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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김탁구는 왜 천재적인 후각을 가졌을까 감각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 김탁구(윤시윤)는 천재적인 후각을 갖고 있다. 너무나 미세해 구분이 어려운 냄새도 구별해내고, 뭐든 한 번 맡은 빵 냄새는 잊지 않아 그 빵을 다시 재현내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어린 시절 탁구가 맛보았던 팔봉 선생의 봉빵을 재현해내는 에피소드는 바로 이 김탁구의 남다른 후각에 기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감각도 아닌 후각일까. 그것은 음식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이 후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각이라는 감각이 드라마에 미치는 특별함 때문이기도 하다. 김탁구가 오븐에서 빵을 꺼내면 제일 먼저 우리의 눈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빵이다. 그리고 탁구가 거의 습관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은 그 빵의 냄.. 더보기
'신데렐라 언니', 무엇이 우리의 영혼을 울렸을까 '신데렐라 언니', 희생과 용서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전한 감동에는 그저 '슬프다', '기쁘다' 같은 표현으로는 담지 못할 그 무언가가 있다. 누구든 바라보면서 그 몇 줄의 대사를 듣기만 하면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당 못하게 만드는 그 감동의 실체는 뭘까. 대성도가의 주인 구대성(김갑수)이 거실 벽면에 붙여놓은 가훈, '역지사지(易地思之)'처럼, 신데렐라 이야기를 언니의 입장에서 풀어낸 그 스토리 때문에? 물론 이것이 표면적인 '신데렐라 언니'의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 심지어 영혼을 건드리는 듯한 그 눈물의 실체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는 여러 차원의 눈물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인 은조(문근영)도 아니고 신데렐라.. 더보기
'신데렐라 언니', 문학을 닮아버린 드라마 드라마가 발견한 문학의 가치, '신데렐라 언니' "은조야-" '신데렐라 언니'에서 은조(문근영)의 이름을 부르는 이 대사는 여러 번 반복된다. 하지만 그저 이름을 부르는 것에 불과한 이 대사가 가지는 뉘앙스와 의미는 사뭇 다르다. 독하게 아 소리 하나 내지 않고 회초리를 맞고는 술도가 창고에서 술독에 귀를 대고 왠지 서글프고 왠지 편안해지는 그 술 익는 소리를 듣는 그녀에게 기훈(천정명)은 맞지 말고 앞으로는 도망치라면서 은조를 부른다. "은조야. 대답 좀 해주지. 은조야. 응. 아프지?" 그 때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제 맘을 열지 않았던 은조는 "어"하고 답을 해준다. "은조야"라고 묻고 "어"하고 답을 해주었을 뿐인데, 그 소통의 순간이 짠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 "은조야" 라는 부름 속에 들어가 .. 더보기
'신데렐라 언니', 진심의 드라마 진심과 진심 사이의 거리, '신데렐라 언니' 진심과 진심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신데렐라 언니'의 인물들은 대부분 가까운 가족관계지만, 그 마음과 마음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혹독한 삶을 살아온 송강숙(이미숙)은 진심을 믿지 않는다. 그녀에게 사람이란 '뜯어먹을 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녀는 피붙이를 위해서 진심 따위는 사치라 여기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오열한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남편 구대성(김갑수)의 진심을 드디어 보게 됐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에 적혀진 "내 인생이 그 사람 없이 계속 되는 것, 나는 그게 가장 두렵다"는 글귀는 꼭꼭 닫아뒀던 송강숙의 마음을 열었다. 이 닫혀진 마음을 여는 진심의 힘은 '신데렐라 언니'가 그토록 호소력이 있는 이유다. 이 드라마는 진.. 더보기
'신데렐라 언니', 그 독한 사랑에 끌리는 이유 고슴도치 같은 '신데렐라 언니'의 사랑법 "옛날에 나 이집 떠날 때. 기차역에 왜 안 나왔어? 편지 못 받았어? 기차역으로 나와 달란 편지. 효선이한테 전하랬는데. 효선이가 혹시 안 전했었니? 응?" '신데렐라 언니'의 이 대사는 전형적이다. 이 부분만 들어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기훈(천정명)의 질문에 대해 은조(문근영)가 "받았어"하고 말하는 장면은 그 전형성을 벗어난다. 사실 받지 못했고, 당시 그 편지 한 장이 은조에게 어떤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 은조의 독한 말에서 다양한 뉘앙스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읽고 나서 찢어버렸는지 태워버렸는지도 생각 안나는 데, 내가 그걸 여태까지 기억해야 돼? 거지 같이 굴지 마. 누구한테 뭘 구걸하고 있는 거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