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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마’, 고보결과 김태희의 육아공감이 더욱 감동적인 건

 

그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아이 돌보기에 바쁘다. 육아라는 것이 그렇다. 잠깐 고개 돌리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게 육아지만, 안 해본 사람은 그걸 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서우 엄마 오민정(고보결)이 그렇다.

 

그런데 오민정은 친엄마가 아니다. 흔히 ‘계모’라 불리기도 하는 새엄마다. 그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애썼고 그래서 간호사가 됐지만 조강화(이규형)와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진짜 서우엄마’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할까. 그렇지만 아이가 어질러놓은 걸 치우면서도 그 아이를 보는 오민정의 눈빛은 사랑 가득이다. 계모라는 표현에 우리가 갖게 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오민정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편견이자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런 서우의 새엄마 오민정을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고 옆에서 모두 봐온 차유리(김태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아이가 걱정되어 주변을 매돌다가 차츰 오민정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육아만 하느라 자기 생활이 없는 그가 맨날 혼자 있는 게 걱정된다. 고사리를 좋아하지만 남편이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해먹지 않는 오민정이 안쓰럽다.

 

차유리는 친한 언니인 고현정(신동미)에게 오민정에 대한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언니 내가 태어나서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고마워한 적은 없거든. 난 다 봤잖아. 옆에서 다. 난 죽어서도 그 사람한테 이 빚 다 못 갚아.”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차유리가 살아 돌아와 49일 간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는 죽은 자를 잊지 못하는 절절한 가족들의 마음과 그 가족 주변을 계속 맴돌며 지켜보는 망자의 시선이 겹쳐진다. 죽음을 경계로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담기는 것이니 어찌 먹먹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조강화가 새로 결혼한 서우의 새 엄마 오민정과 차유리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보던 친모와 계모의 그런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조강화가 오민정을 만나 미소 짓는 걸 보며 차유리는 너무나 기뻐한다. 오민정이 자신의 딸 서우를 그토록 챙겨주는 걸 보며 그는 너무나 고맙고 미안해한다.

 

이 드라마에는 자신보다는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조강화는 차유리를 잊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막상 그가 살아 돌아와서도 오민정이 서우의 엄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차유리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동시에 오민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이다. 이것은 차유리의 엄마 전은숙(김미경)도 마찬가지다. 딸이 살아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딸 입장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하이바이 마마>가 전형적인 이야기 틀을 벗어난 신선한 지점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육아를 통해 차유리와 오민정이 공감하는 대목은, 친모니 계모니 하는 가부장적 사고관의 틀을 깨고 여성이라는 공통된 입장에서의 색다른 연대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거 알아요? 동화에 나오는 계모는 다 못됐어. 왜 다 못됐어? 이을 계 어미 모. 엄마를 잇는 엄마... 근데 다 못됐어.” 술에 취해 오민정이 계모를 그렇게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쏘아붙이자, 다음 날 어린이집에 출근한 차유리는 ‘콩쥐팥쥐’, ‘심청전’, ‘백설공주’, ‘장화홍련전’ 같은 동화책들을 가져와 원장에게 이런 책들은 치워야 한다고 한다.

 

그 책이 뭐가 잘못됐냐고 묻는 원장에게 차유리는 이렇게 말한다. “애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책들요. 새엄마는 나쁘다 괴롭힌다 친엄마 없는 애들은 다 불쌍하다. 뭐 이런 사고방식을 애들한테 세뇌시키는 거잖아요. 계모는 다 싸잡아서 나쁜 년 만들고.” 친엄마와 새엄마의 편견을 깬 차유리와 오민정의 끈끈한 관계가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되게 만들어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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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을의 연대로 슈퍼갑 유재명 무너뜨릴까

 

“사실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직접 와서 먹어보니 하는 말이네만 장가를 상대로 뭘 생각하든 자네한텐 무리야. 다행인 줄 알게. 내가 자넬 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걸.” 박새로이(박서준)가 운영하는 단밤 포차를 찾아와 음식을 먹어본 장가의 회장 장대희(유재명)는 그렇게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게다. 박새로이가 장가의 2대 주주인 강민정(김혜은)을 찾아가 함께 손을 잡자고 얘기했을 때, 그가 “여긴 판이 달라”라고 말한 건 그가 하려는 복수와 그가 서 있는 현실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강민정이 말한 것처럼 단밤을 통째로 팔아도 장가 주식의 소수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니.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가 꿈꾸는 성공과 복수는 현실과는 너무나 멀다. 장가의 주식은 대략 잡아도 2,000억 원 상당. 박새로이는 겨우 단밤 포차 하나를 열기 위해 무려 7년을 원양어선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다. 게다가 장대희는 아예 단밤 포차가 있는 건물을 사들여 단밤의 임대계약을 뒤흔들 수 있는 건물주가 된다. 이런 와중에 박새로이는 그 성공과 복수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듯한 이 박새로이의 무모한 도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그럴 듯한 개연성은 있어야 하는 법. <이태원 클라쓰>가 그 개연성으로 가져온 건 다름 아닌 ‘연대’였다. 비슷한 처지나 목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연대.

 

먼저 <이태원 클라쓰>가 박새로이의 단밤 포차를 지지하는 인물로 끌어들인 건 매니저로 등장하게 된 조이서(김다미)였다. 못하는 게 없는 브레인인 조이서는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이루는 소시오패스 성향까지 가진 인물로 손님 하나 없던 단밤을 손님들이 줄서는 가게로 변모시킨다. 조이서와 단밤 식구들이라는 청춘들의 연대는 그래서 한걸음 더 박새로이의 꿈을 향해 내딛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슈퍼갑인 장대희 회장과 대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는 새로운 인물로서 과거 장근원(안보현)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던 이호진(이다윗)을 박새로이의 또 다른 연대로 채워 넣는다. 와신상담을 통해 한국대에 들어간 그는 박새로이가 감옥에 있을 때 찾아와 그의 편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된 그는 박새로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장가주식에 투자함으로써 박새로이를 19억 장가 주주로 만든다.

 

그리고 이호진은 박새로이가 강민정을 만나게 해주고, 이 자리에서 박새로이와 강민정은 공통의 목표를 확인한다. 장가의 새 주인으로 장근원을 세울 수는 없다는 것. 박새로이는 강민정에게 장가의 새 주인이 되라고 했고, 강민정이 내놓은 일종의 시험을 거쳐 두 사람은 손을 잡는다.

 

그런데 <이태원 클라쓰>가 박새로이의 성공과 복수를 위해 취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과의 연대는 그저 스토리의 재미만을 위해 설정된 것일까.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실제 슈퍼갑과 대적하는 방식으로서 제시되곤 하는 ‘을들의 연대’가 이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떠오르는 면이 있다. 결국 그 거대한 권력과 부딪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것.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이태원 클라쓰>는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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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 서현진 통해 끄집어낸 경쟁 사회의 민낯과 그 대안

 

“내가 그동안 도대체 뭘 놓치고 있었던 걸까.” 명문대에 합격한 아이에 환호하고 대학 간 아이들에만 관심을 쏟았던 자신을 뒤늦게 발견한 고하늘(서현진)은 자괴감에 빠져버렸다. 그 반에서 그토록 환하게 웃던 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이른바 상위그룹 아이들이 잘 되는 것에 취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자신도 모르게 소외시키고 있었던 것. 책상 위에 붙여 놓은 사진들도 다시 들여다보니 빠져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이 이처럼 각성하게 된 건 황보통(정택현)이라는 아이 때문이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황보통은 당장 먹고 살 일이 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담임인 고하늘은 학교가 재촉하는 대로 문과인지 이과인지를 묻고 있었다. 고하늘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 전에 대학은 갈 것인지, 하고 싶은 건 뭔지를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는 것을. 고하늘은 그렇게 소외되고 차별받던 황보통이 자퇴서를 내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기간제로 들어와 1년 차에 어떻게든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성적 상위에 있는 아이들만 모은 특별반 이카로스를 맡았던 고하늘이었다. 그래서 특별반에서 대치고등학교 처음으로 한국대 의대에 아이를 합격시켰고 상위그룹 아이들의 명문대 대학 진학률도 높였다. 고하늘은 그 아이들을 ‘내 새끼’라며 한없이 예뻐했지만 그런 빛에는 더 크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었다.

 

이카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었던 것. 그 아이들은 이카로스 모집 공고안을 계속 찢어버렸고 특별반을 위한 독서실에 들어가 우유통을 던져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황보통은 억울하게 그런 짓을 한 아이로 오해를 받았고, 결국 붙잡힌 아이들은 차별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차별하잖아요. 진짜 너무하잖아요. 우리 존재가 없다고 신경도 안 써주고 이카로스는 다 퍼주면서 거기 못 들어간 우리 같은 애들은 쳐다도 안보시잖아요.”

 

그 토로에 선생님들도 공감하는 눈치였다. 이카로스에 들어가게 된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찾아와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과 선생님을 선택하게 해달라고 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평가받게 된 선생님들도 그들과 똑같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기 있는 선생님에만 아이들이 몰리고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은 외면 받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독>이 끄집어낸 건 입시경쟁은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겪게 되는 경쟁과 그로 인해 경험하는 소외와 차별의 문제였다. 잘 하는 애들은 더 많은 지원이 가지만 못 하는 애들은 외면 받는 현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갖고 못 가진 이들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의 구조가 학교든 일터든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었다.

 

고하늘은 박성순(라미란) 선생님과 함께 이카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마련하기로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블랙독>의 이 이야기는 그 현실을 꼬집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무한경쟁 속에 내둘려진 학생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고스란히 우리네 사회가 가진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그려진다.

 

<블랙독>이 학교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건 지금껏 잘 다루지 않았던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할 건 학생들과 교사들을 똑같은 처지를 겪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학생들도 우열반이 나뉘어져 차별받고 있지만, 교사도 정교사와 기간제로 나뉘어 차별받는다는 것.

 

경쟁 구조는 그래서 기간제가 정교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 또한 차별하는 그 시스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하지만, 그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겪는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구조. 이것이 경쟁사회가 가진 냉혹한 차별과 배제이고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차별해야 한다니.

 

<블랙독>은 그래서 판타지로나마 그 해결점으로써 차별받는 기간제 교사 고하늘이 똑같이 차별받고 있는 보통의 아이들을 위해 나서는 ‘연대적’ 대안을 내놓는다. 학교의 이야기가 우리네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그 엇나간 경쟁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를 깨닫고 연대해야 한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은연 중에 그려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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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 혹은 위계, ‘봄밤’이 그리는 두 세계의 대비

 

이정인(한지민)의 엄마 신형선(길해연)이 유지호(정해인)의 엄마 고숙희(김정영)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잡은 두 손에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들이 있었다. 고숙희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에는 아이가 있어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듯 살아가고 있던 아들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과, 그럼에도 신형선이 가졌을 부담에 대한 미안함, 그러면서도 그걸 받아들이고 자신의 손을 잡아준 그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었다.

 

MBC 월화드라마 <봄밤>이 짧게 보여준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너무나 상반된 두 개의 기성세계를 보여준다. 그 한 세계는 자신의 마음과 달라도 이를 이해하려 하고 포용하려는 세계다. 신형선은 그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 그는 딸 이정인이 만나고 있는 유지호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힘겹지만 그래도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는 딸을 꼭 껴안아줬다. 그 역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보통의 엄마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고 그러니 그 힘겨운 선택을 한 딸의 입장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주게 되었던 것.

 

도대체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 유지호가 일하는 약국을 찾아와 살피다, 우연히 인근 카페에 들어온 신형선은 거기서 고숙희와 약사 왕혜정(서정연)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들을 걱정하며 또 그런 아들과 만나는 이정인에 대한 좋은 마음을 드러내는 그 대화를 들은 신형선은 버스정류장에 홀로 앉아 눈물을 찍어내고 있는 고숙희에게 다가가 자신이 이정인의 엄마라며 손을 내민다. 그들은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다만 같은 엄마로서 서로를 이해한다. 그래서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

 

반면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이 엄마들의 가슴 먹먹해지는 만남과 대비되는, 소원해져 서로 얼굴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이태학(송승환)과 권영국(김창완)의 관계를 병치한다. 정년을 앞두고 있어 이사장인 권영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딸 이정인과 그에게 집착하는 권영국의 아들 권기석(김준한)을 내놓고 밀어줬던 이태학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날아온 이정인과 유지호의 다정한 한 때를 사찰한 사진들과 그 사진들이 아마도 권영국이 보냈을 거라 판단하는 이태학은 더 이상 그런 장밋빛(?) 미래는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된다. 목적의식이 사라진 세계. 그들이 맺고 있는 모종의 거래 관계는 그것으로 차갑게 식어버린다.

 

<봄밤>은 다른 입장에 있지만 서로의 손을 잡아준 신형선과 고숙희의 인간적인 관계와, 서로를 이용하고 거래하는 이태학과 권영국의 권력과 연계된 거래 관계를 대비한다. 또 권력과 폭력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이끌어가려는 권기석과 남시훈(이무생)의 ‘범죄적 세계’와, 이에 맞서는 이정인, 이서인(임성언), 이재인(주민경) 그리고 신형선의 연대를 대치시킨다.

 

그래서 드라마는 초반부터 별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갈등과 대립의 요소들이 사실은 일상 속 깊이 들어와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라는 걸 드러낸다. 차츰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평온해 보였던 일상에 담겨진 폭력적이고 권력적인 세계의 민낯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하지만 동시에 그에 맞서는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세계의 만만찮은 대결구도가 그려지면서 <봄밤>은 흥미진진해졌다.

 

달라도 손을 잡고 이해하려는 엄마들과, 타인의 입장이나 고통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무조건 이기기 위해 ‘부정한 방법’들까지 동원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먼저 추구하는 이들의 세계. 그 팽팽한 대결구도에는 <봄밤>이라는 달달한 멜로를 소재로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드라마가 제기하는 만만찮은 문제의식이 담겨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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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가 담는 소외된 노년과 청춘의 자화상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한지민)는 아나운서를 꿈꿨지만 현실은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그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엄마 이정은(이정은)에게 집수리하는 비용에 보태라고 줬지만 아나운서의 꿈은 접어버린다. 그는 문득 그것이 자신이 원했던 일이었던가 하고 되묻는다. 사실 좋아하는 선배가 방송반에 있어 찾아간 것이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이유는 아니었나 싶은 것. 그 선배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외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게 꿈을 포기해버린 김혜자는 문득 하루 종일 손에 염색약 마를 날 없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엄마가 눈에 밟힌다.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그래서 미용실 일이라도 돕고 싶지만 이번엔 엄마가 반대한다. 적어도 딸에게만큼은 자신의 이 고생스런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부모 마음이다. 

그러던 김혜자는 문득 같은 동네에 사는 청년 준하(남주혁)을 만나고, 선술집에서 술 한 잔을 하며 ‘불행 배틀’을 하다 가까워진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여겨지는 아빠 때문에 죽어라 고생만 하신 할머니가 너무나 안타까운 준하는 시간을 되돌려 다시 돌아간다면 할머니에게 오지 않을 거라고 혜자에게 말한다. 준하 역시 기자가 꿈이지만 현실은 멀기만 하다. 때때로 집을 찾아와 돈을 뜯어가는 아빠는 여전하고, 그래도 든든히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마치 끈 떨어진 연처럼 그는 멍해진다. 

아버지의 사고를 막기 위해 시간을 계속 되돌리다 하루아침에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는 번듯한 양복을 챙겨 입고 출퇴근 하는 준하가 결국 꿈꾸던 기자가 된 거라 착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셔가 이벤트를 하는 이른바 노치원이라 불리는 홍보관을 따라갔던 혜자는 거기서 쇼를 하는 준하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눈이 부시게>에는 이처럼 가난한 이들의 출구 없는 삶들이 교차된다. 한창 왕성히 일하고 사랑하며 눈부시게 빛나야할 청춘들은 일자리가 없어 부모 눈치를 보며 살아가기 일쑤다. 혜자의 오빠 영수(손호준)는 대표적인 백수다. 고기 먹는 게 마치 자신의 유일한 꿈이라도 되는 양 “삼겹살”을 외치고 심지어 개밥을 먹고는 너무 맛있다 눈물 흘리는 이 인물은 엉뚱하게도 유튜버로 성공하려 하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보여준다. 혜자의 친구 현주(김가은)는 중국집 외동딸로 배달일을 하며 살아가고, 상은(송상은)은 7년째 아이돌지망생으로 지내며 뜨기는커녕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해본 인물이다. 

노년의 라이프를 보여주는 혜자의 아빠 상운(안내상)은 택시운전을 하다 다쳐 이제 그만두고 경비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일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한 끼 점심값을 아끼려 애쓰는 아빠를 위해 혜자는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지만 늘 먹으라는 멸치를 남겨온다. 그걸 먹게 하기 위해 아빠의 일터를 찾은 혜자는 알게 된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의 모멸까지 받아가며 일하는 아빠의 모습. 뭘 먹기는커녕 먹을 시간조차 없어 보이는 팍팍한 일의 현실을.

<눈이 부시게>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건 여기 우리 시대의 청춘과 노년의 쓸쓸한 자화상이 시리도록 공감가게 담겨져 있어서다. 청춘들은 세상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갑갑해하고, 노년들은 세상 바깥으로 밀려나 소외받는다. 그러니 이 드라마가 굳이 70대 노인이 된 김혜자와 청춘의 마음을 가진 김혜자를 판타지를 통해 겹쳐놓은 이유를 알게 된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일조차 힘겨운 청춘들이 저 노인의 삶을 들여다볼 겨를이 있을까. 이제 소외되어 사회에서 점점 없는 존재처럼 취급받게 되는 노년의 삶이 청춘의 어려움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지만 김혜자라는 한 인물에 깃든 청춘과 노년의 삶은 이 양자를 만나게 하는 일종의 가교역할을 해준다. 노년의 몸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엄마 아빠의 삶과, 비로소 알게 된 청춘의 뭐 하나 쥔 것 없어도 눈부실 수 있는 시간들. 나이든 김혜자가 젊은 김혜자와 화해하고, 나아가 그 달라진 시선으로 주변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껴안는 이야기. 그 연대에 우리는 빠져들 수밖에 없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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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복수자들’, 세상은 넓고 복수할 일들은 넘쳐난다

이 통쾌함과 훈훈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라는 장르적 틀을 충실하게 따르는 드라마다. 분노를 일으키는 대상이 있고 그들에게 당한 이들이 있다. 그래서 그 피해자들이 모여 ‘복수자 클럽’을 만든다. 그리고 응징한다. 전형적인 복수 장르의 틀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그런데 <부암동 복수자들>이 주는 ‘복수’의 양태는 그 정서적 느낌이 다르다. 그것은 이 복수자가 된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이 환기시키는 현실 때문이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 큰 아들을 들인 남편 때문에 분노하는 정혜(이요원), 서민으로서 자식을 위해 갑질 앞에서도 눈물을 참고 무릎을 기꺼이 꿇는 도희(라미란)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점잖은 교수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 고통 받는 미숙(명세빈)은 각각 외도와 갑질과 폭력이라는 사회적 사안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특히 공분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크게 보면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이 주는 분노라는 점에서 보면 딱히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이들이 저마다 가진 사안들이 환기시키는 현실들은 이 복수가 사적인 차원의 것 이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복수 자체가 현실에 대한 강력한 풍자이며 비판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복수자 클럽에 이수겸(준)이라는 유일한 남성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물론 이수겸은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미성년으로서 그 자체가 사회적 약자다. 그런 점에서 이 여성들과의 연대가 그리 이질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미성년의 인물이 복수하려는 대상이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을 낳아준 부모들. 이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낳아주기만 하면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온전히 키워준 할머니가 그에게는 유일한 부모다. 그래서 자신을 낳고는 사실상 버린 부모들은 복수 대상이 된다. 그 부모들이 이수겸을 현재 원하는 이유는 그가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버지인 이병수(최병모)는 대를 이어 재벌가에서의 입지를 가지려는 것이 목적이고, 생모인 수지(신동미)는 아들을 통해 한 몫 잡으려는 속셈이다. 심지어 수지는 할머니가 있는 산소 땅과 집마저 팔아버리려 한다. 자본의 힘은 자식마저 이용하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수겸의 복수가 말해주는 건 자본화된 비뚤어진 세상에서 잘못된 어른들에 대한 응징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 네 명의 복수자 클럽이 완성되는 걸 보여주는 첫 복수전으로서 성추행을 일상으로 아는 교장을 그 대상으로 세웠다. 물론 그 복수의 방식은 엉뚱한 면이 있다. 교장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그 처벌을 받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자에 접착제를 붙이고 설사약을 먹여 곤혹스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그건 이 복수자 클럽이 던지는 경고 메시지였지만 그래도 진정한 복수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몇몇 소극적인 복수의 장면들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라도 어떤 응분의 대가를 받는 이들이 현실에서는 보기가 더 힘드니 말이다. 또한 복수와 함께 이 복수자클럽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그 연대의 모습이 주는 훈훈함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복수 그 자체보다도 <부암동 복수자들>에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지점은 바로 그들 간의 연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복수보다 서로에 대한 공감대가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그 힘은 어쩌면 그 복수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으니.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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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웨이’ 박서준·김지원, 신데렐라 아닌 흙수저들의 연대

도대체 이 청춘들은 왜 이렇게 처연하면서도 예뻐 보일까.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가 청춘멜로라는 장르로 이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아마도 이처럼 마음 속 깊이 응원해주고픈 예쁜 청춘들의 면면 때문일 게다. 3회 만에 10%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겨버린 이 청춘멜로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웃음이 나오다가도 짠해지고, 그 짠한 마음이 이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며, 나아가 이 흙수저들의 연대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쌈마이웨이>가 가진 특별한 힘은 이들이 처한 흙수저들의 현실에서부터 비롯된다. 가난한 집안, 동생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승부조작을 하게 된 동만(박서준)은 그 일 때문에 태권도를 더 이상 못하고 진드기 박멸하는 일을 하며 산다. 백지연 같은 아나운서가 꿈인 애라(김지원)는 스펙도 배경도 없어 백화점 안내데스크에서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원하는 삶이 아니다. 

옛 코치였던 황장호(김성오)로부터 격투기를 할 의향이 없냐는 제안을 받고 동만은 새삼 가슴이 뛰고, 애라는 사내방송팀에서 안내방송을 잠깐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어했으나 그 자리조차 연줄이 없으면 잡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절망한다. 결국 동만은 진드기 대신 격투기를 선택하고, 좌절된 방송의 꿈 앞에 무너져 내린 애라는 동만에 기대 눈물을 흘린다. 

<쌈마이웨이>의 이 흙수저 청춘들은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난 친구들이라는 든든한 빽으로 이 힘겨운 현실을 버텨낸다. 동만과 애라 그리고 주만(안재홍)과 설희(송하윤)는 옥상에 마련된 자신들만의 아지트에서 술을 마시며 마치 아잇적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다시금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흙수저의 현실 앞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 청춘들의 관계는 친구 관계를 슬금슬금 넘어 이성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것을 새삼 알아차리게 되는 건 그들 앞에 금수저들이 다가와 호감을 드러내면서다. 동기의 결혼식에서 한 때의 시비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의사 박무빈(최우식)이 애라에게 대놓고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동만은 자꾸만 그게 마음에 쓰인다. 동만에게 옛 애인이었던 혜란(이엘리야)이 또 나타나자 애라는 그녀를 막아선다.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청춘 멜로에 가끔 등장하던 신데렐라 이야기 따위는 지워버린다. 신발을 선물하는 박무빈 앞에서 애라는 아무런 설렘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 자꾸만 자신을 터치하는 동만에게 자꾸 그러면 자신이 착각하게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건 애라가 그를 남자로서 점점 마음에 담고 있다는 뜻이다. 설희가 홈쇼핑 방송을 녹화 중에 체리가 목에 걸려 쓰러지자 주만은 마치 왕자님처럼 달려가 그녀를 구하고 테이블 위에 눕힌 채 인공호흡을 한다. 그 장면이 설희에게는 마치 백설공주의 한 장면처럼 오버랩된다. 물론 그것 역시 왕자님에게 천거되는 백설공주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많은 드라마들이 빈부 격차의 남녀를 세워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이야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놓던 것을 간단히 뒤집어버린다. 그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흙수저들끼리 서로 지지해가며 스스로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나가려 한다. 그것은 꿈에 대한 것이나 사랑에 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쳇말로 ‘쌈마이’ 같은 청춘이지만, 그래도 ‘마이웨이’를 간다는 의미가 담긴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우리네 청춘의 현실이 주는 무게감 속에서도 서로 사랑해가며 무너지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그 과정을 그린다. 힘겨워도 웃으며 서로 어깨를 내어주는 그 모습들은 그래서 짠하면서도 보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다가온다. 

아마도 <쌈마이웨이>는 청춘들에게는 공감 가는 자신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중년들에게도 이 드라마가 마음을 잡아끄는 건 거기 담겨진 어떤 부채감 때문이다. 저들이 겪고 있는 저 어려운 현실들이 어찌 보면 이전 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잘못된 결과라는 부채감. 그래서 그들에 대한 지지의 마음은 더욱 커진다.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청춘 멜로 <쌈마이웨이>가 가진 특별한 힘의 원천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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