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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모두를 열광에 빠트린 캐릭터 맛집의 괴력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종영했다. 마지막회는 최고시청률 21.6%(닐슨 코리아)를 기록해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거둔 역대 tvN 드라마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드라마 시작 전만해도 많은 불안요소들이 있었고 실제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북한을 소재로 했다는 점은 현 시국과 맞물려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요소들은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우에 불과했다는 게 금세 밝혀졌다. 북한 미화가 아니라 남북 간 소통에 대한 강력한 판타지가 담겼고, 그 판타지는 꽉 막힌 남북관계의 현실에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막히면 막힐수록 더 강해지는 열망이랄까.

 

돌풍을 타고 북한에 불시착해 벌어지는 남녀 간의 로맨스와 갖가지 사건들은 코미디 장르가 주는 유쾌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다. 무뚝뚝하면서도 연애초보 같은 순박함을 지닌 데다 카리스마까지 갖춘 리정혁(현빈)이라는 듬직한 캐릭터가 드라마에 무게감을 부여한다면, 욕망에 충실하고 다소 엉뚱하지만 영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윤세리(손예진)라는 캐릭터는 그 위에서 드라마를 한껏 경쾌하게 만들었다.

 

리정혁과 윤세리의 관계를 든든히 받쳐주는 부대원들 표치수(양경원), 박광범(이신영), 김주먹(유수빈), 금은동(탕준상)이 그 캐릭터만으로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선사했고, 북한 마을의 아줌마들 4인방 마영애(김정난), 나월숙(김선영), 현명순(장소연), 양옥금(차청화)은 훈훈한 정과 의리로 이들을 지지해줬다. 여기에 드라마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한 조철강(오만석)이라는 악역과 정만복(김영민) 같은 웃음과 눈물을 오가는 반전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리정혁과 윤세리만큼 서로의 마음에 불시착한 또 다른 주인공들로서 서단(서지혜)과 구승준(김정현)은 코미디로 시작해 의외로 절절한 러브스토리를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고, 서단의 엄마 고명은(장혜진)과 외삼촌 고명석(박명훈) 역시 간간히 등장해 강렬한 웃음을 주는 미친 존재감들이었다.

 

이처럼 <사랑의 불시착>이 이토록 강력한 열광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 맛집’의 괴력이 아닐 수 없다. 인물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남북을 오가는 러브스토리라는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쫄깃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전반에는 북한에서의 리정혁과 윤세리의 만남과 관계의 진전을 그려내고, 후반에는 남한으로 배경을 바꿔 그 이야기를 이어간 것 역시 드라마의 지속적인 몰입을 이끌어낸 주요인이다. 특히 북한에서 내려온 리정혁과 부대원들의 남한 적응기는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조차 코미디적 상황으로 만들어줬고, 조철강의 위협 속에서 긴장감 또한 높여주었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최근 들어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였을 때의 이야기라는 걸 <사랑의 불시착>은 보여줬다. 남북을 넘나드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과감한 선택과 이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구현해냈다는 사실은 박지은 작가의 여전한 필력을 증명해주었다.

 

남녀 간의 장애물을 넘는 사랑의 이야기가 멜로드라마의 기본적 구조라면, <사랑의 불시착>은 그 장애물을 남북한이라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경계로 세움으로써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를 그려낼 수 있었다. 이것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인과의 사랑이야기라는 색다른 지점으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던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인다. 박지은 작가의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색다른 장애요소를 가져와 그만의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로맨틱 코미디로 그려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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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남북 경계 넘는 판타지 멜로가 주는 설렘의 실체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이제 헤어져야 하는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 윤세리는 혹시 선을 넘어 저기까지만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걷고 싶은 두 사람. 하지만 리정혁은 군사분계선을 가리키며 “여기선 한 걸음도 넘어갈 수 없소”라고 말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윤세리. 남과 북의 거리는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한 걸음이면 넘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만큼 먼 것은 남북으로 갈라지며 만들어진 마음의 거리다. 리정혁은 그 마음의 거리를 한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좁혀버린다.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 리정혁과 윤세리는 그렇게 마주하며 이별의 키스를 나눈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보여준 이 키스신을 보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재작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던 그 장면을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김정은 위원장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슬쩍 한 걸음 넘어갔던 그 장면. 단 한 걸음이지만 그 한 걸음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이 군사분계선을 한 걸음 넘어 들어와 윤세리와 이별을 나누는 장면은 그래서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이별 장면 그 이상의 울림을 남긴다. 남북 간의 경계 사이에 서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한 걸음’의 의미가 훨씬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시착>의 남북을 넘어서는 로맨틱 코미디는 리얼리티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현실성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북한의 언어나 현실 상황들에 대한 사전 취재와 고증이 철저히 이뤄진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돌풍 때문에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가 하필이면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 리정혁과 인연이 맺어지고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은 실제로 벌어지기 어려운 하나의 판타지다. 시청자들은 그러나 남북 간의 현실로 인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개연성보다, 그 현실을 뛰어넘어 벌어졌으면 하는 판타지에 더 빠져들고 있다. 기꺼이 리정혁과 윤세리의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 판타지가 허용되면서 <사랑의 불시착>은 그간 우리가 많이 봐왔던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심지어 가족드라마의 소재들조차 새롭게 다가오게 만든다. 이를테면 리정혁의 아버지 리충렬(전국환)이 아들과 떼어놓기 위해 윤세리를 납치해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시퀀스는 전형적인 ‘예비 시부모를 만난 예비 며느리’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납치해온 리충렬이 리정혁의 약혼녀인 서단(서지혜)의 아버지일거라 오해한 윤세리가 상황을 설명하며 리정혁을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는 대목은 리충렬과 그의 아내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반대하는 부모 앞에서 윤세리를 향한 마음을 토로하는 리정혁과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는 윤세리의 이야기도 또한 그렇다. 그런 상황들은 멜로나 가족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결혼 반대하는 부모와 그를 감복시키는 남녀의 시퀀스들이지만, 이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남북한 체제라는 사실은 이 소재 자체를 다르게 느끼게 만든다. 남녀 간의 관계를 담은 사랑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남북 간의 관계에 대한 염원을 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까지 윤세리를 마중하기 위해 리정혁과 함께 나온 부대원들은 어느 빈 집에 잠시 머물며 그 곳이 북한산이 보일 정도로 남한과 가깝다는 걸 이야기한다. 몇 시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그 빈 집에는 아마도 멀리 간 아들을 기다리며 어머니가 기도했던 정한수가 놓여진 자리가 그대로 있다. 그 아들은 어쩌면 남쪽으로 월남했을 지도 모른다. 잠시 떠났던 걸음이 수십 년 동안의 이별이 되었을 지도.

 

그 짧은 거리를 밤눈도 좋은 리정혁이 괜스레 길눈이 안 좋다며 빙빙 도는 그 마음에서 윤세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이별을 그리고 있는 그 장면은 아주 오래 전 누군가 그 길을 걸어 금세 돌아올 거라 떠났다 지금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리정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말하며 윤세리를 끌어안는 장면이 더 심쿵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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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살리는 현빈의 진지순수·손예진의 엉뚱발랄

 

6%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4회만에 8.4%로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첫 시청률은 아무래도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주는 기대감이 만든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과 화제가 이어지고 있는 건 이 작품이 가진 재미요소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첫 회에 대한 대중적 호불호는 분명히 나뉘었다. 현 시국이 남북한 긴장국면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그랬고, 판타지와 병맛이 뒤섞인 듯한 코미디 설정이 그랬다. 하지만 윤세리(손예진)가 리정혁(현빈)의 집에 ‘불시착’하듯 들어와 마을 사람들에게 약혼녀라 소개되면서 본격화된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랑의 불시착>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역시 캐릭터와 그 케미에서 비롯된다. 리정혁이라는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은 북한 소재 버전으로 새롭게 해석된 판타지 남자주인공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북한 내 권력자의 아들이지만 민경대대 5중대에서 복역하고 있는 이 인물은 연애 좀 해본 듯한 윤세리의 시각으로 보면 순수와 순진이 뒤섞인 남성이다. 무뚝뚝하고 별로 웃지 않으며 매사 진지하지만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게 마음을 쓰는 인물. 게다가 그는 스위스에서 유학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이 로망하는 권력자의 아들이면서 순수하고 순진하며 진지하면서도 로맨틱한 감성까지 갖춘 판타지적 존재가 바로 리정혁이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시착한 윤세리는 꼬리가 아홉은 달린 듯한 여우짓(?)을 하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리정혁과 부대원들의 그 순진함 속에서 윤세리가 허세를 부리거나 머리를 굴려 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상황들은 그래서 이 ‘북한에 떨어졌다’는 무거운 상황을 가벼운 코미디로 전환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윤세리와 리정혁 그리고 그 부대원들과의 케미는 그래서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윤세리를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마음을 쓰는 리정혁의 모습은 드라마 속 북한 동네 아줌마들이 표현하듯, “심장을 나대게” 만든다. 검열을 들어온 조철강(오만석) 앞에서 자신의 약혼녀라고 말하거나, 배를 타고 월남하려다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키스를 해 연인처럼 위장하고, 장터에서 길을 잃은 윤세리를 찾아내기 위해 등대처럼 향초를 켜 들고 서는 모습은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리정혁이라는 캐릭터에는 의외로 어울리는 면이 있다.

 

윤세리와 부대원들 간의 케미도 시선을 잡아끄는 중요한 재미요소들이다. 조개에 불을 붙여 구워 익혀 먹고 그 조개껍질에 소주를 마시는 그런 풍경이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더욱 즐겁게 느껴지고, 그런 해물에는 소비뇽블랑 아니면 안 마신다는 윤세리가 소주 한 잔을 마셔보고 “여기 설탕 탔니?”라고 말하는 대목이 주는 웃음이 그렇다. 여기서 표치수(양경원) 같은 캐릭터는 윤세리의 허세를 북한 군인의 시선으로 툭툭 건드리고 눌러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웃음과 은근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 마치 남북한 언어의 통역사 같은 역할을 하는 김주먹(유수빈)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사랑의 불시착>은 물론 상당한 북한의 현실과 언어 등을 고증하려 노력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평양의 카페 메뉴판이나, 장터의 풍경들, 꽃제비의 현실 등등. 특히 북한 언어들을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언어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 고증 위에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판타지를 섞어 놓았다. 한 마디로 북한에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시도인데, 이런 퓨전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갑자기 윤세리가 어디서 구한 지 알 수 없는 낙하산을 리정혁과 함께 타고 뛰어내리는(이 장면은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장면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약점들을 충분히 덮어주는 건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리정혁이 든든히 진지함을 떠받치고 있다면 윤세리의 엉뚱발랄함이 그 위에서 설렘과 웃음을 주고, 부대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코미디 설정들을 풍부하게 한다. 심지어 이들을 도청하고 있는 정만복(김영민)이 끝말잇기 하는 저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 장면까지 코미디가 녹아들어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자잘한 상황들이 주는 웃음과 설렘이 하나하나 모여 한 편을 구성하고 있는 듯한 작품이다. 그래서 전체 큰 틀의 서사의 관점으로 보면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상황들이 그려지지만, 의외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 캐릭터와 연기자들의 힘이 큰 작품이다. 현빈과 손예진의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에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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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현빈이 만들어낸 독특한 긴장감과 통쾌함

제목이 <협상>이라 영화 <네고시에이터>나 일본 만화 <용오>를 떠올린 관객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테러리즘의 한 가운데 들어가 세치 혀로 놀라운 협상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의 이야기.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제 몸 하나를 던지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협상>은 시작은 그런 ‘협상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의외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영화의 핵심적인 재미의 부분이라 스포일러를 되도록 피하고 싶은 그 후반부는 이 영화가 우리 식의 해석을 얼마나 하려 노력했는가를 잘 드러내준다. 

영화 <협상>은 이미 예고를 통해 모두가 주지하고 있듯이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현빈)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협상을 이끌어내는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의 팽팽한 대결구도로 긴장감을 이어간다. 화상통화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상대방의 카드를 읽어내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자칫 인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영화적 관습이지만 도입부분에 협상을 하는 도중 죽음을 맞이한 무고한 피해자 때문에 자책감 같은 걸 갖고 있는 하채윤은 또 다시 그런 일을 겪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와 함께 하는 경찰청장이나 국정원 측은 그에게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어려움을 만들어낸다.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아 생겨난 협상의 난항 때문에 하채윤은 먼저 그들부터 협상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태국에 있는 테러범과 한국에 있는 협상가가 스크린 하나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협상을 해나가곤 있지만, 도대체 이 테러범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협상가는 그 이유를 찾아내려 애쓴다. 그것이 협상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하채윤은 의외의 진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테러범과 협상가의 이야기가 추석이라는 명절 시즌에 어울릴까 싶은 의구심이 있지만, 괜찮은 액션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내용이다. 물론 허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의외로 우리 식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대목은 작은 허점들을 덮어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손예진과 현빈의 연기 변신도 볼만한 대목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우리에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선보였던 손예진이 이 작품에서는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협상가로의 변신을 선보이고,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그 웃음이 테러범으로서 이제는 오싹한 긴장감을 갖게 만든 현빈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현빈의 연기는 그가 왜 그동안 해왔던 멋진 주인공의 모습에서 악역으로 변신을 도모하려 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강렬함을 담아내고, 영화 전체를 긴장하게 만들어주며, 심지어 통쾌함까지 주는 그런 인물의 역할을 현빈은 멋지게 소화해냈다. 영화가 가진 부족한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손예진과 특히 현빈의 연기는 이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사진:영화'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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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를 통해 작가들이 이제 귀 기울여야 하는 것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던 건 흔한 멜로드라마를 통해서도 사회변화나 사회적 사안들을 예리하게 건드린 부분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문제적 인물은 바로 윤진아(손예진)다.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에 성추행까지 버젓이 자행되던 회사를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던 인물. 일정 부분 ‘포기상태’로 살았던 그가 서준희(정해인)라는 인물의 사랑을 받고, 그래서 자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며 그것이 그를 각성시켜 회사 내의 성차별과 성폭력 사안에도 맞서나가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이 기존 멜로와는 다른 진일보한 시각을 담고 있다 여겨져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후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클리셰’에 발목이 잡혔다. 일상의 문제들을 날카로우면서도 또 멜로가 가진 달달함과 풋풋함을 동시에 껴안는 그 어려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그려왔던 초반의 이야기는, 김미연(길해연)이라는 흔해빠진 아침드라마형 결혼반대 엄마의 클리셰를 가져오면서 퇴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그리고 여기에 윤진아라는 캐릭터 역시 ‘변화한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생각 없는 모습’으로 퇴행하는 이야기가 담겨지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물론 이건 우리가 알다시피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써왔던 흔한 클리셰 공식들이다.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갈등이고, 따라서 멜로드라마는 사랑을 하는 남녀와 이를 반대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흔한 공식.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우리네 <춘향전>이나 <시집가는 날> 같은 고전, 그리고 최근의 멜로드라마까지 이 공식은 바뀐 적이 없다. 다만 달라지는 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멜로드라마라도 사회적 의미를 띤 이른바 ‘사회적 멜로’라고까지 지칭하는 드라마들이 나왔던 건, 그 장애물이 이제는 양가 부모 같은 구시대적 클리셰에서 벗어나 사회적 갈등(신분이든 빈부든 취향이든)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사랑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을 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결혼 반대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지금도 일상적일까 하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드라마가 그런 클리셰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후반부의 동력이 그런 비판적 시각이라기보다는 그 ‘반대’가 갖는 갈등구조 자체를 활용하고 있다. 즉 클리셰를 통한 전형적인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건 작가가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그런 면면들은 이 드라마가 ‘미투 운동’을 연상케 하는 회사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캐릭터 역할에서도 드러난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윤진아를 포함한 몇몇 여성 캐릭터는 명민하지 못하고 그래서 이용당하기도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를 테면 강세영(정유진) 같은 인물이 남호균(박혁권)의 감언이설에 속아 윤진아를 밀어내려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그가 서준희를 좋아했었다는 설정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즉 흔한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질투라는 클리셰적 코드가 이 안에도 들어있다. 

윤진아가 각성된 인물로 그려지다 어느 순간 ‘민폐녀’가 되고만 건 결국 그 좋은 캐릭터의 설정이 ‘클리셰’를 깨는데 활용되기보다는 오히려 ‘클리셰’에 잡혀 먹히는 이야기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윤진아의 각성이 다시 전면에 나올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사안에서도 또 개인적 사랑에서도 더 이상 ‘포기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한 편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담는 것이다. 마지막의 결론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과정과 선택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지금의 상황을 뒤집는 결과가 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 자체가 흔한 ‘클리셰’의 공식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째서 좋지 않은가를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그건 작가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끌고 가기 위한 옛날 방식을 의도적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클리셰는 이 드라마가 소재로도 잡고 있는 ‘미투 운동’ 같은 성차별에 대한 반대에도 반하는 일이 된다. 과거의 공식을 반복하는 클리셰 속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뚜렷이 들어가고, 심지어 양가 부모의 역할도 어느 정도는 고정되어 있다. 그걸 마지막에 가서 깨기 위한 설정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본래 그것조차 이 클리셰는 공식 중 하나라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 우리는 꽤 자주 논란이 불거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직업 비하 논란, 성폭력 미화 논란, 성차별적 장면이 만들어내는 논란 등등. 그래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다며 사과하지만, 그래도 또 논란은 터져 나온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이것이 각각의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껏 통용되어 왔고 작가들이 배워왔던 ‘드라마 공식(그건 다른 말로 클리셰다)’ 속에 그 논란거리들이 이미 내재해 있어서다. 결국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지만 볼게 아니라 이 흔한 공식이라는 뿌리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이라면 이제 누구나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이 시대의 시청자들이 그 과정을 통해 보고 싶은 건 윤진아라는 과거 ‘클리셰적인’ 인물이 사랑을 통해 각성하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또 집에서도 보다 당당한 ‘독립적인 인물’로 거듭나는 모습일 게다. 그 틀에 박힌 상황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아니라.(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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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길해연 같은 뻔한 나쁜 엄마 클리셰보다 중요한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엄마 해도 너무 한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의 엄마 김미연(길해연) 얘기다. 제 아무리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고 서준희(정해인)를 반대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집을 굳이 급습해 딸의 머리채라도 잡으려는 그 모습이 볼썽사납다. 

자식 같이, 가족 같이 생각한다면서 서준희가 완강하게 윤진아와의 관계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걸 드러내자, 이제 대놓고 속내를 드러낸다. 너는 한참 자기 기준에 모자란다고. 그러면서 누구는 그런 자신을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단다. 더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길 원하는 건 모든 부모의 숨겨진 바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엄마에게 그 가족들은 모두 실망감을 느낀다. 대놓고 남편을 무시하면서 서준희 같은 아이가 윤진아를 넘보는 것이 남편이 잘 못나가서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윤진아의 의향은 물어보지도 않고 선 자리를 마련해 무조건 나가보라고 등을 떠민다. 그런 아내에게 남편조차 “교양 없는 사람”이라며 화를 낸다. 

어찌 보면 김미연 같은 ‘결혼 반대하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가 드라마 속에서 너무나 많이 봐온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전형적인 클리셰가 여전히 드라마에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 남는다. 다른 작품이라면 모르겠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은 대중적 관심을 갖게 만들고, 또 나아가 현 세대의 정서까지도 아우르는 작품이 그 갈등 코드로서 너무 쉬운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이 드라마만이 갖고 있는 ‘일상성’의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일과 사랑의 이야기가 특별한 감흥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몇 회 동안의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틀에 박힌 갈등구조로 굴러가는 느낌이다. 물론 실제 현실 속에서는 김미연 같은 엄마들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드라마가 담는 그런 엄마들의 클리셰는 너무 흔하고 그 이야기도 뻔하기 때문이다. 

김미연이 서준희를 어르고 달래고 또 화를 내가며 구슬리는 장면이나, 서준희의 누나, 서경선(장소연)을 만나 이건 안 된다고 정색하는 장면, 그리고 엄마에게 등 떠밀려 굳이 선 자리에 나왔다가 마침 그 자리에서 만난 서경선이 화를 내는 장면들은 그래서 새로움이 없다. 물론 이 작품은 그러한 클리셰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를 드러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 저런 엄마가 존재할까 싶은 그런 캐릭터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좋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드라마여서 김미연 같은 클리셰가 더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것일 게다. 너무 그 갈등을 쥐고 질질 끌기보다는 윤진아가 회사에서 처하게 되는 상황과 현실 속에서 ‘미운 엄마의 착각(제 자식만 귀한 줄 아는)’이 어서 깨지기를 바라게 된다. 그 와중에 그 윤진아를 계속해서 “예쁘다”고 말해주고 지켜주는 서준희의 존재가 얼마나 ‘훌륭한가’가 드러나기를.(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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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미운 엄마 길해연의 낯간지러운 속물근성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미운 엄마’ 김미연(길해연)의 미운 짓이 드디어 시작됐다. 이미 윤진아(손예진)의 전 남친인 이규민(오륭)을 마치 사위나 된 듯 챙기던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없는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찾아와 스토커 짓을 하고, 심지어 사귈 때 찍었던 내밀한 사진까지 슬쩍 꽃바구니에 끼워 보내는 섬뜩함을 보이는 그를 집으로 초대해 밥을 챙겨먹이던 엄마였다. 

김미연의 눈에 보이는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었다. 부모 형제가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뼈대 있는 가문 출신에 부유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니 이 속물의 끝을 보여주는 엄마가 서준희(정해인)를 선선히 받아줄 리 만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재가해 버린 아빠 때문에 누나 서경선(장소연)과 단 둘이 살아온 서준희. 이 속물 엄마는 그런 서준희의 배경을 몸서리치듯 싫어한다.

물론 겉으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마치 챙겨주는 척 한다. 그래서 딸과 서준희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선을 찾아가 웃는 얼굴로 말한다. “걔들이 정 좋게 지내다 일 벌리는 것 같아서 그런다”며 경선에게 “준희 아직 철부지고 잘 잡아줘야 한다”고 절대 불가라는 그 입장을 드러낸다. 

웃는 얼굴로 얘기했지만 그 의미를 못 알아들을 경선이 아니다. 늘 엄마처럼 대해왔던 김미연이기에 뭐라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던 그는 혼자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하지만 그렇게 웃는 얼굴로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김미연은 “언감생심 어디다가!”라며 그 속물적인 속내를 드러낸다. 그리곤 윤진아에게 맞선을 보라고 강권했다. 

사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엄마의 속물근성을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나이든 딸이고, 서준희처럼 건실한 청년의 사랑을 받는다면 오히려 축복이라 여겨질 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볼 때는 손가락질 하게 되는 그 근성이 실제 현실에서는 의외로 많이 보게 된다. “딸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속물근성이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엄마 때문에 속이 상한 윤진아에게 엄마의 입장을 대신 얘기하러 나온 아빠에게 윤진아는 문득 “사랑을 아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준희를 자신이 만날 자격이 되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라며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나 처음 알았어. 사랑이 어떤 건지. 어떻게 하는 건지. 준희를 통해서 배우고 있어. 병원에서 엄마 거들 때도 다. 옷 갈아입히는 거, 신발 신겨 주는 거, 침대에서 내려오게 하는 거, 다정하게 말하는 거, 행여나 넘어질까 다치지 않을까 다 큰 어른인데 민망할 만큼 안절부절하는 그런 마음을 내가 받고 있어.”

즉 준희의 사랑은 윤진아가 어디서든(직장에서도) 사랑받을 만큼 ‘예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랑이다. 그래서 실제로 윤진아는 회사 안에서 과거 자신을 포기하며 ‘윤탬버린’으로 불리던 모습에서 탈피한다. 그렇게 되찾은 자존감은 윤진아가 좀더 당당하게 사회에서 설 수 있게 해준다. 

반면 김미연이라는 엄마가 보이는 ‘사랑’을 위장한 ‘속물근성’은 딸의 자존감을 한없이 무너뜨리고 심지어 ‘평가절하’하는 행위들이다. 저 스스로 결정해 행동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취급을 하는 것이고, 여성으로서 사화에 나가 저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떤 배경을 가진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수동적이고 부속적인 존재로 딸을 취급하는 일이다. 

우리네 드라마 속에서 늘상 존재해왔던 ‘결혼 반대하는 엄마’라는 이야기 구조는 마치 그것이 당연한 현실인 양 담아졌던 면이 있다. 특히 가족드라마의 ‘혼사장애’ 코드는 하나의 드라마 문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김미연이라는 엄마를 통해 꺼내놓는 이 틀에 박힌 코드에 대한 문제제기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건 자식 걱정하는 게 아니고, 그걸 핑계로 제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일이며 나아가 자식의 가치를 심각하게 평가절하 하는 일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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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손예진·정해인 비밀연애 공개 과정이 담아낸 것들

단 한 회만의 폭풍전개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의 비밀연애는 윤진아네 집안사람들과 서준희의 누나 서경선(장소연)의 ‘가족 같은’ 관계 때문에 공개되는 것에 대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이들은 마치 한 가족 같은 사이다. 그러니 그 사랑 공개가 어찌 쉽겠는가. 

대체로 이런 설정을 갖고 있는 드라마는 그 공개과정을 아주 천천히 보여주기 마련이다. 즉 한 사람씩 그 사실이 공개될 때마다 나오는 갈등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물론 제일 먼저 이 사실을 서준희의 친구이자 윤진아의 동생인 윤승호(위하준)에게 들키고, 그 다음에는 아빠 윤상기(오만석)에게 들키는 식으로 가장 갈등이 약할 수 있는 부분부터 공개하긴 했다. 하지만 그 후 한 회 만에 아빠에게 윤진아는 이 사실을 털어놓고, 또 친구 서경선에게도 공개한데다, 심지어 최대의 난관으로 보이는 엄마 김미연(길해연)에게까지 그들의 관계를 드러냈다.

이렇게 빠른 비밀연애 공개는 이 드라마가 그런 갈등 상황을 갖고 굳이 옛날드라마들처럼 질깃질깃하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사실 그런 갈등 상황을 질질 끌고 가는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드라마가 지속적인 갈등을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일종의 문법인 셈이다. 

안판석 감독은 그런 드라마적 문법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듯 보인다. 그래서 한 번 뚜껑이 열리자 봇물 터지듯 비밀이 공개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담아낸다. 심지어 회사에서 서준희에 마음을 두고 있던 강세영(정유진)에게도 그저 툭 던지듯 동료 금보라(주민경)의 입을 빌어 그 비밀을 공개해버린다.

이렇게 되자 그 공개과정에서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드라마들이 취하는 사랑하는 사이와 이를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그 갈등 과정 속에서도 보이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윤진아의 아빠 윤상기와 절친 서경선이다. 

퇴직 후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빠는 딸이 서준희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홀로 술을 마신다. 물론 약간의 불편함은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아빠는 오히려 그 비밀연애를 숨겨주려 애쓴다. 역시 정 많은 사람이지만 속물근성이 있는 아내 김미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벌어질 파장이 만만찮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빠는 딸이 그 사실을 자신에게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윤진아와 서준희의 비밀연애를 통해 보이는 건 아빠의 딸에 대한 깊은 사랑이다.

이런 점은 윤진아의 절친 서경선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동생 서준희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윤진아의 그림을 보며 눈치를 챈 서경선은 믿고 싶어 하지 않고 화도 났지만 결국 윤진아에게 마음을 연다. 엄마의 산소를 찾아간 서경선은 동생을 욕하다가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린다. 그리고 동생이 상처입고 아파하는 건 자신 또한 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힘들겠지만 윤진아와 서준희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누나의 동생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비밀연애가 공개되는 과정을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가진 따뜻한 정서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 가면 여전히 힘겨운 현실들이 존재하고, 지긋지긋한 스토커가 되어버린 전 남친의 폭력적인 행동들이 위협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순간순간 우리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 살만하다고 말한다. 알고 보면 양가에 비밀연애가 공개되는 것이 불안했던 건, 가족들끼리 갈등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가족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어색함이나 약간의 불편함은 사랑으로 쉽게 넘어설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윤상기 같은 아빠, 서경선 같은 누나라면.(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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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갑질 세상 이 작은 드라마가 바꾸고 있는 것들

“어떤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나보다 더 날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주기 위해서 애쓰는 어떤 사람을 보면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사람이 덜 걱정하게. 안심할 수 있게. 내가 내 자신을 더 지켜나가야겠다.”

왜 갑자기 예전과 달라졌냐고 묻는 직장 상사 공철구(이화룡)의 물음에 윤진아(손예진)는 그렇게 말했다. 툭하면 회식자리에서 성차별과 성희롱, 성추행까지 하던 공철구는 갑자기 회사대표가 여직원들의 불만수리를 한다는 소식에 겁먹고 윤진아를 회유하려 저녁을 사주는 자리였다. ‘윤탬버린’이라고 불리던 윤진아는 회사대표가 여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예쁜 누나 윤진아와 밥 사주고픈 동생 서준희(정해인)의 풋풋한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흥미롭다. 그건 하도 갑질이 일반화되어버려 심지어 자신이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살았던” 윤진아가 바로 그 사랑을 통해 변화하게 됐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다. 

웬 사랑이야기에 이런 시퀀스와 대사가 들어갔을까 싶지만, 잘 들여다보면 윤진아의 변화는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의 대중들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사람의 변화와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작은) 사회의 변화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시대의 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사랑이야기에 사회적 사안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절묘하게 엮어 놓았다고 보인다. 

사실 최근 들어 사회적 이슈가 된 일이지만, 권력에 의한 갑질 행태들은 아주 오래된 것들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그런 갑질은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게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세상이 그렇다”며 “간 쓸개 다 빼놓고” 일터로 나가는 이들은 그걸 그냥 수용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 내재화는 결국 갑질 아래서도 탬버린을 들고 맞춰주는 자기 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몇몇 사건들을 보면 세상이 놀랍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물 컵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일이 늘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일파만파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을들이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는 잘 들여다보면 저 윤진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게다. 그간은 그 누구도 그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지지해주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에 대중들이 귀를 기울인다. 대중들은 그 상처 입은 분들에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윤진아와 서준희의 사랑이 더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사랑은 그들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넘어서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에 의해 작은 사회가 변화하는 그 과정까지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상처 주는 세상에 서로가 상처를 껴안아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윤진아가 서준희에게 녹음 파일로 보내는 마음은 그래서 더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준희야 나야. 고마워.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어. 너는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많이 배우고도 있어. 사랑은 한없이 아낌없이 한 사람만을 위해서 모든 걸 쏟아내는 마음이라는 걸. 그래서 사랑을 할 때는 서준희처럼. 준희야. 사랑해. 아주 많이. 아주 오래오래 사랑할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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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서정연과 ‘라이브’ 배종옥, 이 멋진 언니들

‘예쁜 누나’ 위에 ‘멋진 언니’가 있다?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가 있다면, 그 위에는 은근히 무뚝뚝한 척 그를 돕는 ‘멋진 언니’ 정영인(서정연) 부장이 있다. 깐깐하고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이 인물은 이 막돼먹은 회사 남자 상사들로부터 윤진아를 은근히 보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해 다른 남자 상사들(심지어 대표까지)도 쉽게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그가 회식자리에서 윤진아를 위해 보인 모습은 그 속내를 드러낸다. 늘 그러했듯 ‘개저씨’ 공철구(이화룡) 차장이 와서 윤진아를 부르며 고기를 구우라고 지시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를 거부해 싸해진 분위기. 공철구가 회사 내 위계질서가 엉망이라고 대표에게 성토하자, 정영인은 남자 직원을 불러 고기를 구우라 지시하면서 이런 위계를 말하는 거냐고 되묻는다. 

서준희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변화한 윤진아. 회식자리에서 늘 보이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인 윤진아에 대해 정영인은 오히려 “윤진아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자신이 더 고맙다고 말한다. 그는 윤진아에게 “훌륭하다”며 눈치 빠르게 “너 요즘 연애하지?”하고 묻는다. 예뻐졌다는 것. 정영인이 말하는 예쁘다는 표현은 그래서 중의적으로 들린다. 하나는 실제로 연애하는 사람이 보이는 예뻐짐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달라진 삶의 자세가 보여주는 예뻐짐이다. 

정영인이 윤진아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미루어 그가 이 성차별이 가득한 회사에서 어떻게 버텨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남다른 철저함과 빈틈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일처리, 게다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 얼굴은 그가 부장 자리까지 오면서 겪었을 많은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게 든든하게 서 있는 정영인이 윤진아에게는 하나의 버팀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의 안장미(배종옥) 역시 정영인 같은 ‘멋진 언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경찰생활에서 악착 같이 일해 여청계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 되었다. 관내에서 벌어지는 연쇄 성범죄를 수사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항상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게는 이제 막 새로 들어온 한정오(정유미)가 그래서 마치 자신의 옛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일 수 있다. 그래서 한정오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면서 안장미는 “너랑 호흡이 잘 맞았다”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장미의 ‘멋진 언니’ 역할은 경찰로서만이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도 톡톡하게 드러난다. 그건 이미 과거 한정오가 성폭행을 당했을 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던 안장미가 툭툭 던지는 인생 조언 속에 담겨진다. 한정오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으로부터 이제는 멀쩡하다며 트라우마가 없는 자신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안장미는 이렇게 말한다. “트라우마가 꼭 생겨야 돼? 사건 당한 것도 억울한데 꼭 괴롭기까지 해야하냐고. 난 그것도 다 편견 같은데. 심플하게 생각해. 넌 그냥 그 일이 벌어진 걸로 받아들인 거야. 사건이 났고 넌 잘못이 없고 시간은 지났고 현재 넌 경찰이 된 거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나 <라이브>는 모두 여성 주인공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들만큼 시선이 가는 건 그들 위에 먼저 그 현실을 살았던 선배 언니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한 만큼 부하 직원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는 경우가 현실에는 더 많다. 하지만 자신이 당한 일을 후배들은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어떤 롤 모델이 되어주는 선배 언니들도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그들의 쉽지 않은 노력들이야말로 진짜 세상을 바꿔가는 힘일지도.(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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