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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 악역들마저 소통하려는 강박의 이유

 

“그래도 한때 사위였는데. 사위한테 부사장님, 부사장님 한 것도 모자라서... 너 우리 아버지 과거 알지? 그 수치스런 얘길 다 했단다 우리 아버지가. 정말 미치겠다. 우리 아버지 땜에.” 서영이(이보영)의 친구에게 하는 이 대사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아픔 그리고 사랑의 감정이 뒤엉켜 있다. 제 아무리 자신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지만, 그 아버지의 치부가 한 때 사위였던 강우재(이상윤)에게까지 드러나는 건 영 싫다는 거다.

 

'내 딸 서영이'(사진출처:KBS)

그녀는 아버지 욕하고 뭐라 할 권리는 자신과 상우 그리고 엄마한테만 있다고 아버지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아버지 욕하는 건 싫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버지 이삼재(천호진)가 사위에게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서영이를 변호하려 했다는 사실은 이토록 서영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녀 앞에서 “미안하다”고 할 뿐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는 아버지의 진심을 봤기 때문이다.

 

<내 딸 서영이>가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은 이렇게 상대방의 진심을 보게 되는 계기를 통해서다. 강우재가 서영이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 것도 이삼재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서영이의 진심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진심이 전해지는 방식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삼재는 강우재에게 서영이의 진심을 전해주고, 이제는 강우재가 서영이에게 아버지의 진심을 전해준다(그렇게 단서를 주게 된다). 여기서 강우재는 양자를 이해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이 역전됨으로써 그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내 딸 서영이>가 50% 가까운 시청률을 내는 원동력이다. 이심전심과 역지사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공감과 소통’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 저지른 실수나 오해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로 인해 뒤틀어진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게 되는 건 인지상정일 게다.

 

바로 그런 이심전심과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진 인물들 때문인지, 이미 서영이의 주변 인물들은 거의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나는 서영아. 너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내가 너였다면 못 이겨냈어. 그 상황을 버텨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 이렇게 말하며 누구나 실수는 한다며 “그러니까 니가 먼저 너를 용서해.”라고 하는 강우재의 말처럼 이제 서영이가 용서해야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뿐인 지도 모른다.

 

갑자기 은호라는 아이를 서영이가 변호하는 에피소드가 들어온 것은 바로 이 남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은호야 아버지는 니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 니가 죽으려고 했었던 거 어떻게 알았냐구? 나도 그랬었거든 아버지 땜에. 근데 하루 하루 버티니까 시간이 가고 살 날이 오더라.” 은호에게 너는 아버지 땜에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서영이는 사실 자신(이 과거 아버지를 부정했던 이유)의 이야기를 했던 셈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어요. 내가 죽지 않으면 아버지를 죽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은호의 말 역시 서영이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서영이와 은호의 이야기는 그래서 어쩌면 자신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은호의 에피소드는 은호를 통해 서영이가 자신을 보게 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내 딸 서영이>의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은 심지어 강박적인 느낌마저 준다. 예를 들어 서영이의 과거를 폭로한 정선우(장희진)마저 서영이를 찾아와 갈등을 풀어내기도 한다. 사무실을 찾아온 정선우는 이미 자신이 서영에게 잘못을 사죄했고 강우재와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걸 쿨하게 얘기한다. 그러자 서영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제가 정변호사님 위로해줘야 돼요?”하고 되묻는다. 둘 사이에 남은 앙금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겼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내 딸 서영이>의 작가가 가진 캐릭터에 대한 태도 덕분이다. 그토록 많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들이 저질러졌지만 이 드라마에서 절대적인 악역이 잘 보이지 않는 건 작가가 이처럼 끝까지 캐릭터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잘못과 실수를 저지르지만 거기에는 저 마다의 이유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작가의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한 셈이다.

 

이상우(박해진)와 헤어지게 된 강미경(박정아)이 결국 서영이와 마음을 풀게 되는 과정에서도 작가의 이 기분 좋은 강박이 드러난다. 여느 드라마였다면 과연 강미경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이 상황을 선선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미경이 역시 신분을 속이고 병원에서 지내다 들통 남으로써 서영이의 입장을 고스란히 겪었다는 점에서 역지사지를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이미 갖고 있던 인물이다.

 

물론 이건 현실에는 일어나기 어려운 판타지이자 작가의 강박이다. 한 번의 실수나 오해로 뒤틀어진 관계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역지사지의 시선으로 단박에 풀어질 수 있는 호락호락한 현실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이 강력한 소통에 대한 판타지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소통에 대한 이 강력한 욕구는 그래서 어쩌면 쉽사리 소통되지 않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더키앙

소현경 작가, '49일'에서도 뒷심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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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사진출처:SBS)

'49일'의 소현경 작가는 뒷심의 작가다. '검사 프린세스'는 초반에 당시 경쟁작이었던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차츰 반응을 일으키면서 후반에는 이른바 '시후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 '검사 프린세스'는 장르적으로도 쉬운 건 아니었다.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발랄함에 추리적인 요소까지 섞여 있었던 이 드라마는 어찌 보면 마니아적인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뒷심을 발휘하며 선전했다고 보여진다.

'찬란한 유산'은 작품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되고 나서 15%대의 시청률을 얻더니, 4회 만에 20%를 넘기고 국민드라마를 향해 질주했다. 이 드라마도 전형적인 주말 드라마 공식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었다. 즉 가족드라마 틀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니시리즈 같은 긴박감을 잘 조화시켰다. 멜로 라인도 잘 잡혔고, 가족애를 끌어내는 스토리도 좋은 데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충분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특징 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기는커녕 점점 뒷심이 붙었다는 것이다.

물론 '49일'의 첫 시청률은 8%. 기대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소현경 작가에 대한 신뢰감은 충분하다. 분명 조금씩 시동을 걸고 차츰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어떤 뒷심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된다. '49일'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첫 회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생기는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첫 회는 이 얼키고 설킨 관계의 고리들의 복선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신지현(남규리)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진실된 눈물 세 방울이 필요하다는 이 드라마의 장치는, 그 눈물을 흘려줄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즉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어딘가 야망이 엿보이는 민호(배수빈), 그녀의 옛 친구지만 어딘지 그녀를 사랑하는 듯한 한강(조현재), 둘도 없는 친구지만 숨겨진 속내가 있는 듯한 인정(서지혜). 첫 회는 이 관계들의 겉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스스로 죽고 싶어 하는 송이경(이요원)과 저승사자지만 어딘지 미스테리한 구석을 갖고 있는 스케줄러까지, 감질날 정도로 첫 회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회부터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그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랑한다 믿었던 민호와 둘도 없는 친구라 여긴 인정이 사실은 숨겨진 연인 관계였다는 게 드러난 것. 본격적으로 눈물 세 방울을 얻기 위해 직접 다시 보게 되는 그 관계의 실상들 속에서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초반에 거의 힘을 쏟아 붓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들 드라마들은 중간쯤에서부터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초반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으면 중간에 다소 힘이 빠져도 관성적인 시청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시청자들은 보다가 재미없으면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용두사미형 드라마들이 많이 양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물'이 그랬고 '도망자'가 그랬으며 '아테나', '마이 프린세스'가 그랬다. 하지만 과연 뒷심의 작가 소현경의 '49일'은 다른 면모를 보여줄까. 기대해볼만한 대목이다.

Posted by 더키앙

'검사 프린세스', 소현경표 멜로드라마의 사회성

"좀 전에 골라든 그 수백만 원 하는 가방, 그 동안 당신의 명품들, 인우 인생 짓밟은 대가라는 거 알아요? 인우 거 뺏은 거라는 거." '검사 프린세스'에서 인우(박시후)의 친구인 제니(박정아)가 마혜리(김소연)에게 던지는 이 말은 드라마의 시점을 살짝 돌려놓는다. 그동안 마혜리의 입장에서 진행되어오던 드라마는 제니의 이 역지사지를 제안하는 대사를 통해 인우의 입장을 풀어놓는다. 수백만 원 하는 가방에 명품들 속에서 공주로 검사로 살아오던 마혜리가, 자신의 삶이 사실은 한 가족의 인생을 파탄 낸 대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를 개인적인 차원을 다루는 멜로에서 사회극으로 옮겨놓는다.

마혜리는 사회화가 덜 된 무개념의 공주 검사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검사라는 직업에 걸맞지 않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고, "예쁘게 하고 다니는 게 뭐가 나빠"하고 말하며, 산적한 업무에도 6시면 무조건 칼퇴근을 주장하는 이 무개념 공주 검사는 사회를 모른다. 철저한 개인주의적인 삶 속에 머물며, 그 삶이 사회와 어떤 연관을 갖는지 알지 못하며 또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마혜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는 부모가 만들어놓은 단단한 출세 코스의 길 안에서만 자라왔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삶(즉 함께 살아가는 삶)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 삶에 몰두하는 마혜리의 모습은, 고속 경제 성장 끝에 부자의 반열에 오른 부모를 갖고 걱정 없이 자라온 이른바 상류층 자제의 모습을 표상한다. 그 부모인 마상태(최정우)는 대물림되는 그 가난이 싫어 독하게 한 시대를 살아내고 결국 성공의 길에 선 이전 세대의 치열한 삶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가난이 좋았다 이거야? 나는 아니야? 진짜 싫었어. 아주 끔찍하고 징그럽게 싫었어. 5대를 머슴살이에 날품팔이만 하는 집안, 그 대물림된 가난을 내 대에서 끊기 위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당신 아냐? 내 자식부터는 이 마상태를 믿고 태어난 새끼, 토실토실한 살집에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보석보다 더 예쁜 눈에 해리부터 그 새끼도 그 새끼의 새끼들도 떵떵 거리고 대대손손 잘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뭔가 잘못됐어. 이럴려구 한 게 아닌데 내 딸을 망치게 생겼어."

마상태가 던지는 참회 섞인 이 말은 '검사 프린세스'를 그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마상태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만들어놓은 그 부 위에서 마혜리가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나 누구나 우러러보는 검사라는 직업에 선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로서의 직업조차 부에 의해 대물림되는 우리네 사회를 잘 보여준다. 그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 갖게 된 그네들의 검사라는 직업에서 진정한 사회정의를 행하는 일이 어찌 쉽게 바랄 수 있는 일일까.

하지만 '검사 프린세스'는 이 대물림되는 부와 지위의 세상에서 그래도 희망을 꿈꿔보는 드라마다. 마혜리는 차츰 검사로서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성장하는 캐릭터. 그녀가 '무늬만 검사'에서 차츰 진짜 검사가 될 때, 그녀가 궁극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자신이 서 있는 부가 사실은 개인적인 성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인식은 아프지만 이 단단한 대물림의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마혜리 곁에 생겨난 윤세준(한정수) 검사와 서인우 변호사라는 존재는 그래서 단순히 '검사 프린세스'라는 드라마의 삼각 멜로 구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윤세준 검사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한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인물이고, 서인우 변호사는 이제 검사로서의 삶을 이해하게 된 마혜리가 가족과 사회정의 사이에서 갈등할 때, 복수나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그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검사 프린세스'는 어쩌면 소현경 작가의 일관된 사회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찬란한 유산'은 대물림 되는 유산으로 표징되는 우리 사회의 진한 핏줄의식을 가족드라마라는 틀 위에서 뒤집었다면, '검사 프린세스'는 부는 물론이고 지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 속에서 세워지기 어려운 사회정의를 멜로드라마라는 틀 위에서 뒤집고 있다. 무개념으로 시작한 마혜리라는 캐릭터의 성장과정 속에서 우리는 고속성장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사회성을 띠는 소현경표 멜로드라마가 가진 진면목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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