과 그걸 보는 시민들의 반응이 더해지면서 이 에피소드는 한 시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보여주었다.

 

<마우스>가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 능할 거라는 건, 애초 이 드라마 첫 장면에 먹구렁이가 있는 상자 속에 쥐를 넣는 그 상황에서부터 예고된 바 있다. 그 장면을 본 아이들이 먹구렁이에게 잡혀 먹힐 쥐를 끔찍해하며 도망쳤던 것과 달리, 드라마는 오히려 쥐가 먹구렁이에 반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우스>는 누가 먹구렁이이고 또 누가 쥐인지를 숨긴 채, 이 둘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동력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다.

 

지난 회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나 선한 캐릭터였던 동네 순경 정바름(이승기)이 갑자기 고트맨 가면을 쓴 납치된 아이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동네 주민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의 '바른 생활 사나이'인 정바름이 프레데터(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연쇄 살인마)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청자 게시판은 폭주했다.

 

하지만 이번 회에서 그 모습은 일종의 트릭이었다는 게 금세 밝혀졌다. 즉 프레데터를 자극하기 위해 정바름과 고무치 그리고 '셜록홍주'를 진행하는 최홍주 PD(경수진)가 일부러 납치된 아이의 모습을 가짜로 연출해 찍었던 것.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오히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프레데터에 의해 거꾸로 이용되었다. 즉 프레데터 역시 가짜 영상을 찍어 방송국에 먼저 보냈고 그걸 방영하게 만들어 그것이 조작방송이었다는 사실로 이들을 곤경에 빠트리려 했던 것.

 

이렇게 고무치와 프레데터의 두뇌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고무치는 그 간의 피해자들이 가진 공통점을 찾아냈다. 사망한 피해자들의 죽음이 모두 동화와 관련이 있었고, 그 동화들은 각각 나태, 성욕, 교만, 욕심, 식탐 등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을 담고 있었다. 즉 프레데터는 신이 정한 7대 죄악을 행하지 않는 이들을 죄인으로 처단했던 것. 그리고 남은 또 하나의 죄는 '분노'였고 프레데터가 '분노하지 않아' 죄인으로 지목한 대상은 납치된 아이가 아니라 고무치의 형 고무원(김영재) 신부였다. 끝까지 분노하지 않는 고무원에게 분노하라며 고무치는 무릎까지 꿇고 애원했지만,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 고무원은 고무치가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프레데터에 의해 도륙되었다.

 

놀랍게도 이 한 시간 동안 방영된 고무치와 프레데터의 대결은 거의 대부분 분량이 고무치를 연기한 이희준에 의해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사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분노, 애원, 슬픔 같은 다양한 감정변화들이 이희준의 연기를 통해 채워졌다. 그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니.

 

참혹하게 살해당한 형의 사체 뒤로 '내가 신이야'라 적힌 프레데터가 남긴 글이 비춰지며, 이희준이 보여주는 오열과 분노는 향후 이 드라마가 본격화할 치열한 대결양상을 예감케 한다. 이희준은 과거 '헤드헌터'를 추격하다 가족의 끔찍한 비극을 겪게 된 박두석 팀장(안내상)과 같은 처지가 됐고, 그와 정바름, 오봉이(박주현)가 어떻게 공조해 프레데터와 싸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지금껏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있는 감초 역할로 드라마의 맛을 살려내곤 했던 이희준. 이번 <마우스>에서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훌쩍 '순삭되는' 연기의 폭발을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생방송 적응한 '백파더', 이젠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예측 불가 쌍방향 소통 요리쇼'. 이것이 MBC 예능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를 소개하는 문구다. 이 문구에는 생방송과 소통 그리고 요리라는 키워드들이 들어있다. 첫 방송 때만 해도 생방송이 낯설어 거의 방송사고 수준으로 1시간 반을 보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백파더>는 이제 어느 정도는 적응한 모습을 보인다.

 

초반에 어떻게든 진행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 무너져버린 양세형은 이제 진행 자체를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백종원도 마찬가지다. 진행을 해보려 한들 '예측 불가'한 상황들이 속출하고 그러니 차라리 조금 내려놓고 하는 편이 낫다 여기게 된 것이다.

 

의외로 이렇게 내려놓고 심지어 요리 좀 하시는 분들은 이 방송이 "재미 없다"며 "다른 방송 보라"고까지 말하는 백종원의 멘트는 그가 방송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스스로도 1시간 반 동안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하는 걸 알려주는 요리쇼가 갖는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자 대한민국 모든 분들이 요리를 하는 '요리 강국' 운운했던 거창한 <백파더>의 초반 기세는 꺾였지만 그래서 조금은 편안해진 방송이 됐다. 이제 백종원은 자신이 차근차근 알려주는 지극히 간단한 식빵 토스트 레시피에도 불구하고 식빵을 통으로 태워먹거나 버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요린이(요리+어린이) 앞에서 그다지 당황하지 않는다.

 

대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잘했어요"라고 토닥여주고는 알려주고픈 레시피를 차근차근 이어나간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은 생방송에 안정된 모습 속에서 여전히 백종원과 양세형의 입을 쩍 벌리게 만드는 인물이 있다. 구미 요르신이라 불리는 출연자다.

 

계란 프라이 하나를 제대로 못하고 두부 김치도 태워먹어 사모님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라면에는 자신이 있다며 백종원이 알려준 '절대 망하지 않는 라면'을 끓여 먹어본 뒤 자신이 끓인 것보다 맛이 없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요르신은 라면을 끓일 때도 백종원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는 모습을 보였고, 식빵편에서도 식빵에 식용유를 들이 붓고, 마요네즈를 묻힌 쪽을 프라이팬에 굽는데다, 심지어 고추장을 바르고 청양고추를 얻은 토스트를 만드는 '괴식'을 선보였다. 마침 백종원이 요르신을 위해 마요네즈에 청양고추를 얹은 토스트를 알려줬지만 요르신은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백종원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며 망치고 나서는 요리를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는 요르신은 의외로 이 프로그램이 배출한 스타가 됐다. 매회 요르신이 어떤 놀라운 실패(?)를 보여줄 것인가를 기대하게 된 것.

 

요르신의 거듭된 실패에 양세형은 "이번 연예대상 신인상을 노리시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했고 백종원은 아예 스튜디오로 "모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건 물론 직접 옆에서 요리를 가르쳐 드리려는 마음이겠지만 방송으로서도 그만큼 요르신에 대한 기대 역시 적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요리쇼'라는 모토를 세워놓은 <백파더>는 예능적인 재미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요르신처럼 요리 왕초보지만 백종원 잡는 캐릭터가 탄생해 재미를 주고, 그래서 요리 못하는 이들도 요르신을 보며 어떤 위안과 용기(?)를 얻는 건 나름 의미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는 의구심은 굳이 생방송을 고집하며 이 간단한 요리를 이토록 어렵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점이다. 요르신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요리 초보들의 모습에 놀라워하는 백종원과 양세형의 모습이 주는 예능적인 웃음에 치중되면서, 요리 정보에 대한 집중이 분산되는 건 <백파더>가 가진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사진:MBC)

'백파더' 첫 방, 취지는 너무 좋지만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방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고,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 분들도 집에서 스스로 요리할 수 있게 해준다. 오랜만에 MBC로 돌아온 백종원의 신상 예능프로그램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는 그 취지가 좋다. 최근 그가 하고 있는 SBS <맛남의 광장>이 전국 각지에서 나는 농수산물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버려질 위기에 놓은 상황을 방송과 유통을 연결해 해결하고 있는 그 연장선에 <백파더>의 요리수업도 그 취지가 이어졌다.

 

그래서 <맛남의 광장>에 이어 <백파더>에서도 양세형이 백종원의 옆자리에 서서 보조해주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그들이 함께 1부와 2부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를 찍고 그 수익을 기부하는 방식 또한 이들의 진정성을 담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백파더>는 방송의 공익성과 선한 의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점은 생방송이라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지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재료도 요리가 엉망이면 살려내지 못하듯,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갖고 와서도 <백파더> 첫 방은 거의 방송사고의 연속에 가까운 생방송을 보여줬다. 화상으로 연결된 약 50명의 '요린이(요리 어린이)'들과 백종원의 소통은 연결 자체가 원활하지 않음으로써 자꾸만 끊겼다. 화상 카메라 속의 영상들은 흐릿했고, 목소리들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약 50명이나 되는 '요린이'들이 순서 없이 쏟아내는 질문들은 음성들이 서로 물리고 엉키는 상황을 만들었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요린이들의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질문들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본래 취지가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초보 중의 초보들을 위한 요리수업이라고는 해도, 거의 물 조절만 알면 실패할 일 없는 밥 짓기에 쌀을 어떻게 씻어야 하고 물은 어느 정도 맞춰야 하며 심지어 어떤 냄비를 써야 할까 같은 질문이 나오면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래서 결국 90분 동안(물론 앞부분은 방송 소개 인트로가 담겼지만) 밥을 짓고 반숙 계란 프라이 하나를 만드는 것에 <백파더>는 시간을 다 소진시켰다. 사실 프라이팬에 기름 얹어서 계란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얹으면 되는 반숙 계란 프라이지만, 어떤 기름을 써야 하냐, 프라이팬을 미리 달궈놓고 기름을 넣어야 하냐, 노른자 터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같은 질문들이 나오는 데야 백종원도 다소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방송이 끝나기 1분 전에 밥이 되어 급하게 퍼서 계란 프라이를 놓는 장면으로 <백파더> 첫 방은 끝을 맺었고, 그 와중에 "다음 주 재료는 두부"라는 다급한 멘트가 들어갔다. 방송이 끝나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와중에 양세형은 다소 허탈한 듯한 헛웃음을 터트렸다. 생방송이 엉망진창이었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한 것.

 

물론 의외로 웃음을 준 건, 상상 그 이상으로 요리를 모르는 이들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과 상황이었고, 유튜브를 보고 만들어도 1분도 안 걸릴 계란 프라이를 몇 십 분에 걸쳐 만들었다는 그 콩트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송사고에 가깝게 진행된 생방송이 주는 황당한 웃음에 제작진도 웃을 수 있을까.

 

<백파더>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아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이 즉석에서 요리를 했던 방송의 목적은 물론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있었지만 진짜는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소 날방의 느낌을 만들어도 그것은 웃음이라는 목적을 주고 있어 허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백파더>는 실제로 전국의 요린이들이 함께 모여 요리를 배우고 그래서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목적이다. 방송이 좀더 많은 준비와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소통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너무 많은 소통에 대한 과잉된 욕구는 오히려 소통을 방해한다. 요린이들이 굳이 50명 정도까지 많이 출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직접 출연하는 요린이는 생방송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인원(적어도 10명 이내)으로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나머지 참여 요린이들은 댓글 방식의 참여를 하는 편이 그나마 이 생방송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방송은 쉽지 않다. 그리고 녹화방송과는 다소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최소한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적어도 음성과 영상은 제대로 전달되어야 방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태의 방송이라면 천하의 백종원이라도 요리하기가 쉽지 않을게다. 본래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는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사진:MBC)

일찌감치 시즌2 예고한 ‘팬텀싱어’, 어떤 숙제 남겼나

프로듀서 윤종신이 술회했던 것처럼 “조기종영만 하지 말자”고 제작진이 얘기했던 프로그램이지만, JTBC 오디션 <팬텀싱어>는 일찌감치 시즌2를 예고해놓았다. <팬텀싱어>는 그 파이널 무대를 마치면서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를 통해 못을 박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그만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팬텀싱어>가 얻은 성과는 컸다. 시청률은 2%대에서 시작해 5%까지 치솟았고 프로그램은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프로그램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이었다. 이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부른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넘어 마음을 어루만졌고 입소문은 속삭임에서 함성으로 커져갔다.

파이널에 오른 12명의 면면을 보라. 이번 <팬텀싱어>의 우승을 한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의 고훈정은 뮤지컬 배우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살려 노래를 극적으로 구성하고 프로듀싱하는 팀의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했고, 성악가 김현수는 음악에 클래식한 품격을 세워주었으며, 손태진은 감미로운 바리톤의 매력을 새삼 시청자들에게 알게 해주었고, 이벼리는 연극인으로서 그저 노래가 아닌 몰입을 통한 연기를 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2등을 한 인기현상 팀은 거의 운명에 가까운 커플(?) 백인태, 유슬기는 성악 베이스로서의 이태리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었고 여기에 항상 안정감을 주는 바리톤 박상돈과 이번 <팬텀싱어>로 모창가수가 아닌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낸 원킬 곽동현이 있었다. 3등을 했지만 흉스프레소 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남성 4중창의 진수를 보여준 팀이었다. 꽃미남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고은성과 역시 뮤지컬배우로서 록커 같은 고음까지 가능한 백형훈, 남성적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바라톤 권서경, 흑소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테너의 매력을 보여주는 이동신이 그들이다. 

물론 이 12명의 파이널 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팬텀싱어>를 빛낸 얼굴들은 그 외에도 넘쳤다. 중학생이지만 놀라운 카운터 테너로 노래에 어떤 신비감까지 만들어줬던 이준환군. 뮤지컬배우로서 남다른 끼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박유겸, 꽃미남의 외모에 특유의 저음의 매력을 들려준 류지광, 괴물성량의 성악가 최용호와 미성의 짜잔형 정휘 등등 그들은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팬텀싱어>의 진정한 주역들이었다. 

<팬텀싱어>가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오디션을 통해서도 이처럼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갖고 있는 대단한 기량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대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의 기량들이 4중창으로 자신들의 장점들만을 모은 데다, 무엇보다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그 열정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뮤지컬배우, 성악가들이 합류하면서 지금껏 여타의 오디션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오디션의 성공비결이다. 특히 이태리 뮤직은 <팬텀싱어>를 통해 새롭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이미 시즌2를 예고할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기대감이 한껏 올라간 만큼 남은 아쉬움과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파이널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 겪던 음향 문제를 남겼다. 라이브 방송은 음향 보정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존 녹화방송이 들려줬던 음향만큼의 음악적 질을 선사하지 못했던 것. 그간 귀호강 프로그램으로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이러한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의 떨어지는 음향 문제는 <팬텀싱어> 시즌2의 큰 숙제로 남았다. 

또한 진행자들의 문제 역시 <팬텀싱어>의 오점으로 남았다. 전현무와 김희철은 녹화방송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희미했고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는 진행이 무대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냉엄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높은 품격의 무대들과 전현무, 김희철이라는 MC들의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었고, 특히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서 성의 없어 보이는 시상은 심지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팬텀싱어>는 놀라운 기량을 가진 출연자들의 정성스런 무대를 통해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성과만큼 남은 숙제들은 더 많아졌다. 시즌1이 남긴 숙제들을 해결하고 시즌2는 더 멋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었고 그 세계의 매력은 이미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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