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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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그 독한 사랑에 끌리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4. 29. 08:13
고슴도치 같은 '신데렐라 언니'의 사랑법 "옛날에 나 이집 떠날 때. 기차역에 왜 안 나왔어? 편지 못 받았어? 기차역으로 나와 달란 편지. 효선이한테 전하랬는데. 효선이가 혹시 안 전했었니? 응?" '신데렐라 언니'의 이 대사는 전형적이다. 이 부분만 들어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기훈(천정명)의 질문에 대해 은조(문근영)가 "받았어"하고 말하는 장면은 그 전형성을 벗어난다. 사실 받지 못했고, 당시 그 편지 한 장이 은조에게 어떤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 은조의 독한 말에서 다양한 뉘앙스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읽고 나서 찢어버렸는지 태워버렸는지도 생각 안나는 데, 내가 그걸 여태까지 기억해야 돼? 거지 같이 굴지 마. 누구한테 뭘 구걸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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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이젠 지친다, 행복 추구 드라마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4. 27. 00:24
드라마 속 캐릭터들, 행복을 꿈꾸기 시작하다 '대장금'의 장금이(이영애)는 남다른 욕망을 갖고 있는 캐릭터였다. 수많은 모함과 함정을 벗어나면서 최고의 수라간 상궁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결국 그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그 모습은 당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동이'의 동이(한효주)가 장금이를 닮았다고 한다. 실제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닮은 구석이 많아도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동이가 장금이처럼 최고 상궁이 되기 위한 강력한 욕망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이는 물론 천비 출신인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을 긍정하며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무엇이 되기 위한 욕망보다는 현재의 행복 또 앞으로의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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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연의 연기가 마음에 닿은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4. 22. 07:12
짧아도 강한 인상을 남긴 그의 진정성 "누야(누나) 너랑 같이 살았다." 많은 대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신데렐라 언니'의 한정우(택연)가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알려주는 걸로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고주망태의 아버지 밑에서 일찍이 도망친 그는 죽 홀로 살아왔지만, 오랜만에 드디어 만난 그 누나, 은조(문근영)와 늘 함께 살아왔다. 아마도 그것은 그를 버티게 해준 유일한 힘이었을 테니까. '기다리다 지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신데렐라 언니'에 택연의 등장은 더뎠다.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아이돌 가수의 연기는 어떨까. 그것도 짐승돌의 대표격인 그 거친 남성미의 택연이라면. 기대도 컸고 기대가 큰 만큼 섣부른 예단도 많았다. 그래서 야구방망이 하나 들쳐 메고 그가 대성도가에 발을 디뎠을 때, 우리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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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세상의 악역을 위한 동화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4. 16. 14:14
선악을 넘어, 관계의 화학반응으로 가는 '신데렐라 언니' "나한테 뜯어먹을 거 있어? 왜 웃어?" '신데렐라 언니'의 그 언니인 은조(문근영)는 그녀를 향해 해맑게 미소 짓는 기훈(천정명)에게 다짜고짜 쏘아댄다. 기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넌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니?"하고 되묻는다. 어쩌다 은조는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는다'고 여기는 아이가 되었을까. 기훈의 질문은 전통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서 그 언니가 왜 그토록 악독했던가 하는, 지금껏 아무도 던지지 않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이 악독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서 소외된 그 언니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그녀가 그토록 독해지고 매정해진 사연을 찾아낸다. 그녀의 어머니 송강숙(이미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