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유재석이 연 부캐의 세계, 이효리가 펄펄 난다

 

이른바 부캐의 세계는 유재석이 열었지만, 이로 인해 이효리가 펄펄 날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제 궤도에 올라오게 된 건 유재석이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유두래곤 같은 다양한 부 캐릭터의 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명단에도 이 다양한 부캐들이 올라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명단에는 새로운 인물들의 부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닭터유'와 치킨을 튀겼던 박명수가 '치명'이라는 부캐로 등장했고, 이효리와 비가 각각 린다G와 비룡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여름 음악시장을 겨냥한 혼성 그룹 프로젝트로 시도되고 있는 이른바 싹3 멤버로 이효리와 비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변화지만, 그래서 생기는 기대감은 과연 <놀면 뭐하니>가 유재석의 부캐만큼, 이효리나 비의 부캐 활동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효리는 이미 이 부캐 놀이에 푹 빠진 모습이다. 광희가 픽업을 왔을 때 수수한 제주댁의 차림으로 나타난 이효리는 자신이 린다G가 아니라며 고민 같은 게 있으면 털어놓으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효리는 광희를 다독이며 '민박집 누나' 보는 것 같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광희가 이효리에게 "구박할 줄 알았다"고 하자, 나(제주댁)는 구박한 적이 없다며 "린다G는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린다G는 모든 사람을 구박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렇게 광희랑 차를 타고 오며 세상 다정하고 편안했던 제주댁은 다음 날 유재석과 비를 만나로 나온 자리에서는 완전히 다른 린다G의 면면을 드러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풀어내는 린다G는 심지어 광고에 대한 욕심까지 털어놨다. 유재석이 제주댁으로서의 이효리가 광고 출연을 하지 않겠다 선언했던 걸 짚어내자, 린다G는 "돈이면 뭐든 다 한다"고 말했던 것.

 

사실 이런 멘트는 무소유의 삶을 이야기했던 제주댁 이효리로서는 부캐를 활용한 것이라고는 해도 다소 이율배반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효리는 과거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모순덩어리'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그런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버리지 못하는 욕망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를 숨기기보다는(숨기는 건 자칫 위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솔직히 드러내는 이효리가 훨씬 더 건강해 보인다.

 

곡 선정을 하면서 걸 그룹이 부르면 괜찮을 법한 노래를 자신이 갖겠다고 나서면서 이효리가 '센 언니 걸 그룹'을 거론한 점은 그래서 그저 멘트가 아닌 실제가 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제시, 엄정화, 화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과 함께 걸 그룹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 것.

 

만일 <놀면 뭐하니?>가 린다G의 부캐 활동 또한 담아내며 그 한 가지로서 센 언니 걸 그룹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의 또 다른 확장의 진화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의 욕망을 애써 꾹꾹 눌러 놓은 채 하나의 이미지로만 고정되어 살아가는 억압된 삶을 부캐라는 장치를 통해 깨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대중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사진:MBC)

 

성공적인 무대는 이미 캐스팅과 관객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는 걸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보여주었다. 90년대로 시간여행을 훌쩍 떠나게 해준 토토가는 가수도 관객도 그리고 시청자들까지도 노래 하나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터보, 김현정, SES에 이어 쿨, 소찬휘, 지누션, 조성모, 이정현, 엄정화, 김건모까지 이름만 들어도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는 가수들이 오른 무대는 그 캐스팅만으로도 성공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심지어 과거의 백댄서들까지 똑같이 출연해 재연해 내는 무대는 흥겨우면서도 짠한 독특한 정서를 이끌어냈다.

 

이번 토토가특집을 보며 먼저 떠오르는 건 올 1월에 다시 시작되는 <나는 가수다3>. ‘토토가라는 특집 제목 자체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나는 가수다를 합쳐 놓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정 부분의 프로그램 형식, 이를테면 긴장감을 안고 방송국을 찾아오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대기실에서의 모습을 끼어 넣는 식의 방식은 토토가<나는 가수다>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는 등장하자마자 예능계에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으나 차츰 진행되면서 반복되는 패턴과 고음 지르기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그 힘을 이어가지 못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서바이벌과 대결에만 집중한 결과 <나는 가수다> 특유의 세대 통합적이고 복고적인 아련한 정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즌제 없이 무한 반복된 경연은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좋은 무대들마저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번 <나는 가수다3>13부로 시즌을 마치는 시즌제로 기획된 것은 그 때문이다. 최초 라인업된 가수들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고, 그를 통해 한 시즌의 완결된 음악과 무대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가수다3>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다.

 

<나는 가수다3>에 앞서 <무한도전> ‘토토가가 어떤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은 그래서 고무적이면서도 무언가 시사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토토가는 경연방식인 <나는 가수다>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무대를 통한 관객들과의 소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번 열광의 의미를 되짚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토토가의 성공이 가수들의 놀라운 가창력에만 있지 않았다는 점은 <나는 가수다3>가 참고해볼만한 지점이다. 물론 가창력은 기본이 되겠지만 거기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가수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 가수를 통해 우리가 어떤 정서를 느끼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토토가90년대 톱가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현재 나이 들어 버린 가수들이 주는 훈훈한 정서가 가수들의 면면에서부터 이미 관객들을 준비시킨 면이 있다.

 

게다가 이번 토토가가 그렇게 훌륭한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수만큼 대단했던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무대는 가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열광적인 관객들은 열광적인 무대를 완성시킨다. 가수들은 관객들의 반응만으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토토가는 가수의 캐스팅과 거기에 적합하게 맞춤형으로 준비된 관객을 라인업 시키면서 이미 무대를 성공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돌아오는 <나는 가수다3>는 무대를 통해서 성공을 꿈꿔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는 무대에 오르기 전, 가수들의 라인업과 관객을 준비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미 성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가수다>의 힘은 무엇보다 음악을 듣기 위해 열려진 관객들의 귀에서 나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보여준 것처럼.

 

<라스>, 라미란의 매력에 물든 까닭

 

몸매가 아주 자연스럽죠. 꾸며지지 않았어요. 얼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물론 아름다운 외모를 가꿔야 될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제가 대한민국의 표준 정도라고 생각해요. 배도 좀 나오고.. 나이가 이렇게 됐는데. 팔뚝도 좀 굵을 수 있는 거고.”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라미란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하 22도의 방산시장에서 공사(?) 안하고 베드신도했고, 데뷔작이었던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목욕탕 장면이 있는데 자신의 엉덩이에서 카메라가 빠져 나오면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자 몸매를 인정받은 게 아니냐는 김구라의 말에 자신의 외모를 자평한 것.

 

그녀는 자신이 노안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영화 <댄싱퀸>에서는 엄정화 친구로 나왔는데 보기에는 정화언니 이모뻘인 외모 때문에 자신이 언니 언니하는 것에 주변에서 많이 놀라더라는 것. 그녀는 자신의 외모가 실제로 보는 것보다 화면으로 보면 10년 정도 늙어보이고 10킬로 정도 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듯 그 노안과 자연스러운 외모는 그녀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미 열 아홉 살 때 70대 노인 역할을 했던 그녀는 그 후로 몸종, 천민 역할 등을 했지만 요즘은 노처녀 역할로 격상됐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꾸로 젊은 역할을 하게 된 것. “환갑 때도 이 얼굴일 거예요라고 말하는 라미란은 자신의 외모가 가진 강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캐릭터 이름은 기억하는데 제 이름이나 얼굴은 잘 기억 못하세요.” 이 말은 배우로서는 라미란이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연기란 배우 자신보다 배역으로 남았을 때 빛나기 마련이 아닌가. 물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은 배우 자신을 드러낸다기보다는 배역에 대한 완전한 몰입을 통해서다.

 

“<더 킹 투하츠><패션왕>을 같이 했는데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 줄 잘 모른다는 그녀의 너스레에는 많은 작품을 해도 잘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배우로서 중요한 장점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처음 본 느낌을 준다는 것. 이보다 배우에 적격인 인물이 있을까.

 

<괴물>에서 이른바 발동동 아줌마,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노상방뇨를 하는 차태현에게 어딜 넘봐라는 애드리브로 변태 아줌마, <스파이>에서는 야쿠르트 요원으로, <차형사>에서는 홍석천의 즉석 애드리브로 기습키스까지 당한 그녀는 그래서 지난 청룡영화상에서 <소원>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그 연기를 인정받았다.

 

<라디오스타>에서 BMK물들어를 선곡한 이유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에게 제 연기가 물들어서 다 스며들고 잘 침투했으면 좋겠어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 자연스럽게 물드는연기 덕에 그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빛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미란은 그래서 모두가 주연이라고 말할 때 묵묵히 조연으로서 그 옆을 지켜주고 만들어주는 수많은 우리네 평범한 서민들의 얼굴을 닮았다. 아마도 <라디오 스타>의 라미란을 보며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그것은 그녀의 얼굴에서 우리의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일 게다.

 '슈퍼스타K', 심사위원들의 프로그램 기여도는 몇 점?

"심사는 심사일 뿐, 심사하지 말자." '슈퍼스타K2'의 심사위원 윤종신은 이렇게 말했다. 심사에 대해 쏟아지는 많은 논란들을 유머 섞인 말로 일축한 것. 하지만 '슈퍼스타K2'는 기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말 한 마디가 가진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말에 대한 논란 역시 나오기 마련이다.

심사위원인 이승철, 엄정화, 윤종신은 심사 스타일이 각각 다르다. 이승철은 가창력에 중점을 맞추고 엄정화는 무대 스타일을 주로 본다. 윤종신은 프로듀서적인 관점에서 경쟁자의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승철이 초반부 심사에서 지나친 독설이 아니냐며 논란에 오른 것은 그가 맡은 영역이 가수로서의 기초에 해당하는 가창력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의 독설에는 확실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는 아주 구체적인 부분을 지목해가며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이승철은 '슈퍼스타K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의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즉 심사는 수많은 경쟁자들에서 옥석을 골라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경쟁을 뚫고 올라온 가수들에게 어떤 권위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따라서 초반부 독설에 가까운 심사를 하던 이승철은 차츰 올라온 가수들에게 찬사를 던짐으로써 확실하게 그들을 띄워준다. 독설가로서의 이승철의 이미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부드러워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비호감은 호감으로 반전된다. 이것이 이승철이 '슈퍼스타K2'의 가장 주목받는 심사위원인 이유다.

반면 엄정화의 심사가 논란에 선 것은 그녀가 맡은 분야가 어찌 보면 노래 외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무대 스타일이나 퍼포먼스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이 부른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보기 좋았다"를 연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함량 미달의 비전문가로 비춰졌을 것이다.

이런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엄정화는 심사에 있어서 좀 더 디테일한 부분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미진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냥 "보기 좋았다"는 표현만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이고, 또 무엇보다 무대에서 긴장될 수 있는 경쟁자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던져주는 존재로 자신을 세웠다. 사실 이것은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슈퍼스타K2'를 하나의 오디션 쇼로 생각한다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을 절절히 호응해주고 공감해주는 역할로서 엄정화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예외적으로 윤종신은 심사에 대한 논란이 그다지 없다. 그렇다고 할 얘기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도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자신의 심사에 있어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때론 유머를 섞고 떨어진 후보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심사위원으로서 해야 하는 말과 선배 가수로서 해야 하는 말을 늘 구분한다. 강승윤이 떨어졌을 때 "떨어졌으니까 하는 얘긴데, 너 오늘 최고였다"고 말하는 식이다.

물론 심사위원을 심사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슈퍼스타K2'라는 프로그램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보면 이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슈퍼스타K2'는 슈퍼스타K가 되려는 경쟁자들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심사위원들도 동시에 성장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들은 프로그램에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내느냐에 따라 개인적인 주가도 올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승철은 100점 만 점에 95점 이상을 줄 수 있는 심사위원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프로그램 초반부의 걸러내는 재미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북돋워주는 재미다. 엄정화는 심사위원으로서는 90점 이하대지만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준다는 점에서는 90점 정도를 줄 수 있는 심사위원이다. 한편 윤종신은 이승철이 만든 뼈대 위에서 확실히 재미의 살을 붙여준다는 측면에서 90점 이상의 심사위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점수란 임의적인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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