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판사님께’가 ‘왕자와 거지’에 법복을 입힌 까닭은 

<왕자와 거지>의 법정극 버전일까.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쌍둥이지만 너무나 다른 형과 동생의 역할 바꾸기를 다룬다. 형 한수호(윤시윤)는 늘 ‘전국 1등’만 하고 판사가 되어 탄탄대로를 달리는 엘리트. 하지만 동생 한강호(윤시윤)는 늘 형과 비교당하며 엇나간 삶을 살게 된다. 고교시절 집단 구타를 당하는 형을 구하려다 얼떨결에 범죄자가 됐다. 상대방에게 칼이 쥐어져 있었지만 형 수호는 그걸 모른 척 했고 그래서 강호는 감방에 가게 됐다. 그걸 시작으로 그는 전과 5범의 미래가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그가 그렇게 된 건 끝없이 형만을 챙겨주던 엄마 때문이기도 했다. 범죄자가 됐다는 이유로 엄마는 형에게 짐이 된다며 찾아가지 말라고 한다. 결국 그 말에 반발해 형의 집을 찾아갔다가 마침 괴한에 납치된 형 대신 그는 어쩔 수 없이 형 노릇을 하게 된다. 판사인 형인 척 하지 않으면 경찰에 잡혀갈 위기에 처한 것. 결국 그는 재판정에까지 서게 된다. 피고인이 아니라 판사로서. 

<왕자와 거지> 모티브를 가져와 ‘정의 버전’으로 담아놓은 듯한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그래서 이 전과 5범의 범법자가 사건을 접하고 거기서 판결을 내리는 입장에 놓이게 되면서 생겨나는 해프닝을 다루려 한다. 늘 칼 같은 판결을 내리는 형과 달리 동생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 본인이 붙잡혀 사법연수원생 검사 시보로 온 송소은(이유영)에게 줄줄이 자신의 곡절 많은 사연을 늘어놓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의 판결은 훨씬 더 온정적일 거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형과는 다른 ‘인간적인 판사’의 모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드라마는 한강호의 이야기에 송소은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겹쳐놓았다. 한강호의 이야기가 다소 허구적이라면, 송소은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첫 회부터 담고 있다. 검찰 내 성추행 문제를 다룬 것. 검사 시보로 일하던 중 송소은은 담당검사인 홍정수(허성태)에게 일상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급기야 술자리에서 노골적인 성폭력까지 당한다. 송소은은 이를 ‘직장 내 위계질서에 의한 성희롱’이 아니냐며 상부에 보고하지만 “그게 뭐 큰일이냐”며 오히려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는다. 그가 형 노릇을 하기 위해 억지로 판사의 옷을 입은 강호의 밑으로 들어오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향후 벌어질 관계의 진전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작품을 쓴 천성일 작가는 기획의도를 통해 1인2역 쌍둥이 설정의 이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를 ‘타인의 삶을 탐낸 자들의 유쾌한 최후!’라고 표현했다. 강호가 그런 삶을 살게 된 건 형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픈 그 마음이 상처를 만들고 스스로를 파괴하게 했던 것. 그렇다면 진짜 그 삶을 살게 된 강호는 이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또 삶이 전과 5범에서 판사로 바뀌었다고 해서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타인의 삶을 욕망하게 되는 우리네 세태를 다소 판타지적 설정으로 그려내려 한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타인의 삶을 욕망하다 결국은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대중들이 이미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받아들이는 이야기라서 그렇다. 이른바 ‘소확행’ 같은 삶의 트렌드가 생겨나는 건, 타인의 삶을 욕망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갖게 된 일종의 ‘포기정서’가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게 아닌가. 

과연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이 이미 시청자들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의 반복, 그 이상을 담아낼 수 있을까. 뻔한 쌍둥이 설정의 1인2역 드라마가 아닌,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 부분이 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SBS)

‘예쁜 누나’, 달달한 멜로 속에 담긴 날카로운 현실인식

이 드라마 보면 볼수록 놀랍다. 멜로드라마로서의 가슴 설렘은 심지어 ‘내가 연애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달달하지만, 그 배경으로 담겨진 현실인식에서는 심지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정서까지 느껴질 정도로 날카롭기 때문이다. 그저 편안하게 볼 때는 ‘무뎌진 연애 감각’의 세포들이 깨어나는 듯한 설렘을 주지만, 그러다 문득 이 드라마가 끄집어내는 현실의 단면들은 베일 듯한 날카로움으로 둔감해진 이성의 고삐를 잡아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어떻게 이런 달달함과 날카로움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병치해낼 수 있었을까.

주인공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의 꽁냥꽁냥하고 풋풋한 애정행각에 눈 멀고 귀 멀게 만드는 게 이 드라마가 주는 놀라운 매력이지만, 그 매력을 살짝 뒤로 밀어두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을 들여다보자. 윤진아가 처한 현실은 어찌 보면 우리네 30대 중반의 직장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상황들이다. 한 번쯤은 진상 남자친구로부터 호된 이별 후유증을 겪었을 수 있고, 직장 내에서 억울하게 책임을 떠안거나 때로는 회식자리에 불려나가 상사의 질척거림에 소름이 돋았을 수 있다. 

30대 중반의 직장여성이라면 누구나 겼었을 지도 모르는 그 일들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연한 범죄다. 바람을 피운 게 들통 나 이별하게 된 남자친구 이규민(오륭)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갈수록 집착이 더해져 스토킹을 하는 건 심각한 일이다. 게다가 그 남자는 사귀던 시절 찍었던 내밀한 그들만의 사진들을 꽃바구니에 동봉한 편지 속에 담아 보내오는 인간이다. 그건 다른 시각으로 보면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 사건들과 맥락이 그리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에서 회식 자리에 여직원들의 참석을 종용하고, 술 취해 상사들이 여직원들의 몸을 더듬고 노래방에서 부둥켜안고 춤을 추는 모습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그건 ‘권력, 위계에 의한 성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아예 포기하고 회식 자리에 나갔던 윤진아는 그러나 서준희와 사랑을 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상사의 술자리 동석을 대놓고 거부한다. 그리고 그 거부한 것에 대해 질책하려 하자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해 달라”며 오히려 상사를 당황하게 만든다.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을 불러 고기를 구워주는 일을 시키는 것도 크게 보면 ‘권력, 위계’를 이용한 폭력과 다를 바 없다. 참석하기 싫은 회식에조차 사장님이 나오니 꼭 참석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상사와 늘 그랬듯 윤진아를 불러 고기 굽는 일을 시키는 장면이 불편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서준희와 연애를 시작하며 달라진 윤진아는 그걸 거부하고 대신 나서려는 후배 여직원도 제지한다. 회사에서 자신을 은근히 챙겨주는 여상사인 정영인(서정연)은 그런 그에게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러고 보면 누구보다 깐깐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정영인의 모습은 그가 과거 직장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성 차별을 겪었는가를 드러내주는 것 같다.

윤진아의 변화가 서준희와의 사랑을 통해 이뤄진다는 그 과정이 이 드라마가 달달한 멜로를 그려내면서도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엮어낼 수 있는 지점이다. 그 누구도 ‘예쁘다’고 해주지 않아 스스로 예쁘지 않은가 보다 하며 자신을 포기하고 살았던 윤진아는 서준희를 통해 드디어 자존감을 찾아낸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아봐주는 눈길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자신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그래서 지금껏 자기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던 일들이 심각한 범죄들이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윤진아는 피해자이면서도 스스로 피해자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이었다. 

서준희와의 멜로가 더더욱 달달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 바로 이런 윤진아라는 인물이 버텨내온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와 연민이 밑그림으로 담겨져 있어서다. 서준희라는 인물과 그의 시선은 그래서 윤진아에 대한 사랑이면서, 동시에 이런 비뚤어진 현실에 대한 제대로된 직시이기도 하다. 스토커 이규민과 한바탕 주먹다짐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윤승호(위하준)는 누나 윤진아에게 전화를 해 “정신 차리라고 잔소리 좀 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서준희가 그를 제지하며 한마디 쏘아붙인다. “정신 차릴 새끼는 따로 있는데 왜 엄한 사람한테 그래?”

미투 운동에서 우리가 흔하게 보는 장면이 가해자는 버젓이 얼굴을 들고 다니고 피해자는 고통을 감수하며 오히려 숨어 지내는 상황이다. 더 아픈 건 피해자에게 왜 그런 상황을 만들었냐고 오히려 질책을 하는 경우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놀라운 건 이런 심각한 상황들을 몇몇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누나에게 서준희라는 멋진 인물의 입을 빌어서 계속 “예쁘다”고 말해주는 그 달달한 멜로를 더더욱 지지하게 된다. 그건 개인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피해자로 살아온 이들에게 당신은 그걸 감내해야 하는 피해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사진:JTBC)

‘예쁜 누나’, 팍팍한 일상 손예진,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설렘 정해인

어째서 그저 밥 한 끼를 같이 먹고 평범한 농담을 나누며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 일상을 보여줄 뿐인데 이토록 설레는 걸까. 새로 시작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는 누나 동생의 관계처럼 등장하지만 벌써부터 왠지 모를 멜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 보이는 눈빛과 작은 손짓들까지 누나 동생의 관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이야기는 그 겉면만 보면 그리 특별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즉 남자친구와 헤어진 윤진아와 그를 위로해주는 절친 서경선(장소연) 그리고 그의 동생 서준희가 자연스럽게 누나 동생 관계로 엮어져 있고, 윤진아와 서준희의 관계가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흔히 멜로에서 보게 되는 우연적이거나 운명적 만남 같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만남도 없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흔한 만남 같은 그런 평범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남다른 설렘으로 다가오게 되는 건 윤진아가 겪고 있는 일상의 피로함이 안판석 감독 특유의 디테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만남이 곤약 같다’며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친구에, 가맹점 관리를 하며 벌어지는 업무 스트레스들과 술자리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성희롱들까지 마치 우리가 겪는 현실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디테일들이 담기면서 윤진아가 가질 삶의 피로를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그에게서 느껴지는 공감대와 그에 대한 일종의 연민 같은 시선을 고스란히 대리해주는 인물이 바로 서준희다. 

오픈 기념 선물이 도착하지 않아 가맹점으로부터 호된 곤욕을 치른 윤진아는 사실 그 실수가 남호균 이사(박혁권)가 결재를 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지만 그걸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잘못으로 떠안았다. 그것이 회사생활이기 때문이다. 더러워도 버티기 위해서는 상사의 실수를 덮고 자신의 실수로 떠안는 것.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상한 윤진아에게 은근슬쩍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서준희가 있다. 밥 사달라는 핑계로 만난 윤진아를 만난 서준희는 점심에 “금기를 깬다”며 와인을 시켜 마시고 계산도 자신이 한다. 그러니 지친 윤진아는 금세 점심 한 끼에 마음이 풀어진다. “덕분에 맛있게 분위기도 밥도 잘 먹었다. 금기도”라는 윤진아의 말에 “맛을 봤으니 윤진아 이제 큰일 났다”고 하는 서준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그의 존재가 윤진아에게 이미 특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들의 성희롱이 난무하는 회식 자리의 피곤을 그대로 떠안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또 일을 하는 윤진아는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춘다. 마침 클럽에 놀러간다던 서준희의 이야기가 마음 한 구석에 남았을 테고, 그렇게라도 자신을 위로하는 몸짓을 해보고 싶었을 터다. 그런데 그 순간 윤진아를 다시 찾아온 서준희가 그의 춤추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저 시선을 주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것뿐이지만 그 장면에 시청자들은 설렐 수밖에 없다. 피곤한 일상을 누군가 바라봐주는 그 따뜻한 시선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설렘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 제목처럼 멜로가 일상에 닿아 있다. 그들의 멜로는 엄청난 위치에 있는 이들이 보여주는 판타지적인 사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루어질 수 없어 목숨을 거는 운명적 사랑도 아니다. 그저 ‘밥 잘 사주는’ 일상에서부터 비롯되어 생겨나는 사랑의 감정을 잔잔한 디테일 속에 담아낼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설렘은 깊어진다. 손에 닿을 듯한 일상의 공감이 보다 강력한 현실감을 주기 때문이다.(사진:JTBC)

‘부암동 복수자들’, 이런 복수가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복수를 하긴 했는데 어째서 미진한 느낌이 들까.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이 드디어 홍상만(김형일) 교장과 주길연(정영주)에게 복수를 하긴 했다. 홍도희(라미란)의 딸 희경(윤진솔)이 주길연과 그의 아들 황정욱(신동우)의 계략에 빠져 폭력교사 낙인이 찍혔고 심지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의외로 사건은 너무나 쉽게 풀려버렸다. 이수겸(준)이 백서연(김보라)으로 하여금 황정욱의 문병을 가게 해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게 담겨진 동영상을 찍었던 것.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사실 폭력교사 낙인이 찍혀 신상이 털리고 마녀사냥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건 교사를 꿈꾸는 이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고 거짓에 가담한 이들을 처벌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누명을 법적으로 벗는다고 해도 한번 뒤집어쓴 마녀의 오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 동영상을 엉뚱하게 활용한다. 주길연을 협박해 홍상만 교장에 복수의 카드로 활용하는 것. 신고나 언론에 제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자클럽의 홍도희는 주길연을 찾아가 아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홍상만을 카페로 불러내 그가 이 사건에 주길연과 가담했다는 사실과 홍도희의 생선가게를 공권력을 움직여 업무방해를 했던 것,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졌던 성추행 사실까지를 폭로하게 만든다.

물론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술에 취해 홍도희의 집을 찾아와 주정을 부리는 홍상만은 버스 정류장에 버려진 채 ‘동남아(동네에 남아도는 아저씨)’의 주인공이 되는 굴욕을 겪는다. 하지만 주길연과 그의 아들에 대한 처벌은 그들이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결국 희경은 사건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복권이 아닌 스스로의 퇴직을 결정한다. 

지난 주 방송분에서 김정혜(이요원)는 물론이고 이미숙(명세빈) 그리고 홍도희까지 모두 곤경에 처하고, 결국 복자클럽이 와해될 위기에 몰렸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번 회에서의 주길연과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일견 시원한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남는 미진함은 왜일까. 

그것은 잘못된 사안의 중함에 비해 이들이 하는 복수의 방식이나 법적 처벌이 어떤 면에서는 너무 약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다. 사실 홍도희의 입장이라면 홍상만에 대한 복수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희경의 미래에 관한 것이고, 그 미래가 스스로의 포기가 아니라 잘못된 현실이나 거짓과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못된 이들을 잠시 혼내주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자축하는 건 너무 드라마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드라마가 성추행이나 마녀사냥 같은 심각한 사안에 대해 조금은 황당하고 어찌 보면 어린아이들의 장난처럼 그들을 잠시 간 망가뜨리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치부하는 건 너무 안이해 보인다. 그런 간단한 처결 정도면 충분히 이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심각한 현실을 끌어와서는 너무 장난스럽게 다뤄버리고 그걸 복수라 치부하는 건 너무 진지하지 못한 태도다. 코미디를 통한 접근이라고 하더라도 그 웃음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사안들마저 코미디처럼 가볍다 얘기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부암동 복수자들>의 복수를 보면서 남는 미진함은 아마도 여기서 비롯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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