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의 멜로와 의드, 무심한 듯 섬세한 조정석을 닮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익준(조정석)은 전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가장 웃음을 주는 인물일 게다. 그는 등장부터가 남다르다. 시즌1에서는 다스베이더 헬멧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아이가 헬멧에 본드를 바른 걸 모르고 썼다가 머리에 붙어버려 응급실로 오게 된 것. 다른 인물들이 율제병원에서 다소 심각한 얼굴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것과 달리, 그는 다스베이더 헬멧을 쓴 채 응급한 환자를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시즌2에서도 이익준은 쫄쫄이 사이클 복장을 한 채 <맨 인 블랙>을 흉내 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만난 어르신이 쓰러지자 응급처치를 한 후 병원으로 오는 에피소드로 시작했다. 장난꾸러기에 까불이 같은 모습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계속된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종종 보여주는 코믹한 상황에 이익준은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병원장배 10회 율제탁구대회’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마다 응급호출이 와서 운 좋게 결승까지 올라갔다가 ‘국가대표’ 수준의 기량을 가진 상대(현정화)를 만나 0패를 당하는 이야기에도 역시 이익준이 빠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건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코미디 상황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납득이로 등장해 그 짧은 분량에도 엄청난 화제를 만들었던 배우가 아닌가. 물론 드라마 <녹두꽃> 같은 사극에서의 정극 연기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질투의 화신>,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코미디 속에서 조정석은 독보적이다. 그의 코미디 속에서는 그저 웃기는 것만이 아닌 페이소스가 깔려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익준이라는 인물은 그저 가벼운 까불이 캐릭터가 아니다. 그가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유머는 온전히 환자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환자 앞에 친절하기만 한 건 아니다. 딸들에게 간 이식을 두 차례나 받고도 또 술을 마셔 다시 간 이식을 받아야 되는 비정한 아버지에게는 자식이 간 기증 해주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라며 일침을 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는 자신이 어떻든 웃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려 한다. 

 

여동생 익순(곽선영)이 갑자기 안 좋아진 몸 상태 때문에 김준완(정경호)과 애써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의 핸드폰 화면을 여전히 채우고 있는 김준완의 사진을 보고는 익준이 남몰래 하는 오작교 역할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친구도 동생도 아끼고 두 사람이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우연을 가장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방에 갔다 오는 같은 버스에 일부러 자리를 예약해주고, 두 사람이 약속한 날 익순이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 응급실에 가게 되자 김준완에게 연락해 동생이 아파 응급실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는 김준완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동생에게 문자를 일부러 보내 그 메인 화면을 김준완이 보게 만든다. 그의 사진이 들어 있는 메인 화면을. 이보다 섬세할 수가 있을까. 

 

9회에서는 특히 율제병원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인 사람들을 조명해줬다. 드라마가 익준, 정원(유연석), 준완,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 이렇게 율제병원 99즈로 불리는 5인방 의사들에 맞춰져 있지만, 병원은 그들만이 아닌 무수히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들이 모여 환자의 생명을 돌보고 있다는 걸 담아낸 것이다. 

 

교통사고로 심장과 복강 수술을 모두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가 들어오고 결국 그 수술을 위해 익준과 준완이 함께 수술실에 들어와 번갈아가며 수술을 함으로써 환자가 살 수 있게 된 상황이었다. 환자 가족이 너무나 고마움을 표하는 가운데, 이 수술이 성공하게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 준완은 ‘초반 응급처치’ 덕분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익준도 아닌 응급실 사람들이 잘 대처했기 때문에 수술도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 

 

우유를 잘 먹지 못해 병원에서 지내게 된 아기가 이제 우유를 잘 먹게 된 일로 부모가 감사함을 표하자 정원 역시 그 감사는 자신이 아니라 거의 하루 내내 아기를 돌봐준 간호사들에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갑작스런 수술 때문에 지방 출장을 가다가 되돌아와 수술에 참여하는 영상의학과 교수(유재명)의 에피소드 역시,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물론 율제병원 의사 5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든 걸 해내는 영웅으로 그리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 역시 부모의 병 때문에 아파하고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인간이라는 걸 드러낸다. 또 그들이 모든 환자들을 구해내는 영웅이 아니라 그들만큼 주변에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헌신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그 방식은 마치 조정석 같은 캐릭터의 성격을 빼닮았다. 무심한 척 가벼운 척 하지만 그 이면에 남다른 섬세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장르적으로 취하고 있는 멜로와 의학드라마 두 분야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너무 내놓고 드러내기보다는 무심한 듯 슬쩍 꺼내놓는 진심. 아마도 시청자들이 마치 조정석을 볼 때 짓게 되는 미소처럼 이 드라마를 보며 미소 짓게 되는 건 이런 낮은 시선 덕분이 아닐까.(사진:tvN)

‘부부의 세계’의 충격·분노, 김희애가 첫 회만에 만들어낸 몰입감

 

역시 김희애다. 그의 섬세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첫 회부터 이런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 JTBC 새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첫 회부터 파격적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만 보였던 지선우(김희애)의 세계는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으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다 금이 가더니 결국 무너져 내렸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무너지는 그를 부축해줄 이들조차 모두 그 배신의 공모자들이라는 걸 그가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완벽해 보였던 부부의 세계에 생겨난 균열은 아주 작은 틈새로부터 시작했다. 남편의 주머니에서 나온 립글로즈는 어딘지 남자들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아침에 출근할 때 남편이 매어준 그의 목도리에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근처로 이사 왔다는 남편의 후배는 자신도 모르게 1년 전부터 남편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고, 매일 5시면 퇴근한다는 이야기로 지선우의 의심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일찍 귀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선우는 태우의 뒤를 밟고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시어머니가 있는 요양병원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하지만, 간호사와의 대화 속에서 거의 매일 병원을 왔었다는 남편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난다. 선우는 자신의 환자로 우연히 알게 된 민현서(심은우)에게 남편 뒤를 미행해달라고 제안하고 결국 남편의 불륜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다.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민현서의 조언을 듣고 남편의 차 트렁크를 살피던 중 거기서 나온 가방에 든 스마트폰을 통해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남편의 불륜상대는 자신의 환자로 친해진 엄효정(김선경)의 딸 여다경(한소희)이었고, 그 사실을 남편의 동창인 손제혁(김영민)과 그 아내 고예림(박선영)은 물론이고 그의 절친인 같은 병원 동료 설명숙(채국희) 또한 알고 심지어 은폐를 돕고 있었던 것.

 

완벽해 보인 선우의 세계가 깨져나가는 그 과정이 단 한 회 만에 폭풍 전개되며 보여졌지만 시청자들이 별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 빠져든 건 섬세한 심리 묘사 덕분이다. 시작부터 정돈된 집안에 빗물에 젖은 채 발자국을 남기며 어슬렁어슬렁 들어오는 이태오의 모습은 그 캐릭터가 앞으로 이 집안에 일으킬 파국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그 정돈된 집은 거의 결벽증에 가깝게 깔끔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선우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목이었고, 그 집을 어지럽히는 이태오는 그와 상반된 캐릭터를 말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는 대목은 저녁에 선우가 준비한 갈비찜을 그냥 손으로 꺼내 국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지저분하게 뜯는 이태오와 그걸 애써 닦아내는 선우의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이런 자잘한 일상의 부딪침은 향후 이 불안한 부부의 갈등을 예고한다. 특히 첫 회에 불안함과 궁금증으로 신경과민 상태를 보여주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고는 충격에 빠지는 그 감정의 파고를 시청자들도 온전히 느끼게 된 건 김희애의 섬세한 연기 덕분이다.

 

벌써부터 처절한 응징과 복수가 이어져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가 그렇게 단순한 분노와 복수로 끝날 수는 없을 게다. 그것은 원수지간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가족으로 꾸려진 부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물론이고 거기에 동조한 친구들까지 선우의 복수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가 궁금하지만, 그것이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도 궁금한 이유다. 그리고 이런 파격을 통해 이 드라마가 들여다보려는 부부의 세계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도.(사진:JTBC)

<삼시세끼>에릭, 차줌마의 요리와 참바다의 낚시를 겸비

 

tvN <삼시세끼> 어촌편 하면 역시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차줌마 차승원과 참바다 유해진이다. 만재도에서 유해진이 낚시를 해오면 차승원은 그 적은 재료(?)들로도 맛나게 요리를 해내놓았다. 단순하지만 그 낚시하고 한 끼 챙겨먹는 맛이 바로 <삼시세끼> 어촌편에 시청자들이 푹 빠졌던 이유다. 그래서 두 사람 없는 <삼시세끼>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딘지 아쉬움 같은 게 있었던 게 사실이다. 차승원, 유해진 없는 어촌편이라니.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하지만 새로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에릭이라는 보물이 있었다. 스스로 사전 인터뷰를 통해 낚시가 특기이자 취미라고 밝혔던 인물. 게다가 첫 방송에서 슬쩍 보여준 요리 솜씨는 차승원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낚시면 낚시, 요리면 요리 뭐든 다 되는 에릭이 있어 이번 득량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삼시세끼>는 전혀 전편의 빈 자리가 느껴질 새가 없었다.

 

물론 에릭은 낚시와 요리에 있어서 유해진과 차승원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유해진은 낚시를 잘 한다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가장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에릭은 진짜 프로 낚시꾼의 면면을 보여줬다. 파도의 방향을 보고 낚싯대를 어느 쪽으로 드리워야 하는가를 정하기도 하고, 초보 낚시꾼 윤균상의 낚싯줄이 걸려 끊어지자 척척 다시 이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릭은 낚시를 한다는 것에 들떠 있었다. 자신의 특기이자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요리에 있어서도 에릭은 극강의 섬세함을 보여줬다. 차승원의 요리가 어딘지 남성적이고 거침없는 느낌이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면면이었다. 요리를 하기 전 곰곰이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시간을 보내고,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려는 정성이 느껴졌다. 얼마 없는 게로 된장찌개를 하는 에릭은 게살을 미리 하나하나 발라내어 껍질로는 낸 국물에 따로 넣어줘 버리는 게살 없이 요리를 내놓았고, 그 흔한 감자전 하나를 만들어도 빨간 고추를 살짝 얹어 색감을 살려내는 센스를 보여줬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에릭의 요리는 완전히 계획하고 만든 자의 깔끔함이 묻어났다. 수제비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낼 때 비닐봉지에 기름을 넣고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하는 모습은 스스로는 손에 묻을까봐 라고 말했지만 빈틈없는 그의 성격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 밀가루 반죽을 가위로 척척 잘라 국물에 넣는 모습까지.

 

유해진의 낚시와 차승원의 요리를 모두 자기 스타일로 해결해내면서 에릭만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났다. 낚시를 할 때는 굉장히 남성적인 전문가의 포스가 있었지만 요리를 할 때는 심지어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지는 그는 이 두 요소들이 기묘하게 어우러져 어떤 든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물론 이 새로운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여전히 투덜대며 프로 세끼꾼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서진과 새내기로 들어와 막내로서 뭐든 열심히 하는 윤균상 역시 각각의 매력이 분명하지만 이번 편에서 그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역시 에릭이 아닐까 싶다. 그가 있어 득량도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삼시세끼> 어촌편에 대한 기대감 역시 쑥쑥 커지고 있으니.

<굿와이프>, 그 어려운 걸 해낸 연기자들의 놀라움이란

 

tvN <굿와이프>는 종영했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연기자들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도연이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연기자에게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미드 리메이크작으로서 정서적 충돌이 분명히 있었지만 이걸 넘게 해준 건 역시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 덕분이었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그 중심에 서 인물은 단연 전도연이다. 사실 김혜경 같은 인물이 우리네 정서에서 심정적 지지를 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도연은 이 인물이 어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도 섬세한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한 면이 있다.

 

남편의 외도와 자신을 이용하려는 속내를 알아차리고, 억누르며 살았던 자신을 끄집어내 그 욕망을 분출시키는 과정들이 그저 불륜이라고 치부되지 않았던 건 그녀가 연기를 통해 보여준 김혜경이란 인물의 내적 갈등이나 억압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와 남편 앞에서 또 일터에서 각기 다른 면을 보여주며 그것이 모두 합쳐진 복합적인 인물로서의 김혜경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또한 유지태 역시 초반에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번 실수를 저지르고 아내에게 참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이태준의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드라마에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그러다 조금씩 숨겨져 있던 욕망을 드러내고 김혜경, 서중원(윤계상)과 각을 세우는 나쁜 남편의 모습을 그렸지만, 그러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이중적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건 유지태의 연기가 얼마나 빛났던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윤계상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김혜경과 점점 가까워지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냉철함을 보이는 인물이었다. 마치 두 사람의 불륜이 이뤄질 것처럼 여겨졌지만 결국 친구처럼 남아버린 결말에도 그것이 이해될 수 있었던 건 윤계상이 연기한 서중원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냉철함이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납득되었기 때문이다.

 

김서형은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전문적인 이미지가 묻어나는 서명희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워낙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지만 <굿와이프>에서는 로펌의 오너로서의 판단과 동생인 서중원의 누나로서의 판단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김혜경과 어떤 동질감을 공유하는 워킹우먼으로서의 판단이 부딪치는 캐릭터로서 훨씬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김단 역할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나나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하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났었다면 <굿와이프>의 나나는 이런 이미지를 일거에 날려버리는 효과를 만들어주었다. 사실상 김혜경의 뒤에서 거의 모든 일을 해내는 만능 캐릭터였던 김단은 일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열혈 여성의 걸 크러시까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굿와이프>는 분명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문제작이었다. 그러니 자칫 잘못했다면 논란거리가 양산됐을 드라마다. 하지만 이것을 충분히 눌러주었던 건 연기자들이 섬세한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해줬던 그 노력 때문이다. 결국 그저 불륜드라마가 아니라 좋은 아내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그 어려운 걸 해낸 건 다름 아닌 연기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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